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25
청풍표국 최강식객 225화
225화. 무림 총사범
“총 사범님을 뵙습니다!”
우렁찬 구호와 함께 수천 명의 청년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금 이곳은 무림 총연맹, 즉 중원 무림의 총본산, 무림맹에 위치한 대연무장이었다.
단상의 정중앙에는 임요성이 멋들어진 무복과 장포를 걸친 채 그들의 인사에 포권으로 화답했다.
“여러 강호 동도들을 뵈어 본인 또한 감회가 새롭소. 일 년 전, 무당의 공청 진인, 소림의 법장 대사의 심득을 이어받아 현경이라는 경지에 오른 것은 모두 후학을 양성하라는 두 분의 뜻이 담긴 것이었소. 앞으로 무림 총사범이 되어 여러분께 본인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아낌없이 전할 것을 약속하겠소.”
담담히 말했지만 수천 명 후기지수의 귀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콱콱 들어박히는 것보다 훨씬 더 고등의 무공이었다.
앞으로 임요성은 일 년 동안 무림맹에 머물며, 각 세력에서 보내온 이들 후기지수를 교육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임요성이 직접 강호 전체를 돌며 그들을 찾아가서 무공을 전파할 것이니, 실로 강호 전체의 총사범과 같았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임요성이 몸을 돌리자, 내빈석에 앉아 있는 무림맹주 모용천, 그리고 그 양옆에 공청 진인과 법장 대사가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임요성 전에 이미 축사를 하고 앉아 있던 그들은 임요성의 수락사를 듣고는 모두 일어서서 그를 축하해주었다.
공청 진인과 법장 대사는 일 년 전 그날 이후 모두 현경의 자리에 올랐다.
임요성의 무위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들은 그날 이후 일 년간 폐관에 들어갔고, 나란히 현경의 자리에 올라 이 자리에 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임요성에게 눈빛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 * *
“자자, 밀지들 마시고요! 거 알만한 분들이 왜 그러십니까!”
표사들이 하객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들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여기 모인 이들의 무위가 자신들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강호의 강자들이 운집한 청풍표국은 내원, 외원 할 것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담장 위에도 사람들이 늘어섰고, 심지어 나뭇가지에 올라가서 무위를 뽐내며 서 있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무림 총사범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결혼식을 시작으로 임요성은 무림 일주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무림 일주는 신부와 함께 신혼여행을 겸한다.
임요성은 어차피 자기 집이 없었으므로 표국 내에서 간단한 절차로 진행되었다.
단상에는 화합이산(和合二山)이라 새겨진 붉은 천에 화촉이 밝혀져 있었다.
아름다운 궁장을 한 두혜련의 등장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던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중원 제일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피어난 두혜련의 미모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헌헌대장부로서 마주한 임요성의 자태는 그야말로 선남선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렸다.
임요성과 두혜련이 천지신명에 절을 올린 다음 다시 두진호에 절을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맞절하자 둘을 보고 있던 장내의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두 여인.
담벼락에 기대어 결혼식 풍경을 보는 여인들은 다름 아닌 제갈연과 종비연이었다.
“같은 연자매끼리 나란히 바람맞았네요.”
종비연이 씁쓸하게 웃었다.
“언니는 고울 연이고, 전 연꽃 연이잖아요. 같지는 않죠.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바람을 맞은 것도 아니구요.”
“…….”
깐깐한 년이라고 속으로 투덜대던 종비연이 이어지는 제갈연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전 아직 포기 안 했어요.”
“에? 지금 뭐라고…?”
“영웅은 삼처사첩이 기본이라잖아요? 전 후처로 들어가도 상관없거든요. 임 공자 같은 분이라면. 두 소저는 소주 부인이 되는 것이고, 전 개봉 부인이 되겠죠.”
“아…. 그렇군요. 소저 같은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좀 놀랍긴 하네요.”
“왜요? 좋은 남자를 두고 굳이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죠.”
“네에….”
종비연은 제갈연의 옆얼굴을 힐끗거리며 무서운 년이라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종비연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 년아, 그렇담 내가 먼저야.’
그녀의 눈이 살쾡이처럼 임요성을 향했다.
* *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청풍표국의 후원과 연결된 원림.
임요성 맞은 편에는 허름한 마의에 삿갓을 쓰고 있는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황제 주천웅이었다.
원림에 있는 정자 위에는 조촐한 주안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주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당연히 와야지. 누구 결혼식인데. 하하하.”
임요성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셔도 되는 겁니까?”
“하하. 별걱정을 다 하는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그날 이후 모든 반대파를 역모로 몰아 숙청했으니. 이제야 황궁이 제대로 돌아가게 되었어. 모두 네 덕분이다.”
“별말씀을요.”
“그리고 네가 준 선물 덕분에 언제나 두 발 뻗고 다닐 수가 있어 좋구나.”
“그러십니까?”
임요성이 주천웅의 오른쪽을 바라보자 스륵― 하는 소리와 함께 풍귀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음.”
지금 풍귀는 주천웅의 곁을 은신한 채로 수행하고 있었다.
원래 호위장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유재희는 금의위 지휘사가 되어 전체 금의위를 총괄하게 되었다.
“별일 없지? 형님을 잘 모셔야 한다.”
“알겠습니다.”
풍귀는 주천웅의 호위를 맡으면서, 임요성과의 연락책도 맡고 있었다.
