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06
청풍표국 최강식객 206화
206화. 금단의 대법(1)
표국에 도착하니 가솔들이 모두 나와 임요성을 맞아주었다.
물론 그가 외출하고 올 때마다 그럴 수는 없다.
이번엔 그가 무림의 큰일을 해결하고 돌아온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 때문에 모두 일손을 놓고 그의 공적을 치하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와―! 임 총사님이시다! 총사님께서 오셨다!”
“총사님! 만세! 무림의 영웅 만세!”
“총사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임요성 그가 청풍표국의 식객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함께한 이들은, 그를 이제 한 식구처럼 맞이했다.
그리고 그가 없을 때 새롭게 뽑힌 표사나 쟁자수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며 선배들에게 수군거렸다.
“저분께서 임 총사님이신가요?”
“그렇다니까! 얼마나 훤칠하신가! 그야말로 헌헌대장부일세!”
자신이 몸담은 표국에 상천십좌가 있다.
아니 이제는 상천십좌 중에서도 천무삼신과 동급으로 여겨지는 일황(一皇)이 된 그들의 총사.
이제 무림은 일황, 삼신, 그리고 육천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임요성은 자신을 맞이하러 온 그들과 눈을 맞춰주며 들어섰다.
그리고 가장 먼저 두진호를 찾았다.
“어이구, 우리 총사 왔는가. 그래, 고생 많았네. 이제 즐거운 집으로 돌아왔으니 푹 쉬게나.”
마치 백년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임요성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암. 나야 늘 자네 덕분에 평안하지.”
두혜련이 임요성 옆에 앉고, 뒤따라 두원후도 들어왔다.
두원후는 이제 표국에서 어떠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솔들과 어울렸다.
물론 그 정도로는 강연화로 인해 가족을 잃었던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단지 이제는 예전처럼 드러내놓고 배척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 역시 이 표국에서 뭘 어찌해볼 생각은 없었다.
단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표국 일을 배우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훗날 작은 표국으로 독립해 어머니와 둘이서 살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그에게 큰 악감정이 없는 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풀기 시작했다.
특히 오랜 경험을 가진 상자수들이나 표사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교만 대신 겸손이, 탐욕 대신 열정이 가득했다.
그렇게 두씨 일가가 모이자 임요성은 그간의 사정을 풀어서 말해주었다.
때로는 가슴 졸이며, 때로는 탄식을 터트리며 임요성의 말에 반응했다.
“저런… 그랬군.”
“어머… 그런 일이…!”
“저런 쳐죽일! 그런 놈들을 처치한 형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두진호와 두혜련.
임요성은 두 부녀의 무공이 그동안 꽤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바쁜 표국 일에도 무위를 높였다는 건 그들이 얼마나 하루하루 알차게 보냈는지를 말해주었다.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말을 듣는 두원후 역시 많이 바뀌었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젠 그들이 자신의 가족처럼 느껴졌고, 이 청풍표국이 곧 자신의 집처럼 포근했다.
그들과 한동안 회포를 푼 임요성은 곧바로 청림 회의를 소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주군과 수하들은 할 얘기가 많았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소주에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이 보고되었고, 웃음이 터질 때도 있었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특히 천하전장의 종비연이 소주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이제는 강남의 환희궁을 모두 흡수한 기영란의 존재로 청풍표국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군.”
구용식이 분위기를 환기하며 말했다.
“무슨 할 말이 있나?”
“예.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조상연 말입니다. 표국 습격 당시 저희에 의해 죽어간 무인들이 모두 화경의 고수들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들이 나온 걸까요? 그들이 익힌 건 황궁 무고에 있던 무공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임요성이 표국이 습격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익히지 않았지만 내 무공을 개선하기 위해 무고의 비급을 많이 읽었지. 그들이 사용했던 무공들은 대부분 낯익은 것들이었어.”
“그럼 황자의 난 당시에는 그들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말인데,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는 없고, 누군가 그들을 가르친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구용식의 의문에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임요성도 미간을 좁혔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군.”
그러자 옆에서 일검이 입을 열었다.
“그럼 구 각주 생각에는 그들을 교육한 절대 고수가 또 존재할 거라는 말인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뭔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거대한 뭔가가 뒤에 있을 것 같다는. 그가 이혼 대법에 목을 매는 것도 그렇고요.”
옆에서 곰곰이 생각하던 임요성이 말했다.
“안 그래도 이상한 점이 있었네.”
“이상한 점 말입니까?”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임요성은 전투가 끝나고 난 뒤 사마현이 찾아와서 했던 말을 전해주었다.
기이한 진법이 청성산 주위에 처져 있었다는 것과 사마현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내용.
그러자 구용식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참 이상하군요.”
“사마현이 그를 뒤쫓는다고 했으니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임요성의 말에 구용식이 중얼거렸다.
“이혼 대법, 구궁팔괘진의 형상,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고수의 존재….”
“확실히, 사마현의 말대로 뭔가 다 끝난 게 아니란 느낌이 드는군.”
일검도 어두운 얼굴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종비연 전장주와 이야기를 해서 다시 처음부터 싹 훑어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사마현에게서 오는 연락은 최대한 빨리 전해달라고 해주고.”
“알겠습니다.”
구용식의 말을 끝으로 회의가 끝나고 임요성이 홀로 남았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박혀 있었다.
사천의 하늘이나 소주의 하늘이나 다른 건 없겠지만, 뭔가 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임요성은 이 무림의 하늘이 자신의 하늘처럼 느껴졌다.
* * *
구연초가 염라마정을 들고 나타난 이후로 이틀가량이 지났다.
