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80
청풍표국 최강식객 180화
180화. 혼돈의 시대(2)
급한 일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청림회의가 소집되었다.
수뇌부들이 모이는 동안 임요성은 황제가 두원후를 통해 보낸 서신을 다 읽고는 피식 웃었다.
온갖 생색의 말을 빼면 한 줄로 요약된다.
‘너 이번에 나한테 빚진 거다?’
관병들이 이렇게 깔려 있으면 제아무리 무림인들이 머리보다는 주먹이 먼저인 사람들이라 해도 피해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같이 전쟁을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큰 힘이 된다.
문득 임요성은 모용세가에서의 일을 마치고 청풍표국에 도착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표국 주위로 깔린 수많은 관병.
이번에 황궁으로 운반되는 물품들의 운송업체로 선정되었다나.
황궁으로 운송되는 물건은 상인들이 특정 지역에 옮겨두면 그곳에서부터는 관병들이 운송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건 말이 그럴 뿐이고 실제로는 표국이나 상인들을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관의 일이란 것이 돈은 좀 짜더라도 떼먹지 않고 받을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오래도록 꾸준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큰 상단이나 표국은 으레 관의 일을 한두 개씩은 맡아서 한다.
그런데 그 일을 청풍표국이 맡은 것이다.
바로 소주 일대의 물품 운송을 책임지는 책임 표국으로 말이다.
“이번에 황제께서 이런 혜택을 내려주시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딱 찍어서 저희를 언급한 거라 강소성의 도지휘사께서도 아무 소리 못 하고 저희를 지원하라고 했다더군요.”
사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은 왜 황제가 청풍표국을 도와주는지 알고 있다.
모두 이 청림회의의 주재자인 임요성의 능력이라는 것을.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빛났다.
이제는 파천황이라는 이름으로 무림을 질타하는 거인이 된 그들의 총사.
임 총사라는 이름은 무림의 고유명사였다.
자신의 주군이 자랑스러운 일검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 사천 쪽으로 저들의 주력이 집중된 이상 아무리 혈궁이라도 금의위와 관병들이 에워싼 저희를 간 크게 해할 수는 있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오영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번에 두 공자를 보고 그대로 돌아간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번 전쟁에서 절대 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즉 이건 무림의 일이니, 관은 간섭하지 말라. 대신 일반인은 건드리지 않겠다. 뭐 이런.”
“그러니 이제 표국의 안전은 보장된 셈입니다.”
일검의 말을 들으며 임요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항주 쪽 사정은 어떤가?”
항주라면 모용세가를 말함이다.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번에 희생된 무인들을 위해 큰 보상을 하고, 장례가 끝나는 대로 대대적으로 무인들을 선발할 모양입니다. 그리고 혹시 몰라 지역의 자경단을 조직하여 그들의 훈련도 도와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럼 맹주님도 곧 무림맹으로 돌아가시겠군.”
“아마도 그럴 겁니다. 강남 쪽의 큰불은 껐으니까요. 조무래기들은 모용세가의 자체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사실 혈궁으로서는 이번 상대가 안 좋았다.
상천십좌급 초고수들이 셋이나 몰려온 거니까.
그 말은 보통 때라면 세 개의 대문파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과 같다는 뜻이다.
애당초 이런 전쟁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에 대한 장주의 생각은 어떻소?”
임요성의 시선이 종비연에게 향했다.
“우선 청풍표국의 그 유명한 ‘청림회의’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종비연이 일어나서 공수를 취했다.
그녀는 임요성의 부름에 바로 달려왔다.
이제는 청풍표국 근처에 본장을 꾸린 상태였다.
요즘은 아예 표국의 정보각에서 업무를 보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중원 각지에서 보내오는 양이 엄청났고, 다행히 정보각주인 구용식과 손발이 잘 맞았다.
하오문까지 접수한 천하전장은 정보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우선 각지에서 혈궁이 그동안 암암리에 중원 심어둔 세작들이 판을 치고 있어요. 민가는 놔두고 작은 규모의 무관까지도 습격하며 괴롭히고 있어요.”
