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34
청풍표국 최강식객 034화
34화. 폭풍 전의 고요 (2)
표국에 들어서자 홍국헌의 표사대원 중에서 정문 경비를 서고 있었다.
존경의 눈빛을 담은 목례에 임요성도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전각으로 향했다.
청풍표국은 표사대에서 돌아가며 표국의 경비를 담당했는데, 오늘 담당은 홍국헌이 있는 제삼 표사대였다.
임요성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한 표사가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이봐. 기 표사. 임 공자님 진짜 멋있지 않냐?”
“말이라고. 높은 무공에 잘생긴 외모, 듬직한 성격. 뭐 하나 빠지지 않지.”
“크…. 임 공자님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
“얼빠진 사람 같으니. 인생 두 번 사는 거 아니곤 불가능할 거야.”
“쳇! 상상도 못 하냐, 상상도?”
“그래, 혼자서 많이 상상하라구.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그나저나 우리 아가씨랑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난 두 분이 잘됐으면 좋겠어.”
“뭐, 나쁘지 않지. 아가씨는 작지만 건실한 표국의 장녀시고, 임 공자님은 높은 무공이 있으니.”
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두 표사는 두혜련과 임요성이 잘돼서 표국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공통의 마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했다.
* * *
부지런한 시비가 이미 받아둔 따뜻한 물에 수욕을 끝낸 임요성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시비가 놓고 간 평범한 남회색의 무복이 보였고, 그 옆에 벗어둔 호신갑이 보였다.
천천히 손을 들어 호신갑을 쓸어내리는 임요성의 눈에 아련함이 떠올랐다.
흑린갑(龍鱗鉀). 천잠사로 만들어진 내의에 만년한철과 천년묵철을 얇게 가공해 비늘로 만들어 붙인 천고의 귀물.
오직 황가의 직계만이 가질 수 있는 이 기물을 자신을 위해 내려주었다.
아마 사 황자의 목을 치고 얻은 걸 자신을 위해 내어준 것이리라.
전설의 인면지주의 실을 가공해 만든 천잠사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검기를 막아줄 정도였다.
그런데 다시 그 위로 만년한철과 천년묵철을 가공해 얇게 핀 비늘을 만들어 덧대었으니, 목이 날아가지 않는 다음에야 눈먼 칼에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혈담의 사투 때도 이 흑린갑이 없었다면 이미 임요성은 천년교룡의 밥이 되었으리라.
‘그 양반 진짜 내가 무림맹주라도 되길 바라는 건가.’
흑린갑을 보다가 실소를 머금은 임요성의 표정에 다시 따스함이 어렸다.
황제의 소중한 아들이나 애첩에게 주어도 모자랄 것을 자신에게 주다니….
흑린갑을 스치는 손끝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시원함과 따스함이 자신을 생각해주는 황제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임요성이 상념을 털어내고는 이제는 모든 흉터가 사라진 매끈한 몸 위에 흑린갑을 걸쳤다.
그리고 동경을 보며 어색한 듯 웃었다.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천년교룡의 내단을 흡수한 직후 있었던 환골탈태로 인해, 실전에 투입되기 직전인 10년 전 풋풋했던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벌써 몇 번을 봤지만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한동안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임요성이 무복을 걸치고는 탁자에 앉아 강호백서를 펼쳤다.
어느 이름 모를 객잔의 주인이 썼다고 생각했을 때도 꼼꼼히 읽었던 그다.
그런데 개방의 방주가 적었다는 말에 혹시 좀 더 깊은 뜻이 있나 다시 볼 생각이었다.
강호 전체의 정보 수집을 통해 먹고사는 거지들의 방파, 개방. 그중에서도 그 수장이 적은 것이니, 분명 배울 점도 많을 것이다.
아직은 강호에 대해 목이 마른 임요성이었다.
* * *
청풍표국에는 홍국헌을 제외한 두 명의 표두 아래 표사대가 총 세 개가 있었다.
