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42
청풍표국 최강식객 142화
142화. 육선문주(2)
책자 안에는 산서상방에 속한 상단이나 표국 등의 여러 사업체와 관련된 사업과 그로 인해 그들이 저지른 악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이는 혹여 그들과 일이 틀어졌을 경우를 대비한 자구책이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네가 말한 모든 걸 다 적어라. 산서상인과의 합작사업을 방해하는 주왕을 암살하려 한 모든 사실을 시인한다는 내용부터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유 모두. 단, 하남상단에 대한 내용은 빼도록.”
아이들을 납치해서 정확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일단 주왕을 암살하려 한 사실과 산서상인과 뒷거래를 한 사실만으로도 산서상인의 뻗어나가는 기세를 움츠리게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남상단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부분은 확실한 증거를 잡았을 때 털 것이고, 그제야 비로소 산서상인까지 곧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임요성의 명령에 몽롱한 눈으로 이광규가 종이 위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이렇게 자백을 하니 가족들의 선처를 바란다는 글귀도 추가했다.
누가 봐도 자백을 하는 자의 글처럼 보이도록.
글을 다 적었을 무렵, 임요성이 벽장에 걸려있는 장식용 검을 꺼내 들었다.
스릉.
서찰을 다 적고 멍하니 있는 이광규에게서 탈혼촌열을 풀어주었다.
“이, 이 간악한! 이건 내가 쓴 것이 아니….”
다시 이광규의 마혈과 아혈이 짚였다.
임요성이 이광규의 검을 들어 그의 명치에 갖다 댔다.
그러다 힐끗 풍귀를 쳐다보고는 검을 내밀었다.
“풍귀. 네가 해볼 테냐?”
풍귀는 두말없이 임요성이 내어주는 검병을 잡았다.
마혈이 짚여 움직일 수 없는 이광규의 눈알이 세차게 떨렸다.
그리고 무심한 눈빛으로 천천히 이광규의 명치에 밀어 넣었다.
꿀렁. 꿀렁.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이광규의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검신의 끝까지 밀어 넣은 풍귀의 눈이 이광규의 눈을 지그시 쳐다봤다.
부릅뜬 이광규의 눈에서 점점 생기가 사라지고, 고개가 꺾였다.
그제야 풍귀가 고개를 들더니 임요성에게 짧게 목례를 했다.
“수고했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풍귀의 신형이 다시 스르륵 사라졌다.
괜히 고문을 받으면서 부인을 하거나 황제에게 불리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냥 이광규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 일은 살기를 풀풀 내뿜고 있는 풍귀에게 맡겼다.
어릴 적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했다.
사라지면서 보인 그의 표정에는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임요성이 이광규의 두 손을 잡아 검병을 쥐도록 만들었다.
누가 봐도 불법을 저지른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자백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였다.
얼마 후 주왕이 군사를 이끌고 들이닥쳤을 땐 이미 방 안에 피비린내가 자욱했다.
“이, 이게 무슨….”
* * *
며칠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그사이 개봉은 발칵 뒤집혔다.
개봉부의 지부대인이 주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소식이 퍼진 것이다.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죽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번엔 주왕이 안찰사와 함께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개봉부 지부와 같이 동조해온 관리들을 색출해냈다.
한편 산서상방연합은 지부대인 이광규와 독자적으로 거래를 한 연합의 일부 세력의 일탈로 몰아갔다.
상방연합의 수뇌부는 자신들은 모르는 내용이며 몇몇 이들이 개별적으로 지부대인과 접촉해 이번 일을 꾸민 거라고 발표했고, 그들의 후원을 받았던 관리들의 도움으로 결국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도마뱀의 꼬리라고 해도 상방연합에 속해 있는 꽤 많은 상단과 표국에 철퇴가 내려져서 산서상방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도 그동안 뇌물을 바쳐온 관리들의 노력으로 그 정도에서 그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임요성은 딱히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한 상정 범위였다.
어차피 산서상방이 손 놓고 당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 정도만 해도 한동안은 제대로 활개를 치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야금야금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일반인들에게 화제가 된 것은 산서상방도 그들과의 사업을 위해 주왕을 암살하려 한 개봉의 지부대인도 아니었다.