종비연의 설명에 중인들이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건가?”
임요성의 물음에 종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력을 집중시키지 않고 넓게 퍼져서 지속해서 괴롭히는 거죠. 이렇게 되면 하나로 뭉치기 어려워요. 자기 영역 지키기만도 버거우니까요.”
“그동안에 혈궁은 전력을 회복하거나 증강하겠군?”
“정확해요. 지금도 사천에서 오는 정보가 심상치 않아요. 아마도 청성을 집어삼키려는 것 같아요.”
종비연의 말에 일검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오.”
“당가와 비슷해요. 이번에 무림맹 본단이 정신을 지배당한 당가의 무인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어요.”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 연장선이겠죠. 과거 변황대전으로 봉문을 한 그 틈을 노려 이미 혈궁의 세작들이 침투했고, 이번 전쟁이 일어나면서 주위에는 아무런 소문도 없이 조용히 장악된 것 같아요.”
이건 무림맹도 모르는 정보였다. 그만큼 종비연이 확실하게 하오문을 장악했다는 결론이다.
“그럼?”
“예. 조만간 청성도 혈궁의 꼭두각시가 되겠죠.”
“흠….”
임요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사천 무림은… 정기가 끊겼어요. 당가, 청성, 아미까지….”
힘이 없다면 먹히는 곳. 그것이 강호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 할 때다.
“소주를 비롯한 강소성도 사정은 마찬가지겠군?”
임요성의 물음에 종비연이 고개를 들었다.
“예. 기존에 강소성의 패자를 자처하던 단목세가가 봉문을 해서 지금 양주 쪽은 난리라고 하더군요.”
종비연의 말에 임요성이 좌중을 둘러봤다.
“이곳 강소성과 소주 일을 제대로 마무리할 때까지는 당분간은 표국에 있을 생각입니다. 하여 저는 새롭게 강호팔문이 된 저희가 강소성의 안전과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임요성의 말에 구용식이 나섰다.
“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희가 강소성의 온전한 패자를 자처하려면 그만큼의 힘과 능력을 보여야 합니다. 이번이 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강소성의 패자는 청풍표국이란 걸 확실히 심어주고,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지역의 패자란 평화로울 때는 그들로부터 보호세를 받으며 딱히 할 일이 없다.
간헐적으로 천하통일을 외치는 어느 미친놈이 나타나서 패악을 부리지 않는 한 대체로 강호는 거대 세력들의 관할 아래 평화롭다.
하지만 이렇게 큰일이 터지고, 지역을 위협하는 거악이 나타나면 그때가 바로 패자의 위용을 보여줄 때인 것이다.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자기 영역을 지키고, 그 안의 구성원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지속해서 그들의 존경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존경과 지지는 돈으로 귀결된다.
“자, 그럼 구 각주와 종 장주께서 적절하게 인원을 분배해주시오.”
임요성의 지시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였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 힘을 과시할 때였다.
* * *
“오오. 다행히 맹주님과 임 공자가 큰 역할을 해주었어.”
안 좋은 내용의 전서만 받다가 모처럼 미소를 짓게 만드는 소식에 제갈백규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금 제갈백규의 집무실에는 제1군사각주인 제갈연과, 제2각주 범여(范勵), 제3각주인 방희수(龐喜受)가 각자 들고 온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주로 팔문팔가의 정보를 규합하는 쪽이 1각주라면, 2각주는 그 외 중소방파의 동향을 확인한다.
그리고 3각주는 과거 제갈연이 맡았던 곳으로 새외의 움직임을 살핀다.
보통 때라면 3각주가 제일 할 일이 없지만, 지금은 오히려 연일 밤을 새우다 보니 눈 아래가 거뭇했다.
혹여 북해빙궁이나 야수궁, 또는 포달랍궁이 혈궁에 붙을까 하여 현재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런 상황에 모용천로부터 날아든 한 통의 전서에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럼 맹주께서 복귀하시는 겁니까?”
