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33
청풍표국 최강식객 133화
133화. 장강의 앞 물결(2)
일 장 정도를 뒤로 밀려난 황보웅이 저릿저릿한 팔을 쳐다봤다.
“으음….”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게 얼마 만이던가.
자신을 뒤로 밀려 나가게 만든 권위강(拳僞罡)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웬 젊은 놈 하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무심함이 더 열 받았다.
“후우. 네 녀석은 뭐냐?”
임요성은 그가 적당히 하다가 끝낼 거라 생각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클 테니 분풀이를 하는 거라고.
그래,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아마 자신이 그런 일을 겪어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런데 황보웅은 분풀이 선에서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경지에 이른 고수는 큰 상관이 없다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몸에 결손이 생긴다면 그 벽을 넘기가 무척 어렵다.
당장 균형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나마 장애를 극복하고 경지에 이르면 몰라도, 그동안 포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이들은 이미 전우였다.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들 어려움을 같이 겪은 사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내 사람을 해하려 한다? 안 될 말이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었기에 예는 차렸다.
“파천도군 임요성이라 합니다. 선배께선 혹시 권웅 황보웅 가주님이 아닙니까?”
임요성이 자신을 소개하자 주위에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허어. 저 친구가 이번에 비무대회를 우승했다는 바로 그 친구구먼.”
“말로는 야차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다던데 의외로 귀공자처럼 생겼는데?”
“이번에 조사단으로 영주에 갔다던데 돌아온 모양이구먼.”
임요성의 소개와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들로 그제야 누군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보웅이 낮게 웃었다.
“크흐흐흐. 팽가주가 별 시답잖은 별호를 내린 놈이 있다더니 네놈이었군. 지금 이 공격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렷다?”
그의 부리부리한 눈이 번뜩였다. 마치 눈앞의 사슴을 잡아먹으려는 야생의 곰처럼.
임요성의 등장에 다른 진천성들을 향해 있던 모든 원망이 이제는 그에게 향하는 황보웅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는 아버지를 보며 황보익이 기겁을 했다.
“아, 아버지! 안 됩니다! 저 형님은 절대….”
진탕되는 가슴을 겨우 부여잡으며 일어섰다.
황보웅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크흐흐. 걱정 마라. 죽이지는 않으마. 단지 ‘죽을 만큼’ 짓이겨 주지! 감히 강호의 선배에게 대든 대가가 무엇인지!”
“아버지! 그게 아니라…!”
황보익이 머뭇거렸다.
아버지가 지금 자신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임요성이 아버지에게 해코지를 당할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버지가 씻을 수 없는 치욕과 함께 무너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임요성은 절대 손속에 사정을 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다거나, 자기편이 되지 못할 바에는 무자비하게 손을 쓰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미처 할 수가 없었다.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형님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하지만 아들의 걱정 어린 눈빛은 깔끔하게 무시한 황보웅이 주먹을 말아쥐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네놈의 버릇을 고쳐주마!”
황보웅의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주먹이 임요성의 얼굴로 포탄처럼 날아갔다.
권강에 휩싸인 주먹이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소문으로 듣자니 초절정은 밟았다고 하니 위강은 쓸 수 있을 테고, 어찌어찌 막아는 내겠지.
단지 적절히 두들겨주고 선배의 무서움을 알려주려 했다.
그런데….
쿠아아앙!
황보웅의 눈에 하늘이 보였다.
천강수 질법3식, 천양전도(天壤顛倒), 이른바 하늘과 땅이 뒤바뀐다는 초식으로 비무제에서 아들이 당했던 업어치기를 똑같이 당한 것이다.
성질 급한 건 아비나 아들이나 똑같았다.
단지 아비가 몸이 좀 더 단단해서 황보혁처럼 바로 기절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달랐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중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육중한 몸이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는 것보다 이름 모를 청년이 상천십좌를 순식간에 바닥에 메다꽂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질법은 저잣거리 파락호들이나 쓰는 잡기술이지 상승무공을 쓰는 초고수들에게는 잘 나오지 않는 광경이다.
닿으면 살이 그대로 잘려 나갈 검기류나 강기류의 무공이 사용되고, 강철도 두부처럼 자를 만한 신병이기를 보유한 이들도 많은 강호에서 괜히 몸이 접촉하는 질법은 지양하는 편이었다.
