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21
청풍표국 최강식객 221화
221화. 건곤일척의 승부(2)
임요성이 남궁겸과 맞닥뜨렸을 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팽원호와 남궁헌이 마주하고 있었다.
남궁헌을 보는 팽원호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했다.
“도대체 왜 그랬나? 왜 저런 사악한 무리와 손을 잡았나!”
팽원호의 감정이 격해졌다.
“진천구성으로 있으면서 자네는 모든 후기지수의 선망의 대상이었네. 강호의 미래는 누가 뭐래도 자네였어! 천년 명가의 후손에, 최고의 후기지수! 용중용(龍中龍)! 그게 바로 자네였다는 말일세! 그런데 왜 저런 악의 무리와 손을 잡았나!”
팽원호의 격한 표현에도 남궁헌은 비릿한 조소를 띨 뿐이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뭐?”
팽원호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그러면 뭐 하냐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이 나타나서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그 모든 명예와 존경을 쓸어가 버렸는데! 난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어! 길을 가도 뒤에서 수군거리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단 말이다! 이제 남궁헌은 끝났다! 이제 남궁세가는 끝났다! 이제는 임요성의 시대다! 청풍표국의 시대다!”
숨도 쉬지 않고 내뱉는 남궁헌의 말에 팽원호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강호의 흔하디흔한 삼류무사도 아니고….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초절정을 바라보는 후기지수 최강의 검사가 겨우 그 정도였나…. 나는 오히려 임 공자가 나타났을 때 내가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동료가 나타났다고 좋아했네…. 틀에만 박혀 있던 우리 진천성들에게 뭔가 큰바람을 몰고 올 거라고.”
“…….”
“…그리고 자네 역시 비록 진천제에서는 임 공자에게 패하긴 했지만, 분명 훌훌 털고 다시 날아오를 거라 생각했네. 더 훌륭해져서, 더 대단해져서 내가 배울 수 있는 무인이 되어 돌아올 거라 생각했네. 그래서 폐관을 했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이게 뭔가! 이 꼴이 뭔가!”
남궁헌의 얼굴 역시 씁쓸해졌다.
팽원호와는 임요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제는 이기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더 말할 필요 없다. 여기가 무슨 비무장도 아니고, 죽고 죽이는 전장이다. 입은 다물고 칼을 들어라. 이제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날 죽이지 못하면 네가 죽을 것이요, 나 역시 널 죽이지 못하면 여기서 죽겠지.”
지잉.
남궁헌의 검이 팽원호를 가리키자 검명이 울었다.
채앵.
백호대도를 뽑는 팽원호의 표정 역시 가라앉았다.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자면 이 순간이 안타깝긴 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은 적일 뿐이다.
“그래! 내, 너를 친히 지옥으로 보내 주마!”
과거 서로가 서로의 향상심을 일깨워 주던 동료가 아닌, 서로의 목을 노리는 생사 대적으로서의 공격이 펼쳐졌다.
* * *
“파천황의 호위인가?”
“그렇다.”
지징.
여산홍이 임요성에게 받은 천망비도를 교차했다.
“그럼 나의 상대로 부족함이 없군. 인사하지. 난 검왕 남궁겸 가주의 호위장 남궁훈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남궁세가의 시비였지. 나를 낳고 죽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는 몰라. 하지만 나는 가주님의 그림자가 되었지. 왠지 아나?”
“글쎄. 근데 전투 전에 쓸데없는 말은 삼갔으면 좋겠군.”
여산홍의 눈이 옆을 향했다.
막 임요성과 남궁겸이 일합을 나누는 중이었다.
남궁훈이 피식 웃다가 다시 정색했다.
“바로―!”
여산홍이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은 천년 명가! 너희같이 벼락치기로 올라온 허접한 곳이 아니란 말이다! 내가 직접 그 차이를 느끼게 해주마!”
콰우우우우!
남궁훈의 검에서 푸른 위강이 넘실거렸다.
그 역시 초절정의 검수.
남궁겸의 숨겨진 검이었다.
하지만 여산홍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실력을 일취월장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이었고, 그것은 바로 임요성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였다.
“누가 더 충성심이 큰지 한번 붙어보지.”
여산홍과 남궁훈이 맞붙었다.
* * *
모두가 각자의 상대를 맞이해서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임요성과 남궁겸의 전투만큼 화려하고 격렬하진 않았다.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했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무공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인가.
“으으으….”
성루에서 임요성과 남궁겸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던 병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게 사람이냐, 신이냐?”
얼굴에 털이 수북하게 난 병사가 말하자 옆에 있던 째진 눈의 병사가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마치 하늘의 신장들이 인세에 현현에서 싸우는 것 같아.”
그들은 말로만 듣던 무림인들의 전투를 보며 실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래봐야 저런 분들은 전 중원에서 손에 꼽히는 몇몇이야. 대부분은 저 정도까진 아니라고. 괜히 상천십좌니 우내십존이니 천상계로 비유하겠냐.”
째진 눈 병사의 반대편에 있던 거구의 병사가 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자넨 강호에 잠시 몸담았다고 했지?”
그의 말에 털북숭이 병사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어. 남궁세가에 운 좋게 말단 무사로 들어가서 이런저런 좋은 구경은 많이 했지. 그런데 명문이 왜 명문이겠냐. 대부분은 죽기 전까지 절정 고수만 되어도 감지덕지야. 어릴 적부터 벌모세수와 영약으로 몸을 만들고, 비전으로 내려오는 호흡법을 익혀야 저런 경지를 바라볼 최소한의 조건이 되는 거지. 사실 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토납법으로는 평생을 해도 소주천도 성공하기 힘들어.”
“그래서 군에 들어온 건가?”
