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65
청풍표국 최강식객 065화
65화. 주군의 자리 (4)
“이탈자는?”
일검이 묻자 구용식이 답했다.
“더 이상의 이탈자는 없습니다. 빠져나갈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자발적으로 나가게끔 보내주었고, 남은 이들은 모두 묵천회에 대한 충정만 남은 이들입니다.”
구용식의 말에 일검이 고개를 주억였다.
“음. 그럼 그동안 운영하지 않았던 각 지부를 활성화시켜야겠구먼.”
옆에서 이검이 나섰다.
“어차피 오늘 온 애들이 모두 지부장과 그 직속 수하들이니 오늘 지나고 바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검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중원 최고의 정보조직으로 발돋움할 때가 된 것이다.”
“회주께서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구용식의 말에 일검이 고개를 저었다.
“회주의 무공과 능력이면 따로 뭘 하실 필요가 없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알아서 성장할 거다. 한마디로 우리만 잘하면 돼. 실수 없이 각자 맡은 바 일만 잘한다면 우린 비상할 것이다. 원래 강호는 수장의 실력이 곧 그 단체의 실력이니까.”
일검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고, 모두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종일관 아무 말 없이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매영옥 역시 비상할 묵천회의 미래를 그려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원래 그녀는 임요성의 호법이 되기 위해 천하전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청풍표국에 도착해서는 난데없이 두혜련의 호법을 서라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황당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실력이 모자라서 그러나 싶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고.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달랐다.
임요성. 자신의 주군이 청풍표국에 붙어 있는 이유를. 그리고 자신을 그녀의 호법으로 세운 진정한 까닭을.
아마 주군은 청풍표국을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눈앞의 이들은 청풍표국을 지탱할 기둥들이 될 것이다.
미래를 그리는 그녀의 귓가에 일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자네 이제 천하전장에서 나오게. 이제부턴 정식으로 주군을 모셔야 하는데, 자네가 밖으로 나돌면 안 되지. 전장의 지점장은 따로 자네 사람을 앉혀두고.”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대면식 이후에 나오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이미 제 사람을 물색해두었으니 앞으로도 소주의 천하전장은 저희의 관할이 될 것입니다.”
구용식의 눈이 반짝였다.
이제야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때가 온 것이다.
애당초 묵천의 정보부서에 지원을 했던 그였다.
그렇지만 묵천군의 실종과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며 소주의 천하전장에 잠입해서 지부장까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청풍표국에 정보각을 만들어 묵천회의 모든 정보뿐 아니라 그 너머 중원 모든 정보를 취합할 것이다.
청풍표국의 정보각이 곧 중원 제일의 정보단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임요성이 없는 자리에서도 그를 위한 논의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 * *
“좀 더 그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최상층에 마련된 별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
칠검은 변안공을 가르쳐주기 전에 좀 더 묵천군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말하는 그런 공적인 것 말고, 아주 사소한 거 하나라도 좋으니….”
스승에게서 칠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묵풍조를 만나고 난 이후 임요성은 칠검의 스승에 대한 마음을 이미 읽고 있었다.
“그럼….”
임요성이 짧은 심호흡 이후에 스승과의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강호에 나와서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스승과 자신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하지만 칠검은 들을 자격이 있었다.
“…호호호. 그래서요?”
“그래서 말입니다….”
“…어머, 그런 일이!”
“그런데….”
“아아….”
칠검은 임요성의 말에 울고 웃으며 그동안 마음에 응어리졌던 묵천군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처음 스승과 만났을 때, 그리고 스승에게서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마지막으로 황제와 불량인을 살리기 위해 홀로 자객들을 막아냈을 때.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칠검의 표정은 그 전보다 한결 부드럽고 빛이 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아닙니다. 이렇게 사부님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고 기다려 주셔서 사부님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임요성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고, 칠검은 그를 따라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짐했다.
묵천군에 대한 사랑을 이 청년, 아니 이 젊은 주군에 대한 충성으로 대신하기로.
“그럼 제가 알고 있는 변안공을 가르쳐 드릴게요. 이 변안공은 살혼귀검이라 불렸던 제 조부께 배운 거예요. 혹시 들어 보셨나요?”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조부, 살혼귀검은 50년 전에 활동하던 천하제일살수였다고 한다.
살행 중 같은 편의 배신으로 가족이 모두 죽고, 가까스로 손녀인 자신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살수로서의 일은 그만두고, 작은 마을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며 살았는데, 그의 모든 무공을 손녀에게 전수해주었다고 한다.
이후 스무 살 때쯤 조부께서 돌아가시고 강호를 떠돌 때 만난 사람이 바로 묵천군이었다.
그의 인간됨과 이상과 꿈에 반해 그와 함께하게 되었고, 그녀의 실력은 묵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렇게 묵천 중에서도 묵천군을 호위하는 최고의 무인들인 묵풍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묵풍조가 되어서도 탈혼검을 쓰지 않고,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살공을 그대로 썼다.
대대로 내려오는 무공을 실전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묵천군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면 알려줄 생각이었으나….
그녀는 왠지 이 청년이 묵천군이 자신을 위해 내려준 사람처럼 느껴져서 낯설지 않았다.
