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31
청풍표국 최강식객 031화
31화. 음모의 시작 (2)
새파랗게 빛나는 눈으로 강연화의 입이 다시 열렸다.
“거사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
“절대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넌 일이 벌어지는 순간… 알지?”
“예. 바로 국주전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좋아… 총관은?”
“회유가 되질 않습니다. 일이 끝난 후 직접 말씀해보시고, 그래도 안 되면 그냥 죽여버리는 게 낫겠습니다.”
청풍표국은 중소표국이라 조직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했다.
내당과 외당으로 나뉘어, 내당의 수장은 총관이 맡았고, 외당은 총표두이자 국주인 두진호가 겸임했다.
외당은 다시 재정부, 감찰부, 집사부 정도로만 나눠 표국의 내정을 담당했고, 외당에는 아래 3개의 표사부가 있어, 세 명의 표두가 각각의 표사대를 관리했다.
표사대 3개 중 2개가 이미 강연화 쪽 사람들이었기에 거사가 실패할 일은 없었다.
“흥, 국주가 죽고 나면 지가 어떻게 하겠어? 하지만 그래도 계속 뻗대면 죽여버려야겠지. 괜한 의심 살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
“우리가 무슨 일을 꾸민다는 건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그 아래 세 부장들은?”
“그들은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 인간이 찾아와서 뭐라는 줄 아나? 날 떠나겠다고 하더군. 흥. 내가 놓아줄 수는 있어도 먼저 떠나게는 못 하지. 두혜련 그 계집은 쓰임이 있으니 살려두고. 그년은 좀 괴롭힌 다음에 죽여야겠어.”
“…….”
“그날 순찰은 어느 표사대가 담당하나?”
“양천이 있는 일 표사대입니다.”
“호호호. 하늘이 돕는구나!”
“홍국헌과 그의 표사들은 다음 날 아침 해를 보지 못할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거사일까지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도록.”
“존명!”
암영이 사라지고, 강연화가 어둠 속에서 눈을 빛냈다.
어디 감히 자신을 버림받은 여인으로 만든단 말인가.
세간에는 식객들이 표국을 탐내어 두진호를 죽인 것으로 알려질 것이다.
계획에 빈틈은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국주를 죽이고 식객을 처리한다. 그 두 가지면 끝난다. 그사이에 표사들은 정리될 것이고.
이 일은 무조건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거사가 끝난 후 자신은 그 누구보다 가련한 여인으로 세상에 비춰질 것이다.
* * *
청풍표국의 은밀한 상황과는 달리 다음 날 소주 저잣거리는 한 가지 소문으로 들끓었다.
“이번에 그 청풍표국에 식객으로 온 젊은 무사가 결국 큰 거 한 방 터트렸다는구먼.”
“응? 식객?”
“아, 이 사람아 저번에 하북의 혈루쌍괴를 해치우고, 팽가의 대공자까지 발라버렸다는 신진고수 있잖은가?”
“아아! 기억났네. 그런데 그 무사가 왜?”
“저 극락관에서 단목세가의 단목란 소저랑 시비가 붙어서 아예 죽사발을 내놨다는구만!”
“허어! 정말인가? 자네가 뭘 잘못 들은 것 아닌가?”
“이런, 어이없는 인사를 봤나! 지금 저잣거리 전체가 그 소문으로 덮였는데!”
“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청풍표국이 무사하지 못하겠는데?”
“지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소주에 피바람이 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네.”
“거참.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좀 참지. 거물을 건드렸군.”
“거물도 보통 큰 거물이 아니지. 강소성 최고의 무가인데.”
이른 아침부터 술을 반주 삼아 마시는 두 중년인의 대화를 한 사내가 다가오며 끊었다.
“거참, 사람들 정작 중요한 걸 놓쳤군.”
자연스럽게 합석한 사내를 보며 다른 사내가 물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소주 저잣거리에 자주 출몰하는 이들이라 이미 서로 안면은 있는 사이들이었다.
“크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식객은 이미 하북팽가의 대공자와 친구가 되었다는군. 비무를 통해 도리어 친해졌다고 하는구먼. 아무튼 단목 소저가 그를 핍박하려는 걸 팽가의 대공자가 막아주었지.”
