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46
청풍표국 최강식객 146화
146화. 아버지의 등(1)
화르륵!
“죽여라! 죽여!”
“크아악!”
“으하하하! 모두 죽여라!”
꿍!
쿠과과과과!
중년인이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내디딘 진각에 전방 수십여 장이 초토화되었다.
“크하하하! 이것이 바로 천마군림보니라! 아니, 이제 나 혈마가 시전하니 혈마군림보라 이름 짓겠노라! 크하하하!”
그는 바로 혈궁주 혁련희였다.
그리고 그가 있는 곳은 신강의 천산, 수라궁의 본거지.
혁련희는 수라궁주의 내공을 흡수하며 천마군림보의 심득을 얻게 되었다.
천마의 최고 절기였던 천마군림보의 비급은 수라궁주였던 구양겸도, 혁련희도 가지고 있었지만 둘 다 풀 수가 없었다.
구양겸이 폐관을 한 이유가 바로 천마군림보를 익히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혁련희가 구양겸의 내공을 흡수하며 십 갑자에 이르자 자연히 그 심득을 깨우친 것이다.
애당초 천마군림보는 십 갑자 내공이 아니고는 시전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신강의 수라궁에서 천마의 절학인 천마군림보가 시전되자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사천의 수하들을 이끌고 온 혁련희는 그야말로 무인지경 걷듯 수라궁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궁주가 없는 수라궁은 압도적인 혁련희의 무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똘똘 뭉쳐 대항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터.
계속 나중 나중을 외치며 중원정벌을 미루는 수라궁주에게 실망을 한 수라궁의 장로들 중 절반 이상이 이미 혁련희에게 포섭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안에서 호응하고 밖에서 들이치니 수라궁은 얼마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혁련희 앞에는 수라궁에서도 전쟁을 원하는 호전파 장로들과 궁도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의 합류로 혈궁은 단숨에 전력을 두 배로 늘리게 되었다.
“크흐흐흐. 이제 수라궁을 정리했으니 사천을 접수한다.”
“천세, 천세, 혈천세!”
수많은 수라궁도, 아니 이제는 혈궁도가 된 이들이 함성을 지르자 하늘이 쩌렁쩌렁 울렸다.
뒤로는 만년설을 배경으로 불타오르는 수라궁의 전각들이 묘하게 현실감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수라궁의 총군사 사마현이었다.
“크윽! 궁주님…!”
실로 간발의 차였다.
수라궁주의 죽음을 알리고 혹시 모를 혈궁의 습격을 준비하려 했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라궁은 부서지고 있었다.
“아… 이 원수를 어찌 갚는단 말인가….”
수라궁주를 따르던 많은 이들이 이번 전투로 죽었을 것이다.
중원에서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일부 장로들과 세력이 있긴 하지만 혈궁과 맞상대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상심에 젖어 환하게 불타오르는 옛 터전을 바라보던 사마현의 눈이 독기로 넘실거렸다.
‘내 이 원수를 기필코 갚고 말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마현이 어금니를 부서지도록 깨물었다.
* * *
임요성은 무림맹 회의가 끝났음에도 당분간 더 머무르기로 했다.
맹주 모용천이 선물을 주고 싶다며 하루만 기다려 달라고 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천하전장의 종비연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실제로 하남상단을 중심으로 상행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했다.
더 깊이 파다가는 들킬 우려가 있어서 그 정도까지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대략 어디에 그들의 근거지가 있는지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남상단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사람들이 그의 전각을 찾았다.
조금이라도 안면을 터보려는 인근 유지들과 무림의 이름난 무인들이었다.
하지만 임요성은 여산홍을 통해 정중히 거절을 했고, 모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던 차에 임요성의 전각에 한 사내가 방문했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이의 신분을 들었을 때는 임요성도 반응을 보였다.
“하남상단주라고?”
“예, 주군.”
“흐음. 하늘이 나를 돕는군.”