“이 변안공은 귀면와공(鬼面瓦功)이라는 것으로, 자신의 얼굴 골격에 맞는 혈도를 찾아 형태를 변형시키는 거예요.”
귀신 형상을 그린 기와를 보고 이름 지었다는 이 무공을 익히게 되면, 가장 부작용이 없는 딱 한 가지 얼굴로 변화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 각양각색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얼굴은 아주 약간의 변형만 주어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거기서 머리 모양의 변화, 콧수염이나 턱수염 등을 사용하면 그야말로 딴사람이 되는 것이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칠검이 임요성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귀면와공의 심법을 운용해 임요성의 얼굴에서 가장 변형이 쉬울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쿡. 쿡.
몇 군데 혈도를 짚은 칠검이 임요성을 다시 쳐다봤다.
“지금 짚은 혈도를 기억해야 해요. 이곳들을 변형시켜야 가장 얼굴에 무리 없이 변형 가능해요.”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인간의 뼈를 변형시키는 무공은 근육이나 힘줄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완전히 그 얼굴이나 형태로 바꾸어 살려고 마음먹은 게 아니라면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배운 귀면와공은 심법을 운용해 특정 혈도를 짚으면 본래 가진 틀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해 완전히 다른 얼굴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대성하게 되면 변형된 얼굴의 길을 기억하는 근육과 뼈의 영향으로 어떤 부작용 없이 순식간에 변형이 가능했다.
처음엔 시전자가 상대의 얼굴을 파악해 혈도를 짚어줘야 했다.
이렇게 변형되는 얼굴은 시전자도 당사자도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한다.
“봐요.”
칠검이 자신을 보라고 한 후에 호흡을 가다듬고 심법을 운용하자 이십 대의 젋고 예쁜 얼굴에서 완전히 표독한 사십 대 중년 부인의 얼굴로 변했다.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이에요.”
“어…. 혹시 이게 본 얼굴이…?”
“호호호호. 주군! 농담이 심하시네요!”
퍽! 퍽!
가볍게 때리는 손매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호호. 아무튼 또 다른 얼굴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아주 유용하죠. 두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니까.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되면 절대 함부로 알려줘선 안 돼요. 지금 제 얼굴도 다른 묵풍조들밖에 몰라요. 이제 주군께서 거기에 추가되는 거구요.”
“크음. 강호에는 다양한 얼굴로 변할 수 있는 무공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임요성이 칠검이 투닥(?)거린 어깨를 매만지며 물었다.
“호호. 그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뿐이에요. 그렇게 무분별하게 근골을 함부로 바꾸다간 결국 뼈와 근육이 녹아내려 죽는 경우가 생기죠. 아, 그리고 목의 이 부분을 짚어주면….”
칠검의 목소리가 정말 중년 여인의 그것처럼 나이 든 티가 났다.
“자, 여기까지가 귀면와공의 모든 것이에요. 그럼 따라 해보세요.”
칠검이 심법을 전수해주었고, 임요성이 그녀의 설명에 따라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반 시진 후.
“헙! 주군.”
다시 방 안에 들어온 임요성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 있었다.
현재 그의 얼굴이 환골탈태의 영향으로 이십 대 초반의 깔끔한 귀공자풍의 인상이라면, 지금 변화된 얼굴은 강인하고 날카로운 얼굴의 삼십 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여기다 실제 사람의 수염을 가공해 만든 최상급 수염을 붙인다면 부모가 봐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호오! 대단합니다. 그사이 이렇게 얼굴을 변화시키다니요.”
이검이 놀랍다는 듯 설레발을 쳤고, 다른 이들도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매우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주군께서 익힌 무공이 살공에 기반해서인지 훨씬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저도 놀랐어요.”
칠검이 정말 감탄한 표정으로 임요성을 바라봤다.
“흠흠. 좀 어색하긴 한데. 아무튼 이제부터 이 얼굴을 잘 기억해두시오. 청풍표국에 관련된 일을 할 때가 아니면 이 얼굴로 다닐 경우가 많을 테니.”
임요성이 입을 열자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다르게 나왔다.
처음엔 좀 어색하긴 했지만, 초절정에 이른 임요성의 무공 수준이라면 곧 귀면와공을 대성할 수 있을 거라는 칠검의 말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이렇게 임요성은 무림일성과 묵룡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다른 이유보다도 청풍표국에 해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이제 묵천회의 재기를 알리고, 본격적으로 강호와 얽히게 되면 혹여 자신을 암살하려거나 주위에 관련된 이들을 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 칠검이 가르쳐 준 귀면와공 덕택에 한시름 덜게 되었다.
“좋군요. 그럼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 짓기로 하죠. 그리고 아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제 장로들께서도 표국으로 들어오시죠? 어차피 지금 표국에 표사도 없으니 장로들께서 표사도 좀 맡아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잉? 표사를요?”
이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어려울 게 있습니까? 표행은 기존 표사들이 알아서 할 테고, 이들 옆에서 임시표사로서 무력만 보태주면 됩니다.”
임요성이 싱긋 웃자 다들 어이없어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로 살짝 들떴다.
표사가 뭐야? 라는 구검의 말을 시작으로 그것도 모르냐, 표사는 이런 거다, 표사의 장점과 단점, 현재 중원 표국계와 소주 표국계의 근황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표국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임요성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수다를 미소를 지으며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