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24
청풍표국 최강식객 124화
124화. 무림맹으로 가는 길(2)
원래 관과 무림은 어지간한 일에서는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다.
무림인들끼리의 싸움에서 일어난 살인을 관이 아닌 무림맹 지단에서 처리하는 게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 사안이 중대한지라 같이 가줘야겠다는 관리의 설명에 임요성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표행 건은 임요성이 주축으로 이뤄진 작전이라 그가 없으면 이 표행은 중지해야 했지만, 제3기마대주 적천수는 표행을 강행했다.
빠듯하게 시간을 산정했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모를 조사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그들만으로 충분히 호위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대신 홍국헌이 총표두로서 표행을 이끌기로 했다. 길잡이는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홍국헌도 남으려 했다.
역모에 얽혀 관아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건 일반인한테는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고초를 겪다 나오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자신은 강호인이었고, 무위를 감안한다면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울 수는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임요성의 말에 홍국헌은 걱정을 접고 표행 길에 올랐다.
그렇게 호법인 여산홍만 남고 모두 표행을 떠났다.
“주군. 괜찮을까요?”
여산홍은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고 하나 이 일은 자칫 역모에 휘말릴 수 있는 큰 사안이었다.
“큰일 없을 거네. 그날 함께했던 이들이 증언을 했으니 대략적인 교차검증차 불렀겠지.”
그렇게 도착한 영주부 관아에는 추관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흥! 그러니까 당신들이 왔을 땐 이미 다른 의문의 세력들이 오황자님을 빼돌리려는 상황이었다?”
조사관의 말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쾅!
“어디서 발뺌을 하려 들어! 앙? 당신 강호인들 다 짜고 친 거 아냐? 너희들은 모두 사람이나 죽이는 인간 백정들이 아닌가 말이야!”
“말이 심하군.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핍박하는 것이오?”
“증거가 뭣이 필요한가! 역모는 즉결처분감인데. 연루되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냐! 고문을 받아야 정신을 차리겠나!”
임요성은 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짜고짜 이렇게 거세게 몰아붙이는 걸 보니 어떤 증거나 증언을 확보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잠시 나가 있게. 도찰원에서 직접 사람이 나왔네.”
그때 영주부 지부대인이 직접 누군가와 함께 들어왔다.
“도, 도찰원에서요?”
깜짝 놀란 추관이 일어섰다. 중앙정부 최고의 감찰기관이 떴다니!
확실히 이번 일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퍼뜩 자리를 비웠다.
“그럼 말씀 나누시지요.”
지부대인 역시 자리만 안내하고는 자리를 비웠다.
관복을 입은 사내가 천천히 임요성 맞은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임요성은 그가 들어올 때부터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자신이 황실을 떠나올 때 황제를 지키던 바로 그 금의위 무사였다.
“오랜만이군, 흑표.”
“이제 흑표란 이름을 버린 지 오래요. 남진무사.”
임요성의 대답에 남진무사라 불린 사내가 피식 웃었다.
“나야말로 남진무사 자리를 내어놓고 그분의 수신호위가 된 게 언젠데. 자네나 나나 둘 다 틀렸군. 그냥 호위장이라 부르게. 난 뭐라 부르면 되겠나?”
“그냥… 임 총사라 부르면 되오.”
“음, 임 총사. 식객으로 있다던 표국의 직함인가?”
“표국에 있다는 건 어찌 알았소?”
“자네에 대한 그분의 관심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자네에 대한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정도네. 그분 직속이지.”
호위장의 말에 임요성의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자신은 바쁜 일상 속에서 황제를 생각하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념을 털어낸 임요성이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오?”
임요성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던 호위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전 대학사 조상연을 알고 있나?”
“음… 역시 그 문제군. 알고 있소. 그자가 오황자를 빼돌려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도.”
“그렇군. 우리도 그자의 의도를 눈치챈 지 오래일세. 그래서 이번에 조사차 은밀히 내가 내려왔지.”
역시 황제께선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지독한 정쟁을 뚫고 황위에 오른 인물. 모를 리가 없다.
“호위장이 여기 있으면 지금 그분의 호위는 누가 하는 거요?”
“걱정 말게.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 그분께선 은밀히 안가에서 지내고 계시네. 그분과 똑같은 인물을 내세워 대리 통치하고 계시지. 솔직히 내가 봐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야. 그리고 안가에는 나와 비슷한 경지의 무인들이 상시 호위하고 있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가에 꼭두각시까지.
아직 황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온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그리고 영주부 일은 걱정말게. 아마 누가 잘 모르고 고발을 한 것 같은데, 증거불충분으로 풀려 날게야. 그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 며칠만 쉬다가 나간다고 생각하게.”
“알겠소. 그런데 겨우 이 말 때문에 날 만나러 온 거요?”
“후후. 그럴 리가. 그분께선 이번 일을 중대하게 보고 계시네. 관무불가침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역모를 꾀하는 건 꽤 신선한 접근이지. 그리고 조상연이 실각한 이후 도망친 그의 집을 조사하던 중 타다 남은 서류에서 묘한 정보를 알아냈네.”
“묘한 정보?”
“그렇네. 혹시 이혼대법이라고 들어봤나?”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단어만 들었을 땐 좀 허황되게 느껴지는군.”
