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49
청풍표국 최강식객 149화
149화. 아버지의 등(4)
하남상단의 일로 무림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기이한 사술에 집착한 하남상단주 장운경이 강북의 천의방주를 협박해서 벌인 반인륜적 범죄!
영생을 위한 이혼대법에 눈이 멀어 하남의 동남동녀들을 납채해 벌인 기괴한 행각에 무림인들이 들끓었다.
관무불가침으로 어지간하면 무림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는 황실에서도 우려를 표했고, 결국 무림맹과 합동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있는지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도였다.
그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임요성이 하남상단주에게 뽑아낸 정보들이었다.
임요성과 제갈연, 그리고 모용천과 제갈백규가 동석한 자리에서 임요성이 탈혼촌열을 시행했고, 그 정보를 토대로 그 일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무림맹 뇌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이 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임요성을 위시한 세 명의 후기지수들에 대한 무림인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는 제갈백규의 권유에 모용천이 혈궁의 무림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호 동도의 대대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그와 함께 임요성이 후기지수들만으로 이뤄진 별동대 성격의 용봉대의 대주가 되기로 했다는 발표에 또다시 무림인들이 환호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발표였다.
이혼대법이라는 악마의 사술을 잡아내어 칭송을 받던 직후라 더 약발이 잘 먹혔다.
물론 그와 함께한 다른 후기지수들도 환호를 받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가진표국의 앞마당.
“…그리하여 이번 일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나 무림맹주 모용천은 가진표국에 대한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며, 앞으로 맹의 친우로서 함께하길 바란다. 또한 이에 대한 보상으로 무림맹과 3년간의 표행 계약을 맺을 것을 약속한다.”
가진표의 손이 덜덜 떨렸다.
긴장이 아닌 감격으로 인한 떨림이었다.
사실 가진표는 이런 보상도 필요 없었다.
하남상단주에 대해 탈혼촌열을 시행한 임요성은 그가 숨겨놓은 비밀장부가 있는 곳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가진표국에 대한 의뢰를 녹림에게 넣은 서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표행에 대한 위약금은커녕 오히려 희생된 표사들과 쟁사수들에 대한 막대한 보상금을 하남상단에서 지급하라는 무림맹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것만 해도 기뻐서 폴짝폴짝 뛸 노릇인데 이번에 하남상단의 악행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공로가 인정되어 3년간 무림맹과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무림맹은 수용하고 있는 인원이 엄청났기 때문에 식량이나 기호품, 잡화 등 중원 전체의 다양한 거래처들과 오고 가는 물량이 막대했다.
그런 무림맹과의 3년 거래면 이번에 손해를 본 금액의 몇 배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모든 고마움의 원인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고맙습니다. 공자님.”
깊게 머리를 숙이는 가진표를 보며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실 필요 업소.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빠!”
뒤에 서서 아버지가 상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 가명운이 달려와 안겼다.
“하하, 녀석….”
가진표에게는 그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아들이 힘을 얻은 것이 가장 큰 보상이었다.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급기야 무림맹에서 보낸 사자에게 치하를 받는 모습은 어린 가명운에게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한 번에 씻어주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짓밟던 그 사람들이 사실은 악인이었고, 그들은 아버지가 직접 벌했다는 사실에 가명운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했던가.
무림맹 사자에게 치하를 받는 아버지의 등은 그 누구보다 크게 느껴졌다.
“나 커서 아빠처럼 훌륭한 표사가 될 거야!”
아들이 한 이 말은 요 며칠 그 누가 했던 찬사의 말과 칭찬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임요성이 말했다.
“잠시 차나 한잔하겠소?”
무림맹의 사자가 가고 임요성과 가진표가 독대를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임요성이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아 그 모든 일을 제치고 그와의 자리를 먼저 마련한 것이다.
“이제 표국의 모든 일이 정상화되어 크게 와닿지는 않으리라고 생각은 하는데, 혹시 우리 청풍표국의 하남분국이 되실 의향은 없겠소?”
가진표의 눈이 크게 뜨였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만약 이 말을 그 전에 했다며 어떻게 되었을까?
