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39
청풍표국 최강식객 139화
139화. 피할 수 없다면 장악한다(2)
여산홍이 자신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동안 임요성은 인피면구를 구해 위장을 한 뒤 주왕부 근처로 이동했다.
귀면와공으로 얼굴을 바꿀 수는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경우를 위해 아껴야 했다.
굳이 인피면구로 될 일을 ‘소중한’ 또 하나의 신분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주왕부를 주시한 지 두 시진이 지날 무렵이었다.
‘음…. 일단 저쪽에 세 명….’
저들은 아마 특급살수를 보좌하기 위한 일급살수일 것이다.
칠조구로부터 들은 살막의 총 전력은 서른.
그중 네 명의 특급살수가 주왕 암살에 직접 투입될 것이고, 열 명의 일급살수가 특급살수에게 갈 시선을 흐트러트리는 역할이다.
그리고 나머지 이급살수들이 주왕부 주위의 정보를 모아다 일급살수들한테 전달한다.
그 일급살수들이 은밀히 특급살수에게 전하는 것이다.
무려 황실의 종친을 암살하는 일이다.
철저히 또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다.
살막이 주왕을 암살하는 데 받은 의뢰비는 무려 황금 일만 냥!
그리고 그 돈은 고스란히 임요성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자신들이 뭐가 빠지도록 뛰어다녀 암살을 성공해도 그들에게 돌아갈 돈이 없다는 걸 알면 저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저들은 모두 죽을 테니까.
임요성은 주왕부가 보이는 다루의 상층부 특별실에서 차를 마시며 살막의 살수들을 선별해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주왕부가 있는 거리.
아무리 간 큰 무림인들이라 해도 왕부(王府) 코앞에서 패악을 부리는 경우는 없다.
마찬가지로 살수들이 왕부 인근에 있을 이유도 없다.
한마디로 지금 돌아다니는 살수들은 모두 살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살수는 살수니까.
임요성이 차를 마시며 살수들의 기척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저… 공자님. 찾는 분이 계십니다.”
문밖에서 점소이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를?’
지금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정중한 만남을 청하는데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
“모시거라.”
“예.”
점소이가 물러가고, 잠시 후 사박사박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여인?’
사뿐히 걷는 발걸음과 옷을 스치는 소리가 남자의 그것은 아니었다.
“들어가겠어요.”
“음.”
임요성의 짧은 대답에 문이 열리고 들어선 이는 상당한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이렇게 뵙게 되네요. 임요성 공자님. 아니 파천도군이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여인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편하게 부르시오. 그런데 난 댁이 누군지….”
“어머. 절 찾으셨다고 들었는데 아니었나요?”
임요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호법에게 하오문의 하남지부장과 천하전장주를 찾으라고 했다.
그럼 둘 중 한 명이 벌써 자신을 찾았다는 말인데?
“스무고개는 취미가 없소만.”
“호호. 듣던 대로 무뚝뚝하시네요. 죄송해요. 찾아주신 게 너무 기뻐서 좀 장난을 쳐봤어요. 용서해주세요.”
여인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전혀 죄송한 표정은 아니었다.
“전 천하전장의 장주, 종비연(鍾比姸)이라고 해요.”
임요성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돌아왔다.
“놀랍군. 장주가 이렇게 젊은 분일지 몰랐소.”
“호호. 제가 놀란 것에 비할까요. 그 나이에 벌써 우내십존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신, 아니 이제는 상천십좌에 한 발짝 걸쳤다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그런 대단한 임 공자님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이지… 하….”
얼굴에 홍조가 맺히는 걸 보며 임요성이 화제를 바꾸었다.
“아마 나에 대해서는 구용식 지부장한테 들었으리라 짐작하오만.”
잠시 눈을 휘던 그녀가 대답했다.
“맞아요. 처음에 구 지부장께서 그만두신다고 했을 땐 다른 전장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나 싶어서 몰래 뒷조사를 했더랬죠. 하지만 소주의 작은 표국으로 간다는 걸 알았을 땐 이게 뭐지 싶었죠.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을 듣고는 아! 뭔가 있다 싶었어요. 그래서 정말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파고 또 파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뭔지 아세요?”
임요성이 계속해 보라는 듯 턱을 까딱했다.
