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59
청풍표국 최강식객 059화
59화. 무투장의 투견들 (2)
상황 설명을 엄충식으로부터 들으며 임요성과 여산홍은 곽현이 있다는 의방으로 먼저 향했다.
곽현의 상태를 보기 위함이었다.
“일단 뒷이야기는 좀 이따가 듣기로 하지.”
일행이 의방으로 들어섰고, 의원을 찾아 곽현의 상태를 물었다.
“좋지 않소…. 매를 어찌나 많이 맞았는지…. 장독이 올라 위중한 상태요. 약을 쓰긴 했지만… 안 그래도 오랜 격투로 몸이 상한 상태였던 지라….”
의원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에 엄충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치료만 잘 받고 약만 먹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일행은 의원의 안내를 따라 곽현이 누워있는 방으로 향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곽현의 얼굴을 보자 임요성은 친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땐 왜 몰라봤는지….
곽구가 마지막 출행을 나가던 얼굴과 겹쳐 보이자 잠시 상념에 빠졌던 임요성이 의원을 돌아봤다.
“내기를 불어넣으면 어떻게 됩니까?”
“음.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요. 지속된 매타작으로 곯아버린 몸의 내부에 내기를 불어 넣어 힘을 보태주고, 탕약과 침을 병행한다면 효험이 있을 수 있소. 하지만 누가 내기를….”
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요성이 맥문으로 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사실 임요성은 표국에서 나오기 전에도 두진호를 위해 내기를 불어 넣어줬기에 꽤 피곤한 상태였다.
하지만 임요성은 서슴없이 자신의 내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온몸에 들어있던 피멍이 좀 사그라들고, 얼굴의 핏기도 가라앉았다.
“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좋은 탕약을 써주시오.”
“아, 알겠습니다.”
의원의 말투가 대번에 달라졌다.
그는 임요성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도 함가의방이라는 의방을 운영하는 소주의 이름난 의원이었기에 청풍표국에 자주 불려가곤 했다.
현재 두진호가 먹고 있는 탕약도 그가 처방해준 것이다.
‘젊은 사람이 대단하군. 저 정도의 내기를 다량으로 방출할 수 있다니. 아마 요즘 이름이 자주 들리는 무림일성이라는 청년인 모양이로군.’
함중현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사실 그날 표국을 나오면서도 곧 두진호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두진호가 죽었다는 말이 들리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임요성의 처치를 보고는 그 이유를 알았다.
‘둘 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구먼.’
이름난 기공사에게 부탁해서 이 정도의 내기를 불어넣으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들은 공짜로 이런 기공술 처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투견장으로 갔으면 곽현은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난 임요성이 다시 엄충식을 앞세웠다.
“그래. 그러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대회를 무사히 끝마치고 돈을 받아서 갔다고 하지 않았더냐?”
임요성의 살기 어린 음성에 그 커다란 덩치의 엄충식이 찍소리 못하고 당시의 상황을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개집에 남아 있던 애들 중에 겨우 곽현이 살고 있는 동네 정도만 알고 있던 놈한테 위치를 듣고 뛰어갔는데….”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도록 뛰어간 엄충식은 무투장에서 곽현의 동네로 가는 중간에 있는 작은 야산에서 피투성이가 된 그를 발견한 것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일단 가끔 가던 의방에 곽현… 아니 형을 맡긴 겁니다.”
엄충식의 말을 듣던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주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현이는 큰일을 치를뻔했다.”
별말 아니었으나 딱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닌 어른이 칭찬을 해주자 덩치는 곰만 한 엄충식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
옆에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여산홍이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엄충식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제가 본 것만 열 명이 넘게 졸업을 했는데… 실제 다시 와서 얼굴을 비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소문에는….”
엄충식은 청소부한테 들었던 내용과 기존에 자신이 알던 내용을 포함해 임요성에게 말해주었다.
“개자식들….”
임요성의 뒤를 따르던 여산홍이 주먹을 꾹 쥐었다.
덩치로 따지자면 엄충식이 여산홍보다는 머리통 하나는 더컸다.
하지만 풍기는 기세는 자신과 차원이 달랐기에 엄충식은 여산홍을 선망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나도 제대로 된 무공을 배웠으면 좋겠다….’
왠지 곽현이 부러워지는 엄충식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곽현과 연관이 있는 어른들 같은데 강호에서 활동하는 무인들이 분명했다.
아마 병석에서 일어나면 곽현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어느덧 무투장에 도착했다.
겉으로는 털이 죄다 뽑힌 개들이 줄줄이 걸려있는 것이 딱 봐도 개도살장이었다.
“저 옆에 커다란 철문으로 잠겨 있는 곳이 지하 투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해도 대놓고 불법도박장을 운영할 수는 없으므로 개도살장으로 위장해둔 모양이었다.
“저기 뒤쪽으로 가시면 개구멍이 있어서….”
엄충식은 자신이 빠져나온 개구멍을 안내하려고 했으나 여산홍이 눈빛을 빛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 그건 강철문인데…?”
콰앙!
성큼성큼 걷던 여산홍의 내기를 담은 발길질에 그대로 강철문이 튕겨 나갔다.
“어….”
통짜 강철로 된 문이 통째로 뒤로 튕겨 날아가자 밑으로 가는 계단이 나왔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상황을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여산홍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임요성이 뒤따랐다.
“여 호위가 몸이 달았군.”
여산홍은 어린 소년들을 데리고 와 교묘하게 꼬셔서 무투노예로 부리는 이들에 대해 듣고는, 자신의 아들인 여대창이 생각나 감정이입이 된 상태였다.
그건 임요성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동생이 있었다는 것도 있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불량인 시절의 자신들이 투영되니 폭발하는 살기를 다스리기 힘들 정도였다.
