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42
청풍표국 최강식객 042화
42화. 국주패를 가진 식객 (3)
임요성이 던진 말의 파장은 컸다.
세 부장들이 모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건 말도 안 되오! 우리가 강 부인과 연수했다는 증거라도 있소? 그 증인이라는 것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것 아니오?”
“당장 결정을 재고해주시오!”
세 사람이 분연히 일어섰으나 임요성과 두혜련의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사실 이런 상황을 보이기 싫어 임요성은 그녀가 이 자리에 나오는 걸 말렸으나, 두혜련은 이제 임시국주로서 첫발을 딛는 상황에 피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 여겼다.
“부장님들…. 어제 여기 계신 임 공자께서 그대들을 모두 죽이고, 씨 몰살을 하자는 것을 말린 게 저입니다.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요.”
두혜련의 조그만 입에서 나온 섬뜩한 말에 세 사람이 쭈뼛쭈뼛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저를 해하는 데 동조하고, 표국을 집어삼키려 한 죄는 같은 표국에서 얼굴 맞대기에는 너무나도 큰 죄가 아닌가요? 살려드릴 때… 곱게 나가세요.”
그 착하고 여린 두혜련이 하는 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차가운 말에 세 중년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 참고로 나갈 때는 빈손이오. 그동안 많이 챙겨뒀겠지? 그것까지 몰수하진 않겠소. 그리고… 만약 지금 이 순간부터 혹여 이 표국에 해를 끼칠 만한 행동을 한다면 그땐….”
임요성의 서늘한 눈이 세 사람의 얼굴을 훑자 폐부가 도려지는 느낌에 그들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짐을 챙겨서 이 소주 바닥을 뜨시오. 자, 이제 지금부터는 청풍표국 식구들 간의 회의니 외부인은 나가주시오.”
그렇게 말한 임요성이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자, 세 사람은 힘없이 일어서 방을 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임요성의 시선이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는 총관을 향했다.
사실 총관도 강 부인과 연수를 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으나, 암영에 의하면 그는 두진호에 대한 충성심이 지극하여 이 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강 부인의 사람이 되길 몇 번 청했으나 두말없이 거절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아저씨….”
두혜련의 떨리는 음성이 자신을 향하자 총관 이천호의 어깨가 움찔했다.
“후우…. 아가씨.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저도 모든 걸 내려놓고 표국을 나가겠습니다.”
눈을 뜬 이천호의 눈은 젖어 있었고, 표정 또한 회한이 가득했다.
강 부인이 아들에게 표국을 물려주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흉한 일을 벌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도 서려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마저 떠나버리면 표국을 어떻게 이끌어가라구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표국 살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인데…. 그러지 마시고 도와주세요.”
두혜련이 말하고 임요성이 거들었다.
“이 총관님. 총관님에 대해서는 두 소저, 아니 두혜련 임시국주께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 두진호 국주님과 젊은 시절부터 이 표국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저의 무력이 표국을 지탱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총관님께서 계셔야 표국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두진호 국주님께서 쾌차하시어 업무에 복귀할 때까지 임시국주님을 도와주시지요.”
“그래요, 총관님. 다시 시작해요.”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시녀장 오연희가 밝게 웃으며 거들었고, 그녀가 멍하게 있던 상자수 감천식의 옆구리를 푹 찌르자 깜짝 놀란 감천식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그러니까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하하하하.”
그 모습을 보던 홍국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총관님! 어딜 내빼시려는 겁니까! 설마 이제 표국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해서 보신하려는 건 아니죠?”
“예끼! 이 사람아! 말을 해도!”
이천호가 홍국헌을 보고 꾸짖자 다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을 보던 임요성도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어지자 두혜련과 임요성, 그리고 다른 이들은 지금 당장 산재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선 강연화와 두원후는 지금처럼 뇌옥에 가둬두고 두진호가 깨어날 때까지 처분을 보류하기로 했다.
임요성은 죽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껏 두혜련을 키워왔고, 두진호와 살을 맞대며 20년 가까이 살아온 아내다.
그녀와 그 아들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그와 두혜련의 몫일 것이다.
공석이 된 내당의 부장 세 자리는 총관인 이천호가 지인들을 동원하여 알아보기로 했고, 표사들의 충원은 홍국헌이 맡기로 했다.
홍국헌은 이참에 임시로 외당주이자 총표두가 되어 앞으로 들어올 표사들과 쟁자수들을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쟁자수들은 이번 일과는 무관해서 쫓아낼 사람은 없었다.
단지 암영의 수하로 위장해 있던 쟁자수들은 암영의 실토와 함께 이미 묵천도들에 의해 즉결처분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국주 직속 호위대를 따로 두기로 했고, 그 호위대의 대주는 유산홍이 맡기로 했다.
호위대가 제대로 틀을 갖추기 전까지는 매영옥이 임시로 부대주를 맡아 그를 돕기로 했다.
그리고 임요성의 거취에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국주패를 두혜련에게 주는 것도 생각했으나, 두혜련이 거절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국주패는 임요성이 계속 갖고 있기로 한 것이다.
국주패를 가진 식객이라니.
뭔가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총관이 건의했으나, 국주패를 가진 이가 오히려 어떤 직책을 맡는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어디까지나 국주가 복귀할 때까지의 임시였기에 일단은 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 * *
그렇게 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전각으로 돌아오니 풍림개가 와 있었다.
