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6
청풍표국 최강식객 006화
6화. 시작되는 인연(2)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여인은 무덤덤한 성격의 임요성이 보기에도 눈 다시 감았다 뜰 정도로 상당한 미인이었다.
황실에서 수많은 궁녀들과 전 황제의 후궁들도 먼발치에서 봤던 그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어디 가서 절대 꿇릴 얼굴이 아니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에는 윤기가 흘렀고, 도톰하게 솟은 이마에서 부드럽게 흘러내린 곡선은 콧날을 거쳐 도톰하면서도 붉은 입술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약간 그은 피부는 건강미가 돋보였고, 자신의 가슴께 오는 키에 옷은 표국의 표사들이 입는 옷처럼 보였다.
그리고 멍하니 자신을 보는 둘을 향해서 통통 튀는 듯한 발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저씨. 어린 공자가 어리숙해 보인다고 너무 바가지 씌우는 거 아녜요?”
그녀의 말에 임요성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며 내가 어리고 어리숙해 보이나 고개를 갸웃했다.
“바, 바가지는 무슨…!”
주인이 갑자기 나타난 여인을 보며 기겁을 했다.
“저 말이 어딜 봐서 이백 냥짜리예요! 백 냥, 아니 오십 냥만 해도 충분하겠구만!”
여인의 말에 주인이 펄쩍 뛰었다.
“허어! 이 처자가 깎아도 그렇게 후려치는 게 어딨나?”
하지만 여인은 오히려 게슴츠레 눈을 뜨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저씨. 저 기억 안 나요? 어제 병든 말 처분하고, 다른 말 몇 마리 사 갔던 청풍표국?”
“음? 아… 아, 그렇구먼. 흠흠. 아직 출발 안 했었나?”
주인이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그제야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원래는 배 타고 가려고 했는데, 수량이 안 된다 해서 말을 더 사서 육로로 간다고 어제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긴 표행에 필요한 짐마차 수리랑 이런저런 일 때문에 며칠 더 있다 갈 거라고.”
허리춤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임요성은 꽤 신선한 바람이 가슴에 부는 걸 느꼈다.
강남 여인들은 다소곳하고 우아하다더니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만 보자면 담담하고 조용한 성격의 임요성이 더 강남사람 같았다.
하지만 적당히 그은 피부에 작은 키는 전형적인 강남 여인의 외모였다.
자기 가슴께밖에 오지 않는 여인이 상인을 몰아세우자 임요성은 내심 웃음이 났으나 겉으로 표는 내지 않았다.
“흠흠. 내가 바가지를 씌우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좋은 말이다,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뭐 이런 뜻으로다… 흠흠. 공자, 오해는 마시고. 아무튼 오십 냥만 내시우.”
말 한마디에 이백 냥에서 오십 냥으로 깎이자 임요성도 살짝 놀란 눈으로 여인을 쳐다봤다.
“헤헤. 고맙죠? 너무 고마워하진 마시구요. 사해가 동도라지 않나요. 그럼 좋은 여행되세요.”
자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여인이 가벼운 걸음으로 멀어져 가자 뒷모습을 쳐다보며 옆에서 주인이 입맛을 다셨다.
“흠흠. 저기 강남 쪽에 소주랬나? 거기 청풍표국이라는 곳에 장녀라는구먼. 어제 표행 중에 다친 말들을 처분하고 새 말을 사면서 안면을 텄지. 처자가 참 싹싹하고 심성이 고와. 흠흠.”
그리 말한 주인이 뒷짐을 지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을 들으며 임요성의 마음속에 청풍표국이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도움을 주고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지나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 * *
하북성 하간부(河間府).
제국의 수도인 북경을 품고 있는 하북성의 중심도시이며, 하북무림의 패자이자 강호 팔대세가의 한 곳인 팽씨세가(彭氏世家)의 본가가 자리한 곳이다.
북경과 인접한 곳인 이유도 있었지만, 하북팽가가 위치한 곳이라 무림인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멀리 팽가가 보이는 번화가에 위치한 고가객잔(郜家客棧)의 2층에 두 사내가 주거니 받거니 낮술을 청하고 있었다.
식탁에 세워둔 박도와 허름한 무복이 두 사람 모두 낭인이라는 걸 나타냈다.
“자네 그 소식 들었나?”
“무슨?”
“이번에 결국 모든 황자들을 숙청하고 삼 황자가 황위를 승계했다고 하는구먼.”
“그래? 결국 그리되었나. 그게 황제께서 갑자기 승하하시고, 공석이 된 황위를 두고 황자들끼리 다툼이 일어난 것이 발단이지?”
“그렇다고 봐야지.”
“그러고 보면 황실이나 강호나 별다를 게 없군. 저 이름난 명문세가에서도 후계자들의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가.”
“그렇지. 하지만 황자들을 욕하기도 우스운 게 내가 먼저 죽이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되니, 뭐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을 쳐야 하지 않겠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닐세.”
“그럼 뭔가?”
“이번에 대거 떨려난 다른 황자들의 심복들에게서 흘러나온 건데….”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상체를 숙이자 앞에 있던 이도 덩달아 몸을 숙였다.
“삼 황자의 곁에 엄청난 고수가 있었다고 하는구먼.”
“그래?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고수라는 말에 사내가 관심을 보였다.
실력은 별로였지만 자신도 칼밥 먹고 사는 낭인이었기에 응당 호기심이 동했던 것이다.
“막바지에 와서는 그 사내 혼자서 동창의 정예를 괴멸시켰다고 하지 않는가?”
“허어 무슨…. 혼자서 무쌍을 찍었군. 뭐, 강호의 초고수라도 곁에 두었다는 말인가?”
그의 의문에 맞은편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아닐세.”
“그 말은?”