제갈연의 물음에 제갈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럴 것 같구나. 강남 일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맡겨두시고 올라오시겠지.”
“그런데 총군사님. 각지에서 크고 작은 소요가 일고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범여가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중원 각지에서 날아온 전서들이었다.
가만히 전서들을 읽던 제갈백규의 얼굴에 어둠이 내렸다.
“후우. 혈궁이 그동안 중원에 심어놓은 세작들이 설치고 있군.”
“그렇습니다. 언제 그렇게 심어뒀는지 동네 작은 무관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허허.”
하나가 해결되니 또 하나가 터지기 시작한다.
“지금 강남은 각각의 성급(省級) 도시를 지배하던 거대세력들이 무너지면서 매우 혼란한 상황입니다. 서로가 자신이 패자가 되어보겠다고 웅크리고 있던 힘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혈궁도들까지 설치니, 그야말로 혼돈이라고 합니다.”
제갈백규가 인상을 찌푸렸다.
“허허. 그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러나. 힘을 합쳐도 모자랄 마당에.”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성을 지배하던 거인이 쓰러졌다.
당연히 그 아래 있던 이들이 너도나도 들고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벌써 자기들 잇속이나 챙기겠다니.
당장 혈궁도들의 습격을 막을 힘이 분산되는 꼴이다.
“후우. 하긴 지금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군.”
그 혼란을 다스리고 같이 힘을 모으자고 해야 할 강호의 거인들이 자기들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웅크리고 틀어 앉은 꼴이니.
이마를 싸매는 아비를 보며 제갈연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 상당히 희망적인 상황 아닌가요? 일단 강남 쪽의 가장 큰불은 껐으니, 맹주께서도 돌아오실 테고, 파천황의 힘도 빌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일단 그 점은 긍정적이지. 하지만 맹주님이야 무림맹주시니 오시는 것이 당연하다만, 임 총사가 이곳으로 올지 모르겠구나. 무림의 명숙을 자처하는 다른 이들도 웅크리고 있는 마당에.”
아버지의 말에 제갈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세(家勢)가 기울어 현재는 무림맹 근처의 작은 장원에서 현판을 달고 그 명맥만 유지하는 제갈세가.
과거 변황대전 때의 피해로 터전을 잃었기에 이제는 세가라는 이름도 부끄러울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만약 그들도 과거처럼 한 지역의 패자를 자처할 정도였다면, 다른 이들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와 다른 행동을 임요성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어차피 용봉대라는 별동대는 전쟁 중 따로 행동을 허락하는 특별 편제 같은 것일 뿐.
“그럼 이제 어쩌죠?”
제갈연의 물음에 제갈백규가 시선을 돌렸다.
“3각주. 북해빙궁과 야수궁의 움직임은 어떤가?”
방희수가 허리를 곧추세웠다.
“예.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들도 상황을 살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붙으려면 이미 붙었어야 전쟁 후의 콩고물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늦은 것 아닌가?”
“저도 그렇게 파악됩니다. 어떤 내부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마인들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혈궁의 손을 잡기엔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흠….”
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제갈백규를 보며 제갈연이 물었다.
“둘을 끌어들이시게요?”
“가능하다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2각주 범여가 나섰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더 큰 화를 당하지 않을까요?”
“마인들은 협상이란 게 안되지만 둘은 그래도 말은 통하니까. 그리고 그들도 이미 굳어진 터전을 버리긴 힘들게야. 그들이 원하는 건 중원의 옥토 그 자체보다는 옥토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이니까.”
제갈연이 나섰다.
“적당히 물자 교류로 그들의 목적을 충족시켜 주면 된다는 말씀이죠?”
제갈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리만 된다면 큰 희생 없이 저들을 막아낼 수 있을 거야. 일단 맹주께서 돌아오시면 상의를 해봐야겠구나.”
제갈연이 아버지의 말에 창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가슴에 이미 한 여인을 품었다는 사내. 왠지 그 사내의 산악 같은 든든함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