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3
청풍표국 최강식객 123화
123화. 무림맹으로 가는 길(1)
“부탁드립니다.”
무림맹 영주지부의 지부장 소천구가 깊게 머리를 숙였다.
그 옆에 보좌하는 부지부장 문창수 역시 공손히 서서 임요성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무림맹 본단까지 말입니까?”
임요성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 지금 무림맹은 혈궁주가 나타난 일로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보물들을 싣고 갈 무인들이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조사단분들께 위임을 부탁드린다는 전언입니다.”
검신 공청진인이 전한 혈궁주의 출현에 무림맹은 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언제 그가 혈궁을 이끌고 중원을 침공할지는 모른다.
당장이 될 수도 있고, 먼 훗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손 놓고 있다가 당하는 것만큼 뼈아픈 게 없다.
그래서 제갈백규는 임요성을 믿고 이번 비고에서 나온 보물들과 무기들의 호송을 부탁한 것이다.
며칠에 걸쳐 영주지부로 옮겨온 보물과 각종 무기들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짐마차에 몰래 숨겨 은밀히 빼 오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그 생각만 하면 소천구와 문창수는 오금이 저렸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모두 빼내 올 수 있었다.
이는 미리 소문을 내어 그동안 모여 있던 무림인들이 다 빠져나간 이유도 컸다.
이 일에는 풍림개의 공이 컸다.
비고에 오지 않은 것도 영주 곳곳에 퍼진 개방도들을 통해 몰래 잘못된 정보를 흘려 무인들을 흩어내는 데 전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영주뿐만 아니라 호남성 전체의 정보를 통제하는 중이었다.
‘무림맹이라….’
무림맹을 대표해 부탁을 하는 소천구와 문창수의 읍소에 임요성이 생각에 잠겼다.
문득 자신의 품을 더듬었다. 총군사가 보내왔던 서신에 나온 원고시.
아마도 이것이 그가 말한 원고시가 아닌가 싶었다.
원래는 무림맹으로 가는 호송단 편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영주에서 무림맹 본단이 있는 하남성 개봉까지는 석 달 정도가 걸리는 먼 거리였다.
게다가 중간에는 산지가 많아서 산적들과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아무리 극비로 이동한다고 해도 눈치채는 이들이 있기 마련.
그들의 습격을 막아내며 근 석 달 거리를 이동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어차피 남아있는 신성들 역시 자신의 가문이나 문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헤어지더라도 그들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임요성의 고민에 도움을 주려는 듯 소천구가 덧붙였다.
“다행히 본단 철갑기마단인 맹호단 1개대 50인이 곧 도착한다고 하니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맹호단은 타격대 중에서도 기마대로만 구성되어 총 10개대 500인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들이 다 내려온다면 아무 걱정이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억지로 빼낸 병력이 그 정도라며 양해를 구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며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임요성이 옆에 있던 홍국헌을 쳐다보자 헛기침을 한 번 한 그가 나섰다.
“험. 그럼 조사단에 대한 보표 의뢰는 이 시간부로 종료되고 무림맹의 호송의뢰로 전환됩니다. 이후의 계약사항은….”
이후 표행에 관한 제반 사항은 홍국헌과 부지부장 문창수가 조율하기 시작했다.
홍국헌은 이번 비고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영주지부에 있었다.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경우 표국에 소식을 전할 책임자 한 명은 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서운해하긴 했지만, 여산홍이 잊지 않고 챙겨온 보검에 입이 찢어지며 서운함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회의실을 나와 다른 주의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귀에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두.
“비켜라!”
일단의 기마 무리 중 세 명의 기마대원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부의 정문을 통과했다.
나머지는 힘찬 투레질과 함께 지부 앞에 멈춰 섰다.
영주지부는 성급 지단도 아닌 부급 지부였기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오십의 기마가 한 번에 들어가기엔 부족했다.
비키라는 호통 소리가 임요성의 귀에 여과 없이 들려왔고, 정문위사들이 어? 어? 하는 사이에 이미 그들은 임요성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사실 이는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서 누가 되었든 정문에서 그 신분을 확인받아야 했다.
말과 함께 기마대원 세 명이 들어서자 지부 앞마당이 꽉 찬 느낌이었다.
말 위에서 눈을 부릅뜬 무인이 임요성을 보며 물었다.
“여기가 영주지부인가!”
“그래.”
임요성의 단답에 질문을 던진 기마대원이 일갈을 내질렀다.
“무례하다. 우린 본단의 철갑기마단인 맹호단 제3기마대다. 예를 취하라.”
기마대원의 호통에 임요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파천도군 임요성이다. 너희들이야말로 예를 취해야 하지 않나?”
임요성은 검신과의 대화로 오히려 적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수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강호에서 예를 취하는 것이란 걸 느꼈다.
어색하다고 해서 마냥 자신을 숨기는 것은 오히려 더 분쟁을 일으키고 쉽게 갈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란 것도.
역시 임요성의 대답에 말에 탄 이들이 일제히 내려섰다.
실로 절도 있는 동작. 그들의 단련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결례를 범했습니다. 맹호단 제3기마대주 적천수입니다.”
중간에 선 자가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그 뒤로 두 명의 사내도 즉시 절도있게 포권을 취했다.
임요성에게 윽박질렀던 이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더 흥미로웠다.
임요성에게 강하게 대한 것 자체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태도였다.
한마디로 문답무용 강즉선.
