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07
청풍표국 최강식객 207화
207화. 금단의 대법(2)
아직 조상연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기이한 혈기가 죽음을 늦추고 있었다.
먼저 조상연의 몸을 감싸고 있던 혈기에 의해 백(魄)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동곽휴가 중단전으로 왼손을 옮기자 다사 혼(魂)이 자리를 잡아갔다.
백과 혼이 자리를 잡자 자연스럽게 영(靈)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동곽휴가 미리 침을 꽂아둔 천문(天門)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츠츠츠츠츠!
그런데 그때 문제가 생겼다.
주겸의 남아 있던 영(靈)이 완강히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헛!”
동곽휴의 심장이 철렁했다.
이제 조상연은 숨이 끊어진 상황.
여기까지 와서는 돌이킬 수도 없다.
만약 조상연이 죽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염라마정에 있던 막대한 공력은 잃어도 조상연의 목숨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겸의 몸에 두 영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는 한쪽이 이기면 한쪽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
“무슨 일이오!”
동곽휴의 반응에 놀란 흑위가 다그쳤다.
“오, 오 황자가 대학사의 영이 들어오는 걸 막아내며 완강히 버티기 시작했소!”
“뭣? 이런 미친!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뭐라도 좀 해봐! 안 그럼 당신 가족은 다 죽는 거야!”
“크으윽! 젠장!”
동곽휴가 욕설을 뱉었다.
그가 급히 하나 남은 혈침을 꺼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남겨뒀던 혈침 하나.
이걸로 천문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
지금 주겸은 대법으로 두개골의 천문이 모두 열린 상태.
혈침이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잘못되면 둘 다 죽게 된다.
덜덜덜.
손이 떨렸다.
이 한 번의 시침에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 달렸다.
“후우우!”
깊이 호흡한 동곽휴가 혈침을 꽂아 넣었다.
슈우우욱!
그러자 머리 주위에 몰려 있던 혈기(血氣)가 그대로 천문(天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
그제야 누워있던 오 황자의 입에서 긴 숨이 흘러나왔다.
“주군? 주군, 괜찮으십니까?”
번쩍!
흑위가 소리치자 오 황자, 아니 이제는 그의 몸을 차지한 조상연이 눈을 떴다.
스르륵.
상체를 일으킨 그가 자신의 손과 몸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제는 쭈글쭈글해진 조상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봤다.
“크큭! 크하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자 흑위가 귀를 틀어막았다.
“크윽! 주, 주군!”
그야말로 엄청난 공력!
갑자기 생긴 내공을 주체하지 못한 조상연의 웃음에 건물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흔들거렸다.
뚝.
웃음을 멈춘 조상연이 자신의 몸에 흐르는 내력을 관조했다.
천재 중의 천재, 조상연은 곧바로 내력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헛!”
흑위가 깜짝 놀랐다.
좀 전에는 막대한 내공에 숨이 막힐 듯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감쪽같이 기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주, 주군?”
“후후후. 그래, 내가 너의 주군 조상연이다. 허나 앞으로 난 조상연이 아니라 이 나라의 황자 주겸이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흑위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신, 노지광.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하하하. 그래. 이제부터 네가 나의 호위대장이다.”
“충심으로 보필하겠나이다.”
부들부들.
옆에서 떨고 있는 동곽휴를 본 조상연이 고개를 까딱했다.
푸악!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흑위, 노지광이 동곽휴의 목을 날렸다.
“저자의 가족들은 나중에 모두 죽여라. 말이 안 나오도록.”
“명을 받듭니다!”
흑위, 아니 노지광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말로만 듣던 이혼 대법을 통해 주군이 황자의 몸을 빼앗다니.
늙어 쇠락할 일만 남았던 그가 젊고 창창한 황자의 몸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내공과 함께.
노지광은 앞으로 자신의 삶에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그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조상연은 오묘한 표정으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허어! 이것이 고수가 바라보는 세상이로구나.”
모든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보였다.
마치 세상에 드리워졌던 불투명한 장막을 거둬낸 것처럼 온 세상이 달리 보였다.
마치 지금까지의 세상이 꿈이었고, 이제야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그리고 눈에 안력을 집중하자 저 멀리 있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일 지경이었다.
“후후후.”
조상연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음산한 웃음을 흘리던 중에 구연초가 뛰어왔다.
쉬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 급히 달려온 것이다.
“아니, 이게 대체….”
“오, 군사. 잘 왔소. 그대 덕분에 내가 대법을 완성할 수 있었소.”
“예? 그, 그럼 설마…?”
“그렇소. 내가 조상연이오. 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에 구연초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이럴 수가!’
그럼 그 대법을 황자에게 시행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염라마정이 빨아들인 기운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내, 군사의 도움은 잊지 않겠소. 허나, 이제부터는 날 ‘황자’로서 보필해야 할 것이오.”
“여,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충심을 다하겠나이다.”
구연초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는 단박에 현재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그의 측근이 될 유일한 기회임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충성 맹세에 조상연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밖에 나갔다가 복귀한 완후겸이 다급히 달려왔다.
그는 박살 난 전각에 죽어 있는 의원과 무릎을 꿇고 있는 구연초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침상에 누워있는 조상연을 봤다가 그 옆에 오연한 자세로 서 있는 오 황자에게 시선이 닿았다.
“저, 전하, 이게 무슨 일인지….”
조상연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섬뜩한 표정으로 물었다.
“완 태감. 당신도 알고 있었소?”
“예? 무, 무엇을 말씀입니까?”
완후겸의 그의 기세에 움찔했다.
“금방 조 대학사가 내 몸을 탈취해 이혼 대법을 시행하려 했소.”
“예에?”
완후겸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건 자신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 황자의 몸을 탈취하려 하다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챙!