“예?”
“아닐세. 바로 객청으로 모시게.”
“예. 알겠습니다.”
여산홍이 나가고 임요성이 자신이 받은 전각의 객청으로 이동했다.
하남상단으로 어떤 핑계를 만들어 들어가야 할까 했는데,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이야.
임요성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그가 먼저 객청에 도착하고 잠시 후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풍채가 좋은 중년인이 들어왔다.
“허허허. 대협을 뵈러 왔던 이들이 모두 발걸음을 돌렸다 하여 이 장 모도 그럴 줄 알았는데 실로 다행입니다.”
“어서 오시오. 하남의 가장 큰 하남상단이라는 곳의 단주시라구요?”
“하하, 대협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하남상단주 장운경은 산서상방연합 장만철의 조카였다.
이번에 터진 일로 바싹 움츠리고 있으라는 숙부의 전언에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에 임요성의 소식을 들었다.
무려 이립도 되지 않은 나이에 상천십좌에 앉은 초강자!
향후 십 년 안에 천하제일인으로 칭송을 받을 가장 유력한 인물.
혜성처럼 떠오른 강호의 신진고수인 파천황이라는 사내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첨엔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아 여러 가지 방책을 세워두었었다.
그런데 흔쾌히 만나자는 말에 그는 잘하면? 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숙부에게 잘 보이고 싶던 그는 이 사내를 영입하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가 저 강남 소주에 위치한 작은 표국의 총사로 있다는 말은 들었다.
그것도 식객으로 있다가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까지도.
그러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문에는 그곳 표국의 딸과 연분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큰 무기가 하나 있으니까.
만약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지금 숙부가 앉아있는 자리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흉중에 품은 채 그가 임요성을 보며 정중히 예를 취했다.
“대협,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전 하남상단의 단주인 장운경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실로 삼생의 영광입니다.”
장운경이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상인답게 혀가 기름에 절인 듯 부드러웠다.
“혹시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끝나셨는지요?”
“뭐, 그렇소. 잠시 일이 있어 남아 있긴 한데 곧 떠날 생각이오.”
“오호. 이거 제게 하늘이 기회를 주셨군요. 어떻습니까? 제게 대협을 모실 기회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강남의 한 표국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이곳 강북의 표국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외람된 말씀이나 이 장 모가 운영하는 하남상단이 꽤 규모가 있습지요.”
임요성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초대해주시니 제가 영광이지요.”
이렇게 흔쾌히 허락할 줄 몰랐던 장운경이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대협답게 화통하시군요. 그럼 내친김에 오늘 저녁 어떻습니까?”
“좋소. 대신 나도 지인들과 같이 가도 되겠소?”
장운경의 눈이 반짝였다.
이번에 영주까지 조사단으로 함께했다는 진천성들이 생각났다.
그들과 교분을 맺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허허. 당연하지요. 대협의 친우분들이라면 저 역시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장운경은 이게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했다.
무림을 호령하는 젊은 영웅!
그와 함께할 장밋빛 미래가 아른거렸다.
* * *
“어떻게 오셨소?”
임요성이 다가가자 수문위사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국주님을 뵈러 왔소.”
“국주님?”
사내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아무리 지금 표국의 분위기가 형편없다고 하지만 이런 새파란 애송이가 국주를 직접 만나겠다니?
딱 봐도 스무 살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후우우. 보시오. 국주님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오. 일단 오셨으니 여기 방명록에 성함을 기입하시고, 객청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집사부장이 판단할 거요.”
임요성이 볼을 긁었다.
이런 일로 드잡이질을 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슥슥.
임요성은 간단하게 이름만 적으려다가 일전에 공청진인이 한 말도 생각나서 앞에 별호도 넣었다.
‘요즘은 파천황이라 부른다지?’
별호가 참 빨리도 바뀐다 싶었다.
물론 그만큼 그의 무위가 빨리 성장한다는 뜻도 되었지만.
