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24
청풍표국 최강식객 224화
224화. 건곤일척의 승부(5)
중원 무림의 명실상부한 두 최강자의 격돌로 인한 충격파에 주위에 있던 이들이 뒤로 튕겨 나갔다.
이미 소리를 넘어선 세상에서 싸우는 두 사람의 공방은 오히려 적막했다.
소리가 닿기 전에 공격이 먼저 닿았고, 뒤이어 소리가 닿을 때쯤에는 또 다른 공격이 펼쳐졌다.
두 사람은 소리의 영역이 아닌 두 사람만 세상에서 따로 도려내진 영역에서 맞붙고 있었다.
주위에서 그들을 보는 이들의 눈과 귀에는 흐릿한 잔상 속에서 연이은 폭음만이 가득했다.
콰과과과과광!
이론의 극에 다다른 조상연의 창법과 실전의 극에 다다른 임요성의 도법이 서로의 빈틈을 찾아 헤집었다.
퍼어어엉!
촤아아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밀려 나갔다.
“후우―”
임요성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크윽!”
조상연 역시 호흡을 다스렸지만, 상태는 임요성보다 좋지 않았다.
군데군데 새겨진 도상이 속도와 기술에 있어서는 임요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콧방귀를 뀐 조상연이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마치 검으로 검막을 만들 듯이 창으로 강기의 막을 쳤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서 진기가 줄기줄기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임요성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진기를 모으는 행동이었다.
츠츠츠츠츠―.
임요성 역시 무리하게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대신 온몸의 진기를 끌어올렸다.
천문기(天門氣). 수십 년을 모은 백운학의 내공이다.
그 역시 천문진결을 수행하긴 했지만, 의기(醫氣)가 중심이 된 천문진결은 무척이나 축기(蓄氣)가 어려운 심법이다.
대신 매우 정순하고 청아한 내공으로서, 어떤 기운과도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물론 아직 임요성으로서는 천문기를 모을 수 없었다.
수십 년을 오직 천문기만 연마해온 백운학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천문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된 임요성의 기운은 무척이나 안정적이어서 그가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모아온 기운을 아울렀다.
맑고 청명한 기운이 임요성 주위를 맴돌았다.
긴장했던 임요성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근육이 기분 좋은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고, 좁아졌던 시야가 탁 트였다.
“타아아앗!”
조상연이 강기성상을 펼쳤다.
말 위에 탄 거대한 장수의 형상이 펼쳐졌다.
천잠위건을 반으로 쪼개며 임요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던 바로 그 장수.
거대한 창이 하늘 높이 올려졌고, 거대한 전마가 전광석화같이 임요성에게 짓쳐 들었다.
콰우우우!
세상을 쪼갤 듯한 가르기.
하지만 이번엔 임요성 역시 십 갑자의 내공이 있었다.
단뢰도법의 귀섬이 펼쳐지고, 또 펼쳐졌다.
강기의 그물망이 전방을 뒤덮었고, 다시 그 뒤를 다른 그물망이 덮었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엄청난 속도, 그리고 엄청난 내공의 소모와 함께 펼쳐진 귀섬의 향연.
임요성은 단전이 타들어 가는 걸 느꼈다.
단전이 끓어오르고, 중단전이 부서질 듯 요동쳤다.
작은 구슬 크기로 안착하여 있던 만독불침을 만들어주었던 독정마저 빠져나갔다.
츠츠츠츠츠.
독이 귀섬에 스며들었고, 당가의 무형지독에 해당할 만큼 지독한 독기가 사방을 잠식했다.
거대한 장수의 창격을 막아내고, 튕겨내고, 녹여냈다.
“크으윽!”
상단전까지 여파가 미쳤다.
마치 불로 지지는 것과 같은 고통!
“하아아아압”
하지만 임요성은 눈을 감지 않았다.
짓쳐 드는 장수의 창격을 막아내고 또 막아냈다.
“으아아아!”
조상연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 강기로 만들어 낸 장수의 등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콰과과과광!
