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32
청풍표국 최강식객 032화
32화. 음모의 시작 (3)
“삼십육계 중 제 오계 진화타겁(趁火打劫), 불난 집을 약탈한다는 뜻 아닌지요?”
그의 말에 단목룡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며 말했다.
“후후. 그렇소. 지금 청풍표국은 내분이 진행 중이지.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겠소?”
단목란은 오라비의 옆에 앉은 여인을 단순한 기루의 기녀 정도로 여겼겠지만, 실상은 하오문 소주 지점장이자 이 소주제일루의 루주였다.
“그리고 이참에 그동안 못 해준 오라비 노릇도 하니 아니 좋소?”
동생이 나가자 차가운 뱀의 그것처럼 시리게 변한 단목룡의 눈빛을 받은 하오문 지점장인 호상희가 은밀히 물었다.
“청풍표국을 아예 지우시려는 겁니까?”
“당연하지 않소? 청풍표국과 소주검문은 혼인으로 맺어진 사이. 소주검문만 치고 청풍표국만 놔두면 후환을 남길 게 아니오. 어차피 치려고 생각했는데, 동생에게 한 손 거들게 하는 것도 괜찮겠지.”
“혹시 문제가 될 일은 없겠는지요?”
“문제없소. 조사관이 나온다고 한들 이미 그 조사를 맡을 무림맹 소주지회주가 우리 사람이니 말이오.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했지?”
단목룡이 옆을 보자 그제까지 묵묵히 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강연화에게 했던 그대로 읊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을 들은 단목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암영 너는 그렇게 강연화 옆에 붙어 있도록.”
“존명!”
그는 바로 강연화의 측근인 암영이었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단목룡 앞에 와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단목룡에 의해 포섭이 된 상태였다.
이번 일만 잘 끝내면 단목세가로부터 한 자리를 받기로 한 암영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날라다 주고 있었다.
강연화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도 떠나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소주 무림에서 따로 의심을 하지 않겠습니까?”
호상희의 말에 단목룡이 술잔을 들자, 옆에 앉은 미녀가 술잔을 채웠다.
“이미 소주검문주가 그 사위를 탐탁지 않아 하는 건 소주무림에 소문이 파다하다더군. 그걸 이용하는 거요. 즉 이번 일은 외부적으로 청풍표국과 소주검문이 내분의 결과 양패구상한 것으로 소문이 날 것이오. 낭인대는 준비되었소?”
그의 말에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인이 나섰다.
“물론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흑도의 낭인시장을 통해 독사갈 낭인대로 준비해두었습니다.”
독사갈 낭인대의 대주는 초절정의 도객(刀客)으로 천하백대고수에 들어가는 낭인이었다.
중년인은 강소표국의 국주인 허인회로, 그는 이번에 은밀히 흑시를 통해 돈만 받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악한 낭인들인 독사갈 낭인대를 섭외했다.
그들은 이번에 청풍표국을 지원하기 위해 무사대가 빈 소주검문을 치기로 계획된 상태였다.
허인회의 말을 들으며 단목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낭인대를 섭외하는 과정에 은밀히 소주검문주가 그들을 모은다는 것이 퍼지도록 조치하는 것이오.”
“빈틈없이 처리해두었습니다. 일이 터짐과 동시에 낭인시장에서 소문이 퍼져나도록 해뒀습니다. 소주검문주가 사위인 청풍표국의 국주인 두진호와의 불화로 표국을 도모하려 낭인들을 모았다고 말이죠.”
“그리고 강연화가 오래전부터 청풍표국주와 그의 딸을 죽이려 한 사실은 암영이 말해줄 것이고. 그렇지 않나?”
“예. 맡겨주십시오.”
암영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강호인들의 일이긴 하나 두 가문이 멸문에 이를 정도로 사상자가 많이 생기게 되면 자연히 관에서 조사가 나오게 된다.
그때 암영이 적절한 역할을 해주기로 이미 계획이 된 상태였다.
“하하. 그럼 이로써 우리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이오?”
“이번 일이 아니었더라도 공자에 대한 제 마음은 한결같았을 것입니다.”
“허허. 국주께서 오늘 내 기분을 띄어주려고 작정을 하셨구려! 크하하하하.”
단목룡이 탁자를 두드리며 껄껄 웃어넘겼다.
사실 이번 일에 있어서 단목룡은 딱히 큰 역할을 한 건 아니었다.
단지 강소표국이 소주를 집어삼키고 싶다고 했을 때, 함께 고민해준 것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건 꽤 큰일이다.
그래도 한 도시에서 이름난 두 곳을 지우는 과정에서 성급 대도시의 패자인 단목세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부분을 단목룡과 함께함으로써 해결을 한 것이다.
그리고 강소표국만 달려들었을 경우보다 더 과감한 행동이 가능했다.
독사갈 낭인대를 섭외한 것도 그런 이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목룡은 단목룡대로 강소표국에 생색을 낼 수 있었다.
자신은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이번에 강소표국주인 허인회의 체면을 세워주게 되었다.
무조건 그들의 충성을 바라면 탈이 생기기 마련. 이런 식으로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성공을 미리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가 공자님께 한잔 올리겠습니다.”
허인회가 일어섰다.
“오, 국주,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하하하. 그래도 국주의 성의를 생각해서 받아야겠지요.”
