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09
청풍표국 최강식객 209화
209화. 금단의 대법(4)
“오, 완 태감. 겁을 집어먹고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더니 어쩐 일이오?”
조상연이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완후겸에게는 오 황자 주겸의 얼굴로 비칠 뿐이다.
“가, 갑자기 몰려 나가셔서 전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뛰어왔습지요.”
조상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 보다시피 별것 아니었소. 뭐, 세작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말인데 그냥 이대로 황궁을 기습하는 게 어떻겠소?”
완후겸이 기겁했다.
“아니 됩니다. 그간 무림 고수의 황궁 전복 시도가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물리칠 수 있었던 건 황궁에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 그게 무엇이오?”
사실 조상연은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 황자의 신분이었기에 짐짓 모르는 척 묻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완후겸이 잠시 옆을 둘러봤다.
“괜찮소. 이들은 이제 나와 함께하기로 한 이들. 그 정도는 공유해도 좋소.”
“크흠.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드리지요. 이건 황제가 되시면 알게 되는 사실인데, 궁성과 황제의 침전에는 특별한 진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진법이라고?”
황궁은 황성과 궁성을 합친 말로, 이 중 궁성은 황제가 머무는 내성을 말함이고, 황성은 내성을 둘러싼 외성을 말함이다.
“예. 황제의 침전에는 삼경(三更, 밤 11시~1시)이 되면 그 주위로 진법이 펼쳐집니다. 이 진법을 해제하지 않고, 외부인이 침입하면 숨겨진 기관이 작동해 수많은 암기로 죽게 됩니다. 그리고 환상진이 펼쳐져 있어서 진법을 해제하지 않는 한 황제의 근처에 갈 수조차 없습니다.”
“흐음. 하지만 무림의 고수라면 그 정도는 뚫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완후겸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안전장치는 또 하나 더 있습니다. 그와 별도로 상시 펼쳐져 있는 진법이 궁성 전체를 덮고 있는데, 그건 바로 내공을 흩어버리는 산공진법입니다. 진법에 버틸 수 있는 해독약을 먹지 않으면 내공을 쓸 수가 없지요. 오직 황제와 황제가 직접 선택한 무인들만이 그 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그 약 없이 진법 안으로 들어서면 평범한 무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잠시 잊고 있던 것까지 얘기하자 조상연은 완후겸을 믿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조상연은 완후겸을 시험해 봤던 것이다.
“흠. 한마디로 아무리 무공의 고수라도 궁성에 진입하는 순간 내공을 흩어버리기 때문에 무공이 약해지고, 또 그 상태로 진법과 기관이 펼쳐진 침전을 뚫어야 하므로 사실상 황실 전복은 불가능하다?”
“그렇습니다.”
그때 곰곰이 생각하던 구연초가 물었다.
“한데 그럼 그 진법을 발동하는 술사가 있을 것 아니오?”
그는 군사라 그런지 확실히 머리 회전이 빨랐다.
“흠흠. 맞소. 흠천감 소속의 별도 관리가 그걸 맡고 있소. 현재는 무공 실력도 출중한데다가 진법의 일가를 이룬 제갈세가의 자제가 맡고 있소.”
“그럼 그자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의 질문에 조상연도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완후겸을 쳐다봤다.
“그가 있는 곳은 매일 달라지는데 오직 황제만이 그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소.”
구연초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만약의 경우엔 어떻게 합니까? 갑자기 황궁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라든지.”
“그땐 내각수보, 사례 태감, 금의위 지휘사 이 세 명이 한데 모여서 좌표를 합쳐야 합니다.”
“좌표라고 했소?”
조상연이 옆에서 물었다.
“예. 말씀드린 세 사람은 퇴궁할 때 흠천감 관리의 좌표를 부여받는데, 이 세 사람이 모두 모여야 그의 정확한 위치가 특정됩니다.”
내각수보까지 올랐던 조상연이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모르는 척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을 듣고는 심각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도가 없단 말이오?”
오 황자의 흉내를 내며 조상연이 굳은 얼굴로 묻자 완후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한번 세 사람을 모아 보겠습니다. 차제에 그들을 전하의 사람으로 만드시지요.”
“흠. 그게 가능하겠소? 이미 주천…, 아니 형님 폐하께서 자기 사람으로 바꾼 듯한데….”
그때 구연초가 은밀히 나섰다.
“그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오, 무엇이오?”
조상연이 물었다.
스윽.
“여기 혈궁주가 죽기 전까지 만들던 고독입니다.”
“고, 고독…?”
완후겸이 깜짝 놀라 한발 물러서며 구연초를 쳐다봤다.
조상연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고독이라고? 호오. 이 귀한 것을?”
완후겸이 고개를 비틀어 오 황자를 쳐다봤다.
자신과 온도 차가 있는 그를 보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고독이라는 말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니.
보통의 유학자라면 치를 떨 것인데.
“그렇습니다. 비록 무공의 초고수들에게도 사용 가능한 섭혼고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무인들까지는 모두 실혼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청성파의 무인들을 괴뢰로 만들려던 것이죠. 못해도 수십 마리는 됩니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대는 실로 나의 유기룡과 같소!”
조상연이 구연초의 어깨를 두드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유기룡은 현 제국을 건설한 태조의 오른팔로 기인이사(奇人異士)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천문지리에 능통하고, 기억력이 비상해 태조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큰 활약을 한 인물이다.
조상연은 지금 구연초를 현 제국의 개국공신에 비유하는 것이다.
완후겸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이내 마음을 달리 먹었다.