“미안하게 됐군. 내가 좀 더 일찍 알고 도와줬어야 하거늘.”
“괜찮습니다. 저도 의심만 했던 것일 뿐 확신은 없었기에 일을 크게 벌이는 게 저어되었습니다.”
“후우. 거참. 두 소저의 마음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겠구먼.”
“….”
점점 굳어지는 얼굴의 임요성을 보며 풍림개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내가 뭔가 도와줄 일은 없는가?”
“후우…. 저잣거리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숨을 길게 내쉰 임요성의 물음에 풍림개가 고개를 저었다.
“안 좋네…. 청풍표국의 국주가 청부 낭인을 써서 장인을 죽이고, 검문을 몰살시켰다고 소문이 났는데…. 강호의 일이니 연관된 이들 외에는 나서지 못해서 그렇지 욕하는 이들이 많네.”
그의 말에 임요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일로 복수를 하려는 자는 없겠습니까? 가령 검문주의 일가친척이라든지?”
“다행히 강 문주는 자수성가한 고아 출신이라 일가친척은 없는 모양이야. 강 부인의 외가 쪽도 그냥 평범한 집안에 조실부모하여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네.”
“몇 가지 부탁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구용식에게도 지시를 내려둔 상태였지만, 아직 완전한 정보선의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걸 개방을 통해 보완하려는 것이다.
“뭔가? 얼마든지 말하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있던 풍림개가 반색하며 말했다.
“단목세가 쪽, 아니 단목룡 쪽을 좀 주시해주십시오.”
“단… 목룡을?”
풍림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요성은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요약해주었다.
자신을 보고 내려온 사람이다. 믿어야 하지 않을까.
“뭐, 뭣이? 그럼 이 일에 단목세가가 관여되어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어….”
풍림개가 침음성을 흘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단목세가라면 이곳 강소성의 패자다.
지금이야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보지 않았으나, 조만간 인사차 얼굴을 비춰야 한다.
임요성과는 별도로 그건 개방의 분타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주목하고 있는 신예랑 불화가 일어난다면? 아니 철천지원수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기왕지사 자신이 건 패가 어떻게 변화될지 아직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발을 뺄 수는 없다.
“후우… 알겠네. 그러나 너무 깊게는 알아보기 힘들 걸세. 자칫하다가는 개방 전체가 단목세가와 척을 지게 될 수도 있으니.”
임요성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큰 기대도 없었다.
현재 구용식이 인원을 모으고 있는 중이고, 속속 과거 암천의 천도들이 소주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다.
묵천에서 흘리거나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개방을 통해 거르려는 것뿐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방도들을 풀어서 몇 가지 소문을 좀 내주십시오.”
임요성은 개방의 거지들을 이용해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
사실 청풍표국과 소주검문은 상잔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모종의 세력에 의해 멸문한 것이라고.
그리고 강연화 역시 그들이 고용한 살수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고.
아무리 밉다고는 하나 어차피 청풍표국의 안주인이었던 사람이다.
나쁜 소문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해주려고 했네. 그리고 다른 건 뭔가?”
“음… 하얀 표범이 검은 구름을 기다린다…고 내주시면 됩니다.”
풍림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무슨 뜻인가?”
“이유는 묻지 마시고, 소문만 퍼뜨려 주십시오.”
“알겠네. 뭐 이 정도야 그리 큰돈이 들지도 않을 거네.”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던 풍림개가 문득 얼굴을 굳혔다.
“그리고 저번에 말했던 거 기억나는가?”
“친우의 모친 말입니까?”
“그래. 찾았네. 크게 어렵진 않았네. 아직 기루에 있더군. 지금은 아침이라서 그렇고, 날이 저물면 한 번 가보겠는가?”
잠시 생각하던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뒷수습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친우의 모친을 만나러 간다고 해도 기루에 가는 건 보는 눈도 있으니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일간 한 번 분타로 넘어가지요.”
“음. 그러시게.”
풍림개가 엉덩이를 들던 순간 시녀가 밖에서 인기척을 냈다.
“공자님, 팽가의 대공자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
시비의 말이 있고 잠시 후 팽원호가 굳은 얼굴로 들어섰다.
팽원호의 뒤로 전에 함께 밥을 먹었던 황보익과 조영영이 함께 들어왔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어? 풍림개님도 계셨군요?”
팽원호는 청풍표국과 소주검문에 대한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것이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들. 아예 임 공자와의 친분을 대놓고 드러내려는 겐가?”
풍림개가 한 말은 어찌 보면 별말 아니었으나, 강호의 호사가들의 귀에 들어가면 바로 입방아에 오를 말이었다.
지금 같이 다니고 있는 세 사람에 대한 소문은 이미 퍼질 대로 퍼졌을 것이다.
거기에 임요성이 포함된다면, 단박에 그의 파벌도 정해짐과 동시에 청풍표국이 화제의 중심에 올라설 것이다. 하지만 임요성은 개의치 않았다.
극락관에서 본 단목란과 이 일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단목룡만 보더라도 그 무리들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자, 앉지. 나도 나가려던 참이었네만, 좀 끼어도 되겠지?”
풍림개의 너스레에 다들 피식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부터 설명해달라는 그들의 눈빛에 임요성은 단목란의 등장과, 단목룡이 이 일에 개입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단목룡과 팽원호가 다른 파벌에 속해 있다는 걸 들어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좋은 방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임요성의 흥미를 끄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