하남상단의 농간으로 죽고 싶도록 힘들어할 때였다면?
아마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무림맹과 계약까지 한 마당에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가진표는 임요성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밀려서가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하길 바라는 것이다.
“당연히 함께하겠습니다.”
가진표가 고개를 숙였다.
표국의 위기는 모두 앞의 이 남자에 의해 사라졌다.
가진표국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긴 하겠지만 그마저도 이 남자의 은혜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는 기쁘게….
“고맙소. 참고로 가진표국이라는 이름은 버릴 필요가 없소. 대문파의 속가문파처럼 우린 분국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해줄 생각이오. 대신 청풍표국의 깃발을 하나 더 단다고 생각하면 되오.”
가진표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임요성이 미소 짓고 있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감사합니다. 총사님….”
그렇게 청풍표국의 첫 분국이 하남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훗날 무림사가들에 의해 청풍표국이 천하제일표국으로 발돋움한 첫발걸음이라는 평가를 내린 일이었다.
* * *
쾅!
거탁이 울리도록 내려친 노인.
왜소한 몸으로도 아직 청년의 기백을 내뿜는 그는 바로 산서상방연합의 장만철이었다.
“역모에 이어 이혼대법까지! 도대체 마가 낀 것이냐!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나!”
장만철의 서슬 퍼런 호통에 부복한 이가 오들오들 떨었다.
그는 상방연합의 대총관 연오중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번 하남상단의 연회 건은 단주인 장운경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임요성과 장운경의 만남에서 그날 저녁 연회까지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던 전격적인 사태에 연오중도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
만약 그가 알았다면 연회 장소를 다른 곳으로 하라던지 아예 연회 자체를 못 하도록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운경이 임요성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여 숙부인 장만철에게 칭찬을 받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한 일이어서 이쪽에서 전혀 눈치를 못 챘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 당연히 연합에 속해있는 모든 사업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야지!”
물론 말을 하는 장만철도 그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강북 전체의 상권을 틀어쥐고 있는 상방연합이다.
그 거대한 영역을 자기 집 안마당 보듯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만만한 총관을 질책하는 것이다.
“됐네! 나가보게! 꼴도 보기 싫으니까!”
연오중이 뒷걸음질을 치며 빠져나가자 장만철이 이마를 짚었다.
장만철은 금방까지도 육선문주라는 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왕의 암살을 막은 것도 모자라, 개봉부 지부가 암살을 의뢰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산서상인과의 사업 때문이라는 증거물도 같이 놔두는 바람에 실로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하지만 그동안 후원을 통해 밀어 넣었던 관인들을 통해 겨우 구명을 받을 수 있었고, 대신 도마뱀 꼬리 역으로 꽤 많은 수하들을 희생시켜야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하남상단에서 은밀히 준비 중이던 이혼대법이 파천황이란 놈에 의해 박살이 났다.
육선문주에 이어 파천황이란 놈까지. 장만철은 부하들에게 그 분노가 돌아갔다.
하지만 사실 이혼대법과 주왕의 암살 모두 수하들은 이유를 모르고 행한 일들이다.
그냥 사업에 필요한 걸로 알고 있다.
이 일이 ‘진짜’ 역모에 연루된 것이란 걸 안다면 아무리 수하들이라도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수치를 안겨준 삼황자, 현 황제.
그가 같은 하늘 아래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치밀었다.
오점. 그렇다 오점이다.
자기 인생의 유일한 오점.
모든 것은 그 오점을 없애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전 대학사 조상연의 은밀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얼마 전 오황자를 무사히 빼돌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
언제 그런 인물을 키웠는지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나타난 육선문주라는 변수.
그리고 강호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진고수 파천황.
둘에 의해 모든 일이 어그러져 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대인. 하오문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후우…. 들이거라.”
호흡을 고른 장만철의 허락에 깡마른 중년 사내가 들어섰다.
그가 바로 하오문의 하남지부장 부용만이었다.
