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10
청풍표국 최강식객 210화
210화.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1)
산동을 출발한 임요성 일행은 순조롭게 북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북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노구교 저쪽 편에서는 역시나 검문이 강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임요성은 이미 얼굴을 바꾼 상태였고, 소주를 떠나며 가짜 신분을 만들어 둔 상태였기에 북경으로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지 불량인으로서 생의 대부분을 지내던 북경을 빠져나올 때와는 사뭇 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북경 앞을 무심하게 흘러가는 노구하를 말없이 말없이 바라보던 임요성의 입이 열렸다.
“가지.”
일행은 황궁이 멀리 보이는 객잔에 숙소를 잡았다.
다소 허름했지만 그게 더 편리했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아 별채를 통째로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임요성은 틈틈이 내상을 다스리면서 북경 근처의 천하전장 지부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북과 산동 일대의 묵천도를 모두 불러 모아 완후겸의 별장을 면밀히 감시하도록 했다.
물론 현경의 고수인 조상연이 있기에 절대 가까이 가지는 말고, 멀리서 그들의 동태만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정보를 모으며 며칠은 느리게 지나갔다.
별다른 소요도, 문제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완후겸이 내각수보, 사례 태감, 금의위 지휘사를 은밀히 만났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듣는 순간 임요성은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진법을 건드리려는구나.’
이 사실을 황제에게 전해야 했지만, 임요성은 과거 흑표로 있을 당시 다른 이들과 접점이 거의 없었다.
서로 얼굴을 보면 아는 때는 있어도, 따로 연락하거나 하진 않았다.
당연히 친분이 있는 이도 없다.
최대한 밖에서 지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법이 있으니 호위장을 믿어볼 수밖에.’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받던 임요성의 시선이 저 너머 궁성에 머물고 있을 황제를 향했다.
* * *
그 시각 황궁의 원림.
“하하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 친구가 뭘 실패하는 걸 본 적이 없거든.]황실 정원에서 산책하며 유재희와 전음을 주고받는 주천웅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따로 다친 곳은 없다고 하던가?] [예, 몸도 멀쩡하다고 합니다. 이번 일로 흑표에 대한 무림의 명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중원 제국에 두 황제가 있으니, 한 분은 폐하시며 다른 한 명은 파천황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만약 이런 말을 다른 이가 했다면, 그리고 그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능지처참에 구족이 참살당하는 것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천웅은 오히려 더 기뻐했다.
[뭐? 두 황제라고?]그리고 그런 주천웅의 마음을 더 잘 알기에 유재희도 가감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은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황제가 파안대소했지만, 그를 따르는 환관들과 궁녀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것참 재밌는 말이로군. 내가 그 친구가 황실을 나갈 때 맹주가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보다 더한 사람이 되려 하려는군.]정쟁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그에게 임요성의 소식은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그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수많은 동료를 잃고 스승까지 잃고 나간 그에게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잠시 그의 소식으로 기분 전환을 한 황제가 멀찍이 떨어져 있던 환관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에 동창 제독이 추천한 여인이 누구라고?”
“예. 폐하. 산동의 천호장 진호식의 여식이온대, 미색이 뛰어나고 학식도 깊다고 하옵니다.”
“알겠네. 오늘은 그 사람을 부르지.”
“준비하겠나이다.”
주천웅은 환관이나 고위 관료들이 바치는 여인들을 내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들에게 완전히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적당히 곁을 내어주어 그 뒤에 있는 환관들과 고위 관료들의 안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아직은 힘이 부족했다.
금의위 무사들의 인원과 실력을 늘리고, 북경성을 지키는 금군 전체를 장악할 때까지는 발톱을 감춰야 했다.
‘그리고 각지의 번왕들도….’
각지의 번왕을 맡은 이들 역시 지금은 야욕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조금의 빌미만 주어져도 들고 일어날 것이다.
조금씩 힘을 비축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 *
“흡?”
침전에서 여인을 품에 안는 순간 주천웅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단전이 돌덩어리처럼 굳은 것이다.
그리고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내공을 쓸 수 없게 되니 바로 몸이 무거워진 것이다.
“폐하, 왜 그러시는지요?”
해맑은 눈으로 묻는 여인의 얼굴을 본 주천웅은 눈앞의 이 여인은 연관이 없음을 알았다.
