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38
청풍표국 최강식객 038화
38화. 묵천에 이는 흑풍 (4)
국주전 앞마당은 그야말로 혼전이었다.
구용식과 암영이 맞붙었고, 홍국헌과 양천이 맞붙었다.
쉬익! 쉬쉭!
구용식과 암영이 자신의 최고의 보법을 펼치며 상대의 뒤를 잡고, 허를 찌르는 행동을 반복했으나 승부의 추는 팽팽했다.
그리고 홍국헌과 양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아압!”
이어지는 홍국헌의 일수를 양천이 막았다.
“이얍!”
양천이 몸통 치기로 홍국헌을 가슴팍을 들이박자 홍국헌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정수리에 날아든 양천의 칼을 홍국헌이 튕겨냈다.
두 사람의 박도가 뒤엉키듯 싸움은 혼전 양상으로 번졌고, 조금씩 사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석아!”
자신과 동고동락한 표사 중 한 명의 가슴이 꿰뚫리는 모습에 잠시 멈칫한 틈을 놓치지 않고 양천의 박도가 홍국헌의 어깨를 스쳤다.
“크윽!”
“홍 표두. 그간의 정이 있으니 고통 없이 보내주겠소.”
“아, 안돼….”
몸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독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운기행공을 하고 있는 두진호의 눈에 홍국헌에게 다가가는 양천의 모습이 비쳤다.
박도를 든 어깨를 베이며 칼을 놓쳐버린 홍국헌의 머리 위로 양천의 박도가 내려오는 순간,
쐐애액!
푸욱!
갑자기 날아든 흑조에 양천의 목울대가 뚫렸다.
“크륵!”
“누구냐!”
양천이 피가 솟구치는 목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엎어지자 강연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뾰족하게 소리쳤다.
타닥.
임요성이 마치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앉듯이 국주전 앞마당에 내려섰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양측의 싸움이 잠시 멈췄다.
묵천도들 쪽엔 상처만 입었을 뿐 죽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홍국헌 쪽 표사들은 삼 분의 일 정도가 죽어 열 명이 좀 넘게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상처를 입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임요성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강 부인. 도대체 이게…. 당신의 악행을 알면서도 눈감아준 국주님께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거요.”
참담한 표정으로 강 부인에게 말하던 임요성이 뒤를 쳐다보자 창백한 인상의 두진호가 보였다.
홍국헌 역시 만신창이였다. 양천이 심장에 칼을 꽂기 전에 다행히 막아서긴 했으나, 더 이상 싸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강연화가 갑자기 난입한 임요성에 잠시 당황하다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이런 미친 네놈이 어떻게! 잠깐…! 네놈이 살아왔다는 건…? 그럼 살수들은 어찌 되었느냐?”
문득 든 생각에 강연화의 눈이 흔들렸다.
혹시나 하며 던진 질문의 대답은 여지없었다.
“다 처리했소. 이제 여기밖에 남지 않았소.”
“뭐, 뭣!?”
임요성의 차가운 눈빛 속에 강연화의 신형이 휘청했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라 했다. 그 당사자가 우내십존이 아닌 이상, 자신들의 살행 성공률은 십할이라 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저 젊은 놈이 그럼 우내십존에 버금간다는, 아니 그 이상이란 말인가!?
강연화의 멍한 눈에 훌쩍 뒤로 뛰어 두진호 옆에 내려앉는 임요성의 모습이 담겼다.
“괜찮으십니까?”
“쿨럭!”
피를 쏟은 두진호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하얬다.
“자네에게 괜히 미안하군. 자네 말을 들었더라면 이 정도까지 되진 않았을 터인데….”
“말씀을 줄이십시오.”
그러면서 임요성의 손바닥이 두진호의 명문혈에 다가가자,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맑은 기운이 스며들었다.
한결 편해진 두진호였으나, 임요성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잠시 힘을 북돋워 주긴 했으나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설마 사천당가의 무형지독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임요성이 두진호에게 줬던 중화제는 어지간한 독은 다 중화시키는 명약이었다.
해독제는 하나의 독에 대한 해독을 한다면, 중화제는 다양한 독에 대해 전체적으로 그 효과를 중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독제처럼 미리 먹는 것이 아니라 독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먹는 것이다.
신의에게 받았던 세 알 중에서 두 알은 자신이 먹고, 한 알은 남겨두었던 것도 만약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중화제마저 큰 효과가 없을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독이었다.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그런 임요성을 멍하게 쳐다보던 강연화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이, 이… 악마 같은 놈아! 너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세운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단 말이더냐!”
눈에서 혈광이 폭사될 듯 치켜뜬 눈으로 독설을 퍼붓는 그녀를 두진호와 임요성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임요성을 보며 두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았어…. 내가 정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했던 거야…. 련아는…?”
“무사합니다.”
“그렇군… 이제… 모든 걸 자네가 알아서 해주게….”
두진호가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임요성이 천천히 일어설 때였다.
“이익! 망설이지 말고 모두 죽여라!”
그사이 전열을 정비한 강연화 측 표사들이 암영의 주도 아래 모두 달려들었으나, 임요성이 합류한 이들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암영은 지금 이 광경이 무척 곤혹스러웠다.
이 일이 끝나면 단목세가의 무인으로 들어가 부와 미녀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단목세가의 무공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리 없이 해치울 거라 생각한 식객 한 명에 의해서 모든 것이 물거품에 놓일 처지였다.
여기 있는 이들은 모르겠지만, 단목란이 집안의 호법과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이자가 여기 와 있다는 말은 그쪽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
그래서 달려드는 척하다가 몰래 몸을 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생각으로 끝났다.
촤라라라라락!
