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71
청풍표국 최강식객 071화
71화. 꽃잎 흩날리는 계절(1)
1차 변황대전의 주동자였던 천마는 전쟁의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둔다.
이후 곤륜에 은거하고 있던 혈마는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오던 마검의 제작에 착수했고, 수천 명의 동남동녀의 제물을 바쳐 결국 혈강마검이라는 희대의 마검을 만들어 낸다.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그 사람의 핏속에 있는 혈기(血氣)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강기(罡氣)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죽은 이의 단전에 검을 꽂게 되면 내공까지 흡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천고의 귀물이요, 마검이었다.
하지만 그 검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혈마의 독문무공인 혈천광세신공(血天狂世神功)이 필요했다.
만약 일반인이 그 검을 취하게 되면, 마검에 영향을 받아 기만 쪽 빨리고 광인이 되어 날뛰다가 죽게 된다.
아무튼 혈강마검의 제작 성공과 함께 혈마는 다시 천산마교와 요녕환희교를 흡수 통합하여 2차 변황대전을 벌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원 곳곳에 숨어있던 수많은 은거기인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혈마는 호남의 동정호 인근에서 당시 상천십좌와 은거기인들의 합공에 갈가리 찢겨 허공에 흩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혈강마검 역시 사라져, 그들은 검이 파괴된 것으로 알았다. 강호에도 그렇게 발표가 되었고.
이후 수라교와 혈교, 환희교의 세 파벌은 시간이 흐르며 점점 종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중원의 무학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게 되었고, ‘교(敎)’가 아닌 ‘궁(宮)’으로 명칭을 바꾸고, 무공에서도 ‘마(魔)’를 버리게 된다.
즉 천산수라궁, 곤륜혈궁, 요녕환희궁으로 말이다.
그렇게 이들을 일컬어 새외 흑도 3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임요성이 두혜련과 인연을 맺어 소주에 들어설 즈음부터 해서 강호의 저잣거리에는 혈마의 검이었던 혈강마검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딱히 신빙성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가는 소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신성대연이 다가올 무렵부터는 소문에 점점 살이 붙기 시작했고, 멀리멀리 퍼져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문을 소문으로 흘려듣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곤륜혈궁이다.
당시 상천십좌와 은거기인들의 합공이 아니었다면 중원을 제패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정도로 그 마검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마검의 힘을 믿고 정면승부를 벌였기에 망정이지 치고 빠지는 식으로 머리를 썼다면 강호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적어도 일대일 승부로 혈마를 이길 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혈궁의 후인들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고, 혈강마검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혈강마검에 대한 이야기가 중원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고급스러운 집무실, 세 명의 중년인이 모여 있었다.
“마검이 잠들어 있는 곳이 호남성 영주라고?”
검붉은 머리카락에 해골처럼 피골이 상접한 한 무인이 왼쪽에 앉은 초로인에게 물었다.
“예, 궁주님. 확인된 바에 따르면 영주가 확실합니다.”
궁주라 불린 이가 바로 곤륜혈궁의 현 궁주인 혁련희(赫連熙)였다.
그리고 지금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놀랍게도 사천의 명문세가, 사천당가의 가주 집무실이었다.
혈궁주 혁련희와 혈궁의 군사인 구연초가 앉아 있는 바로 옆에는 갸름하게 생긴 중년인이 공손한 자세로 그들이 말을 경청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사천당가주인 당운심(唐雲心)이었다.
현 우내십존의 일인이자, 암존(暗尊)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우내십존이라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
사천당문 최강의 절기인 만천화우를 대성하기만 하면 단박에 상천십좌를 십일좌로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만천화우는 검사가 이기어검을 쓰는 것과 비슷했다.
화경의 경지에 올라 기의 운용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 있어야 가능했다.
거기다가 수많은 암기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려면 천부적으로 상단전이 열려 염동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지고의 경지로, 일찍이 만천화우를 대성한 사천당가주가 천하제일인을 차지하지 못한 예가 없었다.
단적인 예로 당운심의 증조부였던 당추강은 변황대전 당시 천하제일인이자 무림맹주로서 혈교의 중원침공을 저지한 영웅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혈교주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고, 당시 자신의 아들인 당원효의 무공을 봐주지 못한 것이 당가에게는 큰 재앙이 되었다.
결국 당원효 역시 죽기 전까지 끝내 만천화우를 대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두자 당가는 당운심의 아비인 당소천, 그리고 당운심에 이르기까지 만천화우를 대성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길로 방향을 튼 당운심은 독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만천화우가 아닌 독인(毒人)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운남의 애뇌산에 움막을 짓고, 갖가지 독충과 독초를 연구하던 그에게 다가온 한 사람.
그가 바로 사람 좋은 촌부로 위장했던 혈궁주 혁련희였다.
둘은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고, 혁련희는 자신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당운심에게 고독을 먹여 자신을 주군으로 섬기게끔 세뇌를 시켰다.
그렇게 당운심은 혁련희의 심복이 되었다.
고독(蠱毒)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묘족이라는 부족이 발명한 주술의 일종을 뜻했다.
고충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작은 독충을 이용해 수백, 수천 마리를 한곳에 몰아넣어 한 마리만 살아남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전자의 피만 주며 다시 백일 동안 가둬둔다.
이때 필수적으로 고충을 제어하는 섭고술(攝蠱術)을 익혀야 했는데, 현 혈궁주 혁련희가 바로 멸족한 묘족의 후예였다.
너무나도 악랄한 고독술을 없애기 위해 강호인과 관이 합동하여 묘족을 멸족시켰고, 그때 가까스로 살아남은 묘족 부족장의 아들이 바로 혁련희였던 것이다.