“그래. 강호의 인물이 아닌 황자가 어릴 적부터 키운 호위무사라고 하는군.”
“대단하군. 하지만…. 황실의 무공은 강호에 비해 손색이 있질 않나? 강호에 나오면 좀 다르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야. 일 황자에 붙어있던 제독동창이 강호에서도 이름난 광혈낭인단을 고용해서 삼 황자를 기습한 적이 있던 모양인데….”
“그, 그런데?”
“지원이 올 때까지 홀로 그들을 막아낸 게 그 자라지 않는가.”
“그게 정말인가? 광혈낭인단이라면….”
“그래. 백여 명의 일류고수들을 보유한, 낭인단 중에서 가장 최고로 쳐주는 곳이지. 거기다 낭인단주는 천하백대고수에 속하는 초절정 무인이지. 천하십대고수 바로 아래인 우내십존 정도는 되어야 그들 전체와 비벼 볼 정도라고 할 정도네.”
그의 말에 사내가 감탄을 하며 물었다.
“대단하군! 그 낭인단을 홀로 쓸어버렸다고?”
“쓸어버린 건 아니고 버텼다고. 말을 바로 들어야지. 아무튼 그 전투 이후에 광혈낭인단이 거의 힘도 못 쓰고 있는 걸 보면 그때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본 모양이야. 그리고 중요한 건 그가 아직 이립에도 이르지 않은 청년이라는 거야.”
“그게 정말인가? 아니, 그게 가능한가?”
“그러니 엄청난 고수라는 말이 나돈다 이 말이야. 강호에 나오면 단박에 우내십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더군.”
“휘유.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군.”
“그런데 그건 이제 불가능할 거야.”
맞은편 사내의 애석한 표정에 다른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왜?”
“그 동창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하더군.”
“그렇군. 그렇다 해도 정말 대단하군. 홀로 그 대단한 광혈낭인단을….”
이후로도 그들은 이번에 새로 바뀐 황제와 그 소문에 관해 떠들어댔다.
북경과 인접한 하북은 북경과 황실의 소식이 가장 빨리 당도하는 곳이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황자의 난에 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내에 대한 말이 나돌고 있었는데, 바로 황제의 수신호위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래라면 퍼질 이야기가 아니었으나, 이번에 대대적으로 관직에서 밀려난 반대파 신하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만약 살아 있었다면, 그야말로 천하제일의 고수도 될 수 있을 거라고.
황실에서조차도 딱히 소문을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번 기회에 금의위를 확실히 자기 사람들로 만듦과 동시에 젊은 황실 무사들 가운데 퍼진 흑표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것을 없애기 위함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무심히 듣고 있는 창가 구석의 한 흑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임요성이었다.
통주를 나온 그는 곧바로 북경와 하북의 경계를 이루는 강인 노구하(蘆溝河)를 건넜다.
그리고 곧장 말을 타고 내려오다 강호의 유명한 세가가 있다는 말에 객잔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창밖에서 불어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선은 소주로 가볼 생각이다. 황 노야가 안휘로 가서 가족들과 제대로 회포를 풀 시간도 있어야 할 것이다.
꼭 친구의 일이 아니더라도 북경이 정치의 중심지라면, 소주는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강호에 나온 이상 가장 유명한 곳이라는 소주부터 구경해볼 심산이었다.
어둠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던 그 앞에 그제야 점주가 다가왔다.
하북팽가라는 거대세가가 자리한 중심지의 객잔이라 고가객잔은 늘 사람이 붐볐고, 그러다 보니 이제야 응대를 하러 온 것이다.
“아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뭘로 갖다 드릴까요?”
바쁜 점원을 대신해 염소수염의 중년인이 두 손을 가슴에서 비비며 친절히 물었다.
2층에 앉았다는 건 일단 돈이 있다는 얘기. 고가객잔의 주인인 고광춘의 얼굴이 화사하게 폈다.
임요성이 창밖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강호는 재밌는 곳이라 들었는데…, 정녕 그러합니까?”
들어올 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던 고광춘의 눈이 빛났다.
“혹… 군부에서 나오셨습니까?”
북경에 근접한 도시이다 보니 군부에서 퇴역한 이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바로 이 하간부였다.
하북성의 맹주, 팽씨세가가 있다 보니 그곳에 식객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이들이 꽤 되었기 때문이다.
“음? 아닙니다만…. 헌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하하, 그 비룡불패인지 뭔지 하는 군협지 때문에 군부나 황궁을 나와 강호로 넘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
“바로 ‘강호는 재미있는 곳이라 들었다’ 입지요. 어찌나 다들 판에 박힌 듯이 말씀하시는지.”
“크음.”
고광춘의 말에 임요성이 살짝 헛기침을 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하는 말은 자신도 했다니 무안한 건 사실이었다.
“흐음. 군부는 아니라고 하셨고… 제가 딱 보니 젊은 분이 몸이 탄탄한 것이 무예깨나 익혔을 것 같고, 정돈된 분위기가 아마도 높으신 양반들 호위 일을 하시다가 그만두신 것 같은데… 그렇죠?”
고광춘이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임요성은 내심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신은 황자의 수신호위로서 마지막 방패라 불렸던 불량인 최고의 무사였으니 실로 근접하게 맞춘 것이다.
자신을 처음 본 객잔의 고광춘조차 이렇게 추리하다니…. 과연 강호에 기인이사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무사님. 제가 이곳에서 살아온 세월만 50년이 다 되어갑니다요. 여기서 태어나 점소이부터 시작해 이 객잔을 인수한 토박이인 제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깝쇼? 잠깐 기다려보십쇼.”
그리고는 부리나케 일 층으로 뛰어갔다 온 고광춘의 손에는 두꺼운 책자가 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