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30
청풍표국 최강식객 130화
130화. 무림맹 입성(1)
본명 사준혁(査俊赫). 활동명 흑월(黑月).
그는 현 황제의 호위장인 유재희(游在熙) 직속 부하다.
금의위에 있을 때부터 당시 남진무사였던 호위장의 심복이었으며, 그가 황제의 수신호위로 옮기자 따라서 금의위를 그만두었다.
어차피 그는 음지에서 활동하던 이라서 금의위라는 간판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직속 수하가 되면서 호위장이 직접 만든 정보단의 단주가 되어 황제도 대면하는 등 지금의 삶이 더 만족스러웠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정적에 대한 감시.
많은 이들을 처단하고 황위에 오른 황제였지만, 아직도 황위는 위태로웠다.
그만큼 황제를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의 뿌리는 깊고도 넓었다.
호위장이 직접 관리하는 정보단은 주로 천하전장의 비밀구좌를 이용했다.
늘 여기저기 이동을 해야 하는 그들의 업무 특성상 한군데 진득하게 있으면서 전서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천하전장 각 지부, 그리고 지점에까지 비밀구좌를 만들어 수신인만 기재된 암어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럼 지점 어디에서든 자신에게 온 암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준혁은 이번에 영주로 급파되는 무림맹 조사단의 일이 비단 비고의 확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당분간은 영주에 있으면서 그들을 주시하라는 명을 받는다.
그런데 영주로 가자마자 호위장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가 직접 내려올 정도로 이번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받은 명령. 오황자의 뒤를 쫓으라는 것.
정보단 내에 특별히 사용되는 추종향을 통해 사준혁은 오황자의 뒤를 쫓는다.
그의 외모는 너무 평범해서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다음에 보면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준혁은 수시로 옷을 바꿔입고, 얼굴도 변장을 통해 자주 바꿨다.
오황자를 호위하는 여섯 명의 무위는 깜짝 놀랄 정도였고, 여차하면 오황자를 빼돌리라고 했던 호위장을 속으로 욕할 정도였다.
저들 중 한 명만 해도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강자인데, 그런 이들이 다섯이 더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빼돌리란 말인가.
그들의 뒤를 들키지 않고 추적한다는 것만 해도 사준혁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 줄 알려주는 단적인 예였다.
그렇게 한참을 쫓아가서 그들이 은신한 곳을 찾아낸 사준혁은 소주에 있는 천하전장 강소성 지부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소주에는 전장지부가 있어서 바로 다른 지부로 암어를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이 숨어든 곳을 감시하며 다시 호위장의 암어를 확인하고는 암어가 적힌 종이는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호위장이 말한 곳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 * *
“단주님. 찾는 분이 계십니다.”
청풍표국의 주력무사단인 청풍단이 머무는 전각에 누가 찾아왔다는 전갈에 단주인 일검이 접객청으로 들어갔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평범한 차림의 사내였다.
인상도 쓱 지나가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검은 이런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일급 살수이거나 정보원에 특화된 인물.
문득 묵천으로 영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청풍단의 단주요. 날 찾았다고?”
사내, 사준혁이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호위장이 말한 곳은 바로 청풍표국이었다.
“맞습니다. 음.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영주에서 오황자의 뒤를 쫓아온….”
“아! 더 설명할 것 없소. 이미 저희 총사께 전서를 받았소.”
일검의 말에 사준혁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습니까? 하하. 다행이군요. 어디까지 알고 계실지 몰라 설명하기가 난감했는데.”
임요성은 호위장을 만나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표행단을 따라잡기 전에 청풍표국으로 다시 전서를 날렸다.
가장 빠른 지급으로.
그래서 일검은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저희 총사께서 그대들의 일에 적극 협력하라는 말과 함께.”
“네. 저도 들었습니다. 저 또한 지급으로 날아온 암어를 확인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청풍표국에 의지하라는 전언을 확인했습니다. 우선 어떻게 된 건지 말씀을 드리자면….”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일검이 그의 말을 제지한 다음 단원을 불러 뭔가를 지시했다.
“그동안 잠깐 차나 한잔 듭시다. 또 올 사람들이 있소.”
“아, 네.”
그렇게 둘이 차를 홀짝이는데 일검이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혹시 우리 총사님과 예전부터 알던 사이요?”
일검의 말에 사준혁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습니다. 저 역시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단지 그땐 그분이 계시던 곳과 제가 몸담고 있던 곳이 적대관계여서 그분 때문에 저희 쪽이 많이 곤혹스러웠지요. 아, 하지만 제가 모시는 직속상관께서 중립을 지키셔서 저는 그분과 부딪힌 적은 없습니다. 그랬으니까 지금도 이렇게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일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금의위 세력을 양분하던 북진무사와 남진무사 쪽의 생각이 달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남진무사가 적극적으로 합세했다면 무척 어려웠을 거라는 이야기도.
그때 접객청의 방문을 열고 세 사람이 차례로 들어섰다.
두혜련과 노준경, 그리고 구용식이었다.
두혜련은 표국의 소국주로서 당연히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야 했고, 노준경은 개방의 방주로서 이번 일에 꼭 함께하라는 임요성의 전갈이 있었다.
그리고 구용식은 실질적으로 현재의 묵천을 움직이는 두뇌였기에 당연히 참석을 해야 했다.
