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99
청풍표국 최강식객 199화
199화. 반격의 시간(4)
가장 먼저 도착한 건 화산파의 검선 연화자와 공동파의 검제 구궁자였다.
그들은 사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린 후배가 강호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무림의 선배로서 심히 부끄럽군.”
연화자가 수염을 쓸며 말했다.
구궁자 또한 그에 동의했다.
“그러게나 말일세. 우린 자파의 이익을 위한답시고 사천 무림을 나 몰라라 했는데 이런 후배가 뒤에서 이런 노력을 하고 있었다니….”
임요성은 이들과 말을 섞어볼 기회가 없었다.
무림맹 회의에서 지나가며 인사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으로 무림의 명숙들과는 딱히 접점이 없던 것이다.
그건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만남이 기꺼웠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단목세가의 가주와 소가주를 죽이고, 항산파 장문인의 치부를 폭로해 그녀를 무림맹 뇌옥에 가둔 일련의 상황을 주도한 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진중했다.
그전까지는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젊은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닙니다. 저도 원래는 사천 무림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뿐입니다. 실상은 개방의 노준경 방주께서 홀로 분투하고 계셨죠. 다행히 의선께 미리 받은 단약으로 암존을 구할 수 있었고, 그 일이 기점이 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니 다소간 운이 따랐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후후. 그런 말 말게. 사실 우리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지. 운도 실력이란 것을.”
연화자가 푸근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화경이란 경지는 노력이란 것만으로는 오르기 힘든 자리였다.
“그래서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무인들은 동시대를 사는 무인들에게 어느 정도 빚이라는 감정을 지고 있지.”
“그래서 남이 봤을 때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벌을 내리기도 하지.”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그 점을 잊지 말게나. 꼭 의무적으로 협을 이행할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면 무림을 굽어볼 수 있는 도량을 갖춰야 하지.”
“뭐,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뭘.”
그때였다.
“허허. 이 노인네들이 또 곰팡내 나는 잔소리나 늘어놓고 있구먼. 그러니 요새 젊은 무인들이 우리랑 얘기하는 걸 피하는 게 아닌가.”
방문이 열리고 두 명의 노인들과 한 명의 중년인이 들어섰다.
무당의 공청 진인을 필두로 소림의 법장 대사와 하북팽가의 가주 팽극환이었다.
“흥. 이런 큰일을 애송이가 주도하다니. 중원 무림의 정기도 다됐군, 다됐어.”
팽극환이 투덜거리자 공청 진인이 수염을 쓸며 웃었다.
“끌끌. 언제는 아들의 친구가 대견하다느니 어쩌니….”
“커흐흠. 거참 노인네가. 늙으면 양기가 입으로 쏠린다더니.”
“엥? 늙은것도 서러운데 네놈한테 그런 막말을 듣다니. 오래 살아 좋은 꼴 못 본다는 게 딱 이 꼴이구나. 아이고 서러워라.”
공청 진인과 팽극환은 무림으로 따지자면 한 배분 차이였지만, 팽극환의 젊은 시절부터 워낙 막역한 사이라 스스럼이 없었다.
젊은 시절부터 봐온 모습이라 다른 상천십좌도 그냥 그러려니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호 녀석이 따라오겠다는 걸 겨우 앉혀두고 왔다. 그 녀석 경공이면 아직도 하남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야.”
경공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내공도 무시하지 못한다.
팽원호의 내공이면 중간중간 운기조식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을 거란 뜻이었다.
“우리도 왔소. 그럼 어디 우리 영웅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다시 두 명의 신형이 문을 열고 들어섰으니, 무림맹주 모용천과 개방주 노준경이었다.
“흥. 영웅은 무슨.”
팽극환이 투덜거렸다.
“맹주를 뵙소.”
