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43
청풍표국 최강식객 143화
143화. 육선문주(3)
이번 회의에는 조사단의 일원으로 영주에 갔었던 신성들까지 참석하라는 명이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부딪힌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번 회의는 무림맹 정기 회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림맹 쪽에서는 군사각주의 신분으로 제갈백규만 참석했다.
그 외 강호팔문의 여덟 수장들과 무림팔가의 네 수장들이 모였다.
단목세가주와 언가주, 그리고 서문세가주가 사망했기에 세 자리는 공석이었다.
이 세 명을 죽인 사람이 임요성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번 회의에는 사천당가의 가주가 불참을 통보했다.
당운심은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과거에도 종종 무림맹 회의에 불참한 적이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먼저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회의에 참석해주어 고맙게 생각하오. 신의께서 오랜만에 오셔서 제 몸 상태를 점검해주시느라 조금의 지체가 있었음을 양해 부탁드리오.”
“맹주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겁니까?”
화산파와 함께 섬서를 양분하고 있는 종남파 장문인 진문종이 눈을 좁히며 물었다.
종남은 과거에는 전진파의 뒤를 이은 도가문파를 자처했지만, 점점 퇴색되어 지금은 일반적인 속가문파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허허. 그럴 리가요. 단지 오랜만에 만났으니 점검을 받아본 게지요. 좋은 약도 먹구요.”
능청스러운 모용천의 말에 진문종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진문종을 웃으며 보던 모용천이 좌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 우선 회의 시작 전에 특별히 공지할 것이 있소.”
무슨 얘기인가 싶어 모두 그를 바라봤다.
“요즘 육선문주라는 자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오.”
모두 말은 안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귀가 있었다.
며칠 사이 그 이름이 얼마나 회자되었는지도.
“이 일이 터지기 전 이미 황제로부터 칙서가 왔소. 바로 관무불가침을 초월해 암행 감찰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소.”
그 말에 다들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실에서 무림을 감찰한다고?
미친 건가?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다들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황보웅은 즉각 반응이 왔다.
“황제가 미친 건가! 우리가 힘이 없어서 황제가 못 되는 줄….”
“황보가주! 말을 삼가시오. 자칫 역모로 비추어질 수 있소!”
모용천이 급히 말을 틀어막았다.
황보웅도 좀 지나쳤다 싶었는지 입맛을 다셨다.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않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아니라. 아무튼 이 넓은 중원 땅을 제대로 다스리기 힘드니 서로 영역을 지켜주며 우린 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관리해주고, 그들은 적당히 우리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관례였지 않소.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요?”
황보웅의 생각은 사실 대다수 무림인들의 생각과 일치했다.
중인들의 생각도 큰 차이가 없었다.
모용천의 입이 열렸다.
“물론 여기엔 조건이 있소. 바로 역모와 관련한 것이어야 한다는 거요.”
“역모?”
황보웅의 반응에 모용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번에 우리도 알게 된 택화림이라는 단체가 있소. 이들이 중원에 혼란을 꾀해 역모를 꾸민다는 정보요. 혈강마검, 천안신투의 비고 등 일련의 사태가 모두 오황자를 빼돌리기 위한 계책이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소.”
“음….”
다들 침음성을 내뱉었다.
역모라면 그들도 한발 물러서야 했다.
“물론 역모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걸 황제의 뜻대로 하려는 건 아니라고 그도 밝혔소. 오로지 그가 신뢰하는 육선문주라는 자 한 명만이 활동할 것이며,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어떠한 무리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소.”
“흥.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무공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그깟 황실 무공으로?”
황보웅이 코웃음을 쳤다.
사실 중원 무림은 황실 무공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그들의 무위가 드러난 적도 없어서기도 했지만, 실제로 밥만 먹고 수련만 하는 무림인들과 여러 업무를 처리하면서 남는 시간에 훈련을 하는 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팔문팔가 정도 되면 어릴 적부터 벌모세수에 영약까지 먹어대니 그들 눈에 황실 무공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고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점을 모용천이 지적했다.
“그들의 무공을 무시하지 마시오. 분명 그들 중에는 우리도 무시하지 못할 고수가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몇 번의 황제가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지.”
유구한 무림의 역사 속에서 황보웅의 말대로라면 황제는 대대로 무림인이 차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황실에도 무림인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말이었다.
“흥! 아무튼 누군지 모르겠지만 엉덩이나 두들겨 맞고 깨갱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
황보웅은 강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그랬기에 황실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사실이 짜증이 났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모용천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일견 그의 생각도 타당하다고 여겼다.
황제가 무림을 너무 얕잡아 보는 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다.
“자, 아무튼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진짜 이유는 며칠 전 임시회의 때도 말했지만 혈궁주의 출현 때문이오. 먼저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조사단의 말을 한 번 들어봅시다. 자, 팽 공자?”
“예. 맹주님.”
팽원호가 일어서서 중인들을 향해 표권을 취했다.
“흠흠. 그러니까….”
팽원호가 먼저 영주에 갔던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
황보혁이 독단적으로 자신을 따르는 신성들을 데리고 나가 죽음을 맞은 부분에 대해 설명할 때는 황보웅 가주가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아미타불…. 황보가주. 아들을 잃은 슬픔을 짐작 못 하는 바는 아니나 공적인 자리니 진정하시게.”
커다란 염주를 손에서 굴리며 한 노승이 타이르자 황보웅이 불편한 기색을 풍기긴 했지만 더 이상의 기세를 흘리지 않았다.
천무삼신의 일인이자 권신으로 불리는 소림의 법장대사는 아무리 그라도 꼬리를 말아야 했다.
