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98
청풍표국 최강식객 198화
198화. 반격의 시간(3)
“이젠 우리가 반격할 때입니다.”
좌중을 둘러보며 한 임요성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개방의 용두방주 노준경.
몰락한 사천당가의 가주, 하지만 현재는 가장 천하제일인에 근접한 암존 당운심.
아미파를 재건하려는 혜윤 사태.
현재 사천에서 혈궁과 대적하는 이들의 수장들이었다.
암존을 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제 암존 구출에 성공했기에 해볼 만하다 여겼다.
“그럼 전 중원의 무림 세력에 전서를 날려 무사들을 소집해야겠군.”
노준경의 말에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음?”
“괜히 우리 쪽에서 무사들을 모으는 순간 저들도 같이 중원에 흩어져 있던 혈궁도들을 모을 겁니다. 차라리 그 시간을 주기 전에 기습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하기엔 우리 쪽 전력이 좀 달리지 않겠나?”
“그러니 상천십좌만 부르죠.”
“상천십좌만?”
“예. 어차피 최대한 이른 시간에 도착하려면 고수들만 모으는 게 낫습니다. 다른 이들은 괜히 시간만 걸리죠. 그사이 저들이 눈치챌 수도 있고.”
노준경이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하긴 괜히 어중이떠중이 다 끌어모으다가 시간이 늦어지면 역공을 당할 수도 있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암존을 구출했다고는 하나 자신들의 모든 전력을 빼는 걸 달가워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상천십좌 정도라면 그들도 체면은 살리는 거죠.”
“하긴 혈궁주와 천주들만 사천에 붙잡아둔다면 잔당들은 문제도 아니지.”
“예. 그런 다음 나머지 혈궁의 잔당들은 오히려 각지의 문파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놔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노준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한 번 해보세.”
“예. 그리고 그사이 방주께서 방도들을 이용해서 한 가지 소문을 내주십시오.”
“소문?”
“예. 고독을 빼내는 과정에서 암존께서 정신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소문을 은밀히 퍼뜨리죠.”
“오호. 그들의 방심을 유도하자는 말이군.”
“맞습니다. 괜히 그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면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러니 모든 준비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들의 방심을 유도하며 숨죽이고 있는 겁니다.”
“알겠네, 그건 우리에게 맡기게.”
“그럼 저희는 뭘 할까요?”
둘의 대화를 듣던 혜윤 사태의 물음에 임요성이 답했다.
“아미파에선 속가 문파들을 단속해서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은인자중하도록 해주시고, 결전의 날까지 최대한 문도들의 실력을 끌어올려 주십시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어쩌면 이번 일의 가장 큰 변수가 아미파일지도 모른다.
사천 내부에서 가장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미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전력을 올리는 만큼 승률도 올라갈 것이다.
“괜히 나는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하군.”
가만히 듣고 있던 암존이 말했다.
“아닙니다. 2차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큰 전력이 될 분이니 그동안 암존께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서 마음을 추슬러주십시오.”
배려였다.
후학을 위해 미련을 남기지 말라는 말.
암존은 그날 당가타에서 들은 말을 다른 이들에게는 하지 않기를 바랐다.
바로 동귀어진.
누가 죽으러 가는 길을 흔쾌히 바라보겠는가.
임요성 역시 그의 뜻을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각자가 맡은 일을 위해 해산했다.
임요성은 곧바로 전서를 작성해 천하전장 사천지부를 통해 각지로 전서응을 날렸다.
지부끼리는 전서구가 아닌 전서응 사용이 가능했고, 이 체계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천하전장에서 각 지부 간 이동으로만 사용되는 전서응으로, 전서용 매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에 속하는 천리응(千里鷹)이라는 영조(靈鳥)였다.
한 시진에 천 리를 돌파하는 속도라면 오늘 안으로 모든 상천십좌들이 이 전서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 * *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암존은 사천당가만 쓸 수 있는 안가에서 당만천과 당만옥을 가르쳤다.
불과 며칠 만에 얼마나 가르칠 수 있을까.
하지만 암존은 그들에게 무공의 극의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었다.