배분도 있고, 실력도 위였지만 맹주라는 직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기에 다들 모용천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자자, 앉읍시다. 이거 백전의 용사들을 보니 가슴이 뛰는구먼. 그냥 정보나 알아 오라고 했더니 이런 큰일을 벌이다니. 역시 차기 무림을 이끌 지도자일세.”
“괜한 금칠은 사양입니다.”
“하하. 무슨. 이번 일에 자네 역할이 컸다는 데는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네. 아무튼 이번 일은 어차피 힘 대 힘의 승부가 될 거라는 생각에 총군사는 오지 않았네. 무림맹에서 강남과 중원 무림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네.”
“알겠습니다.”
“자. 아무튼 네 녀석이 모았으니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건지 한번 읊어봐라.”
상천십좌가 하나둘 자리를 잡자, 팽극환이 말했다.
임요성이 설명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커험! 거참 아직 한 사람 안 왔는데 좀 기다려주지 않고!”
황보웅이 투덜거리며 문을 열었다.
“마인 새끼들 때려잡는 거면 날 빼놓으면 섭하지!”
손에 낀 반투명의 귀문권갑.
이젠 어지간하면 끼지 않는 권갑까지 낀 걸 보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온 듯했다.
“흥. 건방진 놈. 좀 친다고 어른들을 오라 가라 하다니.”
무림맹에서 좀 투덕거리긴 했지만, 천성이 복잡한 걸 싫어해서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와 배분을 떠나 임요성은 당당히 상천십좌의 일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익아 녀석은 잘 있습니까?”
“흥. 요즘 무공 삼매경에 빠져있다. 앞으로 쭉쭉 뻗어가는 이들을 보다 보니 마음에 변화가 온 것이지.”
“그럼 올 사람은 다 온 건가?”
황보웅의 등장에 개방의 노준경이 좌중을 둘러봤다.
“자, 내가 설명해도 되지만 어차피 이 일을 생각한 당사자가 임 총사니, 그대가 설명해보시게.”
노준경이 임요성에게 양보를 했다.
이런 무림의 대명숙들을 불러두고 작전개요를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도 임요성을 한 명의 절세고수로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임요성도 사양하지 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에 왜 사천에 왔으며, 암존을 구한 사실과 청성파 내부의 대략적인 사정까지.
이야기가 끝나자 정적이 내려앉았다.
“음…. 그때의 신위를 펼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암존의 참전은 꽤 고무적이지.”
공청 진인이 1차 전투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흥. 애당초 이렇게 해야 했던 거요. 무림의 전투가 대가리들끼리 그냥 맞짱 뜨면 끝나는 거지 뭔 대단위전투네 뭐니 있는 대로 끌어모아서는… 쯧.”
황보웅이 투덜거렸다.
“아닐세. 그땐 또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었지. 지금은 암존도 우리 편이 되었고, 그들도 당시 상당한 전력을 잃지 않았나.”
맹주인 모용천의 말에 공청 진인도 거들었다.
“맹주의 말이 맞네. 지금은 저들도 천주들의 전력이 많이 깎였고, 당시 당가의 무인들을 모두 갈아 넣었었지. 그러니 지금도 청성을 또 그렇게 만들기 전에 우리가 모인 것 아니겠나?”
“아, 알았소, 알았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 그냥 붙으면 되는 거냐?”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친 황보웅이 임요성을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 몸을 움찔거렸다.
저번 1차 전투에서 제대로 활약도 못 한 데다가 장남이 마인들에게 죽은 걸 안 이후로는 마인들이라면 이를 갈고 있었다.
강남에 혈궁도들이 출현한다는 소식에 당장 뛰쳐나가려는 걸 황보익이 간신히 말리기도 했다.
“우선….”
임요성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혼자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어젯밤이었다.
* * *
“공자. 나 사마현이오.”
수라궁의 총군사 사마현이 홀로 임요성을 찾아왔다.
현재 임요성은 천가상단을 나와 천하전장에서 마련해준 안가에 있는 상태였다.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무인들 때문에 천가상단에 혹시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서다.
