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50
청풍표국 최강식객 050화
50화. 참교육 (3)
청풍표국이 보이는 수풀 뒤로 검은 인영들이 늘어서 있었다.
“흐흐흐. 저기가 청풍표국이냐?”
황만충이 몸을 낮추고는 음산하게 웃자 옆에 붙어 있던 홍사마가 따라 웃었다.
“흐흐흐. 우리의 보물단지지요. 이제 손만 뻗으면 소주검문의 수많은 금은보화들과 무기들이 우리 손에 들어옵니다.”
두 사람의 뒤에는 심복 열 명이 박도를 꼬나쥐고 킬킬대며 시비들은 자기 몫이라며 흥분해 있었고, 그 뒤에는 지원받은 절정고수 세 명이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그 뒤로는 낮에는 백련문의 무사들이었다가, 밤에는 흑도방의 개들이 되는 약 오십여 명의 방도들이 쇠방망이, 박도, 철검 등등 손에 익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갑시다. 팽가일성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 빨리 처리하고 빠져야 하오.”
뒤에 서 있던 세 무사 중 왼쪽 볼에 흉터가 있는 한 명이 못 참고 재촉하자 황만충도 지지 않고 맞섰다.
“거참 알겠소. 괜히 명령하듯 말하지 마시오.”
“…후우. 알았으니 적당히 합시다.”
여기서 대거리를 해봤자 서로 손해기에 둘은 적당한 선에서 물러섰다.
황만충의 손짓에 검은 파도가 천천히 청풍표국에 밀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깐!”
앞서가던 황만충이 멈칫했다.
“또 뭐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뒤를 돌아보자 아까 시비를 걸던 무사가 손가락으로 청풍표국의 담벼락 위쪽을 가리켰다.
“하, 또 무슨 일이길래….”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본 그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비쳤다.
저게 뭐지?
눈을 비빈 후 다시 보자 사람이 표국의 담벼락 위에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사, 사람!?”
깜짝 놀란 황만충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방주, 진정하십시오, 아마 그 식객 놈일 겁니다.”
홍사마가 침착한 어조로 그를 달랬다.
“아, 그, 그렇지….”
머쓱해진 황만충이 입맛을 다시며 뒤를 돌아봤지만 세 명의 무사들은 딱딱하게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왜들 그러시오? 우리가 말한 그놈이오. 당신들이 맡아줘야 할.”
“…첨에 절정무인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하아, 이 새끼 왜 반말이지?
황만충이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뭔가를 내리누르며 물었다.
“…그런데 왜들 그러시오?”
“씨발! 저게 절정으로 보여?”
뜬금없는 무인의 욕에 같이 욕을 하려던 황만충의 얼굴도 천천히 굳어졌다.
대체로 자기와 비슷하거나 아래 실력의 무인들의 경지는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절대고수가 그렇듯 눈에 잡히듯 읽을 수는 없지만, 절정에만 이르러도 비슷한 정도는 가능했다.
설사 다소간 자신보다 조금 실력이 위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기감에 저 사내의 기도는 전혀 걸려들지 않았다.
눈으로 뻔히 보고 있는 지금도 그랬다.
홍사마가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답답한 듯 물었다.
“도대체 왜들 그러십니까?”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황만충이 더듬거리며 앞에 있던 무사에게 물었다.
“으… 음…. 호, 혹시 내공을 숨기는 무공을 익혔거나….”
“허튼소리! 애당초 그런 무공 자체가 강호 일절에 속한다. 그리고 그런 사술의 흔적은 어느 정도 느껴지기 마련. 지금은 완전히….”
말을 하던 무인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임요성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이 무슨…!’
수많은 바늘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듯한 살기.
움직이는 순간 갈가리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목소리에서 삐그덕 소리를 내며 좌우를 둘러봤지만 두 명 모두 비슷한 처지였다.
‘하아, 씨발 좃됐다.’
