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72
청풍표국 최강식객 172화
172화. 지리멸렬(2)
가장 먼저 공청 진인이 반응했다.
호남에서 장강만 건너면 바로 무당파였기 때문이다.
현재 무당파의 정예는 이곳에 와있었다.
“임 총사가 용봉대와 청풍표국의 무사단을 이끌고 무당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이미 언가와 서문세가로 가기엔 늦었다고 판단된다고….”
말끝을 흐리는 제갈백규의 모습에 다들 입을 열지 못했다.
반면 수염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놀랐던 공청 진인의 어깨가 늘어졌다.
‘그 녀석이라면 안심이지….’
일단 자신도 무당으로 향해야겠지만, 그때까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무당은 자파로 돌아가야겠소. 이건 무당의 문제일 뿐 아니라, 무당이 털리면 그다음엔 바로 무림맹이오.”
“…중간에 소림도 있소만.”
법장 대사의 말에 공청 진인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흠흠. 그건 그렇지. 하지만 소림과 무림맹은 지척이지 않소. 눈앞에 무림맹을 두고 굳이 소림을 들르겠소?”
제갈백규가 나섰다.
“두 분 고정하십시오. 제 생각엔 굳이 무당이나 소림을 칠 생각은 안 할 겁니다. 직선으로 무림맹이 있는 개봉으로 향하겠지요.”
“하지만 아까는 임 총사가 무당으로 향한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 같은 경우겠지요. 급히 생각하다 보니 중간에 있는 무당이 떠올랐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굳이 중원 무림의 두 태산북두를 거치고 가며 전력을 분산시킬 생각은 하지 않을 겁니다.”
졸지에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한 두 노인이 헛기침했다.
“그렇게 전력이 상당히 빠져있는 무림맹을 치고, 거기서 공성전을 하는 게 훨씬 낫지요. 그리되면 우린 사천과 하남 사이에 껴서 곤란 지경에 빠질 겁니다.”
제갈백규가 덧붙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부디 자신의 딸, 제갈연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해주기를.
하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오, 총군사.”
남궁겸이었다.
“총군사의 그 말만 믿고 자신들의 사문과 가문을 비워뒀다가 철퇴라도 맞는 날에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오. 저 청성을 보시오. 변황대전 이후 몇십 년이 흘렀으나 한 번 정기가 끊어지니 회복을 못 하고 있지 않소.”
“음. 그건 그렇지만….”
제갈백규 역시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난 가문으로 돌아가 봐야겠소. 그들이 강서의 서문세가를 무너뜨린 다음엔 솔직히 말해 무당보다는 남궁이 더 가깝지 않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간도 아까울 지경이오.”
“허어. 꼭 그러셔야겠소? 그리되면 연합군의 의미가….”
“됐소. 맹주. 이건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오. 이렇게 된 이상 각자도생하는 길밖에 없소. 알면서도 당해줄 수밖에 없는 거지. 이번엔 저들이 전략을 잘 짰다고 볼 수밖에.”
잠시 고소를 지은 남궁겸이 일어섰다.
“남궁의 제왕검대는 들으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쉬지 않고 전력으로 남궁까지 달린다!”
“충!”
가주의 말에 제왕검대가 우렁차게 답했다.
그렇게 남궁세가의 세력이 빠지자 연합군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각자의 터전을 비워두고 온 상황.
죽더라도 자신의 가족, 동료들과 죽는 게 나았다.
“맹주님, 저희도 가봐야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도….”
“저희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금세 인원이 줄어들었다.
“흠. 맹주. 이건 어쩔 수 없겠소. 이렇게 관문을 틀어막고 있는 사이 사문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안타깝지만, 우리도 여기까지인 듯하오.”
공동파의 검제, 구궁자가 씁쓸한 얼굴로 일어섰다.
화산파의 지척에 있는 종남파의 진문종까지 떠나자 천무삼신과 모용천, 그리고 갈 곳 없는 아미파의 여승들만이 남았다.
