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82
청풍표국 최강식객 182화
182화. 혼돈의 시대(4)
석계명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역모에 엮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참을 할 수도 있는 육선문주.
문도들도 없이 그가 곧 문파인 일인 문파.
역모에 관한 한 무림과 관의 일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현시점 유일무이한 황제의 밀정!
도대체 왜 그가 자신한테 왔다는 말인가!
“역모에 가담한 적이 없다라…. 역모에 가담한 자를 모른척하는 건 어떤 죄라고 생각하시오?”
임요성이 평온하게 차를 홀짝이며 물었다.
석계명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 당연히 역모를 알았다면 말씀드렸을 겁니다!”
“호오. 그럼 이건 또 다른 문젠데…. 관할지 내에 뻔히 역도가 돌아다니는데도 모른다면 도사의 능력이 부족한 걸 말하는 것 아니오?”
“허억! 그, 그럴 리가! 설마 강소성 내에 역모의 무리가 있다는 말입니까?”
임요성이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시선을 석계명에게 돌렸다.
그의 서늘한 눈빛에 석계명의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
“뭐, 역모의 가담 여부가 아닌 능력의 유무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니 판결은 보류하겠소. 단 그대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지켜보고 있겠소.”
임요성이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눈을 가리킨 다음 다시 석계명을 가리켰다.
지켜보겠다는 담담한 동작.
“난 분명 이곳에서 역모의 흔적을 발견했고, 이들의 행동이 빨리 밝혀지지 않는 것에는 그대의 조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거든.”
“다,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다, 당장 군사들을 풀어 찾도록 하겠습니다!”
“좋소. 내 한 가지 실마리를 주자면, 그들은 동남동녀를 납치하여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거요. 그 부분을 잘 건드려 보면 될 거요.”
“아, 알겠습니다.”
“흠…. 그런데 아까 그 건방지다는 사람은 누구를 말함이오?”
“예? 그, 그것이….”
“허어. 이 상황에서도 숨길 것이 있다니, 내 도사를 다시….”
“아, 아닙니다. 그… 이번에 황궁과 직통으로 협약을 맺은 표국이 있사온데, 제가 만나러 가서 보지도 못해서….”
“저런. 도사의 방문도 등한시하다니, 필시 건방진 자이겠구려.”
“아, 그, 그것이….”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석계명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때 육선문주로 변한, 임요성이 차갑게 말했다.
“도사.”
“예? 아, 예!”
“지금 그런 사소한 것이 눈에 들어온단 말이오? 역도가 판치는 지금? 황제께서 뜻이 있어 한 일에 지금 숟가락을 올려보겠다는 거요!”
임요성이 으르렁거리자 석계명이 펄쩍 뛰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청풍표국은 제쳐두고 당장 역도들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좋소. 지켜보리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가 안 들리자 살짝 고개를 드는데, 지금까지 앉아 있던 의자에는 아무도 없었다.
“푸우우우.”
석계명이 그제야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대인. 무슨 일이십니까?”
그제야 기척을 알아챈 수하의 물음.
지금까지 무림 초고수들이 쓴다는 기막이 펼쳐져 있던 것이 확실하다.
소름이 돋았다.
왠지 지금도 그가 엿듣고 있을 것만 같았다.
“씨발! 내 밑으로 한 명 열외 없이 연병장에 전부 집합시켜! 지금 당장!”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수하가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막이 걷히고 그제야 소란에 침상에서 일어난 묘령의 여인이 일어섰다.
“대인, 무슨 일이신지요?”
본처는 북경의 본가에 있었고, 혼자 강소성에 내려와 있는 그는 매일 밤 여인들을 바꿔가며 즐기고 있었다.
“씨발 닥쳐!”
그런데 지금은 여자가 문제가 아니다.
난데없이 욕이 날아들자 어지간히 굴러먹은 그녀도 황당한 표정으로 속으로 쌍욕을 해댔다.
바로 옆에 있던 저것도 이제야 일어섰다.
필시 수혈인지 뭔지를 미리 짚어두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제길! 오늘 강소성 전체를 탈탈 털고야 만다!”
여인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석계명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이 독기로 가득 찼다.
역모에 휩쓸리는 날에는 멸문, 아니 멸족이다.
“어떤 새낀지 걸리기만 해라!”
석계명이 벽에 걸려있는 갑주를 걸치기 시작했다.
