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46
청풍표국 최강식객 046화
46화. 습격 그 이후 (2)
한밤중, 포박되어 갇혀 있는 강연화와 두원후, 암영이 있는 지하뇌옥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덜컹.
뇌옥의 문이 열리고 임요성이 걸어 들어오자 강연화의 눈에 독심이 어렸다.
“개 같은 놈…! 너 때문에 일이…?!”
“부인의 가문이 멸문했소.”
한바탕 욕을 퍼부으려던 강연화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뭐, 뭐라고…?”
“당신이 우릴 습격하던 날 밤 소주검문 역시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몰락하고, 검문의 식솔들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이오.”
임요성의 말에 강연화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임요성을 쳐다보다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호호! 나를 그런 말도 안 되는 술수로 속이려 했다면 큰 오산….”
“당신 아버지의 목이라도 가져와야 믿겠소?”
“……!”
믿기 어려웠다. 하루아침에 그 소주검문이 몰락을 했다고…?
너무나도 평온한 눈빛은 한 점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믿지 못하는 그녀를 보던 임요성이 고개를 돌려 암영을 쳐다봤다.
“넌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군.”
“모, 모든 걸 말하겠소! 그러니 날 제발 살려주시오! 아니, 살려주십시오! 공자! 제발!”
쿵쿵쿵….
바닥에 머리를 찧는 그의 머리를 임요성이 덥석 잡았다.
“강 부인, 잘 보시오. 이 모습이 앞으로 당신과의 대화에 약간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오.”
그리고 임요성의 손에서 탈혼촌열이 시전되었다.
“끄, 끄으윽…!”
검은 연기가 미간으로 쑥 빨려들어 가더니 몸을 덜덜덜 떨며 눈이 회까닥 뒤집히는 모습에 표독스럽게 쳐다보던 강연화도, 말없이 구석에서 힐긋거리던 두원후도 모두 사색이 되었다.
“이름.”
“끄어어… 암… 영….”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에 강연화의 얼굴을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소주검문을 습격하라고 한 이가 누군지 알고 있나? 있다면 누구인지 말하라.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
“…단… 목룡…. 소주검문과… 청풍표국을 동시에 지우고…, 그 자리에 강소표국을 앉혀… 소주 무림과… 표국업을 동시에 장악하는 것이 목표….”
“말도 안 돼―!”
강연화가 미친 듯이 소리치며 달려들었지만, 중간에 가로막힌 쇠창살을 뚫고 나올 수는 없었다.
“이 악마 같은 놈―!”
피눈물을 흘리며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지만 임요성은 담담했다.
“강연화도 목표에 포함되나?”
“그렇… 다. 청풍표국과… 소주검문의 동귀어진으로 꾸며… 모두 몰살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몇 가지를 더 물은 임요성이 손을 떼자 암영의 몸이 허물어졌다.
“아아아….”
바닥에 쓰러진 강연화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아버지만 있다면, 소주검문만 있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곧 검문에서 사람을 보내와 자신과 아들이 풀려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이미 두원후는 멍한 표정으로 무릎을 껴안은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푸아악!
임요성이 손을 떼자 칠공에서 피를 내뿜으며 암영이 뒤로 나자빠졌다.
이미 놀랄 대로 놀란 강연화는 암영의 처참한 최후에도 덜덜 떨고만 있었다.
“자, 강 부인. 이제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내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 모두 죽여버리고 싶소. 하지만 아마 사람 좋은 두 국주님과 두 소저는 그러지 않을 테지. 그래서 하나 묻고자 하오. 만약 내 말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원망을 받더라도 당신에게서 지금과 같은 방법을 시전할 수밖에 없소. 뭐, 죽은 이유야 만들면 그만이니.”
어깨를 으쓱하는 임요성의 눈빛은 착 가라앉아 있었고, 그 말을 충분히 증명할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소주검문 비고의 위치와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말해보시오.”