천하전장의 천급 위의 고객 등급인 천외 등급에 유일하게 배당된 두 사람만의 연락을 맡은 것이 바로 풍귀였다.
임요성에게 인사를 한 풍귀가 다시 모습을 감추자 주천웅이 임요성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렸다.
“걱정 말거라. 잘해주고 있으니. 그나저나 일 년은 꼼짝없이 무림 총사범으로 중원을 떠돌아야 하겠구나.”
“예. 제가 약속한 것이 있으니까요.”
“그럼 육선문주로서의 역할은 언제부터 할 생각이냐?”
임요성이 육선문주라는 것은 그날 이후 모든 중원에 퍼졌고, 오히려 황실과 무림의 공동 총감찰의 소임을 수행기로 양측에서 인정받았다.
“이제 무림 일주와 신혼여행을 병행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돌아다녀야 하는 거라서요. 그러니까 같이 수행하면 됩니다.”
주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아직도 중원은 바람 잘 날이 없어. 자네가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게야.”
그날 이후 황실과 무림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져서 서로 간에 힘든 일이나 막히는 일이 있으면 도와가면서 일을 처리했다.
황실은 양질의 무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고, 무림은 관이나 새외 세력과의 교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 모든 중심에는 임요성이 있었고, 모두 그를 칭송했다.
“그래. 그리고 자주 놀러 오거라. 아직도 그 기억에서 못 벗어난 건 아니겠지?”
“이젠 많이 털어냈습니다. 역시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것이 맞더군요. 자주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래, 그래. 같은 황제끼리 나라와 무림의 안정을 위해 자주 회동해야지.”
“하하.”
임요성이 밝게 웃었다.
어린 시절 황궁에 들어와 숱한 사선을 넘어 결국 주천웅을 황제의 자리에 올린 임요성.
그리고 동료들의 죽음에 비통함을 느끼고 나온 강호.
강호에서 만난 이들은 그의 어둡던 그의 마음에 빛을 안겨주었다.
주천웅은 그의 꾸밈없는 밝은 웃음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의 웃음이 주천웅의 얼굴까지 미소 짓게 했다.
나라와 무림에서 각각 최고의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은 그렇게 웃음꽃을 피웠다.
* * *
다그닥, 다그닥.
거대한 마차가 관도를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잣집 도령들이나 타고 다닐 것 같은 평범한 마차였다.
사실 그 마차는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마차였다.
일명 무황의 마차.
그 안에는 고금을 통틀어 유일하게 무황(武皇)의 칭호를 받은 사내가 무림을 주유하는 마차였기 때문이다.
마부석에는 여산홍이 앉았고, 그의 옆에는 매영옥이 앉았다.
둘 다 평범한 마부와 시녀의 복장이었으니 누가 봐도 도련님의 행차였다.
마차는 철저히 방음이 되어 있어 안에서 뭘 하는지 밖에서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이참, 상공. 그게 아니라니까요?”
두혜련이 바느질을 하는 임요성을 보며 타박했다.
임요성이 무림을 순찰하는 동안 두혜련은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자수를 놓으며 시간을 때웠는데, 오늘은 임요성이 자신도 한번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잘 죽일 수 있는지 아는 그도, 바느질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 연신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고 있었다.
“흠흠. 거참. 이 바늘로 사람을 죽이는 수십 가지 방법은 떠오르지만, 바느질은 도통 쉽게 늘지 않는구려.”
“에혀, 이리 내봐요.”
두혜련이 다시 시범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마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운남.
야수궁이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점창파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혈궁의 난 이후 점창파는 봉문을 했고, 임요성은 그리로 가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임요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마차가 섰다.
덜컹.
“왜 그러세요?”
두혜련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임요성을 쳐다봤다.
마차를 몰고 있던 여산홍의 눈에 수많은, 언뜻 봐도 수백은 되어 보이는 무인들이 가지각색의 동물들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거기!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길을 터라. 야수궁의 행차시다!”
거대한 호랑이 위에 앉아 커다란 깃발을 들고 있는 호피 옷을 입은 사내의 외침.
그들의 행군 정중앙을 임요성을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여산홍과 매영옥은 대꾸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마차에서 임요성이 내렸다.
“어디로 가는 길이시오?”
임요성이 담담히 물었다.
“미친 새끼가 네까짓 게 그걸 알아서 뭘 하겠느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그때 뒤에서 한 청년이 다가왔다.
“… 그렇게 말하면 쓰나. 어찌 보면 중원을 향하는 중에 처음 만나는 자인 것을. 이보시오, 공자. 우리는 강호로 가는 길이라오.”
“강호?”
수백의 무인들이 일시에 강호로 간다?
이상한 생각이 든 임요성이 물었다.
“목적은?”
단답형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청년이 다시 얼굴을 풀었다.
“나는 야수궁의 소궁주요. 우린 강호 무림을 정복하러 가는 길이오. 후후후. 그러니 길을 비켜주시오. 괜히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일반인을 죽여 부정 타기는 싫으니.”
“강호 무림의 정복이라….”
뒷짐을 진 채 그들을 쭉 훑어보자 소궁주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누구 맘대로?”
임요성의 말에 마차 안에서 두혜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끝내요.”
“알겠소.”
그들의 대화에 헛웃음을 흘린 소궁주는 잠시 후 차디찬 시체가 되었다.
그날 이후 중원에서 야수궁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청풍표국 최강식객》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