세 사람이 들어서자 모든 인원이 맞춰졌고, 자신을 호위장 직속 정보단의 단주인 사운혁이라고 밝힌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영주에서부터 추종향이 묻은 오황자를 추격했고, 공교롭게도 소주까지 왔다는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럼 바로 지척에 그들을 두고도 몰랐다는 말이군.”
노준경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대개방의 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 소주는 개방의 방주가 와있었기에 다른 지방에서 지원을 와서 거지들로 바글바글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들의 근거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수치였다.
“너무 자책하지 마시지요. 아마도 그에게 동조하는 관리들이 교묘히 방해를 해서 그럴 겁니다.”
일검이 위로를 했지만 노준경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여러분들께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그럼 우선 저는 어머님께 말해볼게요.”
두혜련이었다. 그녀는 요즘 곽구의 어미인 기영란에게 주안술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미모는 날개를 달았고, 현재는 강남오화에 이름을 올렸다.
혹자들은 강남제일미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그녀는 영주의 일이 끝나고 바로 표국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임요성이 하남의 무림맹으로 간다는 전서에 적잖이 실망했다.
다른 것보다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바쁜 남자를 만나는 자신을 탓해야지.
두혜련의 말에 구용식도 나섰다.
“그럼 저는 소주 전체의 묵천에 사준혁 님….”
“그냥 흑월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아, 네. 흑월님께 적극 협조하라고 전달해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노준경이 입을 열었다.
“내 바로 코앞에 근거지가 있었다는 걸 용납할 수 없네. 개방도들에게 명령을 내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해두지.”
그렇게 사준혁을 중심으로 환희궁, 묵천, 개방의 인원들이 오황자를 위시한 조상연의 근거지를 감시했다.
근거지를 들고나는 사람들, 그들의 전력, 또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철저히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근거지를 급습, 그들, 아니 택화림이라 불리는 이들을 소탕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조상연의 부하들은 청풍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주에 있는 자신들의 조력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 * *
따그닥. 따그닥.
무창에서 출발한 임요성 일행은 그 이후로는 아무런 방해 없이 무림맹까지 입성할 수 있었다.
중원 무림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을 보자 임요성도 마냥 무덤덤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황궁을 나올 때 황제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더 그랬다.
무림맹주가 되어 자신을 많이 도와달라던.
‘무림맹주….’
그는 어떤 사람일까. 듣기로는 덕과 인품을 갖춘 인물이라 했다.
하지만 사람은 실제로 봐야 알 수 있는 법.
무림맹 정문에서 신분을 확인받은 적천수의 뒤를 따라 맹성으로 들어가자 밖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외성 곳곳에 포진된 수비대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고, 무림맹 정복을 입고 외성 안을 오가는 이들 역시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는 그만큼 수장이 바르게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맹주를 보지 않았음에도 호감이 느껴졌다.
특히 임요성은 황성에서 많은 경비대와 군인들을 봐왔기에 이런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외성을 지나 내성문까지 통과하자 누군가가 나와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임 공자. 아니, 이제 임 총사라 불러드릴까요?”
입가에 살짝 어린 미소에 앞에 있던 적천수가 입을 쩍 벌렸다.
설상빙화(雪上氷花), 눈 위에 핀 얼음꽃이라는 별호에서 말해주듯이 눈앞의 그녀, 제갈연은 결코 웃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미소를 짓다니.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애석게도 적천수가 아닌 그 뒤 임요성이었다.
“오랜만이오, 제갈 소저. 아니 여긴 무림맹이니 제3군사부장이라 해야 하나.”
“훗. 편한 대로 부르세요.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다른 진천성분들도 같이 가시죠. 지금 긴급회의 때문에 팔문팔가의 수장들께서도 모두 맹에 들어와 계십니다.”
제갈연의 말에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간 너무 고초를 겪어서인지 가문의 어른들이 와있다는 말에 자신들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대주께서는 오늘 실어 온 물자들을 따로 무림맹 특별창고에 넣어두세요. 조만간 총군사께서 따로 치하를 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적천수가 짧게 대답하고는 짐마차를 인솔했다.
군사각주나 맹호단주나 서열상 한 끗 차이라 군사각의 부장인 제갈연이나 타격단의 대주인 적천수 역시 큰 차이가 없어 서로 존중해주는 편이었다.
홍국헌은 다른 인솔자를 통해 내성에 마련된 전각으로 이동했다.
사실 내성에는 무림맹에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에게만 거처가 배정되기 때문에 제갈백규가 임요성의 편의를 많이 봐준 것이다.
제갈연을 따라 무림맹의 맹주전으로 가는 동안 일행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임요성은 원래 말이 없었고, 다른 이들 역시 그들이 속한 곳의 특성상 맹에는 몇 번 와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제갈연이 임요성을 힐끔거렸지만 다른 이들이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다.
삼엄한 경비를 지나 전각의 가장 꼭대기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엄격한 군기를 반영하듯 그들을 보고 수군거리거나 하는 이는 없었다.
보통 진천성들이라 하면 선망의 눈초리, 혹은 질투, 호기심, 여러 감정의 편린이 얼굴에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 그들의 얼굴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눈에 익히며 올라간 임요성의 눈앞으로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며 거대한 대전의 풍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