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14
청풍표국 최강식객 214화
214화. 명가의 자존심(2)
실실 쪼개는 조상연을 보며 팽극환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이 행차는 애당초 팽가를 본보기로 삼기 위해 온 것임을.
황제에게 철저한 복종을 하지 않는다면 팽가는 지워질 것임을.
하지만 팽가가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고개를 숙일 순 없다.
한 번 숙이면 영원히 숙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황제의 밑으로 들어가면 다른 무림 세력을 치는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어차피 진퇴양난이라면….
“지금부터 팽가는 본가를 위협하는 이곳의 모든 이들을 적으로 규정한다. 원 황제를 몰아내고 황위를 찬탈한 역도인지, 진정 황제인지 아닌지도 모를 이의 협박에 놀아날 수는 없지.”
팽극환이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고, 그의 결기 어린 선언에 팽가의 모든 무사대가 투기를 드러냈다.
무림팔가의 여덟 가문 중에 천하제일가에 가장 가까운 무가(武家).
그 저력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주 호위대인 흑호대, 주력 무사대인 맹호대, 팽가 수비대인 백호대가 조상연의 주위로 집결했다.
“흑호대 전원 전투 태세로! 가주님을 호위하라!”
“맹호대는 모두 칼을 뽑아라!”
“백호대는 팽가에서 한 놈도 살아나가지 못하도록 목숨으로 수호하라!”
세 개 무사대의 인원은 도합 천 명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그 정도 전력이면 아무리 조상연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장로원은 팽가를 사수하라!”
어디선가 초로인 열 명이 거친 기세를 뿌리며 내려섰다.
그 기세는 젊은 맹호 못지않았다.
그들은 모두 팽가를 이끌어 가는 장로들로 초절정의 무인들이었다.
명가는 절대 수장 한 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팽가는 천년을 명가라는 이름을 잃지 않은 무가다.
가주를 제외하더라도 그들의 무력은 천하제일가를 자처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팽가의 젊은 호랑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팽원호가 칼을 높이 치켜들며 포효하자 뒤에 서 있던 두 동생, 팽차호와 팽인호가 화답했다.
“오늘 여기서 전부 산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존심을 지켜라!”
“팽가는 위대하다!”
산책 겸 응징을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조상연 역시 그들 전체가 뿜어내는 기세에 살짝 얼굴이 굳어질 정도였다.
쿵. 쿵.
하지만 조상연은 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난처럼 창으로 땅을 툭툭 찍었다.
“크큭. 지랄하고 있네. 호랑이는커녕 고양이 새끼들 주제에.”
하지만 그 가벼운 몸짓에도 땅이 울렸다.
팽극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싸움 그의 생을 걸어야 할 듯했다.
“핫! 어디서 황제를 흉내 내는가!”
혹시라도 모를 뒷일을 위해 팽극환은 끝까지 황제임을 모른 척했다.
팽극환이 대도를 내리그으며 조상연에게 향했다.
콰아아앙!
두 초고수가 맞붙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조상연은 금방 끝내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무림 명가의 저력을 너무 얕잡아보았다.
쿠우우웅!
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폭음!
팽극환의 백호대도에서 뛰쳐나간 거대한 호랑이들이 조상연을 발기발기 찢어버리듯 날뛰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팽극환이 위험에 빠질 때마다 적절히 치고 들어오는 흑호대의 눈치도 보통이 아니었다.
팽극환의 수십 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다.
주군의 손동작, 발놀림만 봐도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있었고, 시의적절하게 그들의 주인을 보좌했다.
“흑호대진을 펼쳐라!”
천무삼신을 수호하는 호위대.
그들이 맞닥뜨리는 상대는 모두 강호의 초고수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연구된 대(對)초고수 절진.
흑호대진이 펼쳐지자 조상연의 어깨에 실리는 기의 압력이 몇 배로 높아졌다.
“흥! 이까짓 잔재주를!”
팡!
조상연이 그어낸 창격에 흑호대진으로 만들어진 기의 압력이 흩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펼친 대진은, 직접 마무리를 한다거나 결정타를 먹이는 용도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주인 팽극환이 숨을 돌릴 시간이나, 공격을 날리기 위한 준비를 돕는 보조적인 역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팽가의 절기가 연이어 펼쳐졌다.
쇄암호조도(碎巖虎爪刀)에 이은 맹호파산경(猛虎破山勁).
용맹한 호랑이의 앞발이 땅을 헤집고, 그 기세가 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기운이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이미 주위는 초토화되었다.
담장은 터져나가고, 땅이 깊게 파였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거대한 동심원이 그려졌다.
하지만 대호(大虎)의 앞발과 어금니는 조상연의 창끝을 뚫지 못했다.
“흥! 이번엔 내 차례인가.”
콰과과과광!
조상연의 자룡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려하지만 강맹했고, 아름답지만 무시무시한 공격이 연이어 펼쳐졌다.
하지만, 그건 강기를 활용한 모습일 뿐이었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현재 조상연의 위용을 드러내는 데는 아무런 손색이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고수와의 접전에 익숙해진 조상연의 창끝은 그 위력을 더해갔다.
팽극환의 몸에 새겨지는 생채기가 늘어났다.
그러다 갑자기 조상연의 기세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드디어 강기를 이용한 심상구현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천하에 세 손가락에 들어가는 팽극환의 맹렬한 공격도 무리(武理)에 대한 심상을 그대로 구현한 강기성상의 경지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콰우우우!
콰지직!
기마에 탄 거대한 장수의 창이 순식간에 호랑이 형상을 한 강기를 흩어내 버렸다.