마침내 임요성이 만들어낸 귀섬이 모두 부서지고 장수의 창격이 임요성의 가슴을 향했다.
퍼러럭!
몸에 감고 있던 두 장의 천잠위건을 전방으로 던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뚫어내고 임요성의 가슴 중앙에 닿았다.
콰아아앙!
“안 돼―!”
이미 쑥대밭이 된 그들의 주위, 그들을 멀찍이 둘러싸고 있던 무리 사이에서 새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제 주천웅.
어릴 적부터 자신을 보좌해 결국 황제로 만들어 낸 친구이자 전우, 그리고 형제.
그가 지금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쿠우웅!
임요성이 땅에 떨어지고 조상연이 그의 곁으로 날아들려는 순간 열 명의 인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우리를 넘지 않고선 주군에게 닿을 수 없소.”
일검이 검첨을 조상연에게 향하자, 나머지 아홉 명의 검첨 역시 동시에 조상연을 향했다.
열 명의 묵풍 장로들.
다행히 그들은 몸이 크게 상하지 않았다.
대신 성 내의 금의위 무사들을 모두 소탕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것뿐이다.
그들이 잔당을 정리하고 왔을 땐, 이미 건곤일척의 승부가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조상연의 일격과 함께 날아가는 주군.
하루하루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들에게 삶의 의미를 심어준 주군이다.
이 젊은 주군과 함께라면 세상 어디든 재밌게 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선대 주군의 선물이기도 했다.
“흥! 이제 하다 하다 조무래기들까지 설치는구나.”
조상연이 창을 휘두르며 그들 사이로 날아들었다.
콰아앙!
퍼버벙!
“크아악!”
“크윽!”
하지만 그들은 조상연의 일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비록 내공이 소진되어 차오르지 않아 강기성상을 내보이진 못했지만, 현경의 고수다.
임요성에 비해 실전력이 떨어질 뿐이지 아직 화경에 오르지도 못한, 묵풍 장로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금세 열 명의 무인들이 날아갔다.
보통 때라면 그들을 죽여버렸겠지만, 땅에 쓰러져 있는 임요성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쓰러짐과 동시에 지인들이 달려갔지만, 그 곁에 다가갈 수 없었다.
영롱한 기운이 그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상연도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하지만 다시 막아서는 이들.
용봉대의 무인들이었다.
“이놈! 나를 기억하느냐!”
팽원호가 백호대도를 조상연을 향해 세웠다.
“아아~ 그 병신같던 호랑이의 새끼인가 보군. 애비 따라 사이좋게 황천길을 가고 싶던 모양이구나!”
하지만 팽원호는 오히려 침착한 표정으로 조상연을 향해 일갈했다!
“이혼대법 같은 사술을 통해 강제로 끌어올린 것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알게 해주마!”
팽원호를 위시한 진천구성들이 조상연을 향해 쇄도했다.
비록 어릴 적부터 함께 부대끼던 강호 명문 세력의 자제는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의 머리 위에 섰던 강자.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을 으스대지도 군림하려 하지도 않았다.
늘 솔선수범했고, 앞장서서 무림의 암운을 걷어냈다.
묵묵히, 아무 말 없이 홀로 걸어갔고, 때로는 서운하기도, 때로는 동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그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은 기꺼웠다.
죽어도 좋다.
그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드는 생각이었다.
콰아아앙!
강호의 미래를 열어젖힐 젊은 무인들이 미래를 닫으려는 조상연의 앞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조상연의 일 합도 채 받아낼 수 없었다.
퍼엉! 퍼버벙!
순식간에 서너 명이 옆으로 날아갔고,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콰아앙!
다시 앞으로 튕겨 날아간 팽원호의 시선에 임요성이 보였다.
“짜식아…!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거냐!”
영롱한 기운에 감싸여 있는 임요성을 향해 푸념 아닌 푸념을 하는 팽원호의 몸 위로 조상연이 날아갔다.
금방이라도 임요성을 쪼갤듯한 순간!
“안 돼!”
팽원호의 다급한 외침!
