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83
청풍표국 최강식객 183화
183화. 혼돈의 시대(5)
“음….”
흑도 통일이라.
임요성이 그를 쳐다봤다.
충소광의 눈은 자신감을 담고 있었다. 농은 아니었다.
스스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지금 시점에 말이오?”
“그렇소. 얼마 걸리지 않을 거요. 대충 대가리 몇 놈만 잡으면 되는 일이라.”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그 말을 하는 진짜 이유가 뭐요?”
그러자 충소광이 빙긋 웃었다.
“내가 흑도를 통일하고 나면 그 여세를 몰아 백도의 혈궁 축출 계획에 힘을 보태겠소.”
임요성이 천천히 의자에 기대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뭘 노리는 거요?”
“흐흐흐. 그렇게 힘을 보태면 우리 공을 인정해주어 흑천맹 창설을 인정해주시오.”
“흑천맹?”
“그렇소. 그냥 눈만 감아주면 되는 일이오. 흑천맹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백도의 공격이 있게 되면 우린 속수무책으로 가라앉을 것이오.”
“글쎄. 백도에서 바라보는 흑도는 그냥 없어지는 게 나은 조직인데?”
“크흐흐. 모르는 소리. 지금까지 우리의 씨를 말리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을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오?”
“글쎄.”
임요성이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딱했다.
“후후후.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옆에 두려는 거요. 어차피 흑도는 없어질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을 끝이 없거든. 백이 있으며 흑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이치요.”
임요성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우릴 없앤다 한들 또 새로운 흑도 무리가 생겨날 거요. 한마디로 끝이 없는 전쟁이지. 왜 백도에서 우내십존에 녹림과 수로채, 마적 두목을 올려두었겠소. 기존의 그들도 적당히 뽑아먹으면서 아래 사람들을 통제하는 조건으로 백도에 협조했지.”
“그러니까 그대가 흑도를 통일해서 적당히 통제할 테니 흑천맹의 존재를 인정해달라?”
“정확하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말처럼 흑도는 사라질 수 없다.
적당히 통제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하지만 그건 백과 흑, 정과 사를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자신만의 생각이다.
“만약 우리가 당신네 생각을 거부한다면 어떡하겠소?”
“후후후. 뭐 어쩔 수 없지. 이건 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난 흑천맹을 세우고자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소. 그리고 혈궁을 몰아내는 데도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오. 어차피 이 땅에 마인들이 설치는 꼴은 나도 못 보니까. 백도와 손을 잡든 잡지 않든 그건 별개의 문제요.”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소. 내가 무림맹주에게 얘기를 해보리다.”
“후후후. 고맙소. 역시 당신이라면 말이 통할 것 같았소. 그런데 그 전에 우리 손속이나 한번 나눠보는 건 어떻소? 백도 최고의 영웅과 나누는 비무라면 내 수하들한테 큰 자랑거리가 될 것 같은데.”
덩치랑 맞지 않게 음흉한 자다.
이번 비무를 통해 백도 무림 전체를 가늠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백도와 다시 중원을 다퉈야 할 테니까.
“좋소. 따라오시오.”
임요성은 자신이 쓰는 전각 안에 따로 마련된 개인 연무장으로 그를 이끌었다.
“여기라면 어지간한 소리는 들리지 않을 거요. 좀 소리가 난다 해도 수련한다 생각할 테고.”
“음. 좋군. 뭐 피차 내공은 쓰지 맙시다. 보아하니 내공은 그대나 나나 비슷한 것 같은데.”
대충 한 말 같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은 실로 대단한 내용이었다.
임요성은 혈강마검을 통해 기연을 얻었다.
그런데 저자 역시 자신과 비슷한 3갑자였다.
“좋소.”
어차피 비슷한 내공이니 굳이 내력을 돌리며 붙을 필요는 없었다.
죽으라고 싸우는 생사결도 아니고.
그와 함께 충소광이 등에서 도끼를 빼 들었다.
등에 교차해서 매고 있던 것은 보통의 날에 손잡이가 긴 도끼였다.
“훌륭한 무기군. 무게 배분도 적당해 보이고,”
“후후후. 백도에 신병이기가 존재하듯 흑도에도 그에 준하는 무기들이 존재하지. 이건 백 년 전 지금은 사라진 흑천맹의 맹주가 쓰던 거요. 흑천쌍부라고 불리지.”