절정고수? 조까라 해라. 저놈이 어떻게 절정이냐! 저놈이 절정이면 난 삼류무사보다도 못한 논두렁건달 정도일 거다.
괜히 이런 엿 같은 건수를 가져온 호상희가 미치도록 미워졌다.
‘호썅년…!’
그때 임요성의 나직한 말소리가 마치 귓가 바로 옆에서 울리듯 백련방도 전체에 퍼져나갔다.
“잡담은 다 나눴나?”
팔짱을 끼고 있던 임요성이 흑아와 흑조를 빼내어 두 손에 쥐었다.
“요즘 우리 표국에 인력이 좀 딸려서 말이야. 보아하니 흑도 쪽 애들인 것 같은데 아주 잘됐어.”
“씨발 쳐라!”
이판사판이다. 황만충이 고함을 치며 명령을 내렸으나….
슈슈슉!
“허업!”
파바방!
세 발의 지풍이 허공을 갈랐고, 뒤에 있던 흉터 사내 일행이 기겁을 하며 몸을 틀어 날아오는 지풍을 튕겨냈다.
하지만 그사이 황만충과 홍사마의 목에 칼이 그어졌다.
푸슉! 푹!
바로 여산홍과 매영옥이었다.
여산홍은 강호 최정상 살수였기에 당연히 은신술이 남달랐고, 매영옥 또한 묵천군의 은신절기인 능비혼을 익혔기에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드러난 상처는 두 사람의 성향을 대변했다.
여산홍이 최소한의 깊이만 베며 죽였다면, 매영옥은 그냥 아주 목을 꿰뚫어 버렸다.
그 모습에 여산홍이 눈을 가늘게 뜨자 매영옥이 배를 내밀었다.
“뭐, 뭐요?”
“…….”
여산홍은 이 여인과는 그냥 말을 섞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오랫동안 소주의 뒷골목을 거닐며 수많은 힘없는 이들에게서 고혈(膏血)을 짜내던 흑도방주의 칼 한번 뽑아보지 못한 허망한 최후였다.
애당초 임요성은 수뇌부에는 미련이 없었다. 그들은 대가리가 이미 굵어졌기 때문에 회유나 갱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아래 방도들은 생계형 흑도들이라 잘만 구슬리면 데리고 쓸 수 있겠다 여긴 것이다.
일련의 상황에 흉터 사내와 동료들은 눈을 마주쳤다.
오는 길에 그들은 만에 하나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일이 발생하면 무조건 한 명은 살아서 호상희한테 알려주기로 했다.
지금 세 명이 모두 도망치면 한 명은 살 수 있을 터.
서로의 생각이 확인되기까지는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세 명이 극성의 경공을 펼치며 동시에 뒤로 몸을 날렸으나….
사아악!
“……!”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임요성의 흑아의 검풍에 흉터 사내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리고 흉터 사내가 쓰러짐과 동시에 흑조가 임요성의 손에서 날아가 도망치는 다른 사내의 목을 뒤에서 꿰뚫어 버렸다.
털썩.
사내 역시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인지도 못 한 채로 죽었고, 나머지 사내 역시 거기서 조금 더 갔을 뿐 탈혼 이 초식 단천에 의해 몸이 이등분되며 갈라졌다.
“어, 어어…!”
백련문, 아니 흑도 백련방의 방도들은 모두 손과 발을 벌벌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이랬다.
잘 가던 방주가 갑자기 길을 멈춰서 무사들이랑 서로 뭔가 얘기를 나누더니 경악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눈 한번 깜빡였더니 갑자기 두 사람이 땅에서 솟았는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슉 하며 나타나 방주와 군사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깜짝였을 땐 하오문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자랑하던 그 세 명의 절정고수들 중 두 명이 죽었고, 또 한 번 깜빡였을 땐 나머지 한 명이 죽었다.
세 번의 깜빡임에 자신들 앞에 서 있던 고수가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덜덜덜덜!
