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73
청풍표국 최강식객 073화
73화. 부활의 첫발을 내딛다(1)
하지만 청풍표국에 불어오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만이 아니었다.
소주제일루의 최상층에 한 여인이 고혹적인 자세로 연초를 피우고 있었다.
“루주님,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연초를 피우며 창밖을 바라보던 소주 하오문의 지점장인 호상희의 뒤에서 총관 금천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첩보?”
호상희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요즘 어떻게 하면 그 무림일성이라는 거창한 별호를 얻은 청풍표국의 식객 놈과 단목룡을 이간질시켜 봉변을 당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단목룡이 움직이려 했으면 벌써 움직였을 터.
신성대연 준비로 바쁜 그를 섣불리 움직이려 들었다간 괜한 곤욕을 치를 것이다.
그런데 첩보라고?
“예. 이번에 변두리에 있는 작은 기루인 의망루라는 곳에 대거 기녀들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녀들 중에서 우리 제일루의 기녀와 친분이 있는 애가 있는데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재밌는 얘기?”
호상희가 자리에 앉으며 계속해 보라는 듯 턱을 까딱했다.
“흐흐흐. 의망루를 통째로 전세 내어 술을 마시던 일행 중에 우리와 엮인 청풍표국의 식객 놈이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 단체의 우두머리쯤 되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 식객이 조직을 하나 만들었단 말이냐? 아니면 어떤 조직의 수장이 되었단 말이냐?”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호상희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흠. 그럼 그 조직의 이름은?”
“그것도 듣지 못했답니다. 아마 입조심을 했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것이 그 의망루의 루주와 식객 놈이 뭔가 깊은 관계일 거라고 합니다. 그 예로 얼마 전까지 표국에서 기거하다가 요즘 다시 의망루를 새 단장하고 있다더군요.”
호상희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 말은?”
“예. 지금 새 단장 중인 의망루에는 기존의 루주가 나와서 작업을 지켜보고 있는데 근처에 호위 한 명 말고는 딱히 보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총관의 말뜻을 알아들은 호상희의 눈이 빛났다.
“낭인시장에 연락해서 청부낭인 몇 명만 내어달라고 해. 최소 절정 고수들 이상으로 이뤄진. 초절정 고수도 괜찮아. 이왕 하는 김에 확실히 해둬야지.”
“흐흐흐. 알겠습니다.”
이 일에 괜히 흑사회를 끌어들였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하오문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청부낭인을 이용해 의망루주를 인질로 잡고 그 식객 놈을 끌어내어 함정을 판다면?
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다고 생각한 호상희가 의자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 * *
“아니! 거긴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하라니까!”
초련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고, 홍연은 공사 인부들을 위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멀찍이서 두 사람의 모습을 칠검이 하품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의망루는 대대적인 새 단장을 하는 중이었다.
의망루라는 뭔가 칙칙한 이름 대신 초련이 말한 대로 춘풍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루(茶樓)로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루는 일종의 사교장이었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정보를 교환하고, 밥을 먹기도 했다.
객잔이 숙박과 술, 음식을 제공한다면, 다루는 차와 음식을 제공했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주루나 객잔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다루에서 주로 만남을 가졌다.
큰 다루는 이름있는 예기(藝妓), 즉 금을 타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기녀를 두어 손님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홍연과 초련은 처음엔 객잔을 생각했다가 그녀들이 하기엔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다루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알고 있는 예기도 많았고, 객잔보다는 일이 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곁에는 칠검이 호위를 서고 있었다.
홍연과 초련은 처음엔 임요성의 호위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렇게 해야 자신의 마음이 편하다며 거듭 요청하자 그럼 같은 여인인 칠검을 호위로 해달라며 지목했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같은 여자가 운신에 편했기 때문이다.
칠검은 그녀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들의 작업에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주군….’
그녀는 전 주군이 아닌 현 주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묵천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임요성의 일생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잡혀 와 불량인으로 키워지며 제대로 된 어미의 정은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직 사람을 죽이는 기술만 갈고 닦은 그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건 그나마 묵천군의 노력일 것이다.
그리고 같은 불량인 동료들과의 우정.
하지만 그 두 버팀목이 모두 사라졌으니 응당 ‘그곳’에는 미련이 없을 것이고….
젊은 주군이 우연히 인연이 닿은 이 청풍표국에 와서 그녀가 느낀 점은 사람들이 참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국주인 두진호와 그의 딸인 두혜련뿐만 아니라 식솔들까지도 그러했다.
그래서 그녀는 임요성이 이곳에 아예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군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그녀 역시 언제까지나 옆에서 지켜보며 늙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요즘 들어 부쩍 깊어졌다.
그때 한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뒤에서 나타났다.
[칠검 장로를 뵙습니다.]뒤에서 들려온 전음에도 칠검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급히 표국으로 귀환하라는 명이십니다.]그녀에게 명령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이는 임요성과 일검뿐이었다.
[알겠다.]그녀의 뒤에 선 이는 아마도 그녀 대신 홍연과 초련을 호위하라고 보낸 천도일 것이다.