당만천에게는 만천화우의 심법과 원리를, 당만옥에게는 독정과 독에 대한 심득을 전수하고 있었다.
지금은 뭐가 뭔지 몰라도 훗날 벽에 부딪혔을 때 지금의 배움은 큰 힘이 될 것이다.
만천화우는 선천적으로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당운심은 과거 그게 안 되었기 때문에 만천화우를 익힐 수 없었다.
하지만 섭혼고 덕택에 상단전을 열어 염동력을 깨우칠 수 있었으니 어찌 보면 모순이라 할 수 있었다.
암존이 그렇게 후학을 양성하고 있을 때, 임요성 역시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은밀히 인편으로 전해온 만독보정.
이걸 먹으면 만독불침을 이룰 수가 있으니, 이제는 따로 제독술을 펼치지 않아도 만독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이미 6갑자의 막대한 내공에 정순하기까지 한 상태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진득한 만독보정을 나무 숟갈로 퍼서 입에 넣었다.
칠흑같이 검은색의 진득한 외향과는 달리 입에 넣자마자 청아한 향과 함께 스르륵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커허헉!’
마치 모든 혈도가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혈도뿐만이 아니라 뼈와 근육도 모두 부서지고,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미파의 금정옥로를 먹을 때 느낌과는 천양지차였다.
금정옥로가 부드럽게 이끌어주며 자연스러운 경지의 상승을 이끌었다면, 만독보정은 완전 반대였다.
극심한 고통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모를 때쯤, 임요성의 호흡이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그리고 내뱉은 깊고 깊은숨.
내공의 질과 양에 있어서 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중단전에 작은 구슬이 만들어졌다.
바로 독정(毒精)이다.
만독불침이 독인이 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파생품과 같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이것으로는 독인으로서의 무공을 펼칠 수는 없다.
독인이란 만독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경지다.
하지만 이 독정은 모든 독의 조종(朝宗)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바로 옆에 당가의 극독, 칠보단혼산이 놓여 있었다.
암존이 구해준 것으로 이걸 먹고 별 이상이 없으면 만독불침에 이른 것이라 했다.
만약 이상이 있으면 빨리 자신을 찾으라며 덧붙였다.
자신은 어차피 만독제독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따로 그를 부르진 않아도 된다.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면 칠보단혼산도 제독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말로만 듣던 만독불침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임요성도 마냥 덤덤할 수만은 업었다.
“흠흠.”
잠시 헛기침을 한 임요성이 칠보단혼산을 먹었다.
우우웅!
일곱 걸음을 채 걷기도 전에 죽음에 이른다는 극독답게 몸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독정이 움직이더니 몸 안에 들어온 모든 독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마치 강물이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어떠한 색도 검은색에 통합되듯, 체내에 들어온 독을 품어버린 것이다.
“하… 하하!”
임요성이 기쁨의 탄성을 터트릴 때였다.
“주군. 기침하셨는지요?”
모든 것이 마무리될 때까지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었다.
아마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했으리라.
기침이라는 표현은 누가 왔기 때문에 임요성이 뭔가 성취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임기응변이었을 테고.
“음. 그렇네.”
“찾는 분이 계십니다. 빈객실로 모실까요?”
“아, 그래 주겠나? 내 준비해서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임요성의 몸은 악취와 오물로 가득했다.
이미 혈담에서 한번 환골탈태하느라 독소가 다 빠져나왔는데도, 몸의 재생성 과정에서 다시금 독소가 빠져나온 듯했다.
간단하게 수욕을 마친 임요성이 빈객실로 향하니 날카로운 문사풍의 중년인과 그 양옆으로 청수한 노인 둘이 앉아 있었다.
임요성이 들어서자 노인들의 눈썹이 들썩거렸다.
“허허.”
“대단하군. 역시 중원에는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많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니었나 보이.”
자신을 바라보며 감탄한 두 노인을 힐끗 쳐다본 임요성의 시선이 중앙의 사내에게 닿았다.
“처음 뵙겠소. 수라궁의 군사 사마현이라고 하오.”
