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95
청풍표국 최강식객 195화
195화. 황묘흑묘(5)
[풍신개?]임요성의 전음에 천가상단 인근에서 상인으로 위장하고 있던 풍신개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맞습니다. 제가 풍신개이올시다.]그 역시 전음을 보냈다. 최소 절정 이상이라는 말.
“당과 맛있겠군. 하나 주시오.”
[노 방주님은 뭘 하고 계시오?]임요성이 자연스럽게 당과 하나를 주문하면서 전음을 보냈다.
“헤헤. 아이들이나 찾는 당과인데, 입맛이 독특하시군요.”
[사천 바깥의 정보를 얻기 위해 잠시 한중 쪽으로 가셨습니다.]“요즘 머리 쓸 일이 많아서 단 것들이 당기는군.”
[오시면 내가 뵙자고 했다고 전해주시오. 드릴 말씀이 있소.]“후후. 하긴 어른들도 많이들 찾으십니다.”
[알겠습니다.]그렇게 표나지 않게 전음과 평범한 대화를 주고받은 임요성이 손에 당과를 하나 사 들고 상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위를 슬쩍 둘러보던 풍신개가 당과대 안에 있는 작은 전서용 비둘기를 꺼내어 뭔가를 적더니 날려 보냈다.
역시 주위를 살폈으나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자, 맛있는 당과 사시오!”
풍신개가 다시 당과를 팔기 시작했다.
* * *
다행히 서진기 문주의 말은 사실이었고, 임요성은 그의 제안에 동참하기로 한다.
한데 재밌는 것은 사천 살문의 근거지가 당가였다는 점이다.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혈궁의 비호 아래 당가의 내원에 거주 중이었고, 그들은 다시 암존을 감시하고 있었다.
묘족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술로 섭혼고의 힘을 강화해주는 미혼향을 피웠다.
어차피 섭혼고에 이지가 상실된 암존이었으나, 그의 경지가 워낙 높았기에 감시의 눈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하전장 사천지부의 특실.
“그게 정말인가?”
이제는 노준경도 그렇고, 사천의 거지들은 누더기를 벗고 평상복을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전장에 편하게 출입이 가능한 것이다.
노준경은 청성의 무인들이 아직 고독에 당하지 않고 잡혀 있다는 말에 반색했다.
“정말 청성의 무인들이 모두 살아 있다는 말인가?”
노준경이 흥분해서 외쳤다.
“예. 제가 뇌옥에 가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다른 무인들까지 모두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만공 진인을 비롯한 장로들과 일대 제자들은 눈에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작전을 달리해야겠어. 지금은 정보만 캐면서 때를 기다리려 했지만, 이젠 청성의 무인들을 구출하는 쪽으로 말이네.”
노준경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역시 그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혈궁의 전력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아니 줄어드는 게 아니라 클 수가 없겠죠.”
“그렇네. 만약 그들이 청성의 무인들을 당가의 무인들처럼 실혼인으로 만들어 강남처럼 강북에 풀어버린다면 중원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 틈을 이용해 혈궁과 살아있는 천주들이 휘젓는다면 주요 문파들이 큰 타격을 볼 겁니다.”
“음… 그럼 내 전서를 보내 지원을 부탁해보겠네.”
그러자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벌게서 무림인을 색출하는 중인데 대규모 인원이 들어오면 바로 눈치챌 겁니다. 그리고 세를 규합해서 이곳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때쯤이면 이미 상황은 끝났을 겁니다.”
“대규모가 아니라 소수의 고수를 부르면 되지 않겠나? 예를 들자면 천무삼신 같은? 그들만 있어도 큰 전력이 될 텐데.”
“글쎄요. 지금 같은 상황에 흔쾌히 달려와 주실지 의문입니다.”
강북 역시 혈궁의 잔당들이 설치는 상황이었다.
물론 강남처럼 마구 활개를 치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강북도 뜨문뜨문 나타나서 불안에 떨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자기 문파와 가문을 놔두고 이리로 온다?
