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79
청풍표국 최강식객 179화
179화. 혼돈의 시대(1)
대승이었다.
소주의 청풍표국부터 항주의 모용세가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투.
백도 무림의 완벽한 승리라고 세간에 퍼져나갔다.
일명 소항전투.
한중 땅에서 있었던 힘 대 힘의 대결에서 패한 것이 퍼져나가면서, 백도 무림에는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그를 부채질하듯 강남 일대를 휩쓸고, 파죽지세로 운남에서 소주까지 밀고 올라간 혈궁의 별동대.
그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 크고 작은 문파들이 모두 자기 집 대문을 꽁꽁 닫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백도 최고의 신성과 무림맹주가 힘을 합해 강남 별동대를 격파했다.
파천황과 만검자의 연합으로 강남 무림 일대를 공포로 떨게 만든 혈궁의 별동대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몰살.
모든 백도 무림인들이 환호했고, 희망을 엿보기 시작했다.
임요성은 모용천과 별동대를 격파한 이후 바로 표국으로 올라왔다.
남아있다고 해도 그런 분위기에서 잔치할 것도 아니었다.
모용천과는 수습이 끝나는 대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바로 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임요성은 지금 청풍표국의 국주 집무실에서 두원후와 함께하고 있다.
전날 어머니를 만나고 온 두원후의 안색은 한결 편안했다.
강연화는 한산사에서 공양주 보살로 일한다고 했다.
절 안에서 상주하며 승려들의 밥을 짓거나 절 살림을 도와주는 등의 일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했다.
그리고 늠름하게 돌아와 주어 고맙다며, 가끔 이렇게 와서 얼굴만 보여줘도 충분하다고 했다.
모든 내려놓으니 그렇게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
여기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두원후는 임요성이 표국으로 돌아오자 아버지와 누나를 모아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군역을 수행하던 중에 그 근처를 지나던 금의위 무사의 눈에 띄어 발탁되었다? 그래서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을 배우고 있었는데, 소기로 승진시켜주면서 이곳으로 가라고 직접 황제께서 말씀하셨다고?”
두진호가 아들의 말을 정리하며 묻자 두원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황제께서 임….”
“그냥 형님이라 부르거라.”
두원후가 머뭇거리자 임요성이 호칭을 정해주었다.
두혜련에게는 배다른 동생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처남이 될 수도 있는 두원후였다.
“아, 예. 형님을 각별히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두원후는 황제와 임요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거라고 짐작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힘든 군역을 살고, 무림보다 더 치열한 금의위 말단의 삶을 살다 보니 제법 철도 들고 눈치고 생겼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 반성도 많이 했다.
이제는 열심히 살아서 번듯한 가정도 이루고, 어머니도 다시 모셔올 생각이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음?”
임요성이 뜬금없는 감사의 인사에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마도 형님 덕분에 제가 금의위에 발탁도 되고 군역도 빨리 풀린 것 같아서요. 이곳에서 계속할지 아니면 강호로 다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열심히 해보려고요.”
한결 의젓해진 아들의 모습에 두원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했고, 두혜련도 임요성을 흘깃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래. 거기 있으면서 많이 배우도록 해라. 관의 일을 하다 보면 중원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거다. 배울 만큼 배우고, 표국으로 다시 와서 일해. 좋은 사람은 늘 모자라다.”
“예… 형님,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두원후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다시 돌아오라고 말해주는 임요성의 마음이 고마워서다.
돌아오고 싶다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비록 자신은 한발 비켜나 있었다고는 해도, 어머니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었다.
이후 보상은 넉넉하게 이뤄졌다고는 하나 그 당사자의 아들을 다시 보게 되면 돌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터.
‘하지만 만약 다시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들에게 죽을 때까지 사죄하는 심정으로 대할 것이다.
어머니가 절에서 속죄하는 것처럼.
* * *
“그래서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응. 난 괜찮다. 이번에는 그냥 물러났어.”
임요성은 표국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소주제일루로 기영란을 보러왔다.
