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66
청풍표국 최강식객 066화
66화. 백운신의 (1)
며칠 후 표국으로 구용식이 찾아왔다.
“이제부터 주군을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음. 어제 일검 장로에게 이미 들었네. 그래서 혜련 소저에게 미리 말해뒀지. 자네가 청풍표국의 정보각을 맡아주면 되겠군.”
“예.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임요성과 두혜련은 청풍표국을 새롭게 개편했다.
우선 표국의 근간을 이루는 총관부와 표사부는 그대로 두고, 정보각과 의각을 별도 조직으로 두었다.
정보각은 임요성이 관할하기로 했고, 의각은 따로 적임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일단 준비만 해두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 표사들이 번갈아 가면서 맡았던 표국의 무력을 호위대와 무사대, 경비대로 세분화하여 별도의 무력 조직을 두기로 했다.
호위대는 국주전과 직계 전각을 호위하도록 했고, 무사대는 항시 무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직했다.
호위대주는 여산홍이 겸임했고, 부대주로 매영옥을 두어 서로 합심하여 앞으로 불어날 호위대를 관리토록 했다.
경비대는 백련문의 문도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나윤천을 대주로 앉혀 그들을 관리하기로 했다.
같은 흑도 출신이라 그런지 금세 친해졌고,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청풍표국은 그들이 이곳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보고자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투견 소년들은 따로 집이 없는 이들을 교룡각이란 곳에 모아 숙식을 제공해주었다.
이들은 모두 향후 청풍표국의 훌륭한 표사와 쟁자수로 성장할 이들이어서 아낌없이 투자를 하기로 했다.
소주검문에 이어 백련문에서 가져온 것들이 있어서 돈은 넘쳐흘렀다.
그런데 구용식이 뭔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하자 임요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할 말이라도 있나?”
“그게 그러니까… 천도들이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지내면 안 되냐고….”
“그게 무슨 뜻이지? 각자 생활하던 곳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었죠. 그런데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이 노총각들이거나 홀아비라서 말이죠. 그래서….”
“뭔가? 어려워하지 말고 말해 보게.”
“이번에 우, 운우지락을 나눈 기녀들과 정이 들어서….”
“…뭐? 푸… 푸하하하하!”
임요성이 그야말로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이렇게 시원하게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임요성의 원래 성격은 이렇게 과묵하고 담담한 성격이 아니었다.
스무 살 스승을 잃기 전까진.
자신에게 무공뿐만 아니라 강호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던 그는 스승이자 아비였다.
그런데 그의 죽음으로 조금씩 말이 적어지던 임요성은 그나마 마음을 터놓던 불량인들의 죽음과 함께 점점 그 밝음이 깎여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청풍표국에 오고 나서부터는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씩 그 밝음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기녀들과 정이 들어 여기 계속 있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구용식이 파안대소를 터트리는 임요성 앞에서도 송구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실 나쁘게 보자면 한없이 나쁘게 볼 수 있는 문제였다.
이제 다시 정보조직으로 일어서려는 때에 각자 자리에서 지부를 운영해야 하는 이들이 돌아가지 않고 여기 있고 싶다니?
깐깐한 수장이라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임요성은 딱히 개의치 않았다.
“잘됐군. 그들이 있던 곳의 정보조직이야 따로 후임을 앉히면 될 테고….”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합니다. 이미 자기들 후임이 될 자들은 선별이 끝난 상태라 몇 가지 내용만 인계하면 문제없이 돌아갈 거라고 하더군요.”
“하하. 난 괜찮으니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되네.”
“아… 소, 송구합니다.”
“그럼 그들은 어찌하겠다고 하는가?”
“가정이 있는 몇몇 천도들 빼고는 소주에 남고 싶어 하더군요. 그 인원이 대략 오십 명 정도인데, 꼭 기녀가 아니더라도 이젠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 생각에는 그들을 이용해서 말씀하신 하오문을 접수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하오문을?”
“예. 소주검문이 멸문한 시점에 이미 소주 무림을 장악하기 위한 물밑작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한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무력도 무력이지만 정보도 무시할 수 없지요.”
구용식이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말을 하는 자신도 가슴이 벅차오른 것이다.