“……!”
무슨 말을 하나 싶었던 강연화는 눈을 부릅떴다.
“어차피 부인이 모른 척해도 소주검문은 이미 몰락했소. 그냥 말해주는 것이 서로 좋을 것이오. 차후 당신들의 처분과 관련해서도.”
“흐흑…!”
너무나도 참담한 상황에 강연화가 눈물을 쏟았다.
“말해주면… 우리 두 모자를 살려줄 것이오…?”
그녀의 말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옆에서 죽이라고 부추기지는 않겠소.”
그의 말에 강연화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두진호가 자신과 아들을 죽일 정도로 독심 있는 사내라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의 이 사내만 조용히 있는다면 자신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고의 위치는….”
임요성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었고 그 정보는 고스란히 구용식에게 전해졌다.
* * *
그렇게 임요성을 비롯한 표국 식구들의 헌신적인 노력 속에서 점점 표국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두혜련 역시 아무것도 모르던 아가씨에서 조금씩 임시국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맡은 국주라는 임무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아가씨….”
자기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에 화들짝 놀라며 훔쳤다.
황소영의 안타까운 표정에 두혜련이 혀를 쏙 내밀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라구! 나도 모르게 나온 걸 어떡해!”
입술을 삐죽이며 두혜련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에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아무리 임요성이 굵직굵직한 일들을 치고 나간다고 해도, 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국주의 재가는 반드시 필요했다.
두혜련은 그냥 모든 걸 임요성에게 맡기고 두진호를 간호하는 데만 전념하려고 했으나,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국주로서 소임을 미룰 수만은 없었기에 두혜련도 힘을 내어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국주님, 총관께서 드셨습니다.”
“아, 들라 하세요.”
문이 열리고 이천호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들어왔다.
그를 보는 두혜련의 눈빛은 봄바람처럼 따뜻했다.
그나마 이런 중압감 속에서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또 다른 이가 총관이었다.
아버지 때부터 표국을 위해 일해온 분. 그리고 그 난리에도 강연화의 편을 들지 않은 사람이다.
이미 총관 아래 세 부장의 공석은 그의 주도하에 모두 채워졌다.
두혜련과 임요성이 직접 면접을 봤는데 둘 다 흡족할 정도로 인품과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었다.
요즘 임요성이 바깥일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면, 표국 내의 일은 눈앞에 있는 총관이 모두 이끌어가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두혜련이 일어서며 탁자에 마주 앉았다.
황소영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피해 주자, 이천호가 표국 내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해 보고를 올렸다.
급한 일은 선조치를 한 것도 있었기에 그에 대한 이유와 조치사항 등에 대한 내용과 앞으로 두혜련이 알고 있어야 할 표국의 전반적인 상황이었다.
정기 보고가 끝나고 이천호가 미소를 지었다.
“왜 웃으세요? 총관?”
두혜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가씨. 이번에 참으로 좋은 분을 얻으셨습니다.”
아가씨라 하며 주름살 진 얼굴로 미소 짓는 이천호를 보며 잠시 멍하게 있던 두혜련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요즘 그녀의 표정을 이렇게 봄날에 피어나는 장미처럼 만들 이는 하나뿐이다.
“그 사람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무림맹 지단주와의 친분은 그렇다 쳐도 소주지부의 추관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완전히 우리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 때문에 소주검문과의 일도 잘 넘어 갔구요. 그리고 개방도들을 이용해 소문을 우리 쪽에 유리하게 만든 것도 주효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배시시 웃는 두혜련을 보며 이천호가 헛기침을 했다.
“크음. 그리고 소주검문 터는 그대로 무림맹 지단에 팔릴 거라고 합니다. 꽤 괜찮은 값을 받기로 했구요. 아, 그리고 소주검문에서 가져온 금은보화들은 모두 현금화시켜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적절히 보상을 해줬습니다. 검문의 몰락으로 망연자실해 있던 식솔들이 모두 감사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고 하더군요.”
