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31
청풍표국 최강식객 131화
131화. 무림맹 입성(2)
임요성 일행이 무림맹으로 입성하기 전, 총군사 제갈백규가 맹주인 모용천을 보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맹주님, 괜찮으십니까?”
막 회의를 끝낸 모용천의 안색이 창백했다.
그나마 신의가 주고 간 처방 덕택에 병증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중독 자체가 나아진 건 아니었다.
점점 죽음으로 향하는 맹주의 모습을 보며 제갈백규의 근심도 깊어갔다.
“괜찮네. 그나저나 오늘 그 아이들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막 개봉에 들어서면서 전서를 보냈으니 지금쯤 도착할 때가 되었겠군요.”
“으음. 그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잠시 운공을 해야겠군. 호법을 좀 서주겠나?”
“물론입니다.”
범 같은 수장들의 기세를 받아내느라 모용천의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우웅!
금세 운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제갈백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모용천은 대연회에서 만약 자신에게 어떤 조금이라도 강제성이 느껴지는 순간 심맥을 터트려 자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 상대를 알게 된다면 그의 모고를 터트려 동귀어진을 하거나.
물론 그 생각을 직접적으로 제갈백규에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원고시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신의가 다른 치료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어찌 됐든 맹주의 생명은 대연회가 마지막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맹주의 눈이 떠졌다.
“후우우.”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음. 한결 낫군. 자네가 깨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군. 대단한 기운이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후후후. 내 비록 삼신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런 거대한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네. 이 기운은 아마도… 그 아이일 테지.”
약간 피곤한 얼굴을 한 모용천의 눈에 살짝 흥미롭다는 표정이 비치자 제갈백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까딱했다.
그러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챈 제갈백규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아이의 성취가 그 정도란 말입니까? 비무대회 때만 하더라도….”
“흠. 아마 그사이 또 성취가 오른 모양이군. 공천진인께서 본인이 그 자리에 도착했을 때 혁련궁주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 했는데 아마 그때 어떤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지.”
“대단하군요. 혈궁주라면 당연히 그 아이를 죽여 후환을 없애려 했을 텐데. 그 상황에서도 뭔가를 얻다니.”
“원래 영웅은 악운에 강하지. 근래 강호가 평안하여 악운의 시험에 들 젊은이가 없었는데, 그 아이가 그 시험을 통과한 모양이군. 잘된 일이야.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창밖에서 불어오는 미풍을 기분 좋게 즐기는 맹주를 보며 제갈백규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뒷방 늙은이가 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눈을 뜬 모용천이 피식 웃었다.
“내가 뭐라고 했나? 괜히 그러는군.”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은 죽음까지도 함께할 전우였다.
그때 대전을 지키는 위사가 조심스럽게 전해왔다.
“영주에서 오신 진천성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음. 들어오라고 하게.”
“예.”
그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 * *
신비로웠다.
임요성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 말로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이 세상이 아닌 천상의 무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가 내뿜는 편안한 기도에 더 관심이 쏠렸다.
“뭐 해? 인사 올려야지.”
팽원호가 옆구리를 툭 쳤다.
소주에서 영주로 가는 조사단의 단주는 팽원호가 맡았지만, 현재 그들 무리를 이끄는 이는 임요성이었다.
이미 그들 사이에 얘기가 된 사항이었다.
“아, 영주 비고 관련 조사를 마치고, 무사히 표물의 호송을 완수한 임요성 외 8인, 맹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임요성이 절도 있게 포권을 취하자 다른 이들이 따라서 예를 취했다.
그는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식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 꽤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오! 어서들 오게. 자자, 여기 앉게. 이번 일이 워낙 큰일이었는데 정말 고생 많았네.”
인자한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한 맹주의 손짓에 모두 대전의 거대한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음. 자네가 바로 그 유명한 파천도군인가?”
“유명하다니 듣기 민망합니다.”
“하하. 요즘 자네 이야기로 온 중원이 떠들썩한데 안 유명하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유명하다고 해야 할꼬? 지금 자네를 보니 파천도군이 아니라 파천황이라 해도 되겠군.”
부드러운 눈길로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하는 모습의 맹주가 인상적이다.
황제까지 보필하고 숱한 조정 고관대작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앗은 임요성이 맹주를 본다 하여 긴장할 일은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맹주의 배려였지만, 그런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모용천은 다른 이들에게도 돌아가면 안부를 물었다.
임요성이야 이 자리에서 처음 봤지만, 다른 이들은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무림맹에 들어왔을 때 본 적이 있거나, 사문이나 가문에 공무차 방문했을 때 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안부를 묻던 중 임요성의 목도리에 시선이 닿았다.
“오? 지금 목에 두르고 있는 거 혹시 내가 자네에게 선물한 것 아닌가?”
맹주의 말에 다른 진천성들이 임요성을 쳐다봤다.
“맞습니다. 감사히 잘 쓰고 있습니다.”
“하하. 어떻게, 좀 도움이 되던가? 손이나 발을 보호할 정도는 되지만 호신용 옷을 만들기엔 좀 양이 적어서 쓰기가 애매했는데 목도리로 감았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름 쓸모가 많더군요.”
임요성도 처음엔 호신용으로 다시 제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여서, 천잠사를 다룰 재단사를 만날 때까지는 편하게 목도리에 두르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혁련희와 맞붙으면서 격투 시에 많은 도움을 받자 그냥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래? 그것참 다행이군. 아, 자네들은 모르나 보군. 비무제 우승 기념으로 내가 내린 선물이네. 뭐,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는 있지만.”
굳이 신의를 만나게 해준 보답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웃고 즐기는 자리지만 어쨌든 이들은 팔문팔가의 후손들.
