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92
청풍표국 최강식객 192화
192화. 황묘흑묘(2)
탁.
“약속대로 금정옥로를 가져왔어요.”
혜윤 사태였다.
그녀는 지금 천가상단의 빈객 전용 전각에 와있었다.
임요성을 위해 따로 내어준 별채였다.
보통 천가상단 정도 규모의 상단은 무림의 고수를 빈객으로 초빙해 적당히 일을 주면서 그들의 무력을 유치했다.
임요성 외에도 기존의 빈객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과 따로 교류하진 않았다.
“고맙습니다.”
임요성이 금정옥로가 든 호리병을 옆으로 치워두며 물었다.
“그래, 제가 무얼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우선….”
혜윤 사태는 임요성이 같이 다녀 줄 속가 문파들을 읊어주었고, 흔쾌히 따라나섰다.
아미파의 무인들이 활보하기 편해야 하므로, 혜윤과 혜령은 눈에 띄지 않는 무복을 입어 호위무사로 분했다.
임요성은 처음 사천에 들어왔을 때처럼 입었다.
상인이 여자 호위를 두 명씩 데리고 다니는 모습처럼 위장했다.
그런 일들은 꽤 많았기 때문에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혜윤이나 혜령 역시 무공의 영향으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기 때문에 더 잘 어울렸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사천에 있는 아미파의 속가 문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미파가 멸문한 이후 그들의 입지는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들의 속가 문파라고 자처하며 활동하기에 혈궁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몇 군데 돌아다니고 나니 어느덧 하루가 저물었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잊고 있던 아미파의 무인들, 특히 실무를 보던 혜윤 사태의 등장은 실의에 빠져있던 속가 문파들의 희망이 되었다.
그리고 요즘 가장 뜨고 있는 파천황이 함께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미파가 그동안 뿌려둔 인망이 무색하지 않게 모든 속가 문파들은 아미파와 함께하기로 했다.
결전의 그 날이 오면 모두 창을 높이 쳐들기로.
* * *
퍽!
여산홍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임요성이 나가고 뜰에 있던 여산홍의 바로 옆 나무에 작은 비도가 꽂혔기 때문이다.
비도에 묶여있는 작은 서신.
여산홍이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서신을 펼쳤다.
꾸깃.
화르륵.
서신을 구겨 삼매진화로 날려버린 여산홍이 서신에 적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허름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치고 나간 막다른 길 외진 구석에 있는 작은 반점.
어지간한 단골이 아니고는 오기 힘들 위치였다.
그 안에는 수수한 인상의 사내가 평범한 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
“놀랍군. 네놈이 나에게 먼저 연락하다니.”
날 선 여산홍의 반응.
눈을 감고 있던 사내가 앞에 서 있는 여산홍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앉게.”
“말해. 듣고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면 지금 너의 목을 날려버리겠다.”
여산홍이 눈을 부릅떴다.
“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네.”
“할 말만 해라.”
그래. 이자한테 까칠하게 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의 그 날 이 남자가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적어도 가족 중 대창이 외에 누군가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도저히 이자의 얼굴, 과거 그리 친하게 지냈던 친우의 얼굴을 보기 힘들게 했다.
“그래 본론만 말하지. 그날 너희들을 습격했던 사천 살문. 그들은 혈궁과 손을 잡고 당가를 무너뜨렸다. 애당초 은밀히 잠입하는 데 살수를 따를 자가 없지.”
과거 여산홍의 친우이자, 사천의 작은 첩보 조직인 광야문(廣野門)의 소문주였던 서진기(徐眞氣)가 말했다.
그의 말에 여산홍의 어깨가 움찔했다.
갑자기 혈궁이 나오다니?
“그래서?”
억제된 목소리.
여산홍이 반응을 보인다는 생각에 서진기가 앞의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서 듣는 게 어떻겠나? 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잠시 갈등하던 여산홍이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던 것 같아. 아마 너희를 축출한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자네 선친께서는 살수이시면서 의뢰를 가려 받으실 정도였으니.”
“쓸데없는 소린 말고 본론만 말해라.”
“그래. 아무튼 그들은 혈궁의 수족이 되어 사천 무림을 흔드는 데 일조했다. 당가, 아미, 청성 곳곳에 그들의 세작이 들어가서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지. 들어봤겠지? 그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여산홍이 대답이 없자 서진기가 이어서 말했다,
“미리 세작이 침투해 그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산공독, 산공향, 산공분을 이용해 무인들을 무력화시켜 혈궁의 무인들이 습격하는 데 판을 깔아 주는 역할을 했지. 두 문파는 그렇게 당했고, 아미는 본보기의 대상이 되어 약점을 파악해 아예 분쇄해버렸네.”
얼추 알고 있는 내용이긴 했지만, 사천에서 직접 확인한 당사자의 입으로 들으니 남달랐다.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어떻게 사천의 세 주축 세력이 그렇게 쉽게 당한단 말인가.
그 뒤에는 이런 음모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하는 거지?”
“자네, 그리고 파천황께서는 사천 무림을 구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여산홍의 어깨가 움찔했다.
이미 자신들의 행적과 이유를 알고 있다니.
“파천황을 뵙게 해주게.”
* * *
“오늘 고마웠어요.”
“별말씀을. 어차피 대가를 받고 하는 일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임요성의 반응에 혜윤 사태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게 아니죠. 나쁘게 말하면 공자의 얼굴을 팔아 세를 모은 것이니까요.”
“같이 다녀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더군요. 제가 아니었더라도 함께했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욱 고맙고요.”
