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64
청풍표국 최강식객 164화
164화. 천하제일 야장(4)
시간은 흘러 열흘째 되던 날 임요성과 두혜련이 철방으로 향했다.
깡! 깡! 깡!
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활기찬 망치질 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말소리도 문밖으로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황석환이 망치질을 하면서 옆에 있는 장한에게 뭔가를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엇?”
장한이 들어서는 임요성을 보고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임…공자님?”
“맞소. 그러는 그대는 황 노야의 아드님 되시오?”
“허허! 맞습니다. 이거 말로만 듣던 유명인을 직접 뵈니 신기하네요.”
황철우가 머리를 긁적이는데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인석아! 일하고 있는데 뭣 하는 짓거리냐!”
그러자 잠시 눈짓을 준 황철우가 다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무거나 꺼내서 먹고 있어. 아직 일 안 끝났다!”
황석환의 걸걸한 목소리와 임요성과 두혜련이 잠시 눈을 마주쳤고, 옆에 있는 대청마루에 걸터앉아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옆에 있던 매영옥이 눈치껏 차를 타오니, 지금은 호법이 되었지만 천하전장에서 일했던 가락은 어디 가지 않았다.
한참을 작업에 열중하던 철방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황석환이 칼을 가늠해 보더니 문득 임요성을 쳐다봤다.
“와서 살펴보거라.”
황석환의 실력을 아는 임요성은 왠지 설렘이 느껴졌다.
수많은 적을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은 임요성도 앞으로 함께할 무기를 본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달랐다.
“기존의 흑풍아조는 녹여서 비수 몇 자루로 만들어봤다. 운철을 섞어서 그 역시 네 녀석 선천지기를 조금 담으면 의념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게야. 그리 자유자재는 아니더라도. 그건 그렇고, 이게 네 녀석이 부탁한 통짜 운철로 만든 파천아조다.”
“파천아조…요?”
“그래. 네 녀석 별호가 파천황이라며? 이제 과거는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뜻으로 지어봤다. 각각 천아와 천조로 부르면 될 게다.”
“작명은 역시 유치하지만….”
“흥. 원래 이름은 직관적인 게 최고야.”
황석환의 말을 무시하며 건네받은 파천아조를 뽑았다.
징!
마치 주인에게 인사를 하는 듯한 영롱한 도명이 울려 퍼졌다.
“아…! 아름다워요.”
두혜련의 말처럼 이번에 그가 만든 파천아조는 전과는 달리 무지개빛의 영롱한 빛을 발했다.
“이게 운철도….”
말을 잇지 못하는 임요성을 보며 황석환이 코밑을 스윽 문질렀다.
“불순물 하나 없는 통짜 운철이야. 나도 이런 건 처음 봤다. 아마 너희들이 말하는 호신강기마저도 두부 자르듯 자를 수 있을 게다. 그리고 기존의 흑풍아조는 녹여서 내가 좀 남겨뒀던 묵철이랑 섞어서 도집을 만들었어. 얇지만 그 어느 것보다 강해서 가벼우면서도 무기로도 활용 가능하지.”
임요성이 도집마저도 무기로 사용한다는 걸 아는 황석환의 마지막 한 수였다.
칠흑 같은 도집이 흑표라는 정체성을 잊지 말라는 뜻 같았다.
마치 과거 속에서 피어나는 미래를 뜻하는 느낌.
“멋지군요.”
“후후. 녀석. 많이 바뀌긴 했구나.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아무튼 네 건 그렇고. 자, 이건 매 호법 거.”
“예? 제, 제 것도 있나요?”
“그건 저기 멀대같이 서 있는 임 공자한테 물어보고. 운철로 만든 비도라서 선천진기를 조금 불어넣으면 자신의 의념대로 조종할 수 있네. 한마디로 이기어검처럼 부릴 수 있다는 말이지.”
운철로 된 비도라면 이기어검을 사용할 줄 몰라도 충분히 그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비약적인 실력 향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언제라도 궤적의 변경이 가능했기에 충분히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
벽에 막혀 있던 비도술을 몇 단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귀한 비도를 따로 주우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나름 이득이었다.