괜히 책잡힐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맹주의 말에 다른 진천성들이 살짝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용천은 혹시나 임요성을 난처하게 할 것 같아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래, 중간중간 보고를 듣기 했지만 직접 들어보고 싶군.”
맹주가 눈을 빛내며 묻자 임요성이 팽원호를 쳐다봤다.
맹주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조사단의 단주로서 영주까지 이끈 팽원호가 적격이었다.
팽원호는 손짓, 발짓을 곁들여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소주에서 시작해서 영주로 가는 길에 의문의 단체가 습격한 일에서는 모용천도 자기 일처럼 분개했고, 비고를 막고 있던 이들을 해치운 대목에서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호송단을 습격한 녹림도와 혈랑대를 설명할 때는 다른 진천성들도 달려들어 그 일의 배후인 언충호와 서문관을 성토하고 비난했다.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갈백규가 묘한 표정을 짓다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음. 그건 내가 설명하지. 사실 자네들이 오기 전에 한 가지 보고를 받았는데… 바로 서문가주가 죽고, 언가주는 실종되었다는 내용이네. 혹시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가?”
제갈백규의 말에 오히려 진천성들이 당황했다.
그들은 무창부에서 이곳까지 작은 길을 이용해 줄곧 쉬지 않고 왔기 때문에 큰 도시에 들러 이런 소문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죽고, 다른 이는 실종됐다니?
“소문에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반목이 있어 언충호가 서문관을 죽이고 도주했다는군. 그래서 지금 언가와 서문세가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네. 현장에 있던 시신들에 뇌기가 침습한 흔적이 있어, 서문가주가 죽기 전 폭주를 하지 않았나 하는 말도 있더군.”
제갈백규가 은은한 웃음을 띄고 후기지수들을 훑었다.
그리고 임요성만이 그 소식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음을 눈치챘다.
“아아, 뭐 그런 얘기는 굳이 여기서 할 필요가 있겠나? 여기까지 오느라 여독이 많이 쌓였을 텐데 어여 가서들 쉬게나. 조만간 자네들과 함께 어른들도 초대해서 식사나 하지. 아, 파천도군 자네는 잠깐 남도록 하게.”
다른 진천성들이 나가고 임요성만 남자 모용천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자, 전음으로 남아 있게 해달라고 한 이유가 무언가?”
“예? 임 공자가 맹주님께 전음을 보냈습니까?”
“허허. 그렇다네. 내 지금까지 후기지수가 전음을 보내 이래라저래라하는 꼴을 당하기는 처음이군.”
말은 그랬지만 모용천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팽원호가 보고를 끝마칠 때쯤 날아든 전음.
실로 대단한 전음이었다.
대체로 전음은 음파에 내공을 실어 보내는 것이라 입술을 달싹이거나 미세한 소음이 난다.
그래서 고수들은 상대가 전음을 보내고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게 되는데 임요성은 아무런 표시도 내지 않고 완벽하게 전음을 보낸 것이다.
마치 소림의 최상승 전음술인 혜광심어처럼.
하지만 혜광심어는 소림의 독문전음이라 임요성이 익혔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아마도 별도의 전음술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모용천의 옆에서 제갈백규의 말소리가 들렸다.
“거참. 자네도 대단하군. 그래, 왜 그랬나?”
제갈백규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턱.
임요성이 품에서 천잠사로 짜인 작은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그게 뭔가?”
제갈백규가 묻자 임요성이 담담하게 답했다.
우웅!
그들의 주위로 기막이 펼쳐졌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기막이라니.
모용천의 놀람은 이어지는 말에 경악으로 바뀌었다.
“제 생각엔 총군사께서 말씀하신 원고시인 것 같습니다.”
“뭣이!?”
“……!”
제갈백규가 벌떡 일어나 임요성을 노려봤고, 모용천도 놀란 눈을 치켜떴다.
“이,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설명을 좀 해보게!”
말은 안 했지만 모용천도 빨리 말해보라는 표정이었다.
“생각하시는 바가 맞습니다. 영주의 비고에서 이걸 발견했습니다. 만년한철로 된 작은 함 안에 있던 건데, 들킬 우려가 있어 보자기만 챙겼습니다. 제가 볼 때는 고독의 사체 같은데, 평범한 고독을 사체로 만들어 보관하지는 않을 것 같아 원고시라고 생각했습니다.”
“허어…!”
“으음…!”
“자, 잠깐! 그 함도 같이 가지고 왔는가?”
“아마 짐마차에 실려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제갈백규가 허옇게 뜬 얼굴로 허둥거렸다.
“오랜 세월 사체로 그 형태를 유지해왔네. 아마 그 함에 어떤 비밀이 있을 게야. 부패를 방지해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랑 같이 가세. 자네가 봐야 알지 않겠나! 지금 신의를 불러도 아무리 빨리 와도 보름은 걸릴 텐데!”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도착하실 겁니다.”
“뭐?”
“…?”
제갈백규는 이제 놀라다 못해 아예 바닥에 주저앉을 지경이 되었고, 모용천도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제가 봤을 땐 분명 원고시라는 생각이 들어 영주에서 출발하면서 신의께 전서를 보냈습니다. 아마 신의께서도 거의 도착….”
임요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사의 말이 들려왔다.
“맹주님. 전각 아래 신의께서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허어! 이런 일이… 자네 정말 이렇게 놀래긴가!”
제갈백규가 고개를 저으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허허. 거참. 젊은 나이에 하는 행동은 몇십 년 굴러먹은 노강호(老江湖) 같군그래.”
원고시가 되었든 아니든 그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일 처리를 한 것은 어찌 됐든 자신을 위해서였다.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모용천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임요성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