“허허. 이거 참.”
헛기침하긴 했지만 천무삼신들 역시 자신들의 사문을 놔두고 여기서 시간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무림의 가장 큰 어른들로서 이런 상황에서 발을 빼자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후우. 선배님들도 가보셔야죠.”
“허허. 거참. 이거 답답할 노릇이군.”
공청 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저희 정파의 심리를 꿰뚫은 저들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각 사문으로 돌아가셨다가 다시 부탁을 드리면 그때 힘을 보태주십시오.”
제갈백규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전공과 승리를 확신했던 백도 무림의 연합군이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해체되었다.
* * *
호북성 균현.
무당파 남암궁(南巖宮).
무당파 내에서 무공과 관련한 일을 처리하고, 무인들의 교육과 여러 제반 사항들을 담당하는 곳이다.
역대 무당파의 최고수들이 거쳐 가는 곳으로, 지금도 공청 진인을 제외한 가장 강한 검수이자 태극검수의 수장인 태청검객 진광(眞光)이 궁주로 있었다.
그는 공청 진인을 따라나선 태극 검수들이 빠진 자리를 홀로 메우고 있었다.
물론 다른 제자들도 있지만, 주전력이 빠진 상태라 자신이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음. 그러니까 혈궁의 별동대가 운남부터 시작해 호남까지 백도의 문파들을 쓸어버렸다 이 말인가?”
앞에 있는 두 남녀, 특히 현 강호에서 가장 위명을 날리고 있는 파천황이라는 임요성을 보며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임요성과 용봉대는 최대한으로 경공을 발휘하여 장강을 넘어 무당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오늘 길에 들어온 정보로는 아직 장강을 넘지 않은 듯했다.
임요성은 곧바로 남암궁주 진광을 찾았고, 진광 역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절차 없이 바로 남암궁으로 불러들였다.
무림의 배분도 높고, 나이도 훨씬 많았기에 진광은 임요성에게 말을 편하게 했다.
임요성도 딱히 싫은 내색을 하진 않았다.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오는 길에 추가된 정보로는 호남의 언가가 무너졌고, 곧 강서의 서문세가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전력이라면 장강을 건너는 것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뭣이! 그럼 큰일이 아닌가! 검신께서도 안 계시고, 주력 무사대인 태극검수도 없는데!”
진광의 눈에 걱정이 서렸다.
하필 공청 진인이 없는 상황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우선 빨리 장로 회의를 소집해서 정예를 추려야 해요. 그리고 기왕이면 소림에도 연통을 넣어서 지원을 부탁하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무당 다음에는 소림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진광이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상하군. 굳이 우리를 거치려 할까. 장강 이남을 거의 정리했다면 굳이 우리를 건드리지 않고 무림맹으로 바로 향할 수도 있을 텐데.”
임요성이 옆에 있는 제갈연을 쳐다봤다.
당신 생각은 어떠냐는 표정.
어차피 전문적으로 전략을 연구하고, 군사학을 배우는 제갈연이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아요. 무림맹으로 바로 쳐들어가서 공성전을 할 수도 있어요.”
임요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선택해야 합니다. 무당파를 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고 무림맹으로 향할 것이냐, 아니면 무당파에 남아서 저들을 맞이할 것이냐.”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무림맹으로 향할 거라고 가정하고 움직였는데 적들이 무당으로 온다면 그야말로 무당은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볼 것이다.
반면 무당을 지키다가 무림맹이 털린다면 백도 무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다시 무림맹을 수복하리란 보장도 없고.
“흐음….”
진광이 침음성을 내며 고민에 빠졌다.
공청 진인이 없는 상황에서 무당파의 무력은 자신 담당이다.
물론 그 전에 장로들을 소집해 제자들의 출전을 허락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발언이 가장 중요하므로 그 전에 자신의 태도를 정리해야 했다.
“이러면 어떨까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잠시 얼굴을 붉힌 제갈연이 말을 이었다.