이번엔 째진 눈의 병사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사실 변방의 군졸들 말고는 우리가 평생에 전투할 일이 얼마나 되겠냐? 이렇게 황제가 둘로 갈라져서 싸우는 게 솔직히 다시 경험하겠어? 그냥 여기서 편하게 있다가 녹봉이나 받는 게 최고지.”
“그래도 남궁세가면 명문 아냐? 돈도 많이 준다던데?”
“돈 많이 주면 다 이유가 있지. 영업장 돌다가 언제 미친놈한테 칼침 맞을지, 어떤 흑도 놈이 뒤에서 뒤통수 깔지, 늘 불안해. 운이 좋아 무공이 늘어서 주력 무사대에 든다 한들 허구한 날 녹림 토벌에 흑도 징벌에, 어휴, 언제 뒤질지 모른다고. 진짜 저 강호에 있는 놈들은 싸움에 목맨 싸움 귀신들이야. 안 그러면 못 버텨.”
거구의 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멋있긴 하다. 언제 우리가 저런 광경을 보겠냐?”
털북숭이 병사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병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그야말로 상상으로도 하기 힘든 엄청난 무공의 향연이었다.
그때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과연 그러하군.”
“그렇지…? 헉! 폐, 폐하!”
째진 눈의 병사가 무심결에 뒤를 돌아봤다가 황제와 눈이 마주친 병사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주천웅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성루에까지 나온 것이다.
눈앞에는 아름다우리만치 현란한 무공과 기의 부딪힘이 있었다.
“남궁 가주는 동생보다 아랫급의 무인으로 들었는데, 지금 보니 호각지세로군.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주천웅의 무공으로는 두 사람의 동작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붙었다 떨어지고 둘의 움직임과 기운의 충돌이 호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주천웅의 옆에서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던 제갈홍이 말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아마 남궁 가주가 몸에 뭔가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사술이란 것 말인가?”
제갈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조상연과 모종의 협약을 했으니 이쪽으로 왔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어떤 대가를 약속받지 않았겠습니까? 원래 남궁의 기(氣)에는 정파 무공 특유의 올바름과 묵직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사특한 기운이 섞인 음습한 느낌입니다.”
제갈홍 역시 두 사람의 무공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명가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보는 눈은 있었다.
그의 말에 주천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군. 그래서 동생과 호각을 이루고 있다?”
“예. 그리고 자신도 임 공자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 텐데 이렇게 당당히 싸움을 걸어온 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죠.”
제갈홍의 분석처럼 남궁겸의 무위는 현재 전혀 임요성에게 뒤지지 않았다.
현재 전투를 치르고 있는 당사자인 임요성 역시 살짝 놀란 상태였다.
사특한 기운을 받아들이면 기존의 무공과의 괴리로 제대로 펼치지 못해야 하는데, 이렇게 안정적인 기도라니.
단지 무공의 성질만 다를 뿐, 원래 그가 펼쳐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쐐애액!
제왕검형의 초식이 사방을 난무했다.
단뢰도법의 묵빛 낙뢰가 땅을 파헤쳤다.
“타아앗!”
남궁겸의 검이 임요성을 난도질할 듯이 휘둘러졌다.
그의 공격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피하는 임요성.
두 사람이 내뿜는 강기와 강기의 부딪힘에 땅이 앓는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이 내뿜는 검강과 도강은 강철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힘을 담고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이 맞붙는 장소를 중심으로 거대한 동심원이 형성되어 아무도 그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괜히 기파에 휩쓸리면 어지간한 무공으로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남궁겸의 검격을 사방으로 흘려내던 임요성의 시선이 힐끗 옆으로 향했다.
다행히 묵풍조가 이끄는 청풍단의 무인들과 용봉대는 남궁세가의 주력을 맞아 선전하고 있었다.
“어딜 보는가!”
남궁겸의 검이 임요성의 정수리를 갈랐다.
콰앙!
천아와 천조로 그의 내려치기를 막아내자 뒤로 주륵 밀렸다.
“건방진! 감히 날 앞에 두고 한눈을 팔아?”
남궁겸이 이를 갈며 검첨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임요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위협적이지가 않아서.”
“하!”
사실 임요성은 남궁겸의 변화에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 역시 호각인바 여기서 자신이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다소 여유로운 척을 하는 것이다.
“그럼 이것도 한 번 받아보아라!”
남궁겸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할 시간을 줄 임요성이 아니었다.
슈아악!
팡! 파바방!
천아와 천조를 거칠게 휘두르며 그의 집중을 흐트러뜨렸다.
“젠장!”
중검(重劍)을 지향하는 남궁의 검 특성상 큰 기술을 펼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통상의 검이나 도보다 짧은 중도와 소도, 그것도 폭이 좁은 도를 사용하는 임요성의 쾌도(快刀)는 남궁의 검에는 천적과 같았다.
임요성의 두 자루 도격은 위력은 남궁의 검에 비해 다소 낮아도 그만큼 빠르고 현란했다.
채쟁!
슈슈슈슉!
천조를 역수로 쥔 상태로 남궁겸의 검을 적절히 막아내며 천아로 급소를 공략하자 남궁겸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젠장! 잠깐의 시간만 벌면 되는데!’
남궁겸이 그런 생각을 하며 기회를 엿볼 때였다.
“와아아아!”
일단의 무리가 남쪽에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남궁겸이 그 모습을 보고는 비릿하게 웃었다.
“후후후. 이제야 오는 모양이군. 못 믿을 놈들이라 생각했는데 약속은 지키는군.”
파앙!
임요성이 미간을 좁히며 거리를 벌렸다.
“누구지? 설마…?”
남궁겸이 비릿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