비도는 거의 한 번 쓰면 버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주군.”
“헹.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더니.”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노야. 당연히 노야께도 감사하죠, 헤헤.”
매영옥이 투덜거리는 황석환의 팔짱을 끼며 웃자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같이 웃던 두혜련이 웃으며 말했다.
“잘됐다. 매 호법이 그동안 괴로워하는 걸 보는 것도 안쓰러웠는데.”
“아, 아니에요. 아가씨.”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두혜련이 위험해 노출되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끼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 운철비도라면 큰 도움이 된 거라는 생각에 단박에 얼굴에 티가 났던 모양이다.
‘이젠 제가 꼭 지켜드릴게요.’
‘나도 혈뢰선이 있으니 적어도 발목은 잡지 않을게.’
두 사람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헛기침을 한 임요성이 황석환에게 물었다.
“아마 더 이상 남궁세가에서 귀찮게 하지는 않을 테지만,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저랑 같이 가시죠?”
황석환이 옆에 선 아들을 쳐다보자 황철우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대찬성입니다! 남궁세가가 아버지께서 일군 업적이라면, 전 임 공자님과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황석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새롭게 시작해보자.”
그렇게 황가철방은 전대의 인연을 뒤로하고 새로운 인연을 위해 둥지를 떠나게 되었다.
* * *
쾅!
“아버지!”
“어허. 맹 내에서는….”
“그게 아니라,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이길래 그리 호들갑이더냐.”
총군사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온 이는 바로 제갈연이었다.
후다닥.
달려온 제갈연이 전서를 전하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덧붙였다.
“사천이… 사천이 먹혔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갈백규의 느긋하던 손이 급히 전서를 낚아챘다.
전서를 읽던 제갈백규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참말이더냐…?”
“예…. 지금 사천에 있던 지단과 지회가 모두 무너지고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현재 장강을 따라 호북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말도 안 돼…. 사천이 어떤 곳이냐. 무림팔가와 강호팔문에 속한 곳이 세 개나 있어. 그런데 그 세 곳을 모두 무너뜨렸다고…?”
제갈백규가 멍한 표정으로 딸을 올려다봤다.
“당가는… 당가는 이미 먹혀있던 것이 아닐까요?”
제갈연의 말에 제갈백규가 흠칫했다.
그렇다 이번 맹주 암살시도에서 사천 당가주의 협력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직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기에 조심히 관찰만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지다니.
“같이 맹주님께 가자. 다른 보고는 가면서 듣겠다.”
하남상단, 그리고 하오문의 일로 제1군사각주로 올라선 제갈연이 아비의 곁에 따라붙었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 *
안휘에 다녀온 지도 벌써 석달이 흘렀다.
그동안 표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임요성과 청풍표국의 가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수많은 표사와 쟁자수들이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제는 양적 팽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수뇌부들은 사람만 괜찮으면 전부 받아들였고, 연일 표사와 쟁자수들에 대한 교육에 한창이었다.
그사이 천하전장의 본단이 소주로 넘어오면서 각지의 정보가 빠르게 표국으로 몰려들었고, 이제는 앉아서 천 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잠깐 쉬는 동안 임요성은 곽현과 엄충식, 그리고 다른 교룡대원들과 함께 항주에 있는 지하투견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투견들과 함께 투견장을 아예 밀어버렸다.
그들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 빠르게 융화되었고, 이제는 소년들이라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황석환의 합류로 시작되었다.
자신을 따르는 다른 야장들과 같이 넘어온 그에 의해 전력이 두 배로 상승했다.
우선 주무기 외에 추가로 소지하는 암기류의 질적 향상이 이뤄졌다.
또한 강철을 가공하여 가늘면서 질기고 가볍기까지 한 쇄자갑을 만들어 상체와 팔뚝, 종아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쇄자갑(鎖子甲)은 사슬 형태의 갑옷인데, 무게 때문에 갑옷을 입지 않는 무인들을 위해 황석환이 특별히 개량한 무인용 갑옷이었다.
