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53
청풍표국 최강식객 053화
53화. 의려지망 (1)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다 보니 두혜련은 이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동안 다친 아비의 병간호에다가 표국의 일까지 치여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옆에서 걷은 임요성을 힐끔거리며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두혜련이었다.
이제 완연한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봄철의 강남은 만개한 꽃처럼 거리도 활기에 넘쳤다.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봄꽃들과 이제는 살짝 더워지는 공기가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들을 보다가 청풍표국의 두혜련임을 알아본 이들이 지나가며 조의를 표하기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했으나 별다른 행동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분타주께서 고생을 좀 하셨겠군.’
풍림개는 자신의 부탁을 실로 완벽하게 들어주었다.
단목룡이 이 모든 일의 배후라는 사실을 함부로 밝힐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악의 무리로 낙인찍히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방도들을 이용해 이번 일이 어떤 암중 세력의 음모라는 걸 퍼뜨려 달라고 했던 부탁.
처음엔 믿지 않던 이들도 계속 소문이 퍼지고, 소주검문의 보물들을 피해자들에게 주어 넉넉히 보상한 일, 두진호의 성정상 그런 인물이 아니란 걸 아는 이들의 적극적인 옹호 덕에 지금은 오히려 동정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오히려 응원을 보내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걷는 두혜련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본 임요성은 다시금 풍림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아름다운 소주의 밤거리를 걷던 일행을 보고 누가 아는 체를 했다.
“어? 임 공자님!”
“음?”
“어머?”
임요성과 두혜련의 얼굴이 동시에 놀란 표정이 되었다.
“하이고! 맞군요! 저 알아보시겠습니까? 하북에서….”
“알고말고요! 분타주님께 말씀 들었어요. 한번 인사드리러 간다는 게 표국 일이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압니다요, 압니다요. 저는 그냥 이렇게 만나 뵌 것만도 기쁩니다.”
두혜련이 반갑게 아는 척을 하자 청풍객잔의 주인, 고광춘이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라 했다.
“반갑습니다. 분타주님께 얘기를 듣긴 했는데….”
임요성이 객잔 앞에 걸린 현판을 봤다.
“흐흐. 공자님과 아가씨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이렇게 지어봤습죠. 혹시 불편하시다면….”
두혜련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청풍객잔! 뭔가 저희랑 연이 닿아있는 것 같고, 저는 좋아요!”
그러면서 동의를 구하듯 임요성을 바라보자, 임요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습니다.”
“잘됐네요! 그럼 여기서 저녁을 들고 가요. 중요한 분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공복에 가는 것보다는 든든하게 먹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두혜련이 손뼉을 치며 웃음을 짓자 모두들 임요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렇게 합시다. 그리 바쁜 건 아니니.”
“아이고, 감사합니다. 꼭 식사를 하고 가시라고 인사를 드린 건 아니었는데… 아무튼 제가 덤으로 만두 한 접시씩 대접하겠습니다요!”
너스레를 떠는 고광춘의 뒤를 따르며 일행이 청풍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꽤 오래된 곳인 듯 벽면이며, 집기들이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주인이 바뀌었음에도 객잔 안에는 드문드문 손님이 있는 것이, 이미 예전부터 오던 단골인 듯했다.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 중에 나윤천이 머리를 긁적이며 임요성을 쳐다봤다.
“저… 공자님.”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임요성이 앞을 보며 말했다.
사실 나윤천과 여산홍은 나이가 비슷했지만, 임요성이 둘을 대하는 태도는 차이가 있었다.
여산홍은 마음으로 자신을 따르는 이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고, 나윤천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임요성도 크게 곁을 주지 않았다.
“죄송한데 잠시만 집에 다녀오면 안되겠습니까?”
그의 말에 임요성이 고개만 살짝 돌렸다.
“집?”
“예. 말씀드렸듯이 아내가 있는데 몸이 안 좋은데 두고 와서….”
“그럼 가봐야지. 오래 걸리나?”
“그건 아닌데….”
“천천히 보고 의망루로 바로 합류하도록.”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나윤천이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임요성이 말없이 지켜보았다.
* * *
소주 외곽의 골목 끝에 있는 작은 초옥.
“하아, 하아.”
나윤천이 급히 자신의 집으로 들어섰다.
벌컥.
방문을 열자 아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신음을 하고 있었다.
“젠장!”
하루 정도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여겼는데….
급히 부엌으로 가서 다리고 남은 탕약을 사발에 들이부었다.
날 듯이 방으로 다시 들어와 탕약을 먹인 그가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아내를 지켜보았다.
“하아…. 여보….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나윤천의 아내 신수연이 살짝 겁먹은 얼굴로 쳐다봤다.
자신 때문에 남편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더랬다.
하지만 막상 남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덜컥 겁이 났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눈을 떴는데 늘 옆에 있던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버리고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그렇게 마음이 무너지자 갑자기 열이 들끓더니 온몸이 타는 듯 뜨거웠다.
지금도 탕약을 먹어서라기보다는 남편을 보자 마음이 진정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들끓은 몸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미안하오, 여보. 내가 좀 더 능력이 있다면 당신을 이렇게 두지 않을 터인데….”
“아녜요… 여보… 전 당신이 이렇게 옆에 있어 주는 것만 해도 행복해요….”