임요성이 지금까지 느낀 강호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강호의 낭만은 자신에게 위험이 없을 때 얘기였다.
“음….”
노준경도 할 말이 없었다.
당장 천무삼신만 해도 자파를 지키느라 궁둥이를 붙이고 있으니.
그렇다고 어설프게 강한 이들은 오히려 눈에 띄기 쉽다.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우리만으로 해야죠.”
“뭣? 자네 지금 농담하나? 혈궁주 개인의 무력만 해도 자네랑 나랑 둘이 다 붙어도 상대가 될까 말까 하네. 아니 버티기도 힘들겠지. 그리고 아직 천주들도 세 명이 남았어. 그들의 무력은 천무삼신에 필적할 정도라고 하네. 그런데 어떻게 우리만으로 그들을 구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탁.
탁자 위에 작은 목함이 하나 꺼내졌다.
목함을 열자 안에 작은 단환이 나왔다.
“이건 뭔가? 무슨 약 같은데?”
“제가 영주의 비고에서 꺼내 온 원고시로 맹주님의 섭혼고를 빼냈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거야… 잠깐! 그럼 이 단환이 섭혼고의 통제와 연관이 있다는 건가?”
노준경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예. 이번에 맹주님을 치료하면서 신의께서 뭔가 깨달음을 얻으셨다더군요. 그리하여 원고시를 갈아 만든 단약으로 섭혼고를 빼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총 두 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예비용이죠. 이건 섭혼고에 사로잡힌 무인에게 먹이기만 해도 약성이 섭혼고를 녹여 자연적으로 죽은 피로 배출되게끔 만든 겁니다. 신의께서 꽤 신경 쓰셨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걸로 암존을…?”
“맞습니다. 현재 암존은 제가 듣기로 만천화우와 독인의 양대 경지를 모두 섭렵하여 당가 역사상 최고 무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당가뿐인가. 섭혼고에 당하지만 않았다면 현시점에서 천하제일인을 논해도 될 걸세. 그런데 왜 이 사실을 무림맹 회의 때 알리지 않았나? 차라리 제대로 작전을 수립해서 지원을 받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걸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잘돼서 암존을 무사히 구출하면 모르겠지만, 잘못되면 무고한 이들이 죽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기야. 이건 모두 성공한다는 가정하에 나누는 대화일 뿐이니. 어찌 보면 공허하군.”
“예. 적어도 암존이라도 구출한다면 우리만으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건… 무리네. 그 정도였다면 이미 1차 전투 때 승부를 봤겠지.”
“뭐, 그렇다 하더라도 암존을 구출한다면 무림맹과 타 문파들부터 지원을 받기가 수월할 겁니다. 그런 다음, 안에서는 방주님과 암존, 그리고 제가 뒤를 치고, 밖에서는 지원 연합 세력이 호응해준다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지요.”
임요성의 설명에 노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암존만 우리 편이 되어주면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지. 왜 백도 무인들이 당가를 꺼리겠나. 적으로 만났을 때 그보다 꺼림칙한 상대가 없기 때문이지. 그 절묘한 하독술은 일대일보다는 일대다 전술에 치명적이거든. 암존만 있다면 혈궁주를 제외한 모든 무인을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그렇게 말하는 노준경의 눈에 열기가 차올랐다.
“그럼 우선 암존을 제정신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겠군.”
“예. 제 수하들과 살수들이 다른 이들을 상대하는 동안, 저는 빠르게 암존이 있는 곳으로 진입해서 그의 정신을 돌려놓는 거지요.”
“부탁하네. 자네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백도 무림 전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무에 있어서 실패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하. 그것참 안심되는 말이군.”
노준경이 따뜻한 눈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자파를 돌본다고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 이때, 이렇게 젊은 고수가 함께해준다는 사실이 기특했고, 고마웠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아마 임 공자를 중심으로 중원이 재편되겠구나.’