가장 중요한 부위들만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실용적이면서도 효과는 대단했다.
난전에서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공격을 한 번 막아내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었다.
이게 임요성은 자신이 가진 돈도 아낌없이 풀어 갑옷과 무기를 만들어 모두가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개량된 송엽탄까지 인당 몇 개씩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의 방심을 틈탄다면 자신들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들을 충분히 상대할 정도까지 전력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가진표국의 사례가 퍼지면서 각지에서 분국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고, 청풍표국은 진정으로 강호팔문의 위용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달의 청림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좀 이른 감이 있었는데, 바로 무림맹으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서신 때문이었다.
“자, 회의를 시작하겠소. 구 각주, 서신의 내용을 공개하시오.”
“예.”
임요성의 명에 따라 구용식이 서신의 내용을 읊었다.
아주 긴 내용이었기에 요약해서 전달했지만 그 파장은 엄청났다.
미리 알고 있던 일검은 담담하게 눈을 감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은 꽤 격렬했다.
“이게 무슨…! 그런 사천 무림이 혈궁에 완전히 먹혔다는 말입니까?”
나윤천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허어. 이거 진짜 큰일 났군.”
총관 이천호가 장탄식을 했다.
이제 청림회의에는 소국주인 두혜련과 함께 대장궤인 이천호도 참석했다.
표국의 크기가 팽창함에 따라 이천호는 총관이라는 직함 대신 거대 표국에서나 쓰는 대장궤의 직함을 받았다.
그리고 홍국헌은 자기 밑에 다섯 명의 대표두를 거느린 총표두가 되었다.
기존의 총표두와는 같은 이름이라도 그 무게가 달랐다.
제대로 표국의 수뇌부 회의가 되면서 청풍단주의 명목을 참석한 일검을 제외한 다른 묵풍조 장로들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제대로 표국의 식솔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의각주 위헌보가 참석했다.
그래서 표사들, 무인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여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호법대주인 여산홍의 불참으로 현재까지는 매영옥이 특별히 그를 대신해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구용식의 전서 공개에 좌중의 안색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럼 혈궁이 제대로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선전 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군요?”
이제는 묵천의 정보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된 오영찬이었다.
천하전장이 하오문을 흡수하면서, 그로부터 파생되어 전해지는 정보의 양만도 엄청나게 되자 구용식은 기존 묵천의 일까지 맡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오영찬이 묵천의 정보를 총괄함으로써, 구용식과 오영찬은 매일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고 교차검증을 했다.
오영찬의 물음에 구용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마 우리는 3차 변황대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소.”
그 말이 전하는 무게 때문일까, 좌중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겠네요….”
안타깝다는 듯 내뱉은 두혜련의 말에 다른 이들도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라 표현하면 다행일 것이다.
엄청난 이들이 목숨을 잃을 테니까.
1·2차 변황대전으로 사파가 무너져 내리고, 겨우 음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엔 어쩌면 백도 무림의 정기가 쇠락할지도 모른다.
서신의 내용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세력의 수장들이 친히 무인대를 이끌고 참전하라는 내용이었으며, 이미 이 내용은 몇 달 전 무림맹 긴급회의가 끝나고 전 중원에 통보된 상태였다.
“저와 청풍단이 출전합니다. 다른 이들은 최대한 표국의 방비에 신경 써 주십시오.”
청풍단 자체는 묵풍조 장로들과 부단주가 구성되어 있기에, 이미 그들이 표국의 주전력이었다.
“소국주께선 소주제일루에 전해서 긴밀한 공조를 구축하시구요.”
“네… 알겠어요.”
임요성의 출전에 걱정이 되었지만, 강호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전쟁이었다.
괜히 안 좋은 분위기를 풍기지 않기 위해 두혜련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임요성과 청풍단이 무림맹이 일차 소집장소로 지정한 화산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