그만큼 임요성이 펼친 질법이 그걸 모두 상쇄할 만큼 빠르고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무려 상천십좌에 사용할 만큼.
“하!”
육중한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 황보웅의 눈에 광기가 사라졌다.
대신 그보다 더한 호승심이 담겼다.
‘좋지 않군.’
임요성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광기에 휩싸여 마구잡이로 공격했다면 이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덤빌 것이기 때문이다.
어깨를 빙빙 돌리고, 목을 까딱거리던 황보웅이 임요성을 마주했다.
“무기를 들어라.”
“꼭 그리해야겠습니까?”
“따고 째겠다는 거냐?”
임요성이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대신 제가 이긴다면 더 이상 아드님에 대한 분풀이를 저희에게 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좋다. 대신 내가 이기면 너의 말 하나를 가져가겠다.”
“그렇게 하시죠.”
담담히 받는 임요성을 보며 황보웅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놈이?’
상천십좌를 상대로 저리도 당당한 모습이라니.
이번에 비고에서 뭐 좋은 약이라도 처먹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릉.
임요성이 흑아를 빼 들었다.
무려 상천십좌다.
근래 성취가 높아졌다고 하나 늙은 생강이 매운 법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우우웅!
황보웅의 몸 주위로 강맹한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호신강기가 발동된 것이다.
진짜 제대로 하려는 모습에 구경꾼들이 두려운, 하지만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들 역시 한 지역에서 한가락 하는 인물들이거나 내성의 경비무사들도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그들도 느꼈다.
“먼저 오게.”
상천십좌의 자존심일까.
손을 까딱하는 그를 보던 임요성의 신형이 퍽! 하며 사라졌다.
파바바방!
눈 깜짝할 사이 수차례의 도격이 황보웅의 호신강기를 두드렸다.
“크읍!”
임요성의 도격을 막아낸 손바닥이 저릿저릿했다.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오는 선명한 고통.
너무 빨라 막아내기에만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파바바방!
다시 이어지는 도격의 세례!
‘젠장! 뭐가 이리 빨라!’
보통 빠름에 집중하면 무거움을 잃는 것이 정석인데, 이건 빠르면서도 한 방 한 방에 무시할 수 없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황보웅의 마음이 급해졌다.
“크아압!”
권강이 실린 주먹에 뇌력이 들기 시작했다.
황보세가의 독문무공 벽력신권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꾸르르릉!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뇌성(雷聲)과 함께 곰처럼 둔해 보이던 그 육중한 몸에 속력이 붙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권법과 장법이 연이어 펼쳐졌고, 황보웅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작은 임요성이 여리여리한 칼로 그의 거대한 주먹질을 막아내는 모습은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저! 저! 막아야 하는 것 아니오? 이러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가 아예 망가져 버리겠소!”
둘의 비무를 보고 있던 한 중년인의 외침에 다른 이들도 웅성거리며 동조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황보웅이 질 거라는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주위의 그런 소란에도 내성의 수비대, 특히 수비대주 신창문은 실눈을 뜨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저… 대주님. 말려야 하는 것 아닐까요? 들어보니 저 공자가 파천도군이라는데 괜히 아까운 청춘 하나 골로 가는 것 아닙니까?”
부대주 고영만이 은근히 물어왔다.
둘은 신의가 왔다는 말에 내성 수비대원들에게 좀 더 경비에 신경을 쓰라는 말을 하고 다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성 특별 전각에서 싸움이 났다는 말에 급히 달려온 것이었다.
첨엔 신창문도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잠깐 있어 보게.”
콰과과광!
뇌기가 땅에 적중했으나 시커멓게 탄 그 자리에 임요성은 없었다.
쉬리릭!
따다다당!
임요성의 흑아를 다시 강기가 실린 손바닥으로 털어낸 황보웅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아래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휘익!
마치 고양이처럼 몸을 뒤집은 임요성의 흑아가 그대로 황보웅의 미간을 찔러 들어갔다.
“크읍!”
급히 몸을 회전하며 수도로 흑아를 쳐낸 황보웅이 내려서는 임요성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화아악!
그 순간 임요성의 발이 마치 뱀의 그것처럼 팔을 감아왔고, 관절이 꺾이는 극심한 고통에 황보웅이 황급히 멱살을 놓으며 뿌리쳤다.