홍국헌의 표사대가 바로 두진호가 젊었을 때부터 같이 해온 이들이었고, 두 표사대는 두진호가 강연화가 혼인한 이후 소주검문으로부터 받아들인 무인대였다.
당연히 그러다 보니 두진호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강연화가 표국을 두혜련에게 넘기지 않으려는 게 당연한 면도 있었다.
원래는 작은 표국을 지금의 자리에 올린 것은 그녀의 공도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표국을 차지하려는 과정이 비정하리만치 흉악해서 그렇지.
그랬기에 두진호도 차라리 홍국헌의 표사대만 딸려 보내고는 두혜련을 독립시키려 한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여인의 자존심은 끝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이 버리더라도 결코 자신이 버림받지 않으려는 그녀는 결국 남편과 그의 딸을 죽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무심한 듯 시간이 흘러 두진호의 생일잔치가 조촐하게 열렸다.
이번엔 내부적인 문제도 있어 아무도 초대를 하지 않고, 식구들끼리 간단히 식사만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침부터 창고를 개방하여 인근 빈자들에게 쌀을 풀어 대접했고, 표국의 식구들도 그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모든 표국의 모든 식구들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만들어졌다.
강연화가 흉중에 품고 있는 암수와 단목룡의 암계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두진호는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그녀가 손수 차린 생일상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옆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임요성을 바라보는 두혜련의 눈이 따뜻했다.
가만히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에 대 보았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며 그날 밤 일이 생각났다.
* * *
“두 소저를 만나러 왔소만.”
두혜련의 처소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임요성의 등장에 두혜련을 모시는 시비들이 술렁였다.
“자, 잠시만요, 공자님!”
그는 이미 시비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였다.
이렇게 젊은 남자를 두혜련이 직접 데리고 온 적이 없었기에, 이미 그는 두혜련의 처소를 담당하는 시비들 사이에서 낱낱이 분해된 상태였다.
잠시 후 두혜련의 처소에서 나온 시비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준비할 게 있어 조금 기다리시라는 말씀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준비? 뭘 준비한다는 말이오?”
임요성이 의아한 듯 묻자 시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남자들은 모르는 그런 게 있습니다요. 이미 접객실을 치워달라고 했으니 그쪽으로 가셔서 기다리시지요.”
그냥 나오면 될 일을 뭘 또 준비한다는 말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임요성이 고개를 저으며 시비의 뒤를 따랐고, 두혜련이 사용하는 전각에 마련된 접객실에 들어가자 곧 시비들이 차와 다과를 준비해주었다.
후룩.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준비된 차와 다과를 먹던 임요성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땐 자기도 모르게 먹던 다과를 멈춰야 했다.
표행을 하며 제대로 꾸미지 않은 그녀의 미모 또한 충분히 한 성을 대표할 만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제대로 단장을 한 두혜련의 모습은 그가 봐왔던 황실의 꽃이라고 할 만한 이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수수함이 더해져 더욱 남정네들의 마음을 흔드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두혜련이 자신의 앞에 앉기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움직임에 눈이 고정된 채로 있던 임요성을 보며 무안한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임요성도 자신이 좀 지나쳤다는 생각에 헛기침을 연발했다.
“크음. 흠흠.”
뭔가 단단한 바위 같던 임요성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자 두혜련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쩐 일이신가요, 공자님. 요즘 너무 바빠서 통 얼굴 뵙기가 힘이 들더니.”
그녀 말마따나 임요성은 요즘 두진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낚시를 데리고 가질 않나, 바둑을 뒀다 하면 하루는 기본으로 날아갔다.
그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식객인 자신을 이런 식으로라도 붙잡아 두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표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그냥 단순한 식객이 아닌 이 표국에 정을 붙이길 원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임요성은 굳이 그의 마음을 내치지 않고 묵묵히 받아주었다.
그러다 보니 두혜련은 자신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심통이 났지만, 자신의 아비와 친하게 지내는 임요성의 모습에 안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은 얼굴 본 김에 투정이나 부려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미녀 호위까지 두시고….”