바로 주왕의 암살을 막고, 지부대인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주왕에게 알린 육선문주라는 인물이었다.
주왕과 마주한 장면을 많은 병사들이 봤고, 주왕의 측근에 의해 그자가 육선문주라는 황제의 검이라는 사실이 퍼져나간 것이다.
주왕은 소문의 전파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부채질하기까지 했다.
수세에 몰린 황제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왕의 의도대로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그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이보게, 그 육선문주라는 자에 대해 들었나?”
“그 주왕의 암살을 막았다는 사람 아닌가?”
“암살을 막은 것뿐만이 아닐세. 개봉부 지부대인의 일탈을 조사해서 증거까지 전해줬다더군. 그리고 지부대인이 죽은 것이 자살이 아니라는 말이 있어.”
“그게 무슨 말인가? 자살이 아니라니?”
“내 아는 형의 아들내미가 개봉부에 말단 병졸로 있는데, 자살을 한 게 아니라 자살을 당한 것 같다더군.”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니까. 좋은 말로 암행어사지 황제의 검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네.”
“황제의 검이라… 대단하군. 중신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을까?”
“증거가 없잖은가? 주왕은 육선문주가 누군지도 모르고, 주왕부 자체 힘으로 자객을 막아낸 것이라고 오리발을 내민다더군. 게다가 주왕을 암살하려 한 것도 역모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신들도 몸을 사린다더군. 자칫 그 일에 연루되었다가는 패가망신의 지름길 아닌가.”
“대단하군. 그 육선문주가 언제 나타날지 관리들이 잠도 못 자겠는걸?”
“크흐흐. 쌤통이지 뭐.”
저잣거리 일반인들이야 관리들이 곤란을 겪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들에게 관리란 자신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일 뿐이니 말이다.
그러던 중 내성의 한 다루에서 임요성과 종비연이 마주했다.
“후우. 정말 대단하네요. 공자님의 말씀대로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종비연은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인피면구를 쓰고 있군. 신분을 위장해서 들어온 거요?”
임요성의 물음에 종비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 같은 직책은 신분이 노출되면 곤란한 일이 더 많으니까요. 그래서 맹에 들어올 때는 몇 가지 신분을 돌려가며 사용하죠.”
“그렇군.”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그 육선문주라는 분이 혹시 공자님…?”
“거기까지. 더는 알려고 하지 마시오.”
자신이 육선문주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 더 이상 그에 대해서는 입에 담지 말라는 경고.
“알겠어요. 아무튼 공자께서 알려주신 덕분에 가까스로 손해는 피할 수 있었어요. 지부대인과 관련한 사업이 좀 있었는데 눈치 못 채게 빼내느라 좀 힘들었어요. 다음부턴 조금만 일찍 말씀 부탁드려요.”
종비연이 눈을 찡긋했다.
“그로선 나도 어쩔 수가 없었소. 워낙 일이 급하게 진행되던 터라. 그건 그렇고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소?”
종비연이 고개를 저었다.
“나름 알아본다고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 게다가 이번 일로 안찰사가 개입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그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역모와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관리들에게 괜히 이쪽에서 산서상인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말이 역으로 새어 들어가면 곤란한 일이었다.
“음. 알겠소. 일단 거긴 놔두고, 하남상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 특히 하남 일대에 동남동녀가 사라지는 것과 연관 지어서 한번 제대로 파보시오.”
종비연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설마 그들이 아이들도 납치한다는 건가요?”
종비연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확실히 알 수는 없소. 단지 지부에게 뭔가를 듣긴 했는데 그도 정확하게 아는 눈치는 아니더군.”
“정말 쓰레기들이군요. 알겠어요. 내 무슨 수를 쓰든 알아볼게요.”
임요성은 그들이 어떤 연구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돌아오고 나서 짚이는 바가 있었다.
호위장이 스치듯 말했던 이혼대법.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는데 이번 일로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무조건 비밀이 유지되어야 했다.
임요성이 그렇게 종비연과 헤어진 뒤 자신의 전각으로 돌아오자 뜻밖의 인물이 와있었다.