이천호의 말에 따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보상과 청풍표국의 마음 씀씀이에 소문은 이제 완전히 청풍표국으로 돌아섰다.
두혜련은 이천호의 이런 보고를 즐겁게 듣고 있었다.
“그리고 비고에 있던 무기들은 잘 손질해 따로 챙겨뒀습니다. 나중에 포상과 같은 일에 따로 쓰려구요. 모든 게 술술 풀려가고 있고, 이 모든 게 임 공자님 덕분입니다.”
올라온 서류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건만 그에 대한 칭찬은 언제, 몇 번을 들어도 자신이 칭찬받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미소 짓는 두혜련을 보며 이천호가 다시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국주패를 가진 식객이라니, 대외적으로 좀 그렇지 않습니까? 이번 참에 적당한 직위를 내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차제에 국주패를 아가씨께서 가져오는 것도 좋겠지요. 그럼 서로 좋을….”
이천호의 말에 두혜련의 얼굴이 굳었다.
“그 건은 넘어가죠. 공자께서 얽매이는 게 싫다고도 하셨고, 저도 부담드리긴 싫어요.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니까요.”
사실 이천호는 두혜련의 편에서 충언을 아뢴 것이다.
자신도 임요성을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식객으로서 이 표국을 좌지우지한다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언제 그가 떠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서로 좋은 사이지만 그 사이가 언제까지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주패를 계속 식객이 가지고 있다는 게 총관으로서는 당연한 걱정거리였다.
차라리 권위 있는 자리를 하나 내려주어 그를 확실히 붙잡아 두고, 그 참에 국주패도 회수한다면 서로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혜련은 이천호의 생각과 달랐다. 그녀는 지금 그냥 이대로 좋았다.
뭔가 직책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그와의 사이에 벽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그냥 표국의 평범한 영애였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시직이라도 국주라는 자리에 있다 보니 차라리 그의 말처럼 식객으로 그를 보는 것이 오히려 격 없이 대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이천호가 살짝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이가 노파심에서 한 말이니 귀담아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그분이 참으로 이 표국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하고 소중한 분이란 건 알고 있으니까요.”
두혜련은 그것이 꼭 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아직은….’
“그런데 표사 문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표사들 간 상잔이 벌어진 곳이라 들어오길 꺼려한다더군요. 하지만 홍 표두가 발 벗고 나서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이천호의 보고에 두혜련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고생이 많으세요. 제가 부족하다 보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 임 공자를 알아보시고 모셔온 것도 아가씨요, 지금 굳건히 중심을 잡아 저희들이 흔들리지 않게끔 하고 계신 것도 아가씨입니다.”
“별말씀을요….”
이천호가 따뜻한 눈길로 저 가녀린 어깨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친우의 딸을 바라보았다.
‘친구. 아가씨는 걱정 말고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시게. 모두 잘되고 있으니. 나중에 자네에게 술 한 잔 얻어먹으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나중에 깨어나면 진짜 거하게 한턱내야 하네.’
잠시 병상에 있는 친구를 생각하던 이천호가 이마를 탁 치며 일어섰다.
“늙으니 말이 많아지는군요.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혜련이 따라 일어서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표국은 아저씨랑 임 공자가 지탱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두혜련을 보며 이천호가 허허 웃으며 덧붙였다.
“거기에 아가씨도 있지요. 아가씨도 몸 상하지 않게 쉬엄쉬엄하세요.”
그렇게 한마디 더 보태고 나가는 이천호를 바라보던 두혜련이 어깨를 으쓱했다.
“으쌰으쌰!”
허공으로 두 팔을 몇 번 접었다 편 두혜련이 다시 서류 더미로 향했다.
그리고 밖에서 불어오는 늦봄의 따뜻한 미풍이 힘을 내라는 듯 두혜련의 몸을 한 바퀴 휘감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