혜윤 사태는 같이 다니는 동안 임요성의 됨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유세를 부리거나 하지 않고 태산과도 같은 진중함과 장강처럼 유장한 느낌이 대협의 기풍이 느껴졌다.
젊지만 실로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공자께서도 하실 일이 있을 테니 며칠 후에 다시 뵙도록 해요. 그럼.”
혜윤과 혜령이 가고 임요성도 천가상단 내의 자신의 전각으로 들어왔다.
천주엽은 임요성이 불편하지 않게끔 모든 걸 맞춰주고 있었다.
물론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겠지만 호의가 싫지는 않았다.
“주군. 찾는 이가 있습니다.”
“나를?”
“예. 과거에 제가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군요. 제가 들어보니 한번 들어보셔도 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럼 만나보지.”
자신에게 배정된 전각에 딸린 접객실에 들어서자 서진기가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파천황을 뵙습니다.”
사실 그동안 만났던 이들이 대부분 무림의 명숙이라 그렇지, 보통은 이런 태도가 상천십좌를 만난 이들의 모습이다.
“편하게 하시오. 우선 앉읍시다.”
임요성이 손을 내밀어 앉으라고 권하고는 자신도 의자에 앉았다.
“그래, 나를 찾으셨다고?”
“예.”
잠시 숨을 고른 서진기가 여산홍에게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그때보다는 훨씬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고, 임요성 또한 살수문의 개입에 세 세력이 어이없이 무너진 대목에서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말을 나한테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예. 저희 힘만으로는 사천 살문을 어찌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파천황께 이 사천 살문을 무너뜨리는 데 힘을 청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흠…. 무슨 뜻인지는 알겠소.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왜 진즉에 그들을 제거하지 않았소?”
“저희가 사천 살문의 만행을 알았을 때는 이미 저희가 도움을 청할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중소 문파 몇 개 협력하는 것으로는 그들을 막을 방도가 없었지요. 이들은 문파의 성격상 점조직으로 넓게 퍼져 은밀히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일망타진이 쉽지 않습니다. 괜히 잘못 건드리면 되레 저희가 역으로 당하게 되지요. 하지만 파천황의 힘이라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들은 현재 사천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혈궁의 손과 발 같은 자들입니다.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분명 파천황께서 하려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임요성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만약 정말로 사천 살문이라는 곳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이들을 무너뜨리면 혈궁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럼 또 누가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요?”
“저희 광야문과 사천의 조그만 살수 조직 두 곳입니다. 사실 하오문이 도와주면 정말 좋은데, 그들에게도 말을 했지만 묵묵부답이더군요.”
당연하다. 하오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현재 사천에 와 있는데, 자신의 허락도 없이 일을 벌일 수는 없을 터.
어차피 사천의 하오문도 한 번 만나볼 생각이었다.
“좋소. 하오문의 도움이 있다면 훨씬 수월하겠지. 그들은 내가 만나보겠소.”
“그럼 도와주시는 겁니까?”
서진기의 얼굴이 활짝 폈다.
“당연하오. 공통의 적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소?”
“대협께서 이렇게 넓은 아량을 가지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사실 저는 살수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꺼리실 것 같았거든요.”
임요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상관이오? 누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됐지. 그대들의 출신 성분이 어떻든 상관없소. 그들을 칠 때 그대들이 맡은 역할만 잘해주시오.”
“하하하. 황묘흑묘를 말씀하시다니, 대협께서 사천성 속담도 알고 계실지는 몰랐습니다.”
“후후. 여 호법한테 배운 거요.”
“그러시군요.”
서진기는 여산홍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가 인생을 포기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사실 그의 생각 또한 틀린 건 아니었다.
임요성을 만나기 전까지 여산홍은 살아남은 아들을 데리고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임요성을 만나지 못했다면, 단목세가 아래서 온갖 더러운 일에 손을 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협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그가 이제는 부러웠다.
다시 날을 잡아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서진기가 돌아가고 임요성이 여산홍에게 말했다.
“내가 나올 때까지 아무도 들이지 말게.”
“알겠습니다.”
여산홍을 호법으로 세워 둔 다음 금정옥로의 뚜껑을 열었다.
실로 청아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무리 좋은 사향이라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맡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편안해졌다.
임요성은 지금까지 이런 귀한 영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불량인 시절 때는 스승이나 삼황자가 구해준 약초를 먹었다.
이후 교룡의 내단을 먹고 내공의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혈강마검에 존재하던 혈정을 흡수하며 다시 내공이 크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혜윤 사태가 꿰뚫어 본 대로 부작용이 없도록 인간이 만든 영단이 아닌 영물의 내단과, 흡정을 통한 내공이라 몸 안에서 제대로 섞이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임요성의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폭주했어야 한다.
임요성이 천천히 금정옥로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이 담긴 듯한 황홀한 맛.
불가에서 말하는 감로수가 아닌가 할 정도였다.
현재 자신이 가진 5갑자의 내공.
웬만한 방법으로는 여기서 더 올라가기가 힘들다.
무려 300년의 내공이다.
혁련희처럼 흡정공을 통해 누군가의 내공을 빼앗지 않는 한.
그래서 금정옥로가 무인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것이다.
올리기 힘든 내공을 십 할의 확률로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요성 또한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분 좋게 고동치는 심장뿐 아니라 내부의 모든 장기를 포근하게 품어내는 듯한 영약의 기운.
그리고 상·중·하단전 세 군데를 아우르는 기운으로 마치 온몸이 영약의 바다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와 힘을 발산하고 싶어 안달 냈던 교룡(蛟龍)이 성룡(成龍)이 되어 세상을 향해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