친구의 어머니였던 기영란은 이제 자신의 어머니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기영선이 왔었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었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결국 그리되었군요.”
자초지종을 들은 임요성이 그녀와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야망이 이글거리고 있었죠. 저도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그냥 돌아갔다니 의아하군요.”
나중에 그녀가 돌아가고 나서 느꼈지만, 기영란과 팔선녀도 그 점이 이상하긴 했다.
이번이 기영란을 칠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그렇다고 백도 무림 흉내를 내며, 정정당당을 논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임요성이란 존재가 걸리지 않았나, 하는 거다.
상천십좌인 임요성과 돈독한 관계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척져서 분노를 감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는 가만두지 않겠다며 호기롭게 떠들긴 했지만, 자신은 뒤로 빠지고 혈궁을 이용해 기영란을 치려는 걸 수도 있다.
기영란과 팔선녀의 추측을 들은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어떤 마음이십니까?”
“나? 뭘 말이니?”
“언니, 그러니까 대공녀에 대한 감정 말입니다. 만약 제가 그분과 맞닥뜨렸을 때….”
“개의치 말아라.”
단호한 기영란의 말에 오히려 임요성이 살짝 놀랐다.
“예?”
“괜히 나와 언니, 아니지, 이제는 그냥 대공녀라고 부르자꾸나. 괜히 나와의 관계 때문에 네가 손속에 사정을 두다가 도리어 해를 입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른 기영란이 따뜻한 눈으로 임요성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로 인해 나도, 현이도 새 삶을 얻지 않았니? 매일같이 나한테 와서 오늘은 어떤 걸 배웠니, 어떤 무공을 수련했니 재잘거리는 게 그리 즐거울 수 없단다.”
기영란이 임요성의 손등에 손을 올렸다.
이제 중원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아무리 강남이라 해도 찬바람이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했다.
그런 중원을 임요성은 아무런 소득 없이 돌기만 하고 돌아왔다.
기영란의 따스한 손바닥은 그런 그의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모두 녹여주는 듯했다.
“난 네가 구아가 내려준 내 아들이라 생각한단다. 그런 네가 우리 모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어. 난 이 행복을 깨고 싶지 않단다. 그러니 마음에 한 점 망설임도 남겨두지 말 거라. 그게 결정적인 순간 너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어 빈틈이 생길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임요성을 쳐다보던 기영란의 얼굴에 짓궂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 혜련이라는 아이 말이다.”
“예. 예? 혜련이요?”
“후후. 그래. 귀엽더구나. 요즘 우리 일선한테서 무공을 배우는데 꽤 열심이야. 이번에 혈뢰선이라는 무기를 갖고 나서는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모양이더구나.”
“아, 네….”
임요성이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자 기영란이 짓궂게 물었다.
“그래서 언제 결혼할 거니?”
“예? 아, 그….”
임요성이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차돌처럼 단단해 보이던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기영란이 곱게 미소 지었다.
* * *
“흠. 창천과 변천, 유천까지 하면 이번에 희생당한 우리 쪽 장로급 인사가 여섯이나 되는군.”
“예. 저희로서는 뼈아픈 손실입니다. 비록 저들을 자기네 집안에 묶어두는 계책은 성공했지만, 저희로서도 나름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치렀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세 명밖에 남지 않은 구중천의 천주, 염천, 현천, 주천이 앉아있었고, 염천이 혁련희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가 중원 쪽 연락을 담당하는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환희궁 쪽은 어떻게 되었지?”
“강북을 맡은 대공녀 기영선은 저희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강북? 그럼 강남은?”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합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그 파천황이라는 자와 꽤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흐음. 그럼 결국 환희궁도 내분에 휩싸이겠군. 별 전력은 못되겠어.”
“예. 현재로서는 그렇게 파악되고 있습니다.”
“빙궁이랑 야수궁 쪽은?”
“지속해서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흥. 동토의 땅을 넘어 중원의 비옥한 땅을 떼어주겠다고 해도 그런 반응이라니.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땅에서 살고 있겠지. 야수궁 놈들도 마찬가지고. 동물이랑 교감이나 나누는 변태 같은 놈들.”