유달리 크게 느껴지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학사풍의 사내가 자신들한테 걸어오자 흥건했던 온몸의 땀이 말라붙었다.
침을 삼키려 해도 입안이 말라 침이 삼켜지지도 않았다.
도망가고 싶어도 고양이 앞의, 아니 호랑이 앞의 쥐처럼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흠…. 무공 수준이 수준 이하군.”
그들의 귀에는 지옥의 야차가 유황을 내뿜으며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들리지가 않는다. 귓가에 윙윙 이명이 들리는 듯하다.
뭔가 얼이 빠진 듯한 그들의 표정에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들 눈빛이 왜 저렇지? 둘이서 이것들 사람 좀 만들어 봐.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처럼 야들야들하게. 교육시켜서 따로 쓸 곳이 있으니까.”
여산홍이 존명을 외쳤고, 매영옥이 씨익 웃으며 팔을 걷었다. 그리고 검집을 꼬나 쥐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여산홍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자신도 비도집을 손에 쥐었다.
아아…. 하늘이시여.
그 모습을 보며 백련방의 방도들이 떠올린 마지막 제대로 된 문장이었다.
* * *
청풍표국이 혹도들에게 습격을 받던 시간, 강호 어딘가의 낡은 사당.
한 여인이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미행은 당연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미 사당 주위 수십여 장은 진법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누가 오더라도 여느 풍경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지나쳐 갈 것이다.
사당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다시 작은 제단 위에 있는 물건들의 배치를 조심스럽게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단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지하로 연결된 공간으로 그녀가 들어가자 제단은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스르륵 닫혔다.
“림주. 상희입니다.”
그 여인은 바로 소주제일루의 루주이자 하오문 소주지점장인 호상희였다.
그녀가 들어선 곳은 사람 하나 들어올 정도의 구멍이 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 모습이었다.
한가롭게 지저귀는 새, 저 멀리 보이는 작은 폭포와 발아래 펼쳐진 작은 호수까지.
무릉도원인가 싶은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져 있었고, 작은 기와집 앞의 정원에서 분재를 가꾸던 노인이 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그래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로 노부를 기쁘게 해줄 테냐?”
“림주. 오늘은 단목룡 공자에 대한 내용으로 찾아뵈었습니다.”
“오, 그래? 그 녀석이 하던 일은 잘 마무리되었느냐?”
“아닙니다. 실패했습니다.”
“호오?”
노인이 눈빛을 빛냈다.
“변수가 있었습니다. 청풍표국에 식객으로 들어온 자가 있사온데, 그의 무위가 너무 뛰어나 청풍표국을 지우는 데 실패했고, 그나마 소주검문을 계획대로 멸문시키긴 했으나, 이번에 새로 온 무림맹 강소지단주가 청풍표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소주검문이 그쪽으로 넘어갔습니다. 결론적으로 둘 다 실패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호상희의 보고를 듣는 노인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허. 그 녀석 실망이 크겠구나. 하긴 세상일이 늘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지. 또 그런 실패를 해야 우리 쪽 일이 더 잘 풀리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말씀인지…?”
“제 능력의 부족함을 알고 우리가 내미는 손을 잡을 게 아니겠느냐?”
“그럼…?”
“아니. 아직이다. 좀 더 뜸을 들여야겠지. 자신의 부족함을 처절히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까지 포섭한 이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알겠습니다.”
“음. 혈궁 쪽은?”
“예. 말씀하신 곳에 물건을 잘 숨겨두었고 충분히 소문도 내두었습니다. 그리고 장보도도 준비되었습니다. 미끼를 물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호상희의 보고에 노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수염을 쓸었다.
“좋아. 이번 일을 시작으로 새외 쪽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지금부터는 장보도를 풀 때까지 날 찾아오지도 말고 각별히 몸가짐에 유의하도록.”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음.”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호상희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분재를 바라보던 노인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마. 조금만 기다리소서. 곧 빼앗긴 마마의 자리를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노인의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