“허어. 그런 일이!”
능청스럽게 앞에 놓인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사내를 보며 다른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저 극락관에 들어갈 정도였단 말인가? 자네가?”
이제야 살짝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본 사내를 보며 합석한 사내가 사레가 들려 콜록댔다.
“쿨럭! 쿨럭! 커허험! 이 사람아! 나야 그냥 따라갔을 뿐이고!”
사실 그 사내는 극락관에서 일하는 점소이와 아는 사이일 뿐이었고, 그에게 전해 들은 사실을 읊은 것뿐이었다.
“아무튼! 그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소문이 있네. 바로 무림일성이라는 별호를 얻었다는 것이지.”
“무림일성?”
“그렇다네. 진천구성을 꺾었으니 이미 진천성의 조건을 갖추어졌지.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 우선 무림일성이라는 별호가 붙었다는군.”
“허어. 대단하군. 강호 출도와 동시에 진천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그리고 중요한 건 신성대연이 시작되려는 마당에 신진고수가 이곳 소주에 있다는 것이지! 진천성의 일원이 되어 부와 명예를 차지하느냐! 그들과 한판 제대로 붙어 기존의 질서를 뒤엎느냐! 캬! 취하는구먼! 여기 술 한 병 더 내오시오!”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으나 두 사내도 이에 동의했다.
아예 강호에 관심이 없으면 몰라도, 이 신성회가 두 파벌로 갈라져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신성회는 단목세가의 단목룡을 중심으로 한 무리와 무당파의 의찬도장을 중심으로 한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
이는 무림맹이 문파와 세가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과 무당을 주축으로 한 문파들의 파벌이 한 축을 이뤘고, 남궁세가, 하북팽가와 같은 세가들의 파벌이 또 한 축을 이루었다.
두 파벌은 주축이 되는 세력이 묘하게 여덟 개 문파와 세가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팔대문파가 주축이 된 파벌이 그 소속 문파의 성향을 대변하듯 명분을 중시한다면, 팔대세가 중심의 파벌은 반대로 실리를 중시했다.
과거 이 파벌이 선순환으로 돌아갈 때만 해도 서로의 단점을 메워가며 발전을 거듭했으나, 지금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되어 서로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쌓여만 갔다.
신성회 역시 비록 후기지수들의 모임이었으나 이런 어른들의 세계와 판박이였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신성회에서는 이 파벌이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청년들이다 보니 이런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친구 따라 파벌을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남궁세가의 남궁헌이 문파 세력의 인물들과 어울린다는 점이 아주 컸다.
진천구성의 일원이자,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사대성(四大星)으로 불리는 강호 최강의 후기지수 중 한 명이 다른 파벌과 어울리자 신성회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나서 남궁헌을 혼내기도 했으나 워낙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의 고집은 아비도 꺾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이들도 하나둘 섞이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팽원호가 끌고 온 이들 또한 그런 경우였다.
이런 팽원호의 행동은 그 자신 역시 세가 출신이면서 문파들의 후기지수들과 어울린다는 공표한 꼴이고, 이는 신성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했다.
여태까지 별다른 파벌에 속하지 않은 팽원호였으나, 이번 소주행에 황보세가의 이공자, 태산검문의 삼공녀와 함께한 것은 대외적으로 자신의 거취를 인정했다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앞으로 적잖은 파문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 * *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천하전장의 강소지부의 깊은 밀실에서 두 남자가 대면을 하고 있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평범한 마의를 걸치고 머리에는 죽립을, 등에는 등짐을 진 행상이 구용식의 설명을 듣다 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는 묵천회의 강소성 권역 연락책으로 행상으로 위장하여 중요한 정보를 이곳저곳으로 퍼 나르는 역할이었다.
이들은 묵행단이라 불렸고, 그는 묵행단 강소지구대의 대주였다.
정기순회 차 온 오영찬은 묵천군의 제자가 등장했다는 말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지금 묵천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묵천군이 실종될 당시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기수들이었다.