조상연이 임요성을 감싸고 있는 영롱한 기운을 쪼개려는 바로 그때였다!
펄럭.
“음?”
두 신장(神將)의 싸움을 보고 있던 중인들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혹시나 자신만 그런가 싶어 주위를 보니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냥 평범한 바람이 아니었다.
뭔가 상쾌하면서도 청아한 향기가 났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의기(醫氣)와 같으면서도, 세상사 모든 것들을 태극(太極)으로 되돌려버리는 도문(道門)의 기운과도 같으면서도, 만마를 굴복시키는 불문(佛門)의 그것과도 닮았다.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던 공청과 법장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촤아아악!
임요성을 향해 짓쳐 들던 조상연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크윽!”
영롱한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태극의 문양이 되어 임요성의 왼손에 맺혀 방패가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운이 오른손에 맺히더니 영롱한 빛을 내뿜는 금강저가 되었다.
임요성의 몸 전체가 부드러운, 하지만 신성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다.
“2차전이오. 조 학사.”
태극과 금강저의 강기성상을 만들어 낸 임요성이 씨익 웃었다.
태극(太極)은 무당의 궁극이다.
금강저(金剛杵)는 소림에서 마(魔)를 응징하는 신물(神物)이다.
지금 임요성은 금강저를 오른손에 쥐고, 태극의 방패를 왼손에 쥐고 있었다.
“아아….”
무당의 공청과 소림의 법장이 동시에 환희심에 젖어 그 광경을 봤다.
절대자의 위치는 외롭다.
홀로 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길이 맞는지, 이 길을 걸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 무엇일지.
늘 의심하고 고민한다.
그렇다고 누가 시원하고 알려줄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최고였고, 가장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요성의 강기성상은 그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건 무당과 소림의 다른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당의 의찬과 소림의 홍천,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사문의 사제들 역시 황홀한 눈으로 그 모습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곳은 전장.
조상연의 목소리가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이… 이… 개 같은!”
조상연이 다시 강기성상을 펼쳤다.
거대한 장수가 다시 소환되었다.
임요성이 누워 있는 동안 차츰 회복된 내공이 이제 모두 단전에 모두 들어찼다.
거대한 전마가 임요성에게 달려들었고, 장수가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속절없이 무너지던 임요성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태극의 방패로 장수의 창격을 튕겨냈다.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장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기성상은 어디까지나 시전자의 심리와 닿아있다.
즉 조상연의 무의식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금강저가 장수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크윽!”
그 충격이 고스란히 뒤에 선 조상연에게 전해졌다.
콰광!
다시 맞붙은 두 사람.
임요성의 금강저가 장수의 창을 튕겨내며 태극 방패로 말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장수와 말 전체가 휘청거렸다.
쾅! 콰과광!
도가 아닌 금강저를 이용한 단뢰도법이 펼쳐졌다.
본질적인 힘의 차이가 있었던 이전과는 달랐다.
임요성의 공격이 그대로 먹히고 있었다.
콰아앙!
하지만 조상연도 만만치 않았다.
싸우면 싸울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역시 실전에 익숙해져 갔다.
퍼버버벙!
무수히 많은, 그리고 빗살처럼 빠른 창격이 임요성에게 쏘아져 나갔다.
태극방패로 창격을 막아내는 임요성의 입가에도 혈흔이 비쳤다.
강기성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했다.
현경의 고수가 되는 순간 몇 번의 호흡만으로 내공이 회복되기에 버티고는 있지만, 오늘 하루만도 두 번이나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난 임요성이다.
임요성이 승부를 걸었다.
콰우우우우우!
금강저를 이용해 만든 귀섬!
금빛 휘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강기의 그물이 조상연을 덮쳤다.
“크아아압!”
조상연의 두 눈에 핏발이 맺혔다.
귀섬(鬼閃)이 아닌 금강섬(金剛閃)으로 변한 거대한 강기성상의 그물이 장수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렸다.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 주위에 있던 이들은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백 리 떨어진 지방에 있던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거대한 천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