그 말을 한 두혜련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자신이 더 놀랐다.
“미녀 호위?”
살짝 고개를 갸웃한 임요성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천하전장에서 특별 고객에게 붙여주는 호위라고 하니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임요성의 말에 두혜련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나 알고 있으면서 저런 소릴 하는 걸까?
“오늘 소저를 찾아온 것은 이것 때문이오.”
임요성이 탁자 위로 보따리를 올렸다.
“이게 무엇인지요?”
“풀어보시오.”
임요성이 턱을 까딱하며 말하자 두혜련이 의아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아….”
은은한 묵빛이 감도는 수많은 비늘이 붙어 있는 신갑(身鉀)이었다.
“아름다워요.”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름답다니? 이 귀물을 보며 어찌 아름답다는 말이 먼저 나온단 말인가?
응당, 이런 귀물이! 이런 신물을! 과 같은 감탄사가 터져야 정상이 아닌가 말이다.
“큼. 흑린갑이란 것으로 검기나 도기마저도 막아줄 신물이오. 당분간 소저가 입고 있으시오.”
“제가요? 왜요?”
임요성은 그 말에 더욱 갸웃했다.
기뻐한다기보다는 순수하게 의문을 품은 두혜련의 눈빛은 임요성을 당황케 했다.
누구라도 이 귀물을 주며 입으라고 한다면 일단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릴 텐데.
“…길게 말하긴 그렇고, 우선 내 느낌이 좋지 않소. 조만간 뭔가 일이 벌어질 느낌인데… 내가 지켜줄 수 있다면 좋겠으나, 아무래도 이걸 소저가 입고 있다면 중요한 순간 한 번은 소저의 목숨을 구해줄 것이오.”
“그러니까 이걸 왜 제게 빌려주냐고요?”
입고 있으면 좋은 건데 왜 이유가 더 필요하지?
임요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거참. 그냥 입고 있으라면 입고 있으시오.”
“왜 화를….”
두혜련이 놀란 얼굴로 묻자 임요성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흠. 화가 아니라 아무튼 그냥 입고 있으시오.”
그제야 두혜련이 미소를 지었다.
“훗. 절 걱정해주시는 거 좋으나, 이런 귀물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받는다는 게 더 이상해요. 더더군다나 이걸 절 주시면 공자님을 지켜줄 건 없어지잖아요?”
“흐음.”
아예 주는 것도 아니고 빌려주는 것조차 이리 힘들어서야.
입맛을 다신 임요성이 말했다.
“그럼 나눕시다.”
“예?”
“이걸 이렇게 분해하면….”
임요성이 밖의 비늘로 된 상갑과 내부에 받치고 있는 천잠사 내의를 분리했다.
“이건 만년한철과 천년묵철로 된 상갑이고, 이건 천잠사로 된 내의요. 아무래도 이 상갑이 더 튼튼하니 이걸 그대가 입으시오.”
“그러니까, 이걸 왜 제게….”
임요성이 비늘 상갑을 내밀었으나 두혜련은 그래도 망설였다.
“끙. 이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부담 없이 받아주시오.”
살짝 얼굴이 상기된 임요성의 표정에 두혜련이 배시시 웃었다.
“굳이 이걸 입어드려야 공자님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니… 그럼 이걸로 할래요.”
두혜련이 천잠사 내의를 가져가자 임요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유사시엔 어지간한 물리적 공격까지 방어가 가능한 상갑이 더 나을 텐데?”
둘 다 귀물이긴 했으나, 천잠사는 상갑에 비해 거대한 무기의 물리적인 힘을 감당하긴 부족했기 때문에 임요성은 상갑을 두혜련이 입길 바랐다.
“그건… 맵시가 안 나잖아요.”
‘맵… 후우.’
부끄러운 듯 말하는 두혜련의 얼굴을 보며 임요성은 아직 여인의 마음은 이해하기엔 자신의 수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두혜련은 임요성이 나간 뒤 천잠사를 품에 꼭 안았다. 품에 안은 천잠사에서 임요성의 체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