“대인.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후우. 말해 뭐 하겠나. 안 그래도 이번 주왕 암살 건으로 들어간 돈만 해도 수천 금이네. 피 같은 수하들을 대신 밀어 넣었지. 그들의 남겨진 가족을 돌봐준다는 약속과 함께. 뿐인가? 항산파가 무림맹에서 축출되면서 그쪽에 퍼부은 돈을 어떻게 보상받을지 머리가 아프군.”
“그런데 맹 측에서도 상당히 머리가 아픈 모양입니다.”
“맹에서?”
그들이 말하는 맹은 무림맹에 심어진 세작을 말함이었다.
“예. 의각주가 심혈을 기울여 안배한 일이 그 파천황이라는 자에 의해 완전히 틀어진 모양입니다.”
“흠. 그쪽에서 준비한 일은 뭐였는지 아직 모르고?”
“예. 저희도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비원주와 의각주가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흠. 비원주까지 연루된 정도라면 굉장한 일일 텐데….”
‘혹시?’
장만철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지웠다.
설마 그들이 맹주를 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일에 손을 잡는 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의향을 묻더군요?”
“손을 잡자?”
“예. 그 황제의 검이라는 육선문주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파천황이라도 제거해서 강호 쪽에만이라도 숨통을 틔우자는 거지요.”
“어떻게 말인가? 습격이라도 하자는 말인가? 상천십좌를?”
장만철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후후. 얼마 전 저희 하오문 쪽에 지금은 파천황이지만 당시 파천도군으로 불리던 임요성이란 자가 하오문을 찾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래?”
“예. 그때는 그자가 왜 저희를 찾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강소 하오문을 접수해 묵천이라는 자신의 정보조직으로 흡수한 묵룡과 동일 인물인 임요성이 저희와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자가 왜?”
“아시다시피 지금 저희는 하오문주가 따로 없습니다. 성(省)별로 지부장 체재로 이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강소지부장을 해치운 그가 할 선택은 강소 지역을 인정해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음… 그가 만약 하오문 전체를 집어삼키려 한다면?”
부용만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실 저희도 다른 지부장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괜히 외부인이 하오문을 힘으로 접수하려 한다면 저희 똘똘 뭉쳐서 그 청풍표국이란 곳을 공격할 겁니다. 그는 외부에 노출이 되어 있지만, 우리는 음지에 숨어있기에 싸움 자체가 안 됩니다. 그게 저희의 저력이지요. 하오문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외부인이 저희 하오문을 힘으로 접수한 적이 없다는 게 그걸 증명하지요.”
“그래서? 계속해보게.”
장만철이 흥미를 보였다.
“이번에 공교롭게도 하남에서 지부장 연례회의가 열립니다. 전 그자를 회의에 초대할 생각입니다.”
“음…. 그럼 그 자리에서?”
“후후. 그렇지요. 그리고 그자의 숨통을 끊는 검은 비원주가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비원주 혼자 가능하겠는가?”
“저희가 파악한 바로 비원주와 그 임가놈의 무위는 호각, 또는 비원주가 반 수정도 뒤처집니다. 일단 드러난 무위로는 비슷할 거라더군요. 그도 화경의 고수라고 하니까요.”
“허허. 그래? 숨겨진 고수였군.”
“예. 하지만 만전을 기하기 위해 그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무색무취의 무형산공분에 중독될 겁니다. 자기도 모르게 은밀히 독에 젖어 있다가 막상 내기를 일으키면 내공이 움직이지 않는 거지요.”
“그 귀한 약을 어디서 구했나?”
무형산공분은 강호 3대 금용극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의각주가 구해줬습니다.”
“호오. 실로 다양한 이들이 손을 보탰군.”
“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인의 도움이 조금 필요합니다.”
“내가?”
“예. 비원주와 무형산공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혹시 모를 변수를 위해….”
“내가 데리고 있는 무사를 내어달라?”
“예. 대인의 호법들 중 한 명만 내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장만철의 호법 네 명은 모두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음….”
장만철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원수를 어떻게 갚나 고민하던 차였다.
“좋네. 사뇌.”
“예, 주군.”
“도와주거라.”
“존명.”
사뇌(四雷)라 불린 사내가 부용만에게 돌아서자 부용만이 머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