구용식과 이 오영찬은 같은 기수였고, 그 위로는 현재 거의 활동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습관처럼 들린 소주에서 이런 소식을 듣다니.
“틀림없네. 묵패를 확인했고, 직접 탈혼을 맞았네. 틀림없는 그분의 전인이네.”
“흐음. 그럼 어찌할 건가? 모두에게 알릴 건가?”
“당연하지 않나. 강호 전체에 묵천도들의 총소집령을 발동하겠네.”
총소집령은 최소 지부장급 정도의 인물이 발동할 수 있는 것으로, 묵천회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의 큰일에만 쓸 수 있는 소집령이었다.
“알았네. 그렇다면 나도 묵행단 전체에 이 일을 알리겠네.”
오영찬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방을 나갔다.
“후우.”
구용식이 답답한 듯 가슴을 풀어헤쳤다.
‘내 예감은 확실하다. 그를 통해 묵천회의 최전성기가 도래할 느낌이다. 무조건 그를 전 중원의 천도들에게 인정을 받도록 해서 정식으로 천군에 올려야 한다.’
판을 까는 건 자신의 몫. 하지만 그 열매를 따 먹는 건 임요성의 몫이었다.
그러나 구용식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 * *
소주 전체가 청풍표국에 들어온 식객의 소문으로 들썩이고 있을 때, 소주제일루의 최상층에 몇 명의 남녀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좌중의 모든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에는 그림 같은 얼굴을 한 미녀를 낀 준수한 얼굴의 미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파리한 피부는 여인처럼 투명했으나, 굵은 검미와 각진 얼굴이 남성성을 더했다.
살짝 풀어헤친 상의가 퇴폐미를 뿜어내는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가 바로 신성회를 대표하는 진천 구성 중의 일성이자 사대성 중 한 명인 단목일성(端木世家) 단목룡(端木龍)이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다?”
그의 말에 맞은편의 한 여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네…. 오라버니, 죄송해요….”
그녀는 단목란. 간밤에 소주에 도착한 자신의 오라비에게 사정 설명을 한 것이다.
“하, 하지만 백웅만 있으며 아무 문제 없어요. 어제는 백웅이 없어서….”
옆에 선 중년의 사내를 힐끔 쳐다보며 단목란이 말했다.
“내 불찰이오. 용서하시오.”
자기보다 한참 어린 단목룡이었으나, 소가주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자 진천구성의 한 사람이다.
예를 갖춰 사죄를 청하자 단목룡이 손을 내저었다.
“됐소. 백 호법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소. 전부 이 망나니 같은 녀석 때문이지.”
단목룡이 동생을 쳐다보자 단목란이 목을 움츠렸다.
그 미친년 같던 단목란도 오라비 앞에선 호랑이 앞의 쥐 꼴이었다.
“뭐, 그리고 이왕 일을 벌이려면 확실하게 벌여야지. 내 천망대의 삼 조를 내어줄 테니 백웅호법과 함께 가서 네 울분을 풀거라.”
단목룡의 말에 단목란이 반색하며 물었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오라버니?”
천망대라면 직계가족을 지키는 호위무사대였다.
그들 중 장자인 단목룡에게 3개조가 붙어 있었다.
각 조가 30명의 인원으로 이뤄져 있으니, 장자 한 명에게 90명에 달하는 호위가 붙어 있는 셈이었다.
“후훗. 동생이 치욕을 당했다는 데 오라비가 그 정도도 못 해줄까. 단 내가 가라고 할 때 가도록 하거라. 나도 준비할 게 좀 있으니.”
“네, 알겠어요. 대신 빨리 복수하도록 해주세요, 그래야 속병이 안 생긴다구요!”
동생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단목룡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후후. 그래. 그럼 이제 오라비가 따로 시간을 보내도 되겠니?”
“아 참. 알겠어요. 그런데 참 오라버니도. 이런데 절 부르시면 어떡해요. 무안해서 혼났잖아요!”
나름 애교를 부린 단목란이 백웅과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어찌하실 생각이신가요?”
그제야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물었다.
“진화타겁이라 들어보았소?”
단목룡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묻자 사내가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