강호는 오직 힘으로 말하며, 강함이 곧 선이라는 저변에 깔린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즉 상대가 강하면 인정해줄 것이요, 약하다면 예를 취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먼 길이 예정되어 있는데 굳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임요성도 정중히 대했다.
“안 그래도 금방 내용은 들었소. 와줘서 고맙소.”
임요성을 보며 세 명의 기마대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미 파천도군이라는 이름은 강호에 쫙 퍼진 상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천무삼신이 직접 내린 별호다.
당금 강호에서 가장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나이.
두 자루 도를 잘 사용하며, 쾌를 넘어선 극쾌의 무공을 펼치는 촉망받는 후기지수.
강호의 미래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진고수.
하지만 자신들에겐 그뿐이다.
아무리 명성을 날리고 있다고는 하나 후기지수일 뿐.
진정한 실전에서는 그 실력이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드러난 기도 역시 너무 평범했다.
기마대주 적천수는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강호엔 허명이 난무했다. 특히 후기지수들의 경우가 그랬는데, 사문이나 가문에 의해 부풀려진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무위는 현재 절정의 중위 수준.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모셔왔기에 초절정의 기도는 잡아내는 자신이었다.
분명 초절정에 이르렀다고 들었는데 자신의 기감에 걸리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일 터.
아득히 경지가 높거나 아니면 반대거나.
살짝 입가에 비웃음이 맺혔다.
그리고 아직 강호에는 진천비무제와 이후에 받은 파천도군이라는 별호에 대한 소문만 퍼져 있었기에 영주에 대한 일은 모르는 게 당연했다.
“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소?”
잠시 생각하느라 너무 빤히 쳐다본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급히 고개를 숙인 적천수를 잠시 쳐다본 임요성이 몸을 돌려 거처로 돌아갔다.
“후후.”
웃음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는 적천수에게 아까 그 기마대원이 물었다.
“좀 평범해 보이지 않수? 듣던 것과는 좀 다른데.”
“강호엔 늘 허명이 난무하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소문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여실한 증거다.”
“역시. 나도 설마 그새 화경에라도 올랐나라는 황당한 생각을 하긴 했는데, 부질없는 생각이었구려.”
부하가 손을 내저으며 피식거리자 적천수도 슬쩍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애송이들을 믿고 온 것이 아니었다.
그냥 자기들의 앞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만 바랄 뿐.
그리고 이미 회의실을 나와서 자신을 쳐다보는 영주지부장에게 향했다.
* * *
“여기 있네. 잘 부탁하네.”
“예! 걱정 마십시오.”
한 사내가 임요성에 받은 서찰을 품에 넣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는 천하전장 영주지점의 직원이었고, 임요성에게 전서를 전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
임요성은 천하전장의 천급 고객. 그가 있는 곳 어디든 인근 천하전장을 통해 전서를 주고받을 수 있다.
굳이 전서구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무척 편리한 일이다.
그리고 천하전장주는 임요성이 파천도군이 된 이후로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래서 임요성이 원하는 모든 것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주었고, 그런 부분은 무척 편리하게 작용했다.
언젠가 한 번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옆에 홍국헌이 섰다.
“표행에 대한 계약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다행히 무림맹 총군사께서 전적으로 저희 요구에 맞춰주라는 지시가 있어 수월하게 끝났습니다.”
임요성이 담담히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전서는 어디로…? 혹시 표국으로 보내시는 겁니까?”
홍국헌이 임요성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이제 표국의 식객이 아니라 총사였다.
말 그대로 국주 다음으로 높은 자리. 그리고 임요성은 아직 국주패를 반납하지 않았다.
국주인 두진호가 원하는 바였고, 이는 표국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리고 표국의 영애인 두혜련과의 관계 역시 이제는 점점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홍국헌이 임요성을 대하는 태도는 국주를 대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임요성이 그런 홍국헌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예. 두 소저한테서 전서가 와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하하. 뭐라고 왔던가요?”
“별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요즘은 어머니께 주안술을 배우고 있다더군요. 오랜만에 만나면 놀라지 말라고 합디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홍국헌도 같이 웃으며 전장 직원이 달려간 방향을 같이 바라봤다.
“바로 오실 줄 알았는데 무림맹으로 가봐야 하니 서운해하시겠네요.”
“예. 그래서 무림맹에서 들렀다 갈 때 좋은 선물이나 사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젠 제법 실없는 소리도 하는 임요성의 옆얼굴을 보며 홍국헌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요즘 느끼는 임요성은 그냥 평범한 동네 청년? 잘 차려입으면 명문가 도령 같은 느낌이었다.
아예 처음 봤으면 모를까 그의 무위를 아는 홍국헌은 오히려 이 평범함에 가슴이 고동쳤다.
도대체 얼마나 깊고 깊은 지고의 경지에 올랐기에 이런 평범한 분위기를 낸단 말인가.
말로만 듣던 반박귀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홍국헌은 이 젊은 고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행보는 필시 청풍표국이 천하제일가로 올라서는 그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 차비가 갖추어진 호송단이 무림맹으로 출발하려 할 때였다.
“멈추시오! 영주부 관아에서 나왔소. 여기 강호에서 파천도군이라 불리는 이가 누구요?”
영주부 관리로 보이는 사내가 날카로운 눈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출발하려던 참이라 임요성이 나섰다.
“제가 파천도군입니다만.”
“이번 오황자 납치사건으로 조사할 것이 있으니 지부로 같이 가주셔야겠소.”
임요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