이미 옥쇄를 각오한 팽극환의 백호대도가 미친 듯이 조상연이 만들어 낸 장수의 창격을 쳐냈다.
하지만….
푸욱!
현경에 이른 조상연의 움직임을 모두 막아내진 못했다.
오른쪽 어깨에 정확하게 박힌 조상연의 자룡창.
“안 돼!”
흑영이 나서려 했지만, 팽극환의 손에 막혔다.
팽극환이 전음을 보냄과 동시에 온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아아, 형님….”
흑영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정지기를 폭발시킨 것이다.
동시에 팽가의 장로들 역시 전신에서 줄기줄기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가주! 그동안 고마웠소!”
장로의 역할은 가문을 지키는 것.
천년 명가 팽가의 장로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팽가의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자리, 이 순간이 그들이 목숨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그와 동시에 팽원호를 비롯한 팽차호, 팽인호가 동시에 달려갔다.
하지만 흑영에 의해 막혔다.
“도련님! 안 됩니다!”
“흑영! 비키시오! 아무리 당신이라도 용서하지 않겠소!”
하지만 흑영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가주께선 동귀어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제게 도련님을 부탁하셨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호위대! 지금부터는 전력으로 도련님들을 호위한다!”
“명!”
호위대 전원이 팽가 삼 형제를 감쌌다.
외부로부터의 호위 목적도 있지만, 삼 형제가 무턱대고 튀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도 있었다.
흑영 역시 충심으로 모셔온 주군이다.
눈이 붉게 충혈되었지만, 자신의 임무는 이제 팽가의 맥을 지키는 것.
콰우우우!
엄청난 기파가 팽극환과 장로들, 그리고 조상연의 주위를 몰아쳤다.
슈슈슈슈슉!
담장 위에 있던 금의위 무사들의 화살이 사방을 날아다녔다.
채재재쟁쟁!
그들이 쏘아낸 화살은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모두 강철로 된 철시(鐵矢)였다.
빠르기도 빠른데다가 한 발 한 발이 어지간한 호신 기공을 뚫어내고 박힐 정도로 위력이 높았다.
푸슈슈슈슉!
그들의 철시가 또 다른 무사 대원들을 향해 날았다.
팽가의 무인들과 금의위의 전투 역시 난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개개인의 무력은 절대 팽가의 무사들을 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화살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콰광! 콰과광!
바로 폭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천뢰는 너무 위험해 소형 벽력탄을 던져댔지만, 그 정도만 해도 팽가의 전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충분했다.
콰아앙!
“크아악!”
벽력탄의 화력에 팽가의 무인들이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난무했고, 그들로부터 뿜어져 나온 선혈이 땅을 적셨다.
그리고 그 와중에 조상연의 창이 팽극환의 심장을 꿰뚫었다.
“끄윽…!”
팽극환의 눈이 점점 회색빛으로 물들어갔다.
“아버지!”
“가주님!”
팽가의 식솔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그들의 주인의 마지막을 눈에 담았다.
“크윽! 젠장.”
하지만 조상연도 무사하지 못했다.
무려 천무삼신이 원정지기를 터트려 동귀어진을 했고, 초절정의 장로들까지도 옥쇄를 감행했다.
아무리 현경의 고수라 해도 조상연 역시 군데군데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노지광이 조상연의 옆에 붙으며 주위를 살폈다.
좋지 않았다.
만약 조상연이 죽기를 각오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무사히 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때였다.
“가시오. 뒤를 쫓진 않겠소.”
“흑영!”
흑영의 말에 팽원호가 소리쳤다.
“지금 뭣 하는 건가! 아버지, 아버지께서…!”
“그만….”
어디선가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
팽가 삼 형제가 달려갔다.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팽극환이었다.
“흑영의 말을 듣거라….”
“하지만 아버지!”
“그만. 지금 이대로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한 팽극환의 시선이 조상연을 향했다.
“본보기로는… 이만하면 되지 않았소…? 쿨럭. 크음…. 이제 우리 팽가는 당분간 봉문을 하겠소…. 그러니 이만합시다. 여기서 더 하면 당신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오….”
죽어가는 중에도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팽극환.
그는 조상연의 의도를 정확히 짚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조상연 역시 이제는 살짝 두려움이 들었다.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달려드는 이들의 모습이 악마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 자신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너무 무리하게 단전의 기운을 끌어 쓰는 바람에 단전과 혈도가 너덜너덜했다.
운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툭툭 끊기는 느낌이었다.
다시 전투를 이어간다면 어찌어찌 살아는 남겠지만, 이들이 역시 목숨을 던지며 달려든다면 자신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흥! 좋다. 내 너희를 모두 참해도 분이 안 풀리겠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넘어가지. 돌아간다!”
조상연이 가마에 올라타고 남은 금의위 무사들이 그 뒤를 받쳤다.
그리고 힐끔 뒤돌아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질렸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이 팽가를 나가자 마지막 힘을 짜내어 기세를 뿜어냈던 팽극환의 어깨가 늘어졌다.
“너희는… 원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팽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거라. 그리고 흑영….”
“예, 가주님.”
흑영의 얼굴은 슬픔을 참기 위해 일그러져 있었다.
“아이들을 잘 부탁하네….”
“염려… 마십시오.”
팽극환의 시선이 큰아들에게 닿았다.
“그리고 원호야.”
“예, 아버지….”
“세상에서… 좋은 친구를 한 명 둔다는 것은 천군만마보다 더 힘이 될 때가 있는 법이다…. 아비는 성격이 편협해 진정한 친구가 없었지만, 너는 그러지 말거라….”
팽원호는 그 친구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럼… 부디 팽가를… 잘 부탁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 하북의 맹호가 그렇게 스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