사마현.
수라궁의 군사인 그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가 임요성을 향해 포권을 취하자 두 노인도 간단하게 목례를 했다.
까마득한 나이 차에도 이런 예를 취한 것은 그만큼 임요성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놀랍군. 수라궁의 군사께서 나를 다 찾아오시고. 혹 무슨 일로 찾으셨소?”
이제 임요성의 이름값과 그 무게는 전 중원에 통용된다.
한참 어린 임요성의 평대에도 사마현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임요성이 자리에 앉고 그 뒤에 여산홍이 섰고, 사마현이 자리에 앉았다.
“난 공자를 영주의 비고에서 본 적이 있소.”
임요성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랬군. 내 기억으로 당시에 주위엔 아무도 없던 것으로 아는데.”
“당연히 몰랐을 것이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 아마 지근거리에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궁주께서 당하시도록 놔두진 않았겠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표정으로 임요성이 그를 쳐다봤다.
“노 방주님의 소개로 왔소.”
“방주님께서?”
“그렇소. 이번에 혈궁을 치려 한다는 말을 들었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우리도 끼워주시오.”
임요성이 그를 말없이 쳐다보다 말했다.
“그러다 우리가 뒤통수를 맞으면?”
“그럴 일은 없소. 1차 전투에 대해 듣지 못했소? 우린 이미 그들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요. 혈궁주 혁련희에게 복수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게 되었소. 모든 수라궁도들이 다 죽더라도 말이오.”
진지한 사마현의 말에 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다 한 노인이 임요성에게 말했다.
“까마득한 나이니 편하게 함세. 나는 수라궁의 여덟 마군의 한 명인 참혈마군 송도방이라고 하네.”
“반갑소. 아무래도 우리가 무림의 선후배를 따질 관계는 아닌 것 같으니 나도 존대를 못 하는 걸 양해하시오.”
송도방이 피식 웃었다.
“후후. 하기야 구양 궁주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언젠가 우린 적으로 만났을 수도 있으니… 충분히 이해하네. 아무튼 군사의 말에 어떤 의도가 없음은 내 목을 걸고 약속하지.”
남은 한 노인도 나섰다.
“나도 목을 걸지. 나는 팔마군의 광풍마군 낙일현일세. 현재 팔마군 중에 여섯 마군이 혈궁주에게 붙어있지. 그 정도만 해도 괜찮은 정보 아닌가?”
“그렇군. 그 사실은 노 방주께서는 알고 계시오?”
“그렇네. 이런 정보들을 주지 않았다면 그 협객의 화신, 노 방주가 우리와 함께하겠는가?”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애당초 방주께서 함께하기로 한 마당에 굳이 날 찾아올 필요는 없었을 것 같소만.”
“그건 그렇지만 이번 작전의 핵심인 자네와 미리 안면을 터 두고 싶어서 온 것일세. 조만간 전체 회의 때 다시 보도록 하세.”
“그러시오.”
그들이 나가자 여산홍이 옆에서 말했다.
“재밌군요. 적의 적은 동지라더니. 딱 그 경우군요.”
“그러게나 말일세. 이런 생각이라면 흑도와 손을 잡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임요성은 저번 노준경의 반응이 아쉬웠다.
“저들이야 일이 끝나면 가고 없겠지만, 흑도는 남아 강남을 먹을 테니 그게 싫겠지요.”
“어차피 충소광은 혈궁을 몰아내기로 했고, 이대로라면 흑도는 강남의 무림 문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강남을 제패하는 건 시간문제지.”
“자기가 먹기 힘든 건 남도 먹지 못하게 만들려는 마음이 아닐지요.”
“그렇게까지야 부정적으로 보진 않네만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
임요성은 어차피 칼로 먹고사는 인생, 백도니, 흑도니 큰 차이를 두진 않았다.
단지 자신이 속한 곳이 백도이고, 자신이 지킬 사람들이 백도의 사람들이니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것뿐.
그래서 백도와 흑도에 대한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렇게 임요성과 노준경을 중심으로 사천 무림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상천십좌 역시 하나둘 사천으로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