노준경의 생각은 우려도 질투도 아닌, 기대에 가까웠다.
* * *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 그믐날, 달빛은 사그라지고, 별만이 총총할 때, 이백에 가까운 인영이 당가의 담장을 넘었다.
그들은 묵천과 하오문, 그리고 천하전장의 무사들을 비롯한 사천의 살수 연합이었다.
“뭐, 뭐야!”
촤아악!
“끄아악!”
“습격이다! 경계종을 울려라!”
경계를 서던 무사들이 지침대로 행동을 했고, 그사이 다른 혈궁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애당초 약속한 대로 임요성 측 무인들이 막아섰다.
그들은 주로 하오문과 천하전장에서 무력을 담당하는 무사들이었고, 묵천과 이번 일을 듣고 함께 하길 원한 무림맹 사천 지단의 조장급 이상 무인들이 합류했다.
“죽여! 저들을 죽여라!”
“크악!”
악다구니와 비명, 병장기 소리가 난무하는 순간, 사천의 살수들은 소리 없이 내원으로 향했다.
그들은 사천 살문을 노리고 있었다.
외원의 혈궁 무사들은 임요성 측 무사들이, 내원의 사천 살문 소속 살수들은 살수 연합에서 맡기로 처음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
“문주. 습격입니다!”
사천 살문의 부문주 중 한 명인 혈은비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 것 같군. 누구지?”
사천 살문의 문주 흑영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확실치 않습니다. 그동안 못 보던 이들입니다. 단지 중간중간 무림맹 소속 무사들이 보였습니다.”
“일단 너는 일조를 데리고 암존이 있는 곳으로 향하라. 혹시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흑영비가 혈은비를 암존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내원으로 나오자 수십의 인영이 담벼락 위에 서 있었다.
절제된 기도와 정련된 살기.
“너희들 살수로군. 남은 찌꺼기들인가? 죽을 자리로 알아서 기어들어 오는군.”
촹!
흑영비가 짧은 소검을 빼냈다.
“흥! 그 오만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지.”
광야문의 서진기가 비릿하게 웃었다.
“쳐라!”
사천살문과 사천의 남은 살수 연합이 소리 없이 맞붙었다.
그리고 그 시각, 마치 도둑고양이가 넘는 것처럼 외원과 내원을 지나 암존이 있는 중앙 전각으로 두 명의 그림자가 향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아무도 그들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빠르게 외원과 내원을 거쳐 당가의 중앙 전각에 발을 내디딜 때였다.
“누구냐!”
뒤에서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뛰어 들어왔다.
혈은비와 사천 살문의 일조원들이었다.
“막고 있게.”
“예!”
여산홍이 이제는 자신의 애병이자, 훗날 별호가 되기도 할 천망비도를 꺼냈다.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 * *
목석이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암존의 모습은 살아있는 사람이라 보기 힘들었다.
임요성은 중앙 전각을 지키던 이들을 소리 없이 죽이고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바꿨다.
그가 들어가도 암존, 당운심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임요성이 옆에 있는 향을 바라봤다.
자신도 오랫동안 저 향을 맡았다면 정신이 몽롱해질 아주 독한 미혼향이었다.
저것이 섭혼고의 힘이 약화하지 않도록 만드는 원흉이리라.
“궁주님께서 보내신 약재입니다. 이번 전투에서 큰 성과를 보이신 데 대한 보상이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임요성이 목갑을 꺼내어 당운심에게 내밀었다.
다행히 표정 없는 얼굴로 목함을 받아든 당운심이 그대로 단환을 삼켰다.
궁주라는 말에 어떤 힘이 있는 것일 터.
단환을 먹은 당운심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뭐지? 약효가 받질 않는 건가? 하나 더 먹여야 하나?’
임요성이 갈등하던 순간 밖에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였다!
덥석!
“큭!”
갑자기 당운심이 임요성의 목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쥐었다.
“넌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