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49
청풍표국 최강식객 049화
49화. 참교육 (2)
“바, 방주님!”
홍사마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웬 소란이냐.”
근엄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는 황만충을 보며 홍사마가 입꼬리를 올렸다.
“팽가놈이 표국을 나섰다고 합니다!”
“뭣이? 벌써?”
황만충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예.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진천성인 그놈이 신성대연이 코앞인 마당에 엉덩이 진득하게 붙이고 있을 시간이 없을 거라고요.”
황만충이 탐욕의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좋아. 당장 소주제일루의 호상희에게 사람을 보내.”
“에? 호상희 그년한텐 왜요?”
홍사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독한 계집이 여기서 왜 나오냐는 얼굴이었다.
“휴우, 이 양반아. 가장 대형(大兄)인 하오문이 버티고 있는데 우리가 그걸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냐? 어차피 뺏길 거 먼저 말하면 명분이 생기잖냐.”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홍사마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몇 대 몇으로 하기로 하셨습니까?”
“흐흐흐. 절정고수 세 명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오 대 오로 나누기로 했다.”
자신이 절정의 수위에 있으니 임요성을 잡아둘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변수는 적을수록 좋았다.
“흠. 절정고수 세 명이면 확실히 변수는 없다고 봐야겠군요.”
홍사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만용을 부리다가 죽으면 억울해서 눈도 못 감을 것이다.
차라리 돈을 좀 떼주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 우린 생색내서 좋고, 절정의 고수들을 지원받음으로써 우리 전력에는 손실이 적어질 테니 그 또한 좋지.”
“흐흐. 방주님, 이번에는 머리 좀 쓰셨군요.”
“또 까분다.”
“흐흐. 일단 사람부터 보내겠습니다.”
“그래 난 그동안 애들 모아두고 있겠다.”
신나서 달려 나가는 홍사마의 뒷모습을 보며 황만충도 얼굴이 씰룩거렸다.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건만 그리 오래되지도 않아 기회가 생겼다.
청풍표국의 가솔들에게서 조금씩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소주검문에서 꽤 많은 금은보화와 좋은 무기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호상희한테 반을 떼주더라도 그 정도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난 소주 제일 흑도방으로 올라선다!’
황만충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한편 소주제일루의 최상층에는 단목룡과 단목란, 그리고 호상희가 앉아 있었다.
“넌 모르겠지만 여기 앉아 있는 상희 소저는 여기 소주를 책임지고 있는 하오문의 지점장이다.”
오라버니인 단목룡의 말에 단목란이 깜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
“어머, 몰랐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아요. 쉽게 정체가 간파되면 더 부끄러운 일이에요.”
호상희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둘을 부른 건 백 호법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다. 상희.”
단목룡의 시선에 호상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일단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백 호법은 그날 새벽에 단목세가로 향하다 실종이 됐습니다.”
“실종이라구요?”
단목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완벽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여기까지는 단목룡도 들어 알고 있었다.
“음. 이유는 찾았나?”
“단목세가의 본가가 있는 양주로 가려면 장강을 건너야 하는데, 장강을 건너기 위한 나루터 쪽에 상당히 넓은 지역이 불에 탔다가 급히 꺼진 흔적이 있습니다.”
“그럼 누군가와 결투를 벌인 후 그 상대가 태워죽였다는 말인가?”
단목룡이 미간을 좁혔다.
“태워죽였다면 그것대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제 추측으로는 화골산을 쓴 것 같습니다.”
“화, 화골산이라면 보통 살수들이 쓰는 악독한 물건 아닌가요?”
단목란이 눈을 휘둥그레 치켜뜨며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네. 그러합니다.”
“흠. 백도의 무사라면 화골산 같은 건 잘 안 쓸 텐데… 흑도의 인물과 시비라도 붙은 걸까?”
단목룡이 나름대로 추측을 하자 호상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 부분이 이상합니다. 흑도 쪽 인물이라면 저희 정보망에 이미 걸렸을 텐데….”
“그, 그자예요!”
하얗게 질린 단목란이 몸을 감싸며 소리쳤다.
“누구 말이더냐?”
동생의 호들갑에 단목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처, 청풍표국의 식객요! 백 호법이 그랬어요. 그자의 정체에 대해 아버지께 보고를 올려야 한다고…!”
원래는 그날 봤던 것과 자신과의 대화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백웅에게 부탁을 받았지만, 그가 죽고 난 마당에 숨기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흠.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것이더냐!”
단목룡이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지금까지 단목란은 자신의 추궁에도 잘 모르겠다고만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자의 정체라니!
“그, 그게 백 호법이 아버지께 말씀드려 확실해질 때까지는 아무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하셔서….”
단목란이 목을 움츠렸다.
평소에는 봄바람 같은 그의 오라버니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음. 그럼 백웅이란 분과 그 식객이 구면일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호상희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이 차이도 좀 나고…, 활동 지역도 달라서 둘이 구면일 리는 없을 텐데….”
단목룡이 자신의 동생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혀를 차며 등을 뒤로 기댔다.
“그럼…. 혹 그자의 무공을 보고 뭔가를 유추한 것이 아닐까요?”
“무공?”
단목룡이 다시 단목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단목란이 혹시 뭔가를 알 수 있을까 하는 기대의 눈빛이었다.