어차피 대업이란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것.
“그럼 제가 한 번 자리를 마련할 테니 구연초 군사께선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완후겸의 말에 구연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맡겨두십시오.”
“하하하. 그러고 보니 딱 세 사람의 모습이 태조께서 이 나라를 세우실 때 함께했던 이선종과 서중달, 그리고 유기룡과 같소. 내 무척 든든하오.”
그의 말에 완후겸의 얼굴에 살짝 풀렸다.
“소인이야 충심으로 전하를 보필할 뿐이옵니다.”
“하하하. 고맙소, 고맙소.”
조상연이 완후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하더라도 황제가 빠져나갈 수도 있어서…. 그를 잡는 것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뭐, 그 문제는 신경 쓰지 마시오. 나도 준비해둔 것이 있으니.”
“아… 알겠습니다. 그럼 소인은 세 명을 끌어들이는 것만 신경 쓰겠습니다.”
“음. 좋소. 그리고 내 이 일만 잘되면 조 대학사가 연구하던 그 이혼 대법인지 뭔지에 대해 알아보겠소. 완 태감도 나와 오래 함께 가야 하지 않겠소?”
그러자 완후겸이 감격한 듯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전하의 은총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뒤에서 노지광이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늙은 환관 놈이라 그런지 눈물이 많구나.’
태생적으로 환관을 싫어하는 그였다.
예전 황궁에 있을 때도 환관 때문에 얼마나 곤욕을 치렀던가.
그렇다고 티는 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사께서 황위만 차지하면….’
저 늙은 환관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리라 다짐하는 노지광이었다.
그렇게 싱긋 웃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오 황자를 보며 완후겸이 일어서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날’ 이후 오 황자가 상당히 달라졌다.
처음 볼 때만 해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애송이었다면, 지금은 노회한 관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무공의 고수가 된 것도 그렇고.
‘설마 대학사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공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니까.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란 말이냐.’
답답했지만 의문은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기호지세,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오 황자의 뒤를 노환관 완후겸이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 * *
“끄응!”
“주군!”
“주군! 괜찮으십니까?”
별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인근 야산.
임요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후욱! 괜찮네. 다행히 천잠위건이 잘 버텨주는 바람에….”
강기도 버텨낸다는 천잠위건이 두 동강으로 잘려 나갔다.
만약 천잠위건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임요성의 몸이 두 동강 났으리라.
가슴에 긴 창상이 남긴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지금도 빠른 속도로 아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상이 문제였다.
조상연이 펼친 강기성상.
거대한 기마 장수의 공격에 직격당한 임요성을 두 사람이 그야말로 단전이 터지도록 옮겨 다행히 벗어날 수 있었다.
임요성이 천잠위건과 함께 둘을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후우. 잠깐 호법을 서주게.”
그렇게 말한 임요성이 가부좌를 틀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지금 바로 운기조식을 통해 치료하지 않으면 꽤 오래갈 내상이었다.
여산홍이 눈짓했다.
자신이 먼저 서겠다는 것.
사실 두 사람 역시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조상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해서 내공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풍귀가 고개를 살짝 숙인 다음, 같이 운기에 들어갔다.
저 멀리 자신들이 빠져나온 별장을 바라보는 여산홍.
임요성을 만나고 많은 일이 있었다.
한낱 살수에 불과한 자신을 흔쾌히 받아들여 준 주군.
뭘 믿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자신감이리라.
뭘 어떻게 해도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아무튼 그 이후로 그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
그의 곁에서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온전히 지켜봤다.
후기지수 최강의 무인을 쓰러뜨릴 때도, 상천십좌의 한 명을 무너뜨릴 때도.
그리고 무림을 전복하려는 마인의 수장을 해치울 때도.
그리고 이제는 제국을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마주했다.
현경.
고금을 통틀어 몇 명 오르지 못한 지고의 경지다.
인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
만약 이마저 넘어선다면 뉘가 있어 자신의 주군을 막을 것인가.
두려움과 함께 묘한 기대감도 함께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히려 임요성이 먼저 깨어났고, 이어서 풍귀까지 눈을 떴다.
“괜찮으십니까?”
“음. 우선 급한 부분만 다스렸네. 외상이 그리 깊지 않아서 다행일세. 외상까지 심했다면 더 힘들었을 텐데.”
교룡의 영기(靈氣)에, 혈강마검, 그리고 금정옥로와 만독보정의 기운이 들어찬 임요성은 어느 정도의 외상까지도 운기조식으로 치유가 가능했다.
“일단 황궁으로 가봐야겠네.”
“황궁으로요?”
임요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음. 좋지 않아. 이혼 대법을 통해 오 황자의 몸을 차지한 조상연. 그리고 군사들의 은밀한 움직임.”
“혹시 황궁을 전복하려는 걸까요?”
“내 짐작이 틀리길 바라지만….”
틀리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림인들의 전투란 게 수장만 잡으면 끝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조상연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혁련희를 잡을 때도 암존이 동귀어진을 통해 겨우 틈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의 조상연이라면 상천십좌 중에서도 최소 서너 명이 동시에 동귀어진을 틈이라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런 일을 자처하겠는가.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릴 수 있는 그들인데.
자신만 해도 당장 목숨을 던졌을 때 눈에 밟히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는가.
“이제 여 호법이 운기조식을 하게. 자네가 마무리되면 바로 출발하지. 황궁으로 가서 마저 내상도 치유하고, 황궁의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봐야겠네.”
임요성의 시선이 저 너머 황궁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