오늘도 완후겸은 황궁의 인사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별장을 비운 상태였다.
완후겸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연일 출타했고, 조상연은 이혼 대법을 마무리하느라 실험실에 있었다.
이번에 이혼 대법을 연구하고 있는 이는 강남 최고의 명의인 태약방주 동곽휴였다.
천의방주 종리율처럼 그 역시 가족이 인질로 잡힌 상태였다.
피눈물을 흘리며 이혼 대법을 연구하여 얼마 전 결국 대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조상연에 의해 함구를 당했기 때문이다.
반면 오 황자는 끊임없이 진상되는 미녀들과 호화로운 음식에 젖어 이미 황제가 되는 것에는 별생각도 없었다.
그저 조상연과 완후겸을 믿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미녀에 둘러싸여 운우지락을 나누던 와중에 조상연이 찾아왔다.
“전하. 조상연이옵니다.”
“오, 대학사. 들어오시오.”
침상에는 전라의 상태로 뒹구는 서너 명의 미인들이 있었다.
그녀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주겸 역시 전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미 미혼약에 중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자신의 의지로 미혼약을 끊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미 황제가 되기 전부터 완후겸에 의해 몸과 마음이 잠식되고 있었다.
조상연도 이를 모른 척했다.
어차피 모든 것이 완료되는 날, 그런 사소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전하. 이혼 대법이 완성되었습니다. 한번 구경하러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오오, 그럼 대학사께서 젊은 사람의 몸으로 짠! 하고 변하는 날이 오늘이란 말이오?”
오 황자, 주겸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체를 숙였다.
“그렇사옵니다. 이 모든 것이 전하의 은덕이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을 황자 전하께 가장 먼저 보여드리고 싶사옵니다.”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대학사가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봐야 하지 않겠소! 그리고 향후 내가 몸이 허약해지거나 늙으면 대학사께서 내게 새 몸을 주어야지요.”
“당연한 말씀이옵니다. 황자 전하께서는 과거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영생의 길을 누리게 되실 겁니다.”
“하하하하하. 대학사, 그리고 완 태감과 함께 영원히 갑시다!”
영생의 길.
수천 년 제국의 역사 동안 모든 황제가 바랐던 것이다.
이미 세상이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처럼 주겸은 신이 났다.
“빨리 갑시다!”
주겸이 눈을 번들거리며 벌떡 일어섰다.
* * *
방 전체를 가득 채운 기기묘묘한 향들.
들어서자마자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으음. 머리가 좀 어지럽소.”
“아, 황자 전하. 여기 이 단약을 드시옵소서. 여긴 대법을 위한 향들이 피워져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정신을 잃으시면 안 되니 이 단약을 섭취하십시오. 그러면 맑은 정신으로 모든 과정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오, 그렇소? 어디.”
주겸이 손을 내밀어 조상연이 주는 단약을 덥석 삼켰다.
“음. 확실히 좋은 단약은 다르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털썩.
조상연이 그대로 쓰러지는 주겸을 팔로 받았다.
“후후후후후.”
음산한 웃음을 흘리는 조상연.
쓰러진 주겸을 빈 나무 침상 위로 눕혔다.
조상연이 물끄러미 주겸을 내려다봤다.
“오 황자. 왜 내가 그대를 이렇게 애지중지 모셔왔겠소. 그건 그대가 향후 내 몸이 될 재료였기 때문이오. 후하하하하!”
잔혹한 늑대, 조상연이 마침내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냈다.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모습을 동곽휴가 턱을 덜덜 떨며 지켜봤다.
이미 옆에는 흑위가 와서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오늘 이 대법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와 가족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것도 곱게는 죽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내와 딸들은 발가벗겨져서 능욕을 당하다 서역으로 팔려 갈 것이고, 남자들은 산 채로 피부를 벗겨 소금에 절인 다음 야산에 버려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이라도 욕하고 죽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당할 거라는 생각에 그리하지도 못한다.
“이봐 태약방주.”
“예, 예! 대학사님!”
“준비는 철저히 되었겠지?”
“무, 물론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되었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조상연이 주겸이 누워있는 옆에 누웠다.
“주군. 여기 있습니다.”
“음.”
흑위가 내미는 염라마정을 받아든 조상연이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그것을 쳐다봤다.
그간 있었던 몇 번의 자잘한 성공이 이번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오랜 염원, 그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푹!
“끄윽!”
그리고는 과감히 염라마정을 심장에 찔러넣었다.
츠츠츠츠츠츠츠.
염라마정에서 핏빛 혈기(血氣)가 새어 나와 조상연을 삼키기 시작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부들부들 떠는 조상연.
그때 동곽휴가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겸을 발가벗겨 온몸의 특정 혈도에 침을 꽂아 넣고는 부러뜨리기 시작했다.
침 하나하나가 모두 월경 전의 여인에게서 나온 월경혈을 모아 굳혀서 만든 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수리 천문에 혈침을 꽂은 다음 부러뜨렸다.
주겸의 몸에 꽂힌 혈침이 천천히 몸에 녹아들어 기맥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주겸의 눈과 코, 그리고 귀와 입에서 뭉텅뭉텅 피가 흘러나왔다.
마치 온몸의 피가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모양.
바로 그때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의 칠공으로 조상연을 둘러싸고 있던 혈기가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주겸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 잡아주시오. 괜히 발작하다가 상처라도 나면 큰일 나오.”
흑위가 급히 주겸의 몸을 붙잡았다.
그러자 동곽휴가 주겸의 정수리와 하단전에 손을 올려 괴이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