하지만 그 와중에 흑아가 황보웅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으음….”
다행히 깊지는 않았지만 황보웅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런 고통, 그리고 몸의 상처.
도대체 얼마 만인지….
우르르릉!
갑자기 하늘에 뇌운이 모이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황보웅의 눈에 푸른 뇌전(雷電)이 맺혔다.
그리고 드러나는 살기.
그 모습에 임요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우웅!
임요성 역시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검은 안개가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검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마치 뇌운 속에 감춰진 뇌전처럼 수많은 전격을 품고 있었다.
황보웅의 눈에서 이채가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졌고, 거대한 벼락 덩어리가 임요성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콰과과과광!
“크윽!”
“떠, 떨어져!”
“물러서시오!”
중인들이 덮쳐오는 기파에 쓸려 나뒹굴었고, 내성수비대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의 뒷덜미를 잡아끌었다.
쩌저저적!
푸른 뇌기를 검은 안개가 감싸더니 대지에 균열이 가듯이 푸른 뇌기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이런, 미친!”
황보웅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고, 임요성의 흑아가 주요 혈도를 점해왔다.
마치 여러 개의 칼이 한 번에 날아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른 칼질!
“크아앗!”
따다다당!
급히 임요성의 도격을 쳐냈으나 마지막 하나는 놓치고 말았다.
턱.
흑아의 검은 이빨이 황보웅의 목젖에 닿았다.
“여기까지 하시죠.”
담담한 임요성의 눈이 더 약이 올랐다.
“이, 이익!”
황보웅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임요성의 칼끝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젓는 임요성.
그의 눈에는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섬뜩한 전언이 담겨 있었다.
꿀꺽.
목을 타고 흐르는 뜨끈한 핏물.
절체절명의 순간.
좌중의 그 누구도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는 사람이 없었다.
황보익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힐끗.
황보웅의 눈에 아들의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달아올랐던 피가 싸늘히 식고, 이성이 돌아왔다.
“쳇! 애송이라고 봐줬더니만 제법이군.”
황보웅이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모든 이들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이게 내 전력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그렇게 말한 황보웅이 건들건들 전각을 빠져나갔다.
“뭘 봐? 구경났어! 앙!”
황보웅의 기세에 물길 열리듯 구경꾼들이 갈라졌다.
전각은 태풍이 휩쓸린 것처럼 난장판이었다.
천천히 한 사내가 다가갔다.
“내성 수비대주 신창문입니다. 이곳은 저희가 현무단에 알려 바로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정중히 포권을 취하는 신창문을 향해 다른 이들도 고맙다며 마주 포권을 취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진천성들이 각자 자리를 잡으려 처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기운은 필시 그때 그자의 기도와 동일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는 바로 인피면구를 쓰고 맹에 들어왔던 살막주 칠조구였다.
지나가던 길에 그냥 호기심에 구경한 임요성과 황보웅의 비무.
모두가 임요성의 무위에 경악했지만, 칠조구는 그의 기도에 숨이 턱 막혔다.
그 기도는 절대 잊지 못한다.
바로 살막을 초토화시킨 바로 그 대악귀의 기도였으니까.
죽어가는 와중에도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던 바로 그 대악귀.
‘그의 제자인가….’
배를 타고 멀어지는 이들 중에 몇몇 악귀들이 살아남은 것을 보았다.
불량인이라는 이름으로 현 황제를 보위에 올린 그 악귀들.
만날 일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심령을 괴롭히던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악몽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잠깐!’
음울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칠조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소주에 묵천군의 제자가 출현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칠조구가 눈을 빛냈다.
과거 정보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있었다.
단목세가의 가주와 호위대를 박살 내고 천하 3대 정보조직으로 올라선 묵천.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수장이 사라지고, 그 단체도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얼마 전 묵룡이라는 그의 제자가 나타나 다시 묵천을 규합하고, 단목세가의 가주와 소가주를 동시에 죽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묵천군의 제자가 갑자기 나타나고, 살막을 궤멸시켰던 악귀 놈의 제자가 동시에 소주에 나타났다?’
고개를 갸웃하던 칠조구가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몸이 굳어버렸다.
“설마…?”
칠조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