그때 노지광이 검을 뽑아 그의 목을 겨눴다.
“흡!”
“전하께 진실을 고하라!”
노지광의 서슬 퍼런 기세에 완후겸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
“저, 전하! 전 절대 모르는 일이옵니다! 이혼 대법에 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전하께 사용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야지. 그럴 거라 믿었소.”
조상연이 눈을 찡긋하자 노지광이 검을 거두었다.
완후겸의 등에서 차가운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이런 일을 시도한 저 간악한 태약방주도 죽여버렸으니 이제 이혼 대법이란 시답잖은 사술은 사라진 것이오. 그대도 괜히 헛된 꿈을 꾸지 마시오.”
“며, 명심하겠나이다.”
“자, 그럼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 봅시다.”
조상연이 나가다가 문득 멈춰 섰다.
“왜 그러십니까?”
“음? 글쎄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직은 기운이 불안정해서 긴가민가하군.”
고개를 갸웃한 조상연이 앞서자 노지광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완후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잠시 밖에 나갔다 온 사이에 모든 일이 어그러졌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선 그의 시야에 죽은 조상연의 몸이 보였다.
그 이혼 대법을 오 황자의 몸에 시행하려 했다니.
‘허허. 대학사. 장밋빛 미래를 그려주시더니만 잿빛 세상으로 들어가셨구려.’
혀를 몇 번 차던 완후겸이 저 멀리 걸어가는 오 황자를 뒤따랐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육안으로는 보일까 말까 한 나뭇가지 위에 서 있던 사마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대단한 기감이군.’
사마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눈에는 갑자기 웬 고수가 나타난 것처럼 느껴졌다.
‘기이하군. 고수의 출현에, 은퇴한 환관의 별장에 간 구연초라… 도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사마현의 눈에는 그냥 한적한 시골 마을일 뿐이었다.
보통 이런 곳엔 은퇴한 고관대작들의 별장이 세워지곤 한다.
사마현은 구연초의 흔적을 쫓아 결국 별장에까지 올 수 있었다.
인근 어부들과 지역민들에게 물어물어 알게 된 저 별장의 소유주는 과거 사례 태감으로 악명을 날렸던 완후겸의 별장.
사마현은 무슨 이유에서 구연초가 이리로 향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리고 저 젊은 공자는 누구란 말인가. 왜 구연초가 그에게 무릎을 꿇었는가.’
사마현은 의문투성이였다.
‘천기가 불안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임 공자에게 전서를 띄워 봐야겠군.’
시골 마을이라 천하전장의 지부가 있는 도시까지 나가야 전서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마현은 다음 저녁 바로 임요성을 만날 수 있었다.
* * *
조상연이 금단의 대법을 완성할 무렵.
청풍표국의 안팎은 평화로웠다.
이상하게도 강남 무림을 들쑤시던 혈궁도의 무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자 강남 쪽으로 향하던 표행과 상행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막혀 있던 표행이 뚫리자 청풍표국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했다.
의뢰가 쏟아져 들어와서 수시로 표사들과 쟁자수들을 뽑아야 했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다른 표국에 하청을 주어야 했다.
자신이 보고 싶지 않았냐고 투정 부리던 두혜련은 오히려 임요성이 보자고 해도 시간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두진호와 함께 인근 상단이나 표국에서 인사를 오며 같이 맞이해야 했다.
사실 그들은 모두 파천황을 보러 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이미 천무삼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무림을 이끌고 나갈 절세의 청년 고수.
앞으로 무림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의외로 임요성은 한가했다.
가끔 두진호와 두혜련이 불러서 가면 차만 마시다 오면 되었다.
그리고 어지간한 인사들은 두진호 선에서 걸러졌기 때문에 임요성은 중요한 인물들만 만나면 되었다.
그래서 사천에서 돌아온 뒤 임요성은 만공 진인이 전음으로 전해줬던 옥청심결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평생을 도학에 몸담은 이들도 어려운 옥청심결이다.
아무리 그라도 쉽게 정복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만공 진인에게 물어본다는 것도 염치없는 행동이라 홀로 이리저리 연구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주군.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청풍표국의 정보각주인 구용식이 들어왔다.
“서신?”
“예. 천하전장 지부를 통해 지급으로 도착했다고 합니다. 산동에서 왔다는데… 살펴보시지요.”
“음.”
임요성이 서신을 받아 읽었다.
“설마 조상연이…?”
“예?”
서신을 보며 중얼거리자 구용식이 되물었다.
“혈궁의 군사가 과거 사례 태감의 별장으로 갔다는군.”
그의 설명에 구용식도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돌렸다.
“저번에 주군께서 말씀하신 그 이상한 진법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진법이라….”
진법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이혼 대법이 떠올랐다.
‘만약 조상연이 이혼 대법을 완성했다면?’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혼 대법이란 것에 목을 매는가.
임요성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천하전장의 종비연이 찾아왔다.
그녀 역시 전서를 들고 있었는데, 표정이 묘했다.
“공자님. 좀 이상한 전서들이 도착해서 직접 왔어요.”
종비연이 내민 전서에는 강남 각지에서 소규모 군사들이 서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였다.
“이게 무사들이 아니라 군복을 입고 있다 보니 무림 정보단체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나 봐요. 하지만 공자께선 그쪽에도 선이 닿아계시니…. 좀 찝찝해서 가져와 봤어요.”
종비연의 설명을 듣던 임요성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자 옆에 있던 여산홍이 반응했다.
“주군?”
“당장 가봐야겠군.”
“예?”
“예감이 좋지 않아.”
임요성의 시선이 산동을 향했다.
그를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의 소식은 세상에 딱 셋뿐이다.
두혜련과 기영란, 그리고… 황제 주천웅.
지금 일련의 사태는 주천웅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