“공자께서 묵룡이라는 것. 그리고 구 지부장은 묵천이라는 옛 정보단체의 회원이었다는 것.”
어느새 웃음이 가신 표정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과연.
돈을 만지는 곳답게 그 어느 정보단체보다 정보력이 빠르고 정확했다.
사람들은 보통 개방이나 하오문처럼 드러난 정보단체의 정보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되는 ‘진짜’ 정보를 취급하는 곳은 바로 전장이다.
그것도 초일류전장이 취급하는 정보는 천금을 주고도 아깝지 않을 정보가 많다.
사람들의 돈을 보관해주기만 하는 사업만으로는 이렇게 크게 규모를 확장할 수 없다.
그들의 주된 사업은 투자.
될 법한 곳을 선정해 남들보다 미리 투자를 해서 그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러니 정보에 있어서 그 어느 단체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같이 가려고 부른 사람이다.
구용식 지부장이 괜찮은 사람이니 한번 만나보라고 했던 사람이고.
전장주가 한번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몇 번 구 지부장한테 언질을 줬던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는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때’가 왔다.
“그렇소. 내가 바로 묵룡 본인이오.”
“과연! 대단하세요. 그리도 젊은 나이에 화경의 경지에 오르시다니!”
이건 정말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쪽은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데 나는 장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군.”
“호호. 뭘 알고 싶으신가요? 공자님의 궁금증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풀어드릴 용의가 있답니다. 은밀한 부분이라두요.”
눈을 찡긋하는 종비연을 보며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 과하군.”
“장난이 아닌데….”
“…아무튼 그대가 진짜 전장주는 맞소? 중원 전체의 삼 할을 차지한다는 그 천하전장의?”
“호호. 맞아요. 원래는 저희 아버지께서 맡아서 하고 계셨는데 3년 전부터 제가 장주로 올랐답니다. 참고로 능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전장주라는 표현은 좀 너무 거리감이 있네요. 그냥 종매는 어떨까요?”
“…그냥 종 소저로 하겠소. 그대도 날 공자로 부르니.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소?”
“그야 정말 절 찾는 분이 ‘그’ 임 공자님인지 확인을 해야 했어요. 천하전장의 장주가 저라는 건 최측근 말고는 모르는 일이거든요. 아무래도 풍진강호에서 여성이 수장으로 있다고 하면 얕잡아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소한 데 굳이 힘을 뺄 필요는 없죠.”
대답 없이 듣고만 있는 임요성을 보며 종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공자님의 주위를 돌며 살펴봤죠. 무림맹에서도 좀 확인 작업을 거쳐야 했구요.”
어쩐지 누군가 자신을 주시한다는 느낌은 받았다.
악의가 없어 보였기에 그냥 놔뒀다.
그리고 지금 굳이 눈에 띌 행동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여긴 왜 이틀째 이렇게 나와계시는 거죠? 무슨 일이 있나요? 아님 주왕부에 볼 일이라도?”
임요성이 의도적으로 답을 피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임요성을 종비연 역시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난, 전장주와 좀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소.”
“어맛! 첫 만남부터 화끈하게 다가오시네요? 역시 상천십….”
“그게 아니라, 미래를 함께할 동지를 말하는 거요. 그리고 이 관계에 배신은 용납될 수 없소. 만약 내가 배신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무너뜨려도 좋소. 내 주위는 말할 것 없이 모두. 하지만 만약 그대가 날 배신한다면, 중원 땅에서 천하전장이라는 말이 전설에나 나왔던 단체로 치부되도록 만들어 주겠소.”
서늘한 임요성의 말투에도 종비연의 얼굴에는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떠오르는 강자, 현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열 명 중 하나가 될 사내. 그런 분과의 동행이라…. 제가 얻는 건 뭐가 있을까요?”
종비연의 물음에 임요성이 담담하게 답했다.
“중원 전체의 7할.”
“…네?”
“아까 점유율이 3할이라 했소? 나와 함께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점유율이 7할이 될 것이오.”
점유율 7할이라니!
종비연이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보다 점유율을 두 배를 높인다는 말인데, 말이 쉽지 점유율을 두 배로 늘리려면 전장의 규모는 네 배는 되어야 감당할 수 있다.