훙―! 훙―!
도끼를 휘두르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쌍도끼를 휘두르는데도 타고난 신력 때문인지 어린이용 장난감 나무 도끼를 휘두르는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스릉. 스릉.
“음? 희한하게 제작된 검? 아니 도로군. 허허허. 그대도 쌍도를 쓰는구려. 이거 인연인데? 그런데 내가 쓰는 건 제법 괜찮은 도끼인데, 괜찮겠소?”
“내가 쓰는 것도 꽤 괜찮은 칼이라서.”
“음.”
충소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팡!
땅을 박차며 달려든 그의 신형은 어느새 임요성의 코앞이었다.
쉬익!
후웅!
임요성이 빠르게 옆으로 피하자 그의 잔상을 도끼가 갈랐다.
“쳇! 이형환위!”
내공을 쓰지 않았음에도 신력만으로 잔상을 만들어낼 정도로 빨랐다.
붕! 부웅!
하지만 충소광의 도끼는 멈출 줄 몰랐다.
거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보법과 민첩한 신법이었다.
쉬익!
깡!
목을 노리고 쇄도하는 도끼를 천아로 튕겨내자, 손아귀가 저릿저릿했다.
쉭!
그새 역수로 쥔 임요성의 천조가 아래에서 사선으로 긋고 올라갔다.
“헙!”
충소광이 헛바람과 함께 급히 몸을 젖혔고, 다시 공중에 도약한 임요성의 천아가 사방을 점하며 날아들었다.
쉬쉬쉬쉿!
“핫!”
재빠르게 뒤로 도약하며 공중제비를 돌려 피한 충소광의 손에서 도끼가 날았다.
휘리릭!
공중제비를 돌며 도끼를 날리다니!
“흡!”
임요성 역시 도끼 때문에 급히 멈추며 몸을 젖혔고,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도끼가 나무에 쾅! 하며 박혔다.
팡!
충소광과 임요성이 동시에 땅을 박차며 맞붙었다.
도끼가 하나 없어졌다고 해서 전혀 위력이 준 건 아니었다.
두 손으로 맹렬히 휘두르니 오히려 속도와 힘이 배가 되었다.
쾅!
“크읏!”
임요성이 천아로 도끼를 막았으나 그대로 몸이 붕! 뜨면서 삼 장 정도를 날아갔다.
촤아아악!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도끼에 담긴 거력에 의해 쭉 뒤로 밀렸다.
후우웅!
금세 목을 노리는 충소광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마치 기회만 된다면 이번에 아예 죽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강맹한 공격!
픽!
하지만 어느새 임요성이 왼손에서 천조가 날았고,
쾅!
마지막 순간 천조의 기습으로 잠시 신형이 흐트러진 틈을 타 임요성의 몸이 옆으로 팽그르르 돌았다.
쐐애애액!
천아가 충소광의 목젖을 향했다.
금세라도 목을 꿰뚫으려 했지만 한 치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임요성의 관자놀이에 바로 앞 한 치에서 멈춘 충소광의 도끼날.
무승부였다.
“후우우. 이거 대단하시군. 과연 백도 무림의 초신성이라 할만하오.”
“과찬이시오. 대원만 채주께서도 상당하시군.”
“난 전력을 다하지 않았소.”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잠시 말없이 노려보던 두 사람이 각각 도(刀)와 부(斧)를 거뒀다.
“쯥. 황산채로 연락해주시오.”
그렇게 일어나는 거구의 충소광이 나가고 여산홍이 다가왔다.
“어떠셨습니까?”
임요성이 아직도 저릿저릿한 손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굉장해. 아마 백도로 따지자면 천무삼신과 다른 상천십좌의 중간 정도 될 듯하더군. 하지만 패기도 있고, 젊으니까 10년 안에 천무삼신급으로 올라설 거 같았어.”
여산홍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그 말씀은 지금 주군의 수준이 천무삼신분들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임요성은 천무삼신과 다른 상천십좌를 ‘가늠’했다.
그 말은 천무삼신과 동급, 또는 그 이상이라는 말고 같았다.
“음?”
임요성이 고개를 돌려 여산홍을 쳐다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뭐, 쉽게 지진 않을걸세.”
천무삼신을 뜻함이리라.