신수연이 힘없이, 하지만 하나의 꾸밈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나윤천의 얼굴은 사실 뺨을 가로지르는 흉터만 아니라면 꽤 멀끔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입고 있는 허름한 옷만 아니었다면 고생 한번 안 하고 자란 도련님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 실제로 그러했다. 무관의 몰락만 아니라면.
마흔 언저리에 절정에 오른 그는 나름 주위에서 인정받던 무인이었다.
하지만 의문의 세력에 의해 무관이 몰락하고, 그 와중에 독을 들이마신 아내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안 좋아진 것이다.
이름난 의원을 수소문해 봐도 아무도 제대로 독이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독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탕약을 올리고는 있으나 그 돈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원의 이름난 의원에게 데려다주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하오문에 투신했다.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고, 그 과정에서 사내 역시 성정이 거칠고 독하게 변해갔다.
아내의 치료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이번 한 건만 제대로 하면 아마 중원 3대 의원 중의 한 곳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을 거라 행복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이젠 살아남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아내를 두고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윤천이 살며시 아내의 손을 잡을 때였다.
“내가 좀 봐도 되겠나?”
“헉!”
나윤천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제대로 닫혀있지 않은 방문밖에는 임요성이 뒷짐을 진 채로 서 있었다.
“고, 공자님…!”
“누… 구신가요?”
신수연이 남편과 임요성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녀도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다. 남편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남편의 집안인 양청무관은 소주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던 무관이었다.
소주의 이름난 호수인 양청호 옆에 자리한 남편의 무관은 작지만 건실한 무관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존경을 받던 곳이었다.
인근 포목점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나름 어디 손 벌리지 않고 살아오던 그녀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부모를 여의자 그녀를 유심히 보던 양청무관주가 그녀를 데려온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두 사람 사이에 훈훈한 기운이 흐르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으나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의문의 무리로부터 습격을 받아 두 사람만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이렇게 강호에서 하루아침에 작은 무관이 사라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때 얻은 병으로 힘겨워하는 자신을 위해 흑도에 몸을 던진 남편.
그를 보며 늘 가슴 아파하던 그녀였다.
누굴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편분과 직장동료라고 해두지요.”
임요성이 짐짓 표정을 밝게 만들며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직장동료…?”
신수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흑도 사람인가?
“여, 여보. 일단 인사드려. 내… 상사야. 이번에 직장을 옮겼거든. 어제도 그 일 때문에 밤을 새웠고.”
“아, 그러시군요. 안녕하세요….”
아픈 몸에 겨우 인사를 하려는 걸 임요성이 손사래를 치며 말렸다.
“아, 괜찮으니 편하게 누워 계십시오.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내가 좀 봐도 되겠나?”
임요성이 나윤천을 보며 물었다.
사실 자리를 비우는 나윤천의 뒤를 밟은 것은 의심이라기보다는 확인을 위해서였다.
앞으로 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확인.
하지만 펼쳐진 광경에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집집마다 사연 없는 집 없다더니…. 저리 능청스러운 사람도 아픔이 있었다는 생각에 괜히 의심한 것이 미안해졌다.
[일단 미행한 건 내가 사과하지. 자세한 얘기는 따로 하고, 일단 아내 몸부터 살펴보게 해주게.]어느새 자신을 대하는 말투도 부드러워진 임요성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나윤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물러나 앉았다.
자신이 보는 임요성은 최소 초절정 고수였다.
절정을 넘어 초인의 경지에 든 사람들은 그 기의 운용과 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어지간한 의원보다 나은 점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딱히 기대를 하진 않았으나 고명한 의원을 구하지 못하는 그로서는 한 번 보여준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임요성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신수연의 맥문을 잡았다.
나윤천은 임요성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숨을 죽였다.
임요성은 신수연의 몸을 살피며 내심 가슴을 쓸었다.
미행을 한 부분에 대해선 면이 서지 않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열이 들끓어 몸이 불덩이였다. 아마 조금만 늦었어도 몸 안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했을 것이다.
임요성이 왼손으로는 맥문을 잡고, 오른손은 신수연의 이마에 얹어 시원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전문 의료기공사 정도의 실력은 안 되었지만, 웬만한 응급처치는 가능했다.
곧 신수연의 벌겋던 얼굴이 홍조를 띠는 정도로 바뀌었고, 그 모습에 나윤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요성은 맥문을 짚어 내부를 관찰하는 동시에 내기를 불어넣어 환자가 독과 싸울 힘을 실어주었다.
약 일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임요성이 눈을 떴다.
“좋지 않군. 혹시 독에 당했나?”
임요성이 잡았던 맥문을 놓으며 바로 신수연의 수혈을 짚었다.
열로 인해 제대로 잠도 못 잤을 것 같아 편히 잘 수 있도록 수혈을 짚은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편하게 대화를 할 필요도 있었고.
“예….”
간단히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며 무관을 탈출하며 입은 부상이라고 말하며 나윤천의 눈이 붉어졌다.
차라리 자신이 독에 당했더라면 하는 표정이었다.
“이건… 청풍표국의 국주께서 당한 독과 그 성질이 비슷하군. 아마 무형지독을 만들기 전에 실험용으로 만든 독인 것 같네.”
“무, 무형지독이라구요?”
나윤천이 깜짝 놀랐다.
사천의 패자인 사천당문의 악랄한 독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온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