“아마 그사이 천하전장의 대적 전장 2개 중 하나 정도는 사라질지도 모르겠군.”
“…호호.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시네요…. 혹시 제가 참고할 만한 근거가 있을까요?”
여우 같은 여자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믿음이 갔다.
이번 일은 이런 담력과 조심성이 없다면 같이 갈 수 없을 테니.
“하긴. 무조건 나만 믿고 같이 가자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잠시 뜸을 들인 임요성의 입이 다시 열렸다.
“조만간 주왕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을 것이오.”
“……?”
“…….”
“네에에?!”
종비연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표정이 나왔다.
종비연은 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차츰 인지가 돌아오며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왕에 대한 암살이 있다고?
아무리 군권도 자치권도 없는 허울뿐인 번왕이라고 하나 황실의 종친이다.
그에 대한 암살이라면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호, 혹시 그럼 지금 공자께서 암살을 막기 위해 여기 계신 거란 말씀인가요?”
“그렇소.”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저에게…?”
이것과 점유율 7할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 주왕을 암살하라고 시킨 사람이 바로 개봉부 지부대인이오. 그리고 그 지부대인은 황실의 종친을 암살하려 한 역모죄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종비연의 몸이 살짝 떨렸다.
아무리 그녀라도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다.
일단 역모로 연관되는 순간 구족이 싸그리 다 죽는다.
뿐만 아니라 역모를 꾸미려 한 자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게 된다.
고문에 못 이겨 없는 사실을 실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고 하나 역모는 다르다.
걸리는 순간 주위가 초토화되고, 이는 무림의 고수라도 피해 갈 수 없다.
혼자 산속에 틀어박혀 산다면 모를까.
상천십좌 정도 된다면 모를까 어지간한 무인이 제국의 군대 수십만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 하지만 아직까지 전 이게 왜 연관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너무 놀라 사고가 굳은 걸까.
임요성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종 소저. 개봉부 지부대인이 역모로 죽는다면 그와 관련된 사업들은 어떻게 되겠소?”
“아…!”
종비연은 그제야 임요성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최고급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위험을 피해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역으로 이용한다면 반대로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공짜는 아닐 테고….”
“물론. 내가 알려주는 정보를 토대로 얻을 이익의 3할을 내게 주시오.”
3할이라….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딱 적당한 배분이다.
아니 5할을 달라고 해도 줘야 할 판이다.
만약 이 정보를 몰랐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사업이 휘청거리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을 테니.
“그런데 이런 중요한 정보를 공자께선 어떻게…?”
“그건 알 필요도 알려고 해선 안 되오.”
차가운 임요성의 눈빛에 종비연이 움찔했다.
“소저는 내 말이 맞는지 앞으로 지켜보면 되오. 그리고 그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나와 함께할지 말지 알려주면 되오. 단, 이 사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임요성이 종비연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제 목숨 귀한지는 알고 있답니다. 감히 상천십좌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도 없구요.”
목이 타는지 종비연이 찻잔을 들었다.
살짝 떨리는 찻잔이 그녀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반대파 장로들의 칼날이 목에 닿았을 때도 전혀 떨지 않던 그녀였다.
“후우. 이제야 좀 진정이 되네요. 좋아요. 공자님의 제안 받아들일게요.”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소?”
“훗. 무려 상천십좌가 되실 분께서 이런 미천하고 여린 소녀를 상대로 사기를 치시진 않으시겠죠. 그리고 제가 너무 재는 모습을 보인다면 공자님께 나쁜 인상을 드릴 테고. 그건 나중에 큰 손해로 되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공자님께서는 얼마든지 다른 곳을 선택하실 수 있으니.”
종비연은 이쯤에서 숙여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먼저 이런 귀중한 정보를 내미는 순간에 확인이니 뭐니 이런 모습을 보였다간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걸.
“좋군. 확실히 소저는 감이 빨라 좋소.”
“그게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지요. 일단 정보는 접수했고, 이로 인한 이득은 정확히 배분해서 공자님의 구좌로 넣어둘게요.”
“음.”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 처리가 마음에 드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그제야 빙긋 웃은 임요성이 마시던 찻잔을 놓았다.
“물론이오. 그대가 해줄 것들이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