임요성이 적던 방명록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수문위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눈을 치켜떴다.
“파파파, 파천화앙!!!”
손가락질하다 급히 자신의 손가락을 부여잡았다.
지금 개봉에서, 아니 중원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오늘내일하는 이 표국을 방문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김이 팍 샜다.
“예끼,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높은 사람을 사칭하다니. 그러다 큰일 나! 내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니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적게.”
이제는 숫제 하대를 한다.
혼자서 놀랐다가 식었다가 하는 모습을 보니 임요성도 웃음이 났다.
이래서 여 호법이 같이 가자고 했구나 싶었다.
여산홍에게는 지금 하남상단 인근에 미리 가서 주위를 살펴보라고 시켜서 혼자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냥 가서 말해보는 게 어떻겠소? 국주와 내가 인연이 좀 있소.”
사내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 대하자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흠흠. 기, 기다려보슈.”
고개를 갸웃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임요성이 내부를 들여다봤다.
대체로 분위기가 많이 어두웠다.
일단 개봉에서 이름난 표국이라는 것과는 달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일 때문인가?’
저번 표행에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그리고 표물에 대한 배상까지 맞물려서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으니.
“헛! 공자님!”
자신을 쳐다보며 뛰어오는 국주 가진표의 얼굴에는 당황과 반가움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내가 너무 불쑥 찾아왔소?”
“그럴 리가요! 공자님께서 오시는 거야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그러면서 임요성을 보는 가진표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쿵쾅거리고 있었다.
무림맹 의각에서 대화를 나눌 때와는 ‘격’이 달라졌다.
무려 상천십좌!
중원 무림에서 가장 강하는 열 명에 들어가는 초강자가 된 것이다.
‘이 젊은 나이에…. 정말 굉장하구나….’
그런 가진표를 보며 임요성이 살짝 미소 지었다.
“이렇게 계속 바깥에 세워두실 겁니까?”
“아! 내 정신 좀 보게! 어서 들어가시지요.”
가진표는 오는 길에 최상급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객청을 치워두라고 시종들에게 일러둔 상태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객청으로 향하는 길에 턱이 빠질 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수문위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지나가자 뒤쪽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객청에 도착한 가진표가 제대로 대접을 하기 위해 지시를 하려 하자 임요성이 제지했다.
“아, 그냥 차나 한잔합시다.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온 거요.”
임요성의 말에 가진표가 얼른 알겠다고 대답한 뒤 운남에서 직송한 최상급 보이차를 대령하라 일렀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소? 아들은 괜찮고?”
임요성의 물음에 가진표가 사람 좋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뭐, 좀….”
머뭇거리는 임요성을 보며 가진표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제가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그날 이후부터는 밥도 잘 안 먹고 나가 놀지도 않고 그러네요.”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맘때 아이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후우. 잃어버린 표물을 배상하는 거나, 표국이 넘어가는 일들은 차라리 오기라도 생겼는데 애가 저한테 실망을 했다고 생각하니 힘이 없네요.”
어깨를 늘어뜨리던 가진표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 참. 제 정신이… 하하. 높으신 분을 앞에 두고 쓸데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가진표를 보며 임요성이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소. 그 상황을 같이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들어줄 수 있으니.”
“하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남상단과의 일은 어떻게 되고 있소?”
“그게….”
시녀가 차를 내왔고, 잠시 차를 따르며 끊어졌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
“그 육선문주인가 뭔가 하는 양반 덕택에 하남상단이 몸을 사리면서 독촉이 좀 덜해지긴 했는데… 여전히 표물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고, 돈을 빌릴 곳도 없습니다.”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를 보던 임요성이 불쑥 말했다.
“혹시 나랑 재밌는 구경 한번 갈 생각 없소?”
“재밌는 구경요? 그게 무슨….”
임요성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가진표의 몸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가진표가 임요성을 따라 또 다른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