그사이 임요성도 이번 사천에서 금정옥로와 만독보정을 연달아 섭취하며 달라진 내공의 변화를 이리저리 시험해보며 혹시 모를 미세한 오차를 조절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오?”
“조만간 상천십좌가 다 모일 텐데 내가 같이 참석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그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적의 적은 동지라고 하나 마인이라 규정한 수라궁의 군사와 동석하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그래서요?”
“내가 생각한 내용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소?”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 청성에서 온전한 승부를 보는 것은 무모한 일일 것이오. 오히려 청성산이 무덤이 될 수도 있겠지.”
“계속 말씀해보시오.”
“우선 개방의 방도들을 이용해 일차로 시비를 거는 거요.”
“순순히 딸려오겠소?”
“개방의 방도들이 혈궁을 지속해서 괴롭혀 온 것을 들었소. 아마 한판 붙자는 식으로 나오면 적어도 천주 중의 한 명은 나올 것이오. 아, 그만큼의 전력은 필요하겠지.”
“그렇게 한 다음에는?”
“음. 이 작전은 청성파 무인들의 내공 회복이 가장 큰 변수가 아니겠소? 그러니 은신술이 뛰어난 이들을 이용해 개방이 싸움을 걸어온 어수선한 틈을 타서 먼저 그들에게 산공독의 해독약을 먹이는 거요.”
임요성이 말없이 듣고 있자 사마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런 다음 2차로 암존과 우리가 선봉으로 나서겠소. 그럼 우리가 나온 이상 배신한 수라궁의 마군들이 흥미를 보일 것이오. 그리고 암존이 나섰으니 혈궁주도 관심을 보이겠지.”
“그런데 왜 암존을 먼저 내보내는 것이오?”
“이미 암존이 탈출한 사실을 알고 있느니 그를 먼저 내보내는 것이 그들이 상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 아니겠소? 끝까지 방심을 유도하는 거요.”
“흠. 그리고 나면 우리가 3차로 밀고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소?”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신호와 함께 안에서는 청성의 무인들이 헤집고 다니고, 밖에서는 상천십좌가 치고 들어가는 것이오. 이때 천무삼신이 혈궁주를 맡고, 나머지 분들이 두 명의 천주를 상대해야 하오. 허나 내 생각에 혈궁주의 무위는 천무삼신만으로도 무리일 것이오.”
“알겠소. 참고하지.”
“명심하시오. 어설프게 건드려서는 안 되오.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끝장을 본다고 생각해야 하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상천십좌에는 사마현의 생각임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임요성의 말이 끝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특히 노준경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호라! 그들의 전력을 깎아내자 이 말이군?”
“정확합니다. 한꺼번에 부딪히는 힘 대 힘의 대결은 혹시 모를 변수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 측 피해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려면 각개격파가 최고죠.”
“그럼 개방이 천주 중 하나를 잡고, 암존과 수라궁의 세력이 수라궁의 마군들을 잡는다면 남는 건 혈궁주와 두 명의 천주들이로군.”
모용천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그들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깎아낸 상태에서 붙을 수 있죠.”
“흥. 안 그래도 우리 거지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후드려 잡고 있는데 잘됐군. 이번 기회에 우리 거지들 회포나 좀 풀게 해야겠어. 크흐흐흐.”
실실거리는 노준경 옆에서 팽극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작전이군.”
참으로 대단한 젊은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중원은 어차피 이들의 몫.
호승심에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비단 황보익뿐만이 아니었다.
자기 아들 또한 미친 듯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우물 안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들에게 세상이 넓다는 걸 보여준 임요성의 존재는 결코 질투의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해서도 안 된다면 혈궁주인지 뭔지를 끌어안고 그냥 다 죽자고!”
황보웅이 콧김을 풍풍 뿜어댔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그럴 각오를 다졌다.
더는 마인들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
자존심 문제였고, 중원 무림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암존이 찾아왔다.
“다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