이 고충을 섭혼고라 했으며, 이를 먹은 사람은 시전자에게 절대 복종하게 된다.
즉 자신의 주군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당운심은 무리한 무공에 대한 욕심으로 결국 살아도 산 게 아닌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그것이 불과 몇 년 전이었고, 척박한 청해의 곤륜산에 은거하던 혈궁도들은 이때를 기점으로 점점 사천으로 근거지를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현재의 곤륜산은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천에 들어온 그들은 가장 음지에 있는 사천의 살수계를 접수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살수계뿐 아니라 흑도의 암적세력까지 접수하였다.
작금의 사천 무림은 당가를 표면에 내세워 접수한 백도계, 혈궁도들을 통해 은밀히 접수한 흑도계, 한마디로 혈궁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다.
섭혼고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한 비용은 엄청났기에 혁련희는 처음 묘족 부락을 탈출할 때 가지고 있던 한 마리와 자신이 만든 한 마리, 총 두 마리가 있었다.
이 중 한 마리를 당운심에게 사용한 것이다.
묘족을 멸족시킨 강호와 관에 대한 복수. 그게 혁련희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었다.
혈강마검의 출현에 잠시 과거의 상념에 빠져있던 혁련희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영주로 가봐야 하나? 혹시나 백도 놈들의 함정이면?”
그의 물음에 구연초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서로 큰 다툼없이 지내왔습니다. 굳이 지금에 와서 그런 미끼를 던질 리가 없지요.”
“그럼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혁련희의 물음에 구연초가 실눈을 뜨며 답했다.
“정보각의 보고를 종합해보면 이 일을 뒤에서 꾸미고 있는 자가 있는 듯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뭔가 이득을 취하려는 거지요. 그리고 그 인물은 십중팔구 강호인이 아닌 관이나 황궁 사람입니다.”
“그럼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 혈강마검의 위력을 모르는 건가?”
“후후. 강호인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무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요. 아마 혈궁주에게 혈강마검이 쥐어진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모를 겁니다.”
“그럼 혈강마검의 존재는 진짜란 말인가?”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아마 강호의 혼란을 노려 뭔가를 꾸미는 듯한데,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깁니다.”
“그 말은… 한 번 뛰어들어 볼 만하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일이 잘만 풀리면 혈강마검을 드디어 우리 손에 쥘 수 있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없다 해도 백도의 애송이들을 상대로 궁주님의 그간 성취를 시험해 볼 기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음… 수라궁주는?”
“지금 폐관수련에서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20년이 넘었지 아마?”
“예.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크큭. 팔자 좋군. 20여 년 동안 폐관수련이나 하고 있고. 이번에도 새외흑도의 패권을 거머쥐는 건 우리겠군.”
“당연합니다. 그들은 ‘교’를 버렸다고 하나 아직까지도 교리를 따르는 이들이 많아 너무 무르니까요.”
“백 년이라… 너무 오래 조용했어. 슬슬 우리가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할 때가 되었지. 환희궁주의 행방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나?”
혁련희의 물음에 구연초가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예. 그것이… 요녕이며 중원의 기루며 안 뒤진 곳이 없는데 도저히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흥. 어디에 숨었는지. 하지만 초대 환희궁주 이후 제대로 된 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예. 어차피 대세에 큰 지장을 주진 못할 겁니다.”
“좋아. 이번엔 오랜만에 나들이를 해야겠구만.”
“호위단을 준비하겠습니다.”
“혈궁이란 것이 알려지면 안 되게끔 준비하게.”
“물론입니다. 사천의 작은 무관의 행사 정도로 꾸미겠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이미 무관주를 죽여 직접 만든 인피면구라 더 의심은 하지 못할 겁니다.”
혈궁은 사천 곳곳에 이런 비밀 안가를 준비해두었다.
해당 가주를 죽여 만든 인피면구가 준비되어 있어, 어지간해선 의심 가지 않도록 말이다.
‘드디어 중원을 환란에 빠뜨릴 때가….’
혈궁주 혁련희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혈천광세신공은 대성을 이루었다.
혈궁 정보각의 분석에 의하면 중원의 상천십좌에 버금갈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자신의 부모와 친구들, 부락민들을 무참히 도륙했던 이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기 위해서는 혈강마검이 필요했다.
복수를 다짐하는 혁련희의 눈에 핏발이 섰다.
* * *
“어머니… 크윽….”
두원후가 말에 탄 강연화를 보며 눈물을 훔쳤다.
오늘은 강연화를 절에 데리고 가는 날이었고, 두원후는 군부에 자원입대를 해야 했다.
임요성은 자신이 알고 있던 한산사에 그녀를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말에 타고 있긴 했으나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고 생기가 없었고, 그런 어미를 떠나보내는 두원후에 얼굴에는 회한과 설움이 북받쳤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제대해서 꼭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
두원후가 말에 탄 강연화를 향해 말했지만 그녀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두원후는 어미를 절에 모시고, 자신은 군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두진호의 말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경우엔 뇌옥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고, 오히려 절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게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에게만은 늘 따뜻했던 어미를 절에 둔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표국을 집어삼키려 했고, 아비와 배다른 누나를 죽이려 한 원흉이었지만 자신에겐 하나뿐인 어미였다.
두원후는 이번 일로 표국의 국주가 되겠다는 욕심과 누나 두혜련에 대한 복수심과 적개심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지금은 그저 몸 성히 제대해서 빨리 어머니를 모시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그건 먼 이후의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집안의 가모였던 강연화였기에 말의 고삐는 홍국헌이 잡았다.
“갑시다.”
임요성이 앞장섰고, 천천히 말을 이끌어 표국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두원후가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모습에 동정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