혁련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중원을 공략하기 전 야수궁과 북해빙궁에 연합을 제안했다.
혈궁 단독으로 중원을 도모하기에 사실 무리긴 했다.
그래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중원의 옥토에 군침을 흘리는 두 새외의 세력에 손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들로선 무조건 남는 장사다.
재주는 자신들이 부려주고, 그들은 떡고물만 챙기면 된다.
직접 전쟁을 수행하지 않아도 하는 척만 해줘도 충분하다.
그럼 전력이 북쪽과 남쪽으로 분열될 테고, 자신은 중원을 직접 쳐서 유린하면 된다.
다음에는 그렇게 힘이 약해진 중원을 마음껏 짓밟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자신들이 전광석화 같은 유격전으로 저들을 휘젓고 있을 때, 그들이 조금만 도와줬다면 천주들의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탁!
혁련희가 갑자기 올라오는 짜증에 탁자를 쳤다.
“하지만 변수는 또 있었습니다.”
조용히 있던 염천이 입을 열었다.
“…변수?”
혁련희가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 파천황이란 애송이 말입니다. 아니 이제는 애송이라고도 할 수 없겠군요. 그자의 존재로 인해 세 천주가 어이없이 죽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주위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파천황이 모용천을 도와 혈궁의 마두들을 무찔렀다는.
“그가 없었다면 모용천 그자만으로는 천주들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들어보니 청풍표국을 접수하지 못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게 뭐지?”
“바로 제국의 황제입니다.”
“황제라고?”
“예. 그가 뜬금없이 청풍표국을 황궁 직속 표국으로 임명하는 바람에 강소성의 도지휘사가 직접 그곳을 관리하고, 실무자급으로 금의위 무사들이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대놓고 밀어주는 꼴이군.”
“예. 그래서 그 파천황이란 자와 황제가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쳇. 잘나가다가 갑자기 이상한 데서 꼬이기 시작하는군. 하지만 그것 말고는 없지 않나? 지금 그들은 각자 자기네들 집으로 돌아가 있고, 우리가 하나하나 깨부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예. 당장 관중 땅 주위의 공동파과 종남파, 화산파는 무리 없이 공략 가능할 겁니다. 단지 소림부터는 힘들 겁니다. 일단 그들 자체 전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당장 하남 땅이라 무림맹과 그 아래 무당에서 바로 지원이 올 겁니다.”
“흠… 소림이라….”
염천의 걱정도 수긍이 갔다.
무림의 태산북두이자 북숭소림이라 불리며, 무당과 함께 백도 무림의 양대 산맥인 소림.
소림을 공격하러 가면 곧바로 무림맹과 무당파에 연락이 갈 테고, 지원이 올 것이다.
소림, 무당, 무림맹주까지.
중원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세 세력이 모두 모인다면 혈궁으로서도 버겁다.
비록 암존이라는 보검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희생을 치러서야 중원을 정복하는 의미가 없다.
“음. 확실히 천주들의 손실이 뼈아프군.”
그들만 모두 살아있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개방주를 치러 갔던 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수라궁의 잔당들에 의해 허무하게 당했다.
강남을 쉽게 병탄하리라 생각했던 이들 역시 생각보다 훨씬 강한 한 사내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사실 아홉 명의 천주들 가운데서도 급은 있다.
지금 눈앞의 세 명이 백도 무림의 천무삼신과 비슷한 급이라면, 지금은 죽고 없는 여섯의 천주는 상천십좌와 비슷한 무위였다.
그들의 죽음이 아쉽긴 하지만 준비한 무기가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중원 각지에 퍼진 혈궁의 세작들을 이용해 혼란을 획책하도록. 그사이 우리는 사천을 기반으로 청성파를 당문처럼 실혼인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지.”
“존명.”
당문의 무사들을 실혼인으로 만드는 데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고독이 필수적이다.
당분간은 고독의 생산에 집중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