“그 오십의 정보원들로 소주 하오문의 중간 간부까지 모두 저희가 장악해서 소주 전체를 감시한다면 소주 무림을 손아귀에 넣는 건 금방입니다. 주군의 무위와 묵풍조 장로들께서 같이 움직인다면 이 소주 정도야 문제없지요. 그리고 천천히 이 소주를 거점으로 강소성 전체를 도모해 볼 수도 있지요.”
소주는 중원 경제의 중심이었다. 대운하를 통해 강남 미곡이 강북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소주와 항주는 새로운 경제도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소주를 장악한다면 중원 경제를 장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주군과 묵풍조 장로의 무위가 모두 초절정에 이르렀으므로, 그 정도라면 대문파의 수장과 장로급이었다.
어지간한 곳에는 절대 밀릴 전력이 아니다.
그리고 임요성의 실력은 초절정이라 해도 보법과 은신술의 활용으로 절대고수인 상천십좌에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이 비무 이후 묵풍조의 분석이었다.
“지금 비어있는 백련문을 개조하여 작은 상단으로 위장하는 겁니다. 어차피 경공을 쓰면 여기서 일각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쪽을 묵행단 강소지구대주인 오영찬을 단주로 앉혀 소주의 곳곳을 행상으로 위장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일차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거지요.”
오영찬은 무공에 있어서는 구용식도 상대가 되지 않았고, 묵행단의 지구대주인 만큼 경공에선 묵천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이 별호인 사납게 부른 바람처럼 빠른 발이라는 뜻의 질풍신보(疾風迅步)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건 구 각주가 알아서 하게. 그리고 장로들도 정보각의 고문이 되어 힘을 보태기로 했으니 어려워하지 말고 팍팍 부려 먹으라구.”
씨익 웃는 임요성을 보며 구용식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소주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소주와 함께 중원 2대 미경을 자랑하는 항주의 변두리 허름한 초옥에서 한 노인이 소녀를 치료하고 있었다.
* * *
“할아버지….”
“오냐.”
작디작은 소녀의 몸에서 침을 뽑는 노인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저 살 수 있어요?”
아직 작은 아이가 삶과 죽음에 대해 뭘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소녀의 부모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냥 그들의 얼굴에서 슬픔이 걷어내기 위해선 자신이 살아야 된다는 생각뿐이리라.
“물론이다. 이 할아버지가 놓아주는 침 잘 맞았으니 이제는 부모님이 달여주는 탕약 잘 받아먹으면 충분히 살 수 있단다.”
“네! 무조건 말 잘 들을게요.”
“그래, 그래. 이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훨씬 괜찮을 게다.”
노인이 소녀의 수혈을 짚고는 잠에 빠져들도록 했다.
수많은 침이 꽂혀 있던 소녀의 몸을 이불로 덮어준 노인이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다 목이 메 헛기침을 한 다음 방문을 열었다.
“의, 의원님, 저희 항아는…?”
젊은 부모 중 아비 되는 자가 나서며 물었다.
다 떨어진 갈의에 피골이 상접한 그는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서 사느라 딸이 병이 걸린 것 같아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돈이 없어 의방에도 데려갈 수 없고, 하다못해 고깃국조차 끓여줄 수 없어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중에 이 노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이런 빈민촌을 돌며 의술을 행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돌팔인가 했지만, 며칠 머물며 그가 딸에게 행한 양생법과 보신법으로 딸의 혈색이 아주 많이 좋아지자 이제는 모든 걸 믿고 맡기기로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딸의 몸이 너무 허약해 지금은 몸의 자연치유력을 올리는 쪽으로 치료 방향을 잡고, 며칠 지난 후에 시침을 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이 시침 날이었다.
그들의 눈빛을 보며 노인이 빙긋 웃었다.
“몸이 아주 많이 튼튼해져 있어 시침이 잘되었어. 이제 내가 지어주는 탕약을 달여 먹이면 곧 쾌차할 것이네.”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부인이 머리가 땅에 닿을 듯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이 옆에 시립해 있던 청년을 보며 턱짓을 하자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탕약첩을 부인에게 내밀었다.
“받으시죠, 부인.”
“이, 이건?”
“허허. 이 사람들아. 요새 탕약이 얼마나 비싼데. 내가 석 달 치 탕약을 미리 만들어두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게야.”
