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11
청풍표국 최강식객 211화
211화.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2)
“전하. 알아냈사옵니다.”
이미 황궁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던 조상연이었다.
전 태감이라는 친분으로 만남을 성사시킨 완후겸이 드디어 흠천감 관리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는 은밀히 내각수보, 사례 태감, 금의위 지휘사에 접근하여 고독이 든 월병을 선물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함께 먹기를 권유했다.
그들이 이미 끈 떨어진 완후겸에게 어떤 의심을 품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고독이 들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고독에 중독된 이후 옆에 종복 행세를 하며 따라온 구연초가 사술을 시행해 그들의 정신을 붕괴시켰다.
그런 다음 당일 흠천감 관리의 좌표를 알아낸 것이다.
“음. 수고했소. 그럼 오늘 밤 바로 시작합시다.”
조상연의 말에 완후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이 인원만 가지고 궁을 치시려 하옵니까?”
“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내 이미 단영의 대장과 은밀히 약조를 맺었소. 내가 쳐들어가는 순간 안에서 호응해줄 거요.”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내부의 동창 제독을 통해 궁성 내의 소요를 진압하겠습니다.”
조상연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시작해봅시다.”
조상연, 아니 오 황자 주겸의 얼굴에 박힌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 * *
흠천감 소감 제갈홍.
그는 사실 제갈백규의 아들이자 제갈연의 동생이었다.
100여 년 전, 당시 변황대전으로 그 위세를 잃은 제갈세가는 이렇게 각지에 퍼져서나마 그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는 진법의 달인으로, 현재 황궁의 진법을 담당하고 있는 관리를 맡고 있다.
아버지인 제갈백규가 무림맹의 총군사를 맡고는 있지만, 아직은 과거처럼 세가를 구축할 정도의 세력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인 제갈백규도, 누나인 제갈연도 무림에서 그 위치가 공고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현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었고.
황자의 난으로 황위를 차지한 이후 황제가 얼마나 큰 노력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래서 자신도 옆에서 뭔가 돕고 싶었다.
황제의 자리가 탄탄해지고, 자신의 입지도 높아진다면 괜찮은 땅을 하사받아 세가를 꾸리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무림맹이 있는 개봉에 작은 장원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전 성세에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고생하자 제갈홍.’
스스로 다짐하던 제갈홍이 바람의 쐬러 밖으로 나왔다.
“이상하군. 천기가 불안해.”
하늘을 보며 제갈홍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뭔가 모르게 가슴도 두근거렸다.
꼭 뭔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잠시 하늘을 보던 제갈홍이 몸을 돌릴 때였다.
“흡!”
제갈홍의 목에 칼날이 드리워졌다.
“누, 누구시오!”
“조용. 괜히 큰소리를 내다가는 목이 달아나는 수가 있다.”
제갈홍은 정제된 살기를 흘리며 칼날을 들이댄 자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고도로 훈련된 자다. 한다면 하는 사람.’
꿀꺽.
제갈홍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자신이 머무는 비밀 장소가 발각되었다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내각수보, 사례 태감, 금의위 지휘사가 모두 이들의 손에 넘어갔다는 말.
“무, 무엇을 원하시오?”
“클클. 말이 통하는군. 지금 황궁의 모든 진법을 해제하라.”
“무, 무슨 말씀인지…. 진법 해제는 황제 폐하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는 게 빠를까, 아니면 지금 네 목이 떨어지는 게 빠를까? 응? 맞춰봐!”
노지광이 칼날을 깊게 들이밀자 제갈홍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큭! 아, 알겠습니다. 당장 해제하겠습니다.”
“얼른!”
제갈홍이 밖으로 나가서 거대한 그림이 그려진 단상 위로 올라가 몇 군데를 찍어 눌렀다.
단상 바닥에는 황제가 머무는 궁성을 본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몇 군데를 그 순서에 맞게 뭔가를 찍어 누르자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진법이 해제되기 시작했다.
임금이 머무는 곳의 진법을 해제한 것이다.
그렇게 제갈홍이 진법을 해제하자 노지광이 자신의 몸에 다시 차오르는 내공을 느꼈다.
“좋아. 그런데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 황제가 있는 처소 주변의 기관과 환상진 역시 모두 제거해야지. 내가 병신으로 보여?”
노지광이 칼날을 더 들이밀자 제갈홍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정확하게 알고 왔다.
툭. 툭.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누르자 저 옆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된 것 같군. 저쪽에서 느껴지던 기이한 기운이 걷혔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노지광이 음산하게 웃었다.
“후후, 수고했다. 그럼 넌 죽어야…!”
칼을 높이 쳐들어 제갈홍을 죽이려던 노지광이 깜짝 놀랐다.
바로 앞에 있던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이 무슨…!”
노지광이 깜짝 놀라 허둥댔다.
“쯧. 되었다. 진법만 해제했으면 됐지. 어서 가자.”
그림자에 몸을 감추고 있던 오 황자, 아니 조상연이 나타났다.
그리고 뒤이어 구연초도 모습을 드러냈다.
진법이 해제되자 세 사람이 열린 남문을 행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미 조상연에게 넘어간 금군의 무장들이 그의 행차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수많은 금의위 무사들의 시체가 핏덩이가 되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가 걷는 앞길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주천웅은 이미 제갈홍에게 언질을 줘두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니나 다를까 서문 근처까지 도달하자 이미 제갈홍이 도착해 있었다.