멍청한 눈으로 문을 바라보던 엄충식이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임요성을 보며 다급히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같이 가요!”
헐레벌떡 뒤를 따르는 모습이 꼭 강아지가 주인을 따르는 것처럼 덩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 * *
“크흐흐흐.”
“흐흐흐흐.”
“왜 따라 웃냐?”
“흐흐, 장주님이 웃어서요.”
“큿큿. 역시 넌 감이 좋아.”
책상 위에서 전표를 정리하는 사내는 바로 이 투견장의 바지사장인 송만극이었다.
왼쪽 눈을 가로질러 짙게 새겨진 검상이 꽤 험악해 보이는 역삼각형 모양의 얼굴을 가진 전형적인 악인의 상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실실거리고 있는 이는 덩치는 그보다 컸고, 얼굴 전체를 덮은 수염이 산적이면 딱 어울릴 상이었다.
“오룡아, 하오룡.”
“예, 옛! 장주님.”
“그래. 오늘 일은 잘 처리해주었다.”
송만극의 얼굴이 사무실 옆에 도열해 있는 열 명의 덩치들을 훑고는 다시 하오룡에게 향했다.
툭.
“여기 동생들이랑 고기나 사 먹거라.”
하오룡이 잽싸게 전낭을 챙겼다.
“흐흐. 감사합니다. 저기 그런데….”
“뭐냐?”
전표를 정리해 종류별로 담던 송만극이 하오룡을 흘깃 쳐다봤다.
“오늘은 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묻어버리지 않고, 강도를 만난 것처럼 위장을 하라고 하셨습니까?”
그들은 곽현을 치도곤하고 줬던 돈을 뺏어서 온 장본인들이었다.
“흠. 요즘 소문이 도는 거 모르냐? 우리가 애들을 빼돌린다는 소문 말야.”
“아, 저도 들은 적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놈이 그러고 다니길래 반 죽도록 패놨습죠. 흐흐흐.”
“휴우. 용아. 그러니깐 니가 안 되는 거다. 그러니 더 의심받지 않았느냐.”
송만극은 약간 덜떨어지긴 했지만 충성심 하나만큼은 발군인 하오룡을 꽤 아꼈다.
그래서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걸 참으며 타이르듯 말하는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다. 자, 들어봐라. 의심을 받고 있는 이때 괜히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괜한 분란이 생길 수 있다.”
“불알 말씀이십니까?”
“분란! 이 새끼야! 분란! 분란! 시끄러워진다고!”
퍽. 퍽. 퍽. 퍽.
“꾸에엑! 잘못했습니다! 장주님!”
의자에서 튕기듯 날아가 가슴팍을 차고는 어깨며 배며 할 것 없이 짓밟던 송만극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쓰윽 정돈하며 숨을 내쉬었다.
“후우. 용아. 귓구멍 비수로 쑤셔버리기 전에 잘 들어라.”
“옙!”
이미 그 정도 때리고 맞는 것은 서로 간의 애정의 확인이었던 둘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냐는 표정으로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튼 평소랑은 좀 다르게 가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어차피 소문은 우리 하오문도들이 잘 버무려 줄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
송만극의 말처럼 그들은 소주 하오문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일을 벌인 이유기도 하다.
하오문도들이 소문을 조작했기에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이가 생기면 하오문도들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목이 날아갔다.
만약 고수가 나타난다면 흑사회가 움직이기도 했으니,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내가 말한 거 새겨듣고, 오늘은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배만 채우고 흩어지도록 해.”
“존명!”
“큿큿. 미친놈.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
콰앙!
그때 위층에서 들리는 굉음에 송만극이 벌떡 일어섰다.
“무, 무슨 일이냐?”
“글쎄요. 문이 깨져나가는 소리 갔기도 하고….”
“하아. 무식한 놈! 가기는 소리가 어딜 가냐 이 개새꺄! 당장 튀어 가봐!”
바로 날아온 욕에 하오룡이 헐레벌떡 사무실의 문을 잡고 미는 순간!
“꾸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하오룡의 육중한 덩치가 그대로 나뒹굴어 송만극의 책상 앞에서 멈췄다.
“누, 누구냐!”
송만극이 급히 정산 중이던 전표를 벽면 뒤 금고로 넣었다. 하지만 너무 급히 숨기느라 채 잠금장치를 하지 못했다.
여산홍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임요성 앞에서나 힘을 못 쓸 뿐이지 그도 사천 무림을 들었다 놨다 했던 살수였다.
살법에 있어서는 자타공인 최정상급 실력을 가진 것이 그였다.
뻐억!
사무실 옆에 도열해 있던 덩치 중 한 명이 몰래 옆에서 덮치려다 그대로 여산홍의 각법 일격에 태양혈이 격중당하며 바닥에 맥없이 처박혔다.
“도, 도대체 뉘시오….”
송만극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자신이라고 해도 저 덩치를 저렇게 동네 강아지 때려잡듯 잡기는 힘들었다.
딱 봐도 고수. 송만극은 혹시 소주 암적패의 반대 방파가 고용한 이들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임요성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따라 엄충식이 쭈뼛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에 여산홍이 옆으로 살짝 길을 터주는 모습에 송만극은 그가 우두머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서려는 찰나 맨 뒤로 들어오는 엄충식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너, 넌! 엄충식이 아니냐! 니가 왜 거기서 나오는 거냐!”
처음엔 우물거리던 엄충식은 임요성 일행을 믿고 배를 툭 내밀었다.
“흥! 당신이 저자들을 시켜 곽현의 돈을 갈취한 걸 모르는 줄 알아! 당신은 이제 뒤졌어! 이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데!”
어디서 얻어맞고 나서 자기 형을 데리고 온 듯한 엄충식의 표정은 의기양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