* * *
도지휘사사에서 나온 임요성의 얼굴이 스스슥 바뀌더니 이내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었다.
물론 기존에 설정되었던 한 가지 얼굴일 뿐이지만.
육선문주로 협박을 좀 해뒀으니 청풍표국에 대해서는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괜히 떡고물이나 챙기려는 놈 밑 닦아줄 일은 없다.
게다가 장강을 넘어간 이후로 완벽하게 모습을 감춘 조상연을 찾기 위해서는 관의 힘이 필수적이다.
개개인의 능력이야 당연히 무림인들이 높지만, 세세한 곳까지 전부 찾기에는 머릿수가 딸린다.
이런 건 관이 잘하니까 맡겨두면 어떤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
그쯤 되면 풍귀를 보내서 한 번씩 정보를 받아내기만 해도 충분하다.
[풍귀.] [예, 주군.] [앞으로 한 번씩 들러서 겁 좀 주고, 정보를 받아와.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은신하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나? 그때도 말했지만 불편하면 나와 있어도 된다.] [아닙니다. 철들기 전부터 이렇게 생활해서 오히려 은신을 푸는 쪽이 더 심력이 소모됩니다.] [그래, 그럼.]본인이 그렇다는데야 더 말할 필요는 없다.
도지휘사사와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여산홍이 옆으로 따라붙었다.
혹시 몰라 잠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어 나온 것이다.
이제 여산홍의 실력은 임요성이라 해도 인정해줘야 할 정도였다.
비록 아직 화경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여산홍도 무리(武理)의 수준은 꽤 높은 편이었다.
어느 계기만 되면 바로 만개할 것이다.
임요성으로선 호법이 실력이 출중한 것은 그만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주군에게 도움이 되어 오히려 여산홍이 더 좋아했다.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음. 아마 표국을 귀찮게 하거나 하진 못할 걸세.”
“주군께서는 어디에 있으리라고 짐작하십니까?”
“글쎄. 아마도 양주상단이나 단목세가 쪽이 아닐까 하는데. 죽기 전에 사준혁 단주가 그리 말했다더군.”
“그럼 아예 공격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양주상단은 태호상단에 맡기고, 단목세가는 어차피 무림세가니까 저희가 쳐도….”
“아닐세. 그렇지 않아도 묵천의 수장이 나라는 것 때문에 말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너무 사파식으로 밀어붙이면 뒷말이 나올 걸세. 특히나 전쟁 중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임요성은 굳이 서둘 생각이 없었다.
그건 황제의 이번 역모 건의 대응 방식을 참고하는 것이다.
보통 역모라면 대대적으로 관련자를 색출하고, 파고 파고 또 파서 수만 명까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에 황제가 처리한 걸 보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황자의 난으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오황자를 옹립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알려지면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요성도 조용히,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임요성은 강소성에 있는 각 부의 지부들도 그런 식으로 만났다.
아마 도지휘사와 연계에서 미친 듯이 조상연을 쫓아다닐 것이다.
적어도 이곳 내에서 발붙일 곳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무림 문파라도 역모에 관련된 일은 협조할 수밖에 없을 테고, 혹여 봉문한 단목세가에 숨어 있다고 해도 그리 오래 있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부를 하나하나 만나고 오니, 경공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나 어느덧 하루가 지나있었다.
표국으로 들어오니 늦은 저녁에도 시끌시끌했다.
주력 무사단인 청풍단과 묵풍조 장로들의 합류로 잠시 멈췄던 표행의 의뢰도 재개되고 있었다.
지금 강남 쪽은 물자가 원활하게 돌지 않아 아우성이었다.
이런 곳들을 적절하게 뚫고 들어가 준다면 청풍표국의 입지는 한층 올라갈 것이다.
이제 모든 전력이 돌아왔고, 한동안 임요성도 표국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 기회를 맞아 표행을 재개시키려는 두진호의 의도가 짐작이 갔다.
“아녜요! 그것들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실어야 해요! 아이참! 권 씨 아저씨! 짐마차에 왜 면화 상자가 다섯 개밖에 없어요! 여섯 개라니까!”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돌아다니는 두혜련의 목소리가 활기찼다.
그간 전쟁에 숨죽이고 있다가 다시 표행이 재개된다고 하니 신난 거다.
“어머, 오라버니. 아침부터 어딜 다녀오시는 거예요? 당분간 표국에 있을 거라더니?”
