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47
청풍표국 최강식객 147화
147화. 아버지의 등(2)
하남성에서 가장 큰 상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하남상단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밖에서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였다.
임요성은 하남상단에 초청을 받았다며 신성들에게 같이 가길 권했고, 그를 따라나선 것은 팽원호와 모용백, 그리고 황보익 세 명이었다.
다른 강호팔문의 제자들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며 사문의 어른을 따라 자파로 돌아갔다.
조영영 역시 여인의 몸으로 너무 오래 밖으로 싸돌아다닌다며 아버지가 보낸 호위들에게 잡혀갔다.
황보익은 마음 같아서는 조영영과 같이 산동성으로 가고 싶었지만, 임요성의 옆에 있으면서 견문을 넓힐 기회라며 막아서는 조영영 때문에 남기로 했다.
팽극환을 비롯한 세가의 수장들은 아들들에게 알아서 하란 말과 함께 모두 가문으로 귀가했다.
아직 혈궁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었기에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특무대에 보낼 인원을 추리기로 했다.
특히 팽극환은 세가로 한번 놀러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들에 더해서 팽원호의 호법인 강천과 모용백의 호법 양춘과 여산홍, 그리고 가진표까지 함께하는 일행이 하남상단의 정문에 도착하자 상단주와 그 외 수뇌부들이 모두 마중 나왔다.
그중에 아주 미모의 여인이 섞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임요성을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않는 것이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오오. 이렇게 헌앙하신 공자님들을 뵈니 이 장모가 개안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공자님들을 위해 제…가 성심껏 준비했습니다.”
임요성을 일행을 둘러보던 장운경이 가진표에 이르러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일행을 안내했다.
내원으로 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외원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외원이라고는 하지만 어지간한 대장원 전체와 맞먹는 크기였다.
단주가 거주하는 중앙 전각의 접객청에는 이미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준비가 마무리되어 있었다.
“자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공자님들의 높으신 입맛에 맞으실는지 모르겠지만 이 장모의 얼굴을 봐서 넓은 마음으로 해량을 부탁드립니다.”
결코 겸양을 떨 정도가 아니었다.
무림맹주라도 저렇게 먹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각자 자리를 잡자 연회상이 마련된 객청 앞 인공 호수의 그림 같은 정자에는 하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악단이 와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팽원호나 모용백, 황보익 등은 이런 자리가 익숙했다.
자신들이 있는 세가로 돌아가면 이런 접대는 원하기만 하면 매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장운경이 이끄는 대로 잘 따라주었다.
그들은 임요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곳에 데려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리라.
“하하. 여기 제 여식부터 인사를 올린다는 걸 깜빡했군요. 인사드리거라. 앞으로 중원 무림을 이끌어가실 귀중한 동량지재들이시다.”
“인사 올립니다. 장만옥이라고 해요.”
“장만옥? 혹시 강북제일미라고 하는 그 장 소저가 아니시오?”
모용백이 눈치 빠르게 아는 척을 해주자 장만옥이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부끄럽게도 그렇게 불리고는 있사옵니다.”
“하하. 거참. 팔불출이라고 하실까 봐 여식 자랑은 못 하겠고, 중원에서 제법 이름은 있는 것 같더이다.”
장운경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 딸을 데려왔다.
아직 마땅한 혼처를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천십좌라면 줄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표정을 보아하니 딸아이 역시 임요성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무릇 여인은 강한 남자에게 끌리기 마련.
지금 임요성은 가장 강한 사내 중의 한 명이었으니까.
“하핫! 마음껏 드십시오. 오늘이 이 장 모의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 아닌가 합니다. 하하핫!”
장운경이 분위기를 띄우며 이끌어가자 금세 웃음이 오가며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아까부터 여쭤보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워낙 무거우셔서요.”
“아, 소개를 안 해드렸군요. 가진표국의 가진표 국주님입니다.”
“아….”
순간 장운경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국주님.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아…하하. 이거 참 여기서 가진표국의 국주님을 뵐 줄이야….”
“하하. 왜들 그렇게 굳어 계십니까. 가 국주님도 제가 무림맹에서 알게 된 분인데, 두 분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제가 모시고 왔지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 얼굴을 봐서 잘 좀 봐주시지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으며 임요성이 말하자 장운경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아마 가진표국의 일은 제 바로 밑에 장 도방이 잘 알고 있을 듯한데 일단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상단은 수장인 대방 아래 도방, 대행수, 행수 순으로 직책이 내려간다.
도방이면 중소상단의 경우에는 수장급이지만, 하남상단 정도의 거대상단에는 그 위에 대방이라는 직책이 하나 더 놓여진다.
장운경은 지금 도방에게 그 책임을 미루면서 교묘히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임요성도 여기서 더 밀어붙일 생각은 없었다.
“하하. 역시 화통하시군요. 자자, 두 분께 제가 술을 드리지요.”
“어이쿠. 이런 감사할 때가.‘
임요성은 이후로도 분위기를 적당히 맞춰주며 시간을 보냈고, 장운경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임요성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했다.
임요성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아직 못 찾았나? 아니면 이곳에 없는 것인가.’
임요성은 사실 이곳에 하남상단이 숨겨둔 시설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종비연이 가져온 정보도 그렇고, 그런 중요한 시설을 다른 곳에 만들어 뒀을 리가 없다는 게 임요성의 짐작이었다.
늘 가까이서 관리할 수 있으면서, 가장 안전한 곳은 바로 자신의 거처인 하남상단일 테니까.