“그렇군요. 그나저나 뒤탈이 생기진 않을까요? 저자의 말을 들어주면 말입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겠지. 지금으로서는 혈궁을 중원에서 몰아내기도 버거운 상태일세. 차라리 중원에서 그동안 수백 년을 지지고 볶으며 부대낀 흑도가 차라리 나을 수도.”
지금 백도가 위치한 강북지역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강남은 연일 피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큰 문파가 쓰러져버렸기에 중소 문파들끼리 혈궁의 무사들과 싸우고 있는데 전황을 들어보면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른 시일 안에 저자가 흑도를 통일하고 그들의 힘을 이용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장강을 제집 안마당처럼 돌아다니는 장강수로채와 각 산을 호령하는 산적들을 이용한다면 강남 일대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마적단을 이용해 청해와 신강 언저리까지 중원의 영역으로 만들면, 잃어버렸던 곤륜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황대전 이전에는 강북은 정파의 영역, 강남의 사파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고 했다.
사파 지역이라고 한들 무림인들의 얘기지 일반 백성들은 큰 차이가 없다.
아무리 사파라고 해도 자기 영역 안의 사람들을 쥐어짜기만 하면 오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무공의 차이일 뿐.
“모용세가에 다녀와야겠군.”
“준비하겠습니다.”
여산홍이 차비를 위해 나가고 임요성이 집무실로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자신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 맹주를 만나봐야 했다.
그때 인기척이 났다.
“형님, 저 원후입니다.”
“음. 들어와라.”
충소광이 가고, 여산홍이 마차를 준비하는 동안 집무실으로 두원후가 들어섰다.
“누가 찾아왔었다면서요?”
“음. 녹림에서 왔더구나.”
“녹림에서요? 아니 갑자기 산적이 왜…?”
“흠. 글쎄다.”
임요성이 더는 말하지 않자 두원후도 눈치껏 말을 돌렸다.
“보니 여 호법이 나갈 채비를 하던데 들어오신 지 얼마 안 되는데 또 나가시게요?”
“음. 급한 일이 있어 맹주님을 좀 봐야 해서.”
“그런데 형님 경공이면 금방 다녀오지 않습니까?”
“가까우니까 더 마차를 타는 거지. 거리가 가까울수록 시간 차이가 덜 나니까 이럴 때나 편하게 다녀오지 않겠느냐.”
“형님 같은 고수도 경공을 펼치면 피곤하고 그럽니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뭐 기분 문제지.”
“그러시군요. 누님이 형님 너무 밖으로 도신다고 삐진 거 같아서. 드린 말씀입니다. 좀 일찍 다녀오셔서 놀아드리라고요.”
“음? 하하. 두 소저가 네게 그런 티도 내더냐?”
“그걸 뭐 티를 내야 아나요? 딱 보면 알죠.”
“그래?”
“그럼요. 무공은 형님이 높으시지만, 여자 마음 헤아리는 건 아마 제가 고수일 겁니다.”
“하하. 녀석.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헤헤헤. 그렇죠?”
임요성이 뒷머리를 긁는 두원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 왜 그러십니까? 혹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전혀. 그런 게 아니라 너도 많이 변했구나 싶어서.”
“후후. 북방 경계 지역에서 살려고 용을 쓰다 보니 쓸데없는 것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오직 살고자 하는 의지밖에 안 남더라고요. 문득 고된 훈련을 받다 보면 곯아떨어지기 일쑤고, 그나마 가장 생각에 많이 잠기는 때가 경계근무를 설 때죠.”
임요성은 말없이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런 건 두진호와 두혜련이 있을 때는 하지 않았던 말이다.
“오랑캐들이 찝쩍대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광활한 초원을 향해 서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때 가장 많이 한 생각 뭔지 아세요?”
“글쎄.”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는데 그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어요. 병영에 있다 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모이는데, 대부분 그런 얘기들이에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다가 된통 당한 이야기들. 힘든 훈련을 그들과의 이야기들로 견딜 수 있었죠.”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변하지.”
“예. 다행히 저는 1년도 안 되어서 금의위 첨사께서 빼내 주셔서 그 험한 곳을 나올 수 있었죠.”
그리고는 두원후가 고개를 들어 임요성을 쳐다봤다.
“그거… 형님께서 신경 써주신 거죠?”
“음? 내가?”
“예. 그렇지 않았다면 그분이 절 꺼내주셨을 리가 없죠.”
“하하.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예?”
임요성이 갸웃하는 두원후를 지그시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