‘결국 환관 놈들인가….’
아마도 궁녀들이 황제에게 진상된 이 여인의 옷에 산공분(散功粉)을 뿌렸을 것이다.
그 뒤에는 분명 환관들이 있을 터.
‘그렇다면 지금 날 주시하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겠군.’
자신이 무공을 익혔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동안 숱한 미혼약과 춘약들의 공세에도 버틴 것이 무공 때문이란 것을 눈치채고 산공분을 준비했으리라.
하지만 어릴 적 어지간한 산공 계열 약품에 대한 내성을 키웠던 자신이다.
그리고 궁성을 뒤덮고 있는 진법에 대항하기 위한 해약도 먹고 있는 그였다.
한마디로 지금 자신의 몸에 들어온 것은 최고 등급의 산공분이 분명했다.
[호위장.] [예. 폐하.]원래라면 궁중에 환관이 아닌 남자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주천웅은 모든 숙청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들을 궁내에 몰래 머물게 했다.
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산공분에 중독된 듯하다.] [예?]유재희가 깜짝 놀랐다.
“머리가 아파서 잠시 바람 좀 쐬고 와야겠구나.”
“폐, 폐하!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흔들리는 눈빛으로 묻는 여인의 어깨를 두드린 주천웅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단지 머리가 좀 아플 뿐이다.”
굳이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
주천웅이 바로 웃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밖에 나가 별이라도 보려고 하니 굳이 따라 나올 것 없다.”
“예, 폐하.”
환관이 고개를 조아렸다.
하지만 그의 눈에 살짝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발걸음은 옮긴 주천웅이 바로 유재희에게 말했다.
“오늘 내게 뭔가 이상이 생겼음을 눈치채고 바로 습격할 이들이 아마 있을 것이다.”
[예, 폐하. 수하들을 풀어서 바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아니, 아니, 그게 아니다. 호위대를 전부 끌어모아라. 지금 당장 궁을 벗어난다.”
[예?]유재희가 놀라 반문했다.
“그리고 이제 모습을 숨길 필요 없다. 모습을 드러내라.”
스르륵.
유재희가 그의 옆에 섰다.
“산공분까지 썼다는 건 오늘 끝을 보려 한다는 거다. 내가 이렇게 된 걸 아는 순간 진법은 해제되고 밖에서 자객들이 들어올 거야. 겸이 녀석의 행방은?”
황제가 오 황자의 행방을 물었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행적은 강서의 단목세가라는 무림 세가였습니다.”
“아마 조 학사와 붙었겠지. 전 태감도 합류했을 테고. 시간이 없어. 빨리 수하들을 모두 불러라.”
유재희가 신호하자 한 사내가 나타났다.
“너는 빨리 호위들을 불러라.”
“예!”
그가 뛰어가자 주천웅이 고개를 까딱해서 지금까지 그가 머물던 침전을 가리켰다.
“저 안에 있는 이들을 다 죽이게.”
꿀꺽.
유재희가 살짝 당황했다.
“전…부 말씀이십니까?”
“그래. 무고한 이들도 있을 순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들을 가려낼 방도는 없네. 나의 정확한 위치가 그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빨리 막아야 하네. 진법이 해제되기 전에 어서!”
“충!”
유재희가 급히 궁 쪽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던 주천웅이 눈앞에 보이는 무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해 특별히 금의위 무사들을 내전에 배치해두었다.
“이봐. 자네.”
“예, 폐하.”
금의위 무사가 달려왔다.
“지금 당장 내전을 지키고 있는 금의위 무장들을 모두 불러 모으게. 그리고 오는 길에 황후와 황자들도 데려오고.”
“예. 폐하!”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무사가 급히 뛰어가려 할 때였다.
“잠깐!”
“예?”
“그 검을 주고 가게.”
주천웅이 그에게 검을 건네받은 다음 검을 빼 들었다.
스릉.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주천웅이 주위를 둘러봤다.
내공이 묶여 정확히 느껴지지는 않지만, 뭔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아마도 오 황자 측에게 포섭된 환관들과 궁녀들이리라.
이리된 이상 정면 돌파밖에는 없다.