“폐하.”
“오! 제갈 소감.”
제갈홍이 진법을 펼치던 단상에는 사실은 진법으로 눈을 속인 지하통로가 있었다.
노지광이 자신을 죽이려 하자 곧바로 지하통로를 통해 빠져나온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나타난 그가 서문을 향했다.
이미 황제와는 말을 맞춰둔 상황.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서문으로 향하기로.
서문 옆 성곽에는 겉으로 보면 아무 이상 없었으나, 사실은 두 사람 정도가 이동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진법으로 가려둔 곳이 있었다.
“어서 이리로!”
이미 변고가 생긴 걸 안 제갈홍이 미리 진법을 펼쳐둔 곳으로 안내했다.
* * *
“주군. 괜찮을까요?”
멀리서 황성을 보는 임요성 곁에서 여산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통 황성에는 진법이 처져 있으니 시간을 벌 수 있을걸세. 문제는 황제께서 어느 쪽으로 탈출하실지가 문제인데….”
임요성과 여산홍, 그리고 풍귀는 황성을 앞에 두고 있었다.
불온한 무리가 북경 관문을 지나 황성으로 이동하자 북경의 백성들은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흉흉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임요성은 일단 그들의 뒤를 밟아 황성을 바라보는 곳에 서 있었다.
아마 이곳에 조상연도 와있을 것이다.
이미 조상연의 무위는 자신을 능가했다.
자신이 죽는 건 상관없지만 황제는 구해야 했다.
두혜련이 자신의 미래라면 주천웅은 과거였다.
두혜련이 자신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면, 주천웅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안 되겠군. 잠시 호법을 서주게.”
살짝 마음이 급해진 임요성이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기감을 넓게 펼쳐 주천웅 특유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황궁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기감을 펼치자 임요성조차도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과거 주천웅이 처음 무공을 익힐 때 임요성도 같이 무공을 익혔다.
황실 무공은 빠른 성취를 이뤄주는 대신 그 파훼법이 알려져 있다.
황제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방지하는 이유였다.
그래서 주천웅은 황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대신 묵천군에게 무공을 배웠다.
그래서 임요성은 그의 기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과 같은 비혼진결을 익혔기 때문이다.
비혼진결을 토대로 탈혼검법을 익힌 자신처럼 주천웅도 똑같이 익혔다.
그래서 멀리서도 바로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경(四更. 새벽 1시~3시)을 알리는 딱따기 소리가 멀리서 들릴 때쯤이었다.
임요성의 미간이 꿈틀했다.
우우웅!
그리고 온몸의 내력이 솟구쳤다. 전력으로 기감을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번쩍!
임요성의 눈이 떠졌다.
팡!
한 줄기 유성이 황궁의 서쪽으로 향했다.
* * *
챙! 채쟁!
“역도다! 역도의 무리다!”
주천웅을 가리키며 소리치는 말 위의 무장.
그들은 북경 수비대인 금군들이었다.
군사들은 무장이 역도라고 외치는 이가 황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필시 무슨 변고가 벌어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목숨을 부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이 미친 새끼들아! 역도가 아니라 황제 폐하시다!”
촤아악!
“끄아악!”
유재희가 달려드는 군사들을 베어 넘기며 목이 터지라 외쳤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젠장! 이미 진을 치고 있었어! 몰이사냥을 하려는군!”
주천웅이 달려드는 군졸을 검으로 베어 넘기며 이를 갈았다.
“수비대장! 이렇게 날 골탕 먹이는 건가!”
그가 소리친 곳에는 갑주를 걸친 채 말에 앉아 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클클클. 어쩌겠소. 너무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 너무 죄기만 하니 숨을 쉬게 해줄 사람에 줄을 서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소?”
그는 금군 중에서도 정예병들만 모인 단영(團營)의 대장이었다.
모든 단영의 군사들이 그를 따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이 그를 따랐고, 그 정도면 궁성을 에워싸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금군들에게는 훈련 중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려둔 상태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 물이 너무 맑다고? 그대가 원하는 물이 지나치게 더럽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
“뭐, 서로 입장의 차이란 게 있지 않겠소? 황제가 누리는 것과 일반 군사들이 누리는 것이 같을 수는 없겠지.”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클클. 주는 녹봉이나 받으면서 궁핍하게 사느니 이렇게 한 번 가슴 뛰는 일이라고 해봐야 하지 않겠소? 뭣들 하느냐. 어서 저 역도를 잡지 않고!”
금의위 무장들과 호위무사들이 힘을 내어봤지만, 본대가 있는 남문 지휘부가 아닌 얼마 되지 않는 숫자로는 그들을 막기 힘들었다.
촤악!
“꺼윽!”
금군의 파상공세를 버티던 호위무사들과 금의위 무장들이 하나둘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안 돼!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주천웅이 피가 스며 나오도록 이를 깨물었다.
푹!
군졸 하나의 목에 검을 꽂아 넣은 주천웅이 몸을 돌릴 때였다.
“안돼―!”
이름 모를 군졸, 아니 혈궁의 무사 하나가 황후에게 달려들었다.
“꺅!”
금방이라도 목이 잘릴 것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
쐐애애액!
한줄기 빛살이 어두운 밤의 허공을 갈랐다.
푸욱!
“크륵!”
자신이 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로 혈궁 무사가 쓰러졌다.
그리고 나타난 검은 그림자.
“오늘… 너희들은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한다.”
임요성, 아니 흑표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