“자, 잘 모르겠어요. 무슨 무공인지는 너무 빨라서…. 그런데 어두운 밤에도 확실히 느껴졌던 건 그자의 주위에 검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검은 바람이라….”
단목룡이 고개를 갸웃했다. 흑색의 검기를 쓰는 자는 본 적이 없다.
“흑도나 새외 마궁 쪽 무공을 익힌 건가?”
단목룡이 말하는 마궁은 새외 흑도 3궁을 일컫는 말이었다.
과거 마교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그들은 이제 종교의 틀을 벗고 무력 집단으로 탈바꿈했지만, 그들을 부르는 건 단지 마교에서 마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원 밖에 있는 이들을 모두 오랑캐라 싸잡아 부르는 것처럼.
“저도 알아보겠습니다. 검은 바람이나 검은 안개 등 조금이라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무공을 쓰는 자는 모두 조사해보겠습니다.”
“음….”
단목룡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호기심과 호승심이 솟구쳤다.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같은 사대성의 팽가일성 팽원호를 이겼다고 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낙에 팽원호가 설렁설렁하는 성격이라 방심하다 졌을 거라고.
그런데 백웅의 일과 다시 맞물리자 이상하게 가슴이 들끓었다.
“분가주에게 내가 요청하더라고 이르거라. 이번 신성대연의 초청명단에 청풍표국도 넣으라고.”
“처, 청풍표국을요?”
단목란이 움찔하며 물었다. 다시 그 식객이라는 자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 것이다.
“그래. 그리고 정식으로 초청장을 전달하라고 해. 얼굴을 한 번 봐야겠어.”
신성대연에 초청장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앞으로 강호를 움직일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여는 연회에 참석한다는 건 앞으로 자신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이기에 그 초청장 하나를 받기 위해 각 단체의 수장들은 혈안이 되었다.
초청장을 받지 않고도 그들의 눈에 들어 보려고 신성대연이 벌어지는 장소에는 수많은 인파가 군집하는 마당이다.
간혹 그렇게 서성이다가 초청장을 받은 이의 눈에 들어 같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초청장이 또한 권력이 되는 악순환이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 같이 들어가기 위해 가문의 딸이나 심지어 첩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청풍표국은 당연히 소주의 작은 표국으로 초청장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처지였다.
그런데 지금 단목룡의 말 한마디로 초청장이 손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한 당사자는 오히려 소문의 ‘식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물론 보고자 하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후기지수 최강의 진천구성이 먼저 움직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단목룡의 기대감으로 눈이 빛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호상희의 눈에도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 * *
사라락.
밤늦은 시각. 임요성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유롭게 강호백서를 읽고 있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땐 그냥 강호 군협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딱히 와닿지도 않고, 그냥 심심풀이로 읽는 기분?
그런데 실제 책에 나오는 당사자를 만나고, 실존하는 세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제는 내 이야기가 되었고, 그때부터는 새롭게 다가왔다.
오늘은 강호백서에서 황보세가 부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읽고 있었다.
아까 낮에 있었던 비무를 생각하며 살펴보니 훨씬 이해가 빨랐다.
사실 임요성이 익힌 백타술은 그저 그런 백타술이 아니었다.
황보익은 임요성에게 지고 나서 자신의 성취가 부족하다며 자책했으나, 사실 임요성이 펼쳤던 무공은 과거 이름 높은 백타술의 달인이었던 구룡번천(九龍飜天) 혁련상(赫連象)의 독문무공이었다.
이미 백 년 전에 활동한 인물이라서 그의 이름이나 무공을 말해서 알만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북방 유목민족의 먼 후손이었는데, 중원으로 들어와 우연한 기회에 은자를 만나 무공을 익힌다.
수많은 실전 끝에 일가(一家)를 이루지만 기존 문파들의 텃세에 염증을 느껴 신강으로 가서 당시 천산마교에 의탁, 중원 침공에 앞장선다.
그가 익힌 것이 마공은 아니어서 폐기되지 않고, 황궁무고로 흘러 들어간 것을 묵천군이 찾아낸 것이다.
쾌에 바탕을 둔 그의 무공과 짝을 이루기에 알맞은 성질의 무공이라 선택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실제 권법과 검법은 그 기맥에서부터 길이 달라진다.
권법은 패도적이며 강한 기맥을 타고난 이에 어울리고, 검법은 그보다 섬세하고 세밀한 기맥을 가진 이에게 잘 맞는다.
그런데 이 천강투는 그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맹한 백타를 펼치도록 도와줬고, 종국에는 검법에도 힘을 더 실을 수 있게 해주었다.
쾌에 바탕을 두었지만, 그 강맹함 역시 어느 패도적인 무공에 밀리지 않았기에 혁련상은 이 무공을 북두칠성을 참고하여 천강투(天罡手)라 이름 짓게 된 것이다.
칼을 사용하는 임요성에 있어 천강투는 보조적인 무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나 황보익과의 비무에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경이라는 경지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 정신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경지다.
무기술과 백타술을 굳이 나눠 경계를 세우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임요성은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팽원호가 출타하자 저녁에 놀자고 조르는 사람이 없어 모처럼 사색에 잠겨 있던 임요성의 눈에 문득 서늘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턱.
책을 덮으며 임요성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밤손님인가?”
예상은 했다.
이렇게 공격을 받아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까마귀 떼가 몰려올 거란 것을.
임요성이 북풍한설처럼 싸늘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