그래서 그의 초청에 응한 것이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쯤이면 풍귀가 자유롭게 상단 내부를 조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라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사할 수 있을 것이기에 들킬 걱정은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일을 벌여 놓고 은신처를 찾지 못하면 그것 또한 낭패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잔을 기울일 때였다.
[주군. 찾았습니다.]풍귀의 전음에 임요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시간을 좀 끌어주게.]임요성의 전음이 세 명의 신성들에게 전해졌다.
팽원호를 비롯한 세 신성들은 자신들에게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내심 무척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이구. 이거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다 보니 속이 좀. 하하. 혹시 뒷간이 어디에 있습니까?”
임요성이 괜히 쑥스러운 척 묻자 장운경이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어이쿠! 미련한 소생이 미처 말씀을 못 드렸군요. 여봐라! 어서 공자님을 안내해드려라!”
장운경의 호통에 한 사내가 달려와 임요성을 안내했다.
중앙전각을 돌아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아마도 직계들이 쓰는 내측을 안내해 줄 모양이었다.
“공자님 이곳입니다. 그럼….”
툭.
임요성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사내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처럼 손을 올리다가 바로 수혈을 짚었다.
쓰러지는 사내를 끌어다가 화장실 안쪽에 기대두었다.
“풍귀.”
“예, 주군.”
풍귀가 스르륵 나타났다.
“어디더냐? 안내하거라.”
그의 안내로 간 곳은 한 허름한 창고였다.
누가 봐도 상단의 허드레 비품을 놔두는 창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초가 두 명 있었기 때문이다.
상단의 내부, 그것도 이런 외진 곳의 허름한 창고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니?
[저기가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저쪽에 원림으로 연결되는 쪽에 있는 뒷문으로 아이들을 둘러업고 오는 사내들이 저 창고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좋다. 그럼 넌 지금 바로 무림맹으로 가라.] [무림맹으로요?]풍귀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우리가 힘만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무고한 이들까지 희생될 수도 있다. 이럴 때 무림맹이란 이름값을 이용해야지. 가서 총군사를 찾아서 내 얘길 전달해라.] [명을 받듭니다.]풍귀가 사라지고, 임요성이 잠시 창고를 살펴보다가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이곳까지 왔다가 다시 사라지기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연회장은 임요성이 없었음에도 전혀 분위기가 죽지 않았다.
모두 팽원호와 다른 신성들 덕분이었다.
“자자, 단주님. 제 잔도 받으셔야지요.”
모용백이 장운경의 잔에 술을 채웠다.
“허허. 이거 참 모용 공자님이 주시는 술이라면 당연히 받아야지요.”
“하하. 그럼요. 이렇게 단주님께서 호협하시고, 쾌남아신지 제 아버지께서 알고 계신가요? 아니면 제가 당장 말씀드려서….”
“아이고, 아닙니다. 저야 이렇게 공자님들과 친분을 쌓은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전 절대 대가를 바라고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 장 모의 진심을 헤아려 주십시오.”
모용백은 맹주의 아들답게 이런 자리에 많이 불려 다녔고, 어떻게 처신해야 이런 자들이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거 제가 없어도 분위기가 너무 좋군요. 좀 서운한데요?”
임요성이 웃으며 들어오자 장운경이 펄쩍 뛰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오매불망 얼마나 공자님을 기다렸던 줄 아십니까!”
딸려 보낸 무사가 돌아오지 않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임요성이 합류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더 달아올랐고, 이번엔 장만옥이 나섰다.
“소녀, 금을 조금 탈 줄 아온데, 흥취를 돋우어도 될까요?”
“오오! 그래 옥아야. 네가 공자님들께 실력을 좀 보여드리려무나.”
장운경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고, 신성들 역시 호응하자 그녀가 정자로 올라갔다.
다른 악단원들이 그녀의 자리를 마련해주며 빙 둘러앉았다.
그렇게 그녀의 금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금 타는 솜씨는 실로 아름다웠고, 금의 선율에 옥구슬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더해지자 마음을 굳게 먹고 있더라도 딸려갈 만큼 매혹적이었다.
이미 모용백은 입을 헤 벌리고 있었고, 팽원호조차 넋을 잃을 정도였다.
호법들 역시 겉으로는 근엄한 척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정인이 있는 임요성과 황보익만이 그녀의 마력과도 같은 매력에서 한 발 비켜 있었다.
그나마도 황보익은 연신 헛기침을 하며 술을 마셔댔다.
그녀를 똑바로 보면서는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어서였다.
장만옥의 금 연주가 끝나자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녀가 연회 상이 마련된 곳으로 사뿐사뿐 걸어오다가 임요성의 옆으로 이동했다.
“소녀, 대협의 잔에 술을 한잔 올려도 될지요?”
“그러시오.”
임요성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여기며 술을 받아주었다.
“허어. 거참 선남선녀가 따로 없구나.”
장운경이 탄식을 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가장 구석에서 혼자 술잔을 채우는 가진표의 얼굴은 점점 썩어들어갔다.
그는 임요성이 그냥 따라오라고 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일단 그 목적지가 하남상단이라는 데 매우 놀랐다.
그리고 이 자리가 연회라는 데서 살짝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보여주었던 임요성의 모습을 생각하며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싶어 계속 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길어지자 가진표의 가슴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계속 술이 들어가자 쌓여있던 울분이 폭발하고 말았다.
쾅!
“젠장! 도저히 못 참겠구만! 임 공자님! 내 그렇게 안 봤는데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를 희롱하는 겁니까!”
식탁을 내려치며 일어서는 가진표의 고성에 악단의 연주가 끊기고 좌중의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