“크아아악!”
차갑게 가라앉은 임요성의 흑아에서 날아간 묵빛의 도기가 몇 차례 번뜩이자 모두의 몸에서 선혈이 뿌려지며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흡!”
임요성이 날린 탈혼도법 일초식 풍인(風刃)에 의해 뭔가를 해볼 새도 없이 모두가 목숨을 잃었다.
덜덜덜!
모두가 쓰러진 가운데 홀로 서 있던 암영은 오히려 더 두려움을 느꼈다.
“사, 살려주시오… 사실…?”
털썩.
암영 역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진 건 같아도 결과는 달랐다.
암영에게는 삼 초식 탈혼을 시전해 의식만 날려버린 것이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강연화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보게… 임 공자…! 이제 두, 두진호는 저 양반은 죽은 목숨이고, 있어 봐야 알량한 두혜련 그년 하나뿐일세. 어, 어떤가! 나를 도와준다면, 소주검문의 아버지께 말씀드려 공자가 원하는 모든 걸 지원해줄 수 있…?”
임요성을 회유하기 위해 말을 쏟아내던 강연화는 그대로 세상이 암전되는 걸 느꼈다.
“요부의 말은 귀담아듣는 편이 아니라서.”
탈혼을 시전해 의식을 잃도록 한 임요성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생각 같아선 그대로 목을 쳐버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거취는 모든 것이 정리되고 난 후 두진호가 직접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이번 사태의 범인이라고는 하나 자신이 그녀의 목을 취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그때 문이 세차게 열리며 두혜련이 뛰어들었다.
“꺄악!”
눈 앞에 펼쳐진 광격에 두혜련이 순간 휘청이며 쓰러지려는 걸 매영옥이 붙잡아 주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두진호를 본 그녀가 힘을 쥐어짜 달려간 두혜련이 쓰러지듯 안겼다.
“아, 아버지!”
안겨드는 두혜련을 보며 두진호의 눈도 세차게 흔들렸다.
“후후. 다행이다, 다행이야.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 아버지! 이, 임 공자님! 저희 아버지를 살려 주세요! 공자님은 하실 수 있잖아요!”
죽을 것처럼 창백한 아버지를 보던 두혜련이 임요성에게 고개를 돌리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임요성이 두혜련의 어깨에 손을 살짝 얹으며 안심시켰다.
“너무 걱정 마시오. 위독하긴 하지만 당장 어찌 되실 정도는 아니오.”
임요성의 말에 두혜련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하아…! 전 아버지가 진짜 어떻게 되시는 줄 알고… 흑!”
눈물을 흘리는 딸의 어깨를 토닥이며 두진호가 힘겹게 웃었다.
“임 공자가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널… 볼 수도 없었을 테… 쿨럭!”
다시 쏟아낸 피가 딸의 가슴을 적시자 두혜련의 얼굴이 하얘졌다.
“아버지!”
두혜련의 목이 갈라졌고, 임요성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임요성은 고개를 돌려 유산홍과 구용식, 그리고 매영옥을 차례로 쳐다봤다.
딱히 말하지 않아도 그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세 명 모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개를 끄덕여준 임요성이 두진호를 엎은 채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고 그의 뒤를 두혜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따랐다.
* * *
집무실로 들어선 임요성의 등 뒤에서 두진호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임… 공자. 시간이 없네. 일단 나를 저쪽으로 좀 데려다주게….”
당장 안정을 취해야 하건만 뒤에서 느껴지는 목소리의 간절함에 이유는 몰랐지만 일단 임요성은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날 저기 의자에 좀 앉혀주겠나…?”
두진호가 책장 앞 의자에 앉자 책장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임 공자, 이제 내 시키는 대로 하게. 자, 저기 보이는 코끼리 모양의 조각상을 이쪽으로 돌리면….”
임요성은 책장 앞에서 두진호가 지시하는 대로 몇 가지 기물을 조정하였다.
그렇게 몇 번의 단계를 거치자 책장이 스르륵 하며 열렸다.
강연화가 찾던 바로 그 비고였다.
“저기 왼쪽 장식장에 있는 붉은 목함을 꺼내 보게.”
임요성이 목함을 꺼내자 두진호가 받아서 힘겹게 열었다.
거기엔 바로 청풍표국의 국주패가 있었다.
“이건 이 표국의 국주패인데… 자네가 좀 받아주게….”
“국주님, 그럴 수는 없…!”
임요성이 단호히 거절하려 했으나 두진호가 그의 말을 끊으며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만약을 위해서일세…. 일단 자네가 받아뒀다가 내가 쾌차하면 다시 주게. 아직 련아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일세. 당분간 자네가 이… 청풍표국과 련아…를 지켜주게….”
“으음….”
임요성이 침음성을 냈다. 국주패를 받든다는 건 국주로서의 모든 걸 위임받는다는 걸 뜻했다.
식객일 뿐인 그로서는 부담스러운 짐이기도 했다.
“후후… 부담스럽겠지… 헌데, 자네에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준 정도로는 셈이… 모자라겠는가…?”
두진호의 짓궂은 표정에 임요성의 목소리도 젖어 들었다.
“휴우. 왜 지금 그런 말씀을…. 충분합니다….”
임요성이 마지못해 승낙하자 두진호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후후… 고맙네….”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과 함께 두진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 아버지…!”
두혜련이 깜짝 놀라 다가가려 하는 걸 임요성이 제지했다.
“괜찮소. 진기를 너무 소진해서 의식을 잃은 거요. 걱정 마시오….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주님을 살릴 테니.”
“공자님….”
임요성을 바라보는 두혜련의 눈에는 신뢰가 담겨 있었고, 감긴 두진호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