강소표국은 강소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표국이었으나, 소주만은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소주의 가장 유지인 소주검문과 그들이 밀고 있는 청풍표국 때문이었다.
물론 소주에도 강소표국의 분국이 있었고, 딱히 청풍표국을 무너뜨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강소표국이라는 이름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강소의 모든 곳을 집어삼켜야만 한다는 욕심과 야망 때문에 두 가문은 소주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어가자 허인회는 살짝 흥분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강소의 모든 지역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되고, 명실공히 강소성을 지배하는 표국이 되는 것이다.
이미 강소표국은 단목세가의 소가주 경합 중인 세 아들들 중에서 단목룡을 밀고 있었다.
단목룡이 소가주가 되고 안 되고에 따라 자신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도 저희 강소표국이 공자님의 영원한 수족이 되길 청하는 마음으로 청하는 잔이오니 부담 없이 받아주십시오.”
자신의 아들 뻘되는 단목룡이었으나, 허인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강호는 오직 힘이 정의인 세상.
강소의 패자인 단목세가, 그리고 그곳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를 받드는 일이다.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었다.
“나도 강소표국의 어려움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오.”
그렇게 두 사람이 잔을 들었고, 옆에 있던 호상희가 밖을 향해 뾰족하게 외쳤다.
“뭣들 하느냐! 아이들을 부르고 흥을 돋우어라!”
그러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녀들이 들어왔고, 악공들이 잇달아 들어와 방의 분위기를 후끈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 * *
“며칠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그날 이후 어느 날 저녁 두진호가 차나 한잔하자고 해서 임요성은 두진호의 집무실에 끌려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물음에 임요성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단목세가의 그 미친년 말입니까?”
“미친… 큼. 그래… 아내가 쫓아와서 후아가 있는 자리에서 창피를 줬다고 한바탕하고 갔네. 어떻게 된 일인가?”
임요성이 그날 있었던 일을 일러주자 두진호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후우. 그리된 것이군. 혹시 단목세가로부터 어떤 보복이나 이런 건 없겠는가?”
두진호의 걱정에 임요성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왜 그러는가?”
“정확히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저는 식객일 뿐이니 여차하면 절 모른 척하시면 됩니다. 이제 떠날 이 표국이 저의 행동으로 어떤 피해가 입을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임요성의 물음에 두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허허.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비록 며칠 되진 않았으나, 난 자네를 한 식구처럼 생각하네. 그러니 흉금을 털어놓으며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게 아닌가? 그리고 표국도 마찬가지일세. 내가 나간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마누라와 자식이니 잘되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인지상정(人之常情). 임요성은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참으로 흔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단어를 곱씹었다.
며칠 보지도 않은 이의 안위를 걱정하는 바보스러움이나, 딸을 두 번이나 죽이려고 한 부인의 미래를 걱정하는 미련스러움이나, 그에게는 낯선 감정이었다.
임요성이 차를 내려놓으며 담담히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단목세가주가 멍청이가 아니라면 이런 작은 표국을 상대로 일을 크게 벌인다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요.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그리고 다행히 중간에 팽 공자가 잘 나서 주어 더더욱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끽 해봐야 전속호위나 무사대 하나 정도 보낼 겁니다. 그 정도는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사실 임요성도 그 부분이 신경 쓰이긴 했다. 그래서 이미 매영옥을 통해 단목란의 동향을 잘 파악해두라는 명을 내린 상태였다.
분명 복수를 하긴 할 것이다. 그녀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모르고 당하면 몰라도 미리 알고 있다면 대처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대외적으로 소주 제일 검문이라는 강 부인의 친정 가문과의 관계는 그대로기 때문에 그것도 무시할 수가 없죠. 아마 무력 시위 선에서 끝날 겁니다. 그건 그렇고 강 부인과의 일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음…. 좀 생각할 시간을 달라더군. 그리곤 여느 때와 같이 행동해서 내가 좀 당혹스러운 상황일세. 그날은 어찌나 애절하게 울면서 매달리던지…. 정말 그녀가 딸애를 살해하려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더군.”
사실 두진호는 강 부인이 애걸복걸하며 두원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달라며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이번 내 생일상까지만 자신이 손수 차리게 해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그러라고 했네.”
그의 말에 임요성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이상하군.’
이십 년을 같이 살을 맞대며 살아온 두진호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임요성은 그 말이 더 이상하게 들렸다.
침울한 표정의 두진호를 보던 임요성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보다 국주님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십니까?”
“뭐?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인가?”
뜬금없는 임요성의 말에 두진호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정말 이대로 얌전히 부인께서 물러나리라 보시는 겁니까? 분명 어떤 암수를 쓸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주님은 어떻게 하실 거냐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마음 약한 두진호에게 그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날이 갈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지만, 딸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다시 열불이 나서 그 마음을 겨우 상쇄하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되었네. 그만하시게. 혹여 후아가 축출될까 걱정되어 눈이 돌았었다고 하니 이제는 별일 없을 걸세.”
아무리 악심을 품었고, 그걸 실행했다고는 하나 20년을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아내이자 아들이다.
그의 말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 자신이 말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리라.
자식이든 아비든 권력 앞에서 죽고 죽이는 것만 보다가 이런 바보 같은, 그래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안심이 되며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