“네가 아들 녀석과 어울리는 놈이렷다?”
“아, 아버지!”
보통은 가문 별로 따로 전각을 내주기도 하지만, 이번엔 함께 조사단도 한 일도 있고 해서 후기지수들에게 따로 전각을 내주었다.
그런데 그 전각으로 웬 거인이 한 명 성큼 걸어들어왔다.
바로 하북의 호랑이 팽극환이었다.
천무삼신의 한 명으로서 도신이라 불리며 현 강호에서 도법에 있어 최강이라는 그의 등장에 연무장에 이리저리 흩어져 쉬고 있던 신성들이 벌떡 일어섰다.
후기지수 세계에서는 최고라 하는 그들이었지만 팽극환 앞에서는 새끼 호랑이일 뿐이다.
“도신을 뵙습니다.”
자신의 앞에 떡 하니 나타난 팽극환을 보며 임요성이 포권을 취했다.
“오냐. 내가 도신이다. 맹에 들어왔으면 친구의 아버지한테 재깍재깍 인사하러 올 생각은 안 하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게냐?”
싸돌아다닌다는 말은 자신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뜻.
하지만 말속에 숨겨진 뜻이 악의가 아닌 선의라는 사실에 임요성도 살짝 웃었다.
친구의 아버지께 먼저 인사를 못 간 잘못은 있었으니까.
살짝 한숨을 내쉰 임요성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미리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중간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흥. 됐다. 그런 공치사나 받자고 온 건 아니고. 그나저나 도군(刀君)이 아니라 이건 숫제….”
팽극환이 말을 하려다 입맛을 다셨다.
힐끗.
“이놈아! 좀 보고 배워! 친구는 실력이 일취월장하는데 넌 뭘 하는 게냐!”
“쳇! 그게 마음대로 되면 누구나 다 상천십좌고 천무삼신이게요?”
“뭐? 이놈아? 너도 마찬가지다! 옆에서 잘 보필했어야지!”
괜히 옆에 있다가 욕을 얻어먹은 팽원호의 호위인 강천이 울상을 지었다.
“에이 참. 왜 여기까지 와서 잔소리에요?”
친구들 있는 앞에서 잔소리를 듣자 팽원호가 투덜댔다.
“으이구!”
혀를 찬 팽극환이 몸을 돌렸다.
“어? 그냥 가시게요?”
팽원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번 잔소리를 시작하면 귀에 피딱지가 않도록 몰아치는 아버지가 그냥 가는 게 이상했다.
“그냥 한 번 와 본 거야.”
발을 떼는 팽극환의 뒤에서 임요성이 정중히 말했다.
“파천도군이라는 별호 잘 쓰겠습니다.”
팽극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일없다.”
팽극환이 꼭 호랑이가 걸어가는 것처럼 어슬렁어슬렁 걸어 전각을 빠져나왔다.
[괜찮은데?]팽극환이 어디론가 전음을 보내자 곧 답이 날아왔다.
사실 황보가의 둘째 말고는 딱히 어울려 지내는 친우가 없던 아들 녀석이 쫓아다니는 놈이라길래 얼굴이나 한번 보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 기도에 놀랐고, 천무삼신의 경지 정도 되어야 느낄 수 있는 피 냄새도 맡았다.
[흥! 강호인이 피 냄새를 피하고 살 수는 없지. 그냥 산속에서 도나 닦는 도사라면 모를까. 속이 말랑말랑한 원호 녀석한텐 오히려 어울리는 친구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실력이… 우내십존급이라 하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듣긴 했지만 확실히 그것보다는 높아 보였습니다.] [그렇지? 거참 원호 놈이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어.]모든 행복은 상대적이다. 주위에 너무 뛰어난 이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감정을 이겨내고 자신을 채찍질해서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좋겠지만….
‘너무 뛰어나군….’
아들이 좌절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심성은 나빠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쩝. 어디 괜찮은 영약이나 하나 알아봐. 난 소림의 땡중들이나 좀 닦달해봐야겠군.] [알겠습니다.]흑영이 미소 지었다.
팽극환도 아비는 아비인 것이다.
그리고 모용천의 회의 소집 통보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