“아,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제발 존함이라도 알려주셔요.”
그냥 길 지나가는 낭중이라고 소개한 노인을 이제 그들은 믿지 않았다.
평범한 낭중일 리가 없다. 그들의 딱한 처지가 안 되어 진찰을 해주고 간 의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의 병은 절대 고칠 수가 없는 천형이라고 했다.
중원 3대 의원쯤 되는 이가 와야 가능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신의라든가.
그런데 지금 이 노인이 고치겠다고 말했었고, 지금은 잘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겠는가.
아비 되는 자가 꼭 누군지 알아 은혜를 갚겠다며 거듭 부탁했지만, 노인의 대답은 단호했다.
“탕약이나 잘 달여 먹이게. 그리고 이건 당분간 생활비로 쓰도록 하고.”
“아….”
염치가 있다면 어찌 받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들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기에 거절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자책할 필요 없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 다음에 인연이 되면 날 한 번 도와주면 되질 않나. 하하하하.”
호방하게 웃은 노인이 아비 되는 자의 어깨를 툭툭 쳐준 다음 싸리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두 남녀가 큰절을 올렸다.
* * *
“보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나?”
노인이 흥얼거리며 묻는 말에 옆에 있던 청년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승님. 요즘 항주 저잣거리에 이상한 노래가 돈다고 합니다.”
“무슨 노래?”
“하얀 표범이 검은 구름을 기다린다나 어쨌다나. 애들이 그렇게 부르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덜컥.
제자의 말에 노인의 몸이 멈췄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백표가 흑운을 기다린다고?”
“그, 그렇습니다. 왜 그러시는지요?”
“허허. 그랬군, 그랬어. 역시 그 아이가 맞았어.”
“노래의 출처는 확인했느냐?”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소주라고 하지 않더냐?”
“엇!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허허. 녀석. 강호에 나오자마자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르는구나.”
눈가에 뭔가 모를 그리움이 맺힌 노인, 그는 바로 모든 중원 의원들의 존경 대상이자 천외천의 의술 실력을 가진 백운신의(白雲神醫) 백운학(白雲鶴)이었다.
중원 3대 의원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강북의 천의방주(天醫幇主), 강남의 태약방주(太藥幇主), 그리고 무림맹의 의각주(醫閣主)를 뜻했다.
그리고 그들 위에, 천외천이라 부를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지닌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백운신의다.
성명에 백운이 들어간 탓도 있으나, 흰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강호낭중이라 하여 붙은 별호였다.
정처 없이 유랑하는 의원인 낭중이라는 것에서만 보더라도, 그의 행적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황제의 끈질긴 권유를 뿌리치다 못해 아예 잠적해버렸다는 말도 있고, 강호의 패자들이 그를 전국시대 손자처럼 앉은뱅이를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곁에 두려 한다는 소문에 도망 다닌다는 설도 있었다.
어쨌든 하늘이 내린 기연이 아니고서는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람.
지금 그가 임요성이 부탁해 개방이 퍼뜨린 노래에 즉각 사정을 짐작한 것이다.
과거 임요성이 불량인이었던 시절, 백운신의가 우연히 삼 황자와 독대한 적이 있었다.
적들이 사용한 독에 의해 사경을 헤매던 중이었다.
황실의 어의는 이미 다른 반대파에 넘어간 터라 그를 고쳐줄 사람이 없었다.
그때 임요성이 백운신의를 수소문하여 겨우 그와 천운으로 연결이 되어 황자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자를 본 이후 그의 인품에 반한 그가 당분간 머물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어 다른 불량인들의 부상을 고쳐주었고, 임요성과도 친분이 쌓인 것이다.
모종의 일로 임요성에게 빚을 진 백운신의는 혹여 무슨 일이 있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앞서 말한 백표가 흑운을 기다린다는 암어를 퍼뜨리라고 했다.
그럼 자신이 알아서 찾아오겠노라고.
불량인 시절 임요성의 별호가 흑표였고, 자신의 별호가 백운이었기에 그 자리를 바꿔 만든 암어였다.
‘녀석. 잘 지내고 있었구나.’
푸근한 표정을 짓던 백운신의 백운학이 소리쳤다.
“가자, 소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