유재희가 뛰쳐 들어간 후 그에게 도망쳐 나오는 환관들이 보였다.
타다닥!
환관들이 뛰쳐나오는 곳을 향해 주천웅도 달려갔다.
촤악!
“컥! 폐, 폐하…!”
의문의 눈으로 바라보며 죽어가는 한 환관.
주천웅의 눈에 미안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미안하네…. 혹시 오해한 것이라면 용서하시게.”
무고한 이를 죽이는 거라면 그 업을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자신은 황제였다.
피를 뒤집어쓰고 오른 황제의 자리.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도 넘쳐났다.
죽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죽여야 하는 곳이 바로 황궁이다.
지금은 누가 역모에 가담했는지 하나하나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촤악!
다시 한번 그의 검이 어느 환관의 가슴을 갈랐다.
“끄악! 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원망 어린, 그리고 억울함이 담긴 눈동자.
이번엔 제대로 짚은 것이다.
주천웅의 미간이 구겨졌다.
“죽어라!”
촤악!
목을 날려버린 주천웅의 얼굴에 시뻘건 선혈이 튀었다.
그리고 계속 빠져나오는 환관과 궁녀들.
유재희의 검을 피해 도망 나오는 이들을 모두 죽이자 어느덧 그의 발치에 피가 흥건히 고였다.
“흡! 폐, 폐하!”
집결한 호위무사들과 금의위 무장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피를 뒤집어쓴 황제의 모습에 어지간한 그들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폐하…?”
그때 아리따운 여인의 목소리, 하지만 떨림이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피를 잔뜩 뒤집어쓴 주천웅의 모습에 황후 서영화의 눈이 흔들렸다.
그가 이렇게 피를 뒤집어쓴 모습은 황자 시절 수없이 봤다.
황제가 되고 나서는 한 번도 검을 잡지 않았고, 이런 흉한 모습을 볼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돌아가는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었고, 금세 표정을 수습했다.
“아, 아바마마….”
그리고 두려움에 자신의 뒤로 몸을 숨기는 아이들을 보듬었다.
“괜찮다, 괜찮아….”
각각 열 살과 여덟 살 되는 사내아이들.
다행이랄지 주천웅은 황후와의 사이에 있는 두 아이 말고는 후사가 없었다.
황제라면 많은 후사를 준비해두는 것이 나중에라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어 뒤로 미루다 보니 아직 다른 후궁은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 결정이 지금은 도움이 되었다.
“미안하오. 일이 그렇게 되었소. 지금 역도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이대로 황궁을 뚫고 나가야 하오. 그러니 황후께서 아이들을 잘 보호해 주시구려.”
그녀 역시 아수라장의 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닥.
어느새 모든 이들을 처리한 유재희가 경공을 펼쳐 주천웅 옆에 내려섰다.
우웅!
주천웅이 움찔했다.
“젠장! 진법이 벌써 해제되었군!”
주천웅이 투덜거렸다.
“진법이 해제되었다는 건…?”
유재희의 눈이 흔들렸다.
“수보, 태감, 지휘사까지 모두 돌아섰다는 거지. 다른 금의위 무사들이 걱정이군.”
“어떻게 그 세 명이 모두 돌아선다는 말입니까?”
유재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황제가 그들에게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아는 그였다.
“뭔가 방수가 있었겠지. 저 혈궁주도 그 뭐 실혼인인지 뭔지도 만들어 낸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튼 일단 목적지로 가지. 금의위!”
“예. 폐하.”
“너희들은 황후와 황자들을 보호하라! 지금부터 서문으로 향해 금군을 뚫고 간다. 만약 우리를 막으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설사 황군이라 해도 모두 참살해도 좋다.”
“충!”
그때 한 무관이 손을 들었다.
“폐하. 금의위 지휘부에 있는 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주천웅이 그를 쳐다봤다.
“애석하지만 진법이 해제된 것을 봤을 때 이미 그들은 죽거나 제압되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무장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그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웅성거리자 주천웅이 발을 굴렀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황궁을 장악하려는 역도들이 나타났다. 너희들이 만약 역도들의 편이 아니라면 나를 도와다오.”
그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얼굴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주천웅과 호위대, 그리고 황후와 황자를 지키며 금의위 무장들이 빠른 속도로 황궁의 서문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