“자, 계속하게.”
법장이 부드럽게 미소 짓자 팽원호가 다시 떠듬떠듬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사대마두들의 방해를 뚫고 비고는 찾긴 했지만….”
임요성이 나중에 다시 오자는 말에 물러났다가 소문을 풀어 강호인의 이목을 흩어낸 부분에서는 중인들의 눈이 임요성을 향했다.
후기지수라고 보기엔 노련한 일 처리였다.
“비고에 들어간 저희는… 음… 어….”
팽원호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비고에서 자기들끼리 보물을 먼저 챙겼다는 말을 하자니 이 많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앞에서 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후로는 혈궁주가 나타나 임요성과 대결한 부분도 있어 자신이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힐끔 임요성을 쳐다보니 고개를 끄덕였고, 팽원호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후부터는 임요성 공자가 말씀드릴 것입니다.”
살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아들을 보며 팽극환이 고개를 저었다.
“임요성입니다. 먼저 앉아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드립니다.”
임요성이 정중히 포권을 취하자 누군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누군가는 경계의 눈빛, 또 누군가는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냈다.
“먼저 황보웅 가주님께는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위로는 전합니다.”
“흥!”
황보웅이 콧방귀를 뀌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황보혁 공자를 그렇게 만든 흉수는 제가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뭣이? 그게 정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참고로 이번 일의 배후는 영주에 귀양 가 있는 오황자를 옹립하려는 역도들의 무리였습니다. 오황자를 빼돌리는 과정에서 제가 황보 공자를 해한 이를 처단했습니다. 귀문권갑도 회수했지요.”
역도라는 말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소문은 듣긴 했지만 막상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자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황보웅은 그런 이야기는 관심도 없었다.
“이놈아! 넌 왜 그 얘기를 안 한 거야!”
황보웅이 둘째인 황보익을 쳐다보며 으르렁댔다.
“그거야 아버지께서 꼴도 보기 싫다고….”
“그, 그만!”
황보웅이 얼굴을 붉히며 막았다.
단순 무식한 황보웅은 임요성에게 패한 뒤 술독에 빠져서 며칠을 보냈다.
황보익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으나 듣기 싫다고 내쫓았던 것이다.
“흠흠. 그, 그런 일이 있었군.”
멋쩍어하는 황보웅을 잠시 쳐다본 임요성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고수들의 출현으로 오황자를 놓쳤고, 저는 그길로 바로 비고로 향했습니다. 그 이후는 팽 공자가 말한 바와 같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임요성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비고에 들어간 이후 저희는 바로 손에 맞는 무기를 먼저 취했습니다. 이유는 비고를 노릴 혹시 모를 이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시적으로 전력을 상승시키는 길을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팽원호는 입을 헤― 벌리며 임요성을 쳐다봤다.
저 친구가 저렇게 말을 잘했나? 하는 표정이었다.
“이후 혈궁주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혈강마검을 흡수하려 했으나 뒤이어 달려온 수라궁주와 의견이 엇갈렸는지 둘이 싸우기 시작하더군요.”
임요성은 여기서부터 살짝 거짓을 섞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라도 혈강마검을 흡수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천마라도 될 요량이 아니라면.
“그러다 혈궁주가 억지로 혈강마검을 흡수하려 하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낫습니다.”
“음….”
듣고 있던 공청진인이 침음성을 내었다.
어차피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이었고, 그게 그렇게 된 일이었나 생각하는 것일 뿐이지만 임요성은 왠지 뜨끔했다.
“흠. 그러다 공청진인께서 나타나셨고, 이후엔 진인께서도 아시다시피 혈궁주가 수라궁주에게 흡정공을 펼쳐 내공을 흡수함과 동시에 원정지기를 터트렸지요.”
“그건 노도가 직접 눈으로 봤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소.”
공청진인이 임요성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혈궁주의 무위는 적어도 상천십좌 이상, 천무삼신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제 막대한 내공까지 흡수했으니 그 힘은 더 강대하다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흥!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겨우 황보가주가 봐준 비무에서 이긴 그 알량한 경지로 그들의 무위를 파악했다는 건데. 자신할 수 있나?”
임요성의 말에 종남 장문인 진문종이 딴지를 걸고 나왔다.
그는 지금 자신의 제자가 오르지 못한 이 진천성이라는 후기지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젊은 나이에 이미 자신의 경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임요성이라는 신진 고수에 강한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급으로 취급당하는 것도 짜증스러운데 자기보다 경지가 높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옆에서 놀라운 말이 들여왔다.
“그 자신이 상천십좌에 이른 실력자일 수도 있지요.”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항산파의 각연사태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나섰다.
“뭐, 뭐요? 상천십좌? 그럼 저 아이가 화경의 경지에 올랐단 말이오?”
화경의 고수는 제대로 마음먹고 기를 갈무리하면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한 같은 절대고수라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같은 상천십좌도 아닌 우내십존인 진문종이 알기는 더더욱 어렵다.
진문종이 지금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각연사태를 쳐다봤다.
조소를 짓고 있던 각연사태가 임요성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대답해 보세요, 임 공자! 공자의 사문이, 아니 스승이 과거 정보단체의 수장이었던 묵천군 아닌가요? 그리고 이번에 소주, 아니 강소의 정보계를 장악해나가고 있는 묵룡이라는 자와 동일 인물이 아닌가요? 더불어 상천십좌의 일인인 단목세가의 단목인 가주와 그 아들인 단목룡 공자를 죽인 장본인이 당신 아닌가요?”
항산파의 각연사태가 도끼눈을 뜨고 임요성을 쳐다봤고, 그녀의 말에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