“그러게. 쓸데없이 바쁘구나. 그런데 지금 보니까 네가 더 바쁜 것 같구나?”
“호호. 그러게요. 갑자기 일복이 터졌네요.”
“그래 일 끝나면 원림이나 한 바퀴 돌자꾸나.”
“좋아요!”
임요성은 무림의 분위기가 분위기였던 지라 밖으로 나들이를 가는 건 좋지 않다 여겼다.
그래서 표국으로 돌아와서는 틈나는 대로 원림이나 한 바퀴 돌면서 정자에서 차를 마시는 게 그나마 그녀와 할 수 있는 가장 오붓한 시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오라버니를 찾은 분이 오셨어요. 객청에 있을 거예요.”
“음. 알았다.”
누가 자신을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객청으로 향했다.
“아, 총사님. 오셨군요.”
마침 집사부장이 나와 있었다.
표국이 날로 커짐에 따라 집사부도 다시 개설되었는데, 대장궤인 이천호가 데려온 인물이었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사람을 잘 부려서 집사부장에 적임자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집사부장 권영천이 고개를 숙였다.
“누가 왔다고 하던데요?”
“예. 그렇지 않아도 기다린 시간이 꽤 되어 다음에 다시 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 말씀을 드리러 가던 참이었습니다. 오셔서 다행이네요.”
“누구라고 하던가요?”
“총사님께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하던데, 키가 7척에 미치는 거구였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제가 가볼 테니 이만 일 보시죠.”
“예. 그럼.”
돌아가는 권영천을 뒤로하며 객청으로 들어섰다.
객청의 크기가 그리 작지 않음에도 내부를 꽉 채우는 듯한 사내가 돌아봤다.
“절 찾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임요성이 들어서자 거구의 사내가 볼을 씰룩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크허허허! 천지를 진동시키는 명성의 주인공을 뵙소이다! 나 녹림의 충소광(充疏廣)이라고 하오!”
방이 쩌렁쩌렁 울렸다.
녹림이라는 말에 임요성이 여산홍에게 말했다.
“자넨 밖에 있게.”
“알겠습니다.”
여산홍이 문을 닫으며 밖으로 몸을 돌린 채 섰다.
임요성은 그를 보는 순간 여느 녹림도랑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를 대우해주고자 여산홍을 밖에 세운 것이다.
“커허허! 눈치가 빨라 좋으시군. 듣고 안 듣고를 떠나서 윗사람들 얘기하는 데 아랫것이 끼면 안 되지.”
의자에 털썩 앉았으나 그의 덩치에 비해 의자가 작아 위태로워 보였다.
“의자를….”
“아! 괜찮소! 크기는 작지만, 앉아 있을 만하니.”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앉았다.
“차는 드실 만큼 드신 것 같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어떻겠소?”
“흐흐흐! 성격 시원시원하군. 좋소. 내 정식으로 인사드리리다. 이번에 녹림을 평정한 대원만이라고 하오! 친하게 지내는 땡중 하나가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내라며 지어준 별호요.”
“그러시군. 축하하오.”
“크허허! 무얼. 남사스럽게.”
임요성이 눈을 빛냈다.
중원이 새외에 공격을 받는 중에도 녹림 역시 그들만의 전쟁에 집중한 듯했다.
“난 황산채의 채주요. 천하제일채라고도 하지. 갑자기 전대 채주가 뒈지는 바람에 골치 아팠소. 내 양부나 마찬가지인 분이었거든. 그 썩을 마인 놈들 때문에 돌아가셨지. 그래서 일단 녹림을 안정시키는 대로 이렇게 찾아온 거요.”
“날 처음 찾아오셨단 말이오?”
“그렇소! 솔직히 파천황 당신이 현 무림의 최고 실세 아니오?”
임요성이 아무 말 없이 쳐다봤다.
실세라는 말은 낯간지러웠지만, 이자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왔소.”
“제안? 그게 무엇이오?”
“지금 흑도는 과거 변황대전 이후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바보 병신이 되어 있지. 그건 백도 무림처럼 하나로 모이는 구심점이 없어서요. 한 번 통일되고 나면 전처럼 힘을 쓸 수 있을 거요.”
“그 말을 내게 하는 이유는?”
“내가 흑도를 통일하겠소.”
임요성의 눈이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