“흠흠. 우선 하오문과 개방을 통해 호북성 일대에 무당으로 용봉대가 들어가서 지키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거죠. 그럼 이리로 오려고 했다가도 무림맹으로 향하지 않을까요? 그럼 모든 전력을 무림맹에 집중해두었다가 그들을 맞이하면 되죠.”
“좋은 생각이오. 물이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면 우리 의도대로 물이 흐르도록 방향을 잡으면 되지.”
진광이 눈을 빛내며 임요성을 바라봤다.
“그럼 그렇게 해보도록 하지요. 다행히 제가 하오문과 개방 쪽에 선을 댈 수 있으니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회의를 소집해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겠네. 그 참에 소림에게도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려두는 것이 좋겠군. 이왕이면 소림도 함께 하는 것이 좋을 테니.”
방향이 정해지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진광은 곧바로 장로 회의를 소집했고, 임요성은 균현의 저잣거리로 가서 천하전장의 지점을 찾았다.
호북의 맹주, 무당파가 있는 균현이다 보니 지점이 아닌 호북 지부가 있었다.
임요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임 총사께서 호북 땅을 밟는 순간부터 이미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구의 사내, 천하전장 호북지부장 냉엄(冷嚴)이 고개를 조아렸다.
“전장주께서는 만약 임 총사님을 뵙거든 당신을 대하듯 행동하라고 이미 전 중원의 전장에 지침이 하달된 상태입지요.”
“아, 그럼 혹시….”
임요성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잠시 머뭇거렸다.
냉엄이 눈치를 채고 미리 말을 꺼냈다.
“수장을 잃은 하오문은 이미 천하전장이 접수했습니다. 하오문이란 이름은 그대로 남겨둔 상태로 천하전장과 이원화하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전장주님과 지부장급 인사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음.”
임요성이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외로 종비연이 일을 잘해 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 밀실로 한 직원이 찾아왔다.
“지부장님. 웬 거지가….”
“아, 내가 불렀소. 들어오라고 해주시오.”
임요성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갔다.
잠시 후 풍귀를 따라 한 거지가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제가 호북 분타주 광운개이옵니다만….”
사실 냉엄과 광운개는 안면이 있는 사이다.
개방의 호북 분타주다 보니 몇 번 전장을 이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단 직원들까지 그의 진정한 신분을 알 수는 없었다.
“풍귀. 수고했다.”
자신을 대신해 개방의 호북 분타주를 불러온 풍귀가 고개를 숙이며 다시 사라졌다.
“후우. 대단한 은신술입니다. 저도 이런 쪽으론 꽤 한다고 생각했는데….”
광운개가 어지간히 놀란 듯 몸서리를 쳤다.
“두 분께선 안면 정도는 있지 않소?”
“흠흠. 예. 그렇지요. 그나저나 공자께서 그 임요성 총사 본인 되십니까?”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광운개가 냉큼 자리에 앉았다.
“어휴. 난 또 시절이 하 수상하여 혈궁에 끌려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까 그 친구 분위기가 워낙 흉흉해서리.”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는 듯 광운개가 얼굴에 웃음이 흘렸다.
“대충 짐작은 하겠지만 내가 분타주를 보자고 한 이유는 한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서요.”
“어떤 부탁이신지요?”
이미 전 중원의 개방도들에는 이번 전쟁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특히 파천황은 용두방주가 직접 그 거처에 머물며 도움을 준 것이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게다가 그곳에서 향후 수십 년 개방을 책임질 소걸개의 자원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전 중원의 개방도들에 적잖이 관심이 몰려 있는 상태였다.
“지금 혈궁의 별동대가 강남의 서쪽 일대의 큰 세력을 정리하고 무림맹으로 올 것이 확실히 되는 상황이오.”
“아, 그렇군요. 그럼 저희 쪽에서 어떤 일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런데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냉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외람되지만 총사님, 저희가 생각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임요성과 광운개 두 사람의 시선이 냉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