이혼대법. 혼을 옮기는 대법이라는 말이다.
과거 마교의 사술 중에 그런 게 있다는 강호백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호위장도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네. 노인네가 늙어서 이젠 이런 것까지 믿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무시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네.”
가만히 호위장을 보던 임요성이 피식 웃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혹 조상연 그자가 오황자를 데려가서 몸을 빼앗는다던가 뭐 이런 얘기를 하려거든 그만두시오.”
“역시. 바로 거기까지 유추를 하는군. 하지만 생각해보게. 자네가, 아니 우리가 펼치는 무공을. 솔직히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무공을 저 시골 아낙에게 말한다면 이해를 해주겠나?”
“음….”
임요성은 문득 며칠 전 혈강마검을 몸에 받아들일 때가 떠올랐다.
사실 그때의 느낌을 말로 설명한다면 그게 더 황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혈담에서 천년교룡을 만난 것도 누가 듣는다면 헛소리라고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럼 왜 오황자가 납치되는 걸 보고만 있었소? 미리 알고 와있었다면 도와줄 수 있지 않았소?”
임요성의 추궁은 합당했다.
영주의 일을 듣고 출발했다면 결코 며칠 안에 도착했을 리가 없다.
미리 알고 와있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차라리 오황자가 탈취되기 전에 미리 움직여 막았어야 했다.
조상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하지만 그랬다면 조상연 그자의 은신처를 찾아 뿌리를 뽑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설사 이혼대법이 성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오황자의 ‘얼굴’을 알고 있으니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나? 모르면 대응하기 힘들지만 알면 다르지.”
“그럼 일부러 오황자를 놔주었다는 말이오?”
“그렇네. 강호에서 사용하는 천리추종향을 미리 오황자에게 뿌려뒀지. 보초를 서는 포졸을 이용해 그가 입은 옷에 뿌려두었었네. 아마 지금 내 수하들이 열심히 그들의 뒤를 쫓고 있을 걸세.”
“음….”
나름 합리적인 계획이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의미는 있는 작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상황에 대한 설명은 잘 알겠소. 이제 여기 나를 만나러 온 진짜 목적을 얘기해보시오.”
임요성은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자 여기 온 건 아니란 걸 느꼈다.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다.
“후후. 사람 참. 눈치는 여전하군.”
과거 한창 불량인과 금의위가 격돌할 때 남진무사였던 그는 내심 삼황자 편이었다.
우연히 만났던 그의 성품에 매료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때 마주쳤던 불량인 흑표는 그야말로 악귀였다.
무공 자체는 지금이 높을지 몰라도 그때의 흑표는 무공과는 상관없이 무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호위장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툭.
황금으로 된 원형패였다. 앞부분에 ‘育善門主(육선문주)’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번 일은 관의 힘만으로 해결하거나 무림에 그냥 맡겨만 두어서는 될 문제가 아니란 것이 그분과 참모진의 생각일세. 그래서 관과 무림, 두 세계의 힘이 합쳐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
임요성이 실눈으로 쳐다봤다.
“그 말은…?”
“그렇네. 관과 무림을 아우르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그분과 참모진의 의견이 일치했네. 그리고 그 적임자는….”
호위장이 임요성을 빤히 쳐다봤다.
임요성이 앞에 놓인 황금패를 내려다봤다.
“명령…입니까?”
“아닐세. 그분께서는 부탁이라고 전해달라고 하셨네.”
“부탁….”
이제 황제는 그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부탁할 뿐인 것이다.
그 말이 왠지 가슴을 찔렀다.
호위장의 말소리가 다시 들렸다.
“조직의 이름은 육선문(育善門). 선(善)을 육성한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악을 응징하는 다른 의미의 말이지. 육선문의 문주는 형식상 그분 이하 그 누구도 감찰이 가능하네.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주는 대신 일인조직이네. 자네가 곧 문주이자 유일한 문도일세. 자네가 허락한다면 각 성을 관할하는 최고위직에 먼저 명이 내려갈 것이네.”
“만약 제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이건 그분과 자네의 관계로 인해 생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분이나 자네나 둘 중 누구라도 먼저 세상을 뜬다면 이 육선문은 사라지네. 그러니 자네가 거절한다면 이 계획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는 거지.”
어차피 자신은 이 일을 해결하려 했다. 자신과 동료들의 희생으로 이룬 황위. 그것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이었다.
그런데 황제는 공적인 영역으로 다시 자신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무슨 생각하는지 아네. 자네가 나갈 때 왠지 홀가분해하는 눈빛을 잊을 수 없지. 자네는 아마 태생적으로 여리고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였을 거야. 하지만 많은 동료가 죽어 나가는 환경 속에서 자기 사람, 그리고 자기가 지켜야 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을 테지. 그리고 모든 걸 이뤄졌을 때의 공허함과 그것을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겠지.”
가만히 듣고 있는 임요성을 보며 호위장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떤가? 밖으로 나간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있던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소중한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지. 그리고 그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오고. 자신의 능력이 커질수록 지킬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나지.”
“….”
“내가 봤을 때 자네라는 방패는 세상을 아우를 정도로 거대하네. 부디 육선문의 문주가 되어 그분을 지켜주시게.”
호위장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