[몇 명이나 왔지?] [총 세 명입니다.]뒤에 선 이의 기도는 절정. 절정 고수 세 명이라면 무리 없이 호위가 가능할 것이다.
칠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임요성의 집무실에 이미 아홉의 묵풍조와 구용식, 여산홍, 나윤천까지 모여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칠검의 물음에 일검이 답했다.
“정보가 샜네.”
“정보요?”
칠검이 시선을 구용식에게로 돌렸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그날 의망루에 온 이들 중에서 하오문의 세작과 친분이 있던 기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음….”
칠검이 침음성을 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그날 의망루에 갔던 우리와 주군의 관계부터 의망루와의 연관성까지도 파악했을 수도 있겠군.”
“맞습니다. 아무튼 그 기녀는 고의가 아니었기에 단단히 주의만 주고 끝냈지만, 정보가 샌 이상 채비가 필요할 것 같아 불렀네.”
일검의 말을 듣고 있던 임요성이 턱을 문지르다가 대수롭지 않게 툭 던졌다.
“차라리 지금 하오문을 치면 어떻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임요성에게 향했다.
“곧 신성대연이 열릴 텐데요?”
구용식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니까 하는 소리네. 지금 신성대연의 준비로 바쁠 테니 그 틈을 노려 습격하는 거지. 하오문도들의 소재 파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임요성의 물음에 구용식이 답했다.
“하급 문도들을 제외한 중급 문도들의 소재는 모두 파악이 된 상태입니다.”
“그럼 기다릴 게 뭐 있습니까? 오늘 밤이라도 당장 들이치시죠?”
구용식의 보고를 들은 임요성이 묵풍조의 장로들을 보며 말하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오, 오늘 밤 말입니까?”
일검은 놀라서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무슨 이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수준도 아니고, 오늘 밤이면 불과 몇 시진 후다.
“하, 하지만 그래도 한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단체를 이렇게 갑자기….”
“숱한 아수라장을 거치며 느낀 건 완벽한 때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준비를 하는 동안 그들도 준비가 되겠지요. 준비하다가 선공을 당하느니 조금 덜 준비되었더라도 선공을 하는 편이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임요성의 말에 적막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윤천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호상희 그 여자는 독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의망루에서의 일을 알게 되었다면 루주와 주군의 관계도 짐작할 것이고, 그들을 이용해 주군을 옭아맬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인질을 잡을 수도 있구요. 주군의 말씀처럼 지금 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나윤천의 말이 끝나자 모두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의 말처럼 주위를 끌어들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기더라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고, 그건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것이 된다.
그때 임요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전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어떤 지옥이라도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혼자만의 생각입니까?”
그의 말에 묵풍조 장로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전 찬성입니다. 주군과 함께라면 지금 당장 무림맹을 치자고 해도 할 것입니다.”
칠검의 말이 그 박동에 불을 지폈다.
그녀의 말은 20년 전 묵천군에게 갖고 있던 감정이었고, 실제 했던 말이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나 보다. 20년 전만 해도 묵천군과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다다랐으며, 그때의 묵천군보다도 더 고강한 무공의 주군을 앞에 두고도 망설이다니.
“주군의 말씀을 따릅니다.”
일검의 선창에 모인 모두가 그의 말을 뒤따랐다.
그리고 장시간의 논의 끝에 오늘 밤 사경을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동시다발적으로 기습을 하기로 결론을 냈다.
마지막으로 임요성의 말이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일 아침, 소주의 하오문은 묵천 아래 놓일 겁니다.”
모두의 심장이 격동하던 그때였다.
쾅!
“크, 큰일났습니다! 다루의 두 부인들께서 납치되셨습니다!”
집무실로 뛰어든 한 천도의 말에 임요성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라고!”
옆에서 칠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 절정 고수 세 명이 호위하고 있었지 않나!”
“마, 맞습니다! 그런데 그 세 명 모두 죽이고, 부인들을 납치했습니다. 빠른 은신술과 경공, 그리고 상당한 무공 실력으로 유추했을 때, 흑사회에서도 제법 실력 있는 이들이라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누가 말이냐!”
구용식의 다급한 물음에 천도가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다행히 내부 공사에 필요한 목재 문제로 정보를 알리려 갔던 오영찬 대주가 납치 사실을 알자마자 급히 그들의 뒤를 쫓으며 제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추종향을 자신의 몸에 묻혔으니 빨리 뒤쫓아 오라고 했습니다.”
천도의 말에 일검이 다급히 소리쳤다.
“주군! 저희를 따르시지요!”
묵천의 천도들은 평소 추종향을 쫓을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만약을 대비해 표국에 남아있게!”
“예! 알겠습니다!”
세 사람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임요성은 묵풍조만을 호명했다.
홍연을 납치했다는 것은 그곳이 곧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신과 묵풍조라면 어떤 난관도 뚫을 자신이 있었기에 임요성은 묵풍조만 대동하기로 한 것이다.
그사이 일검이 자신의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어 코에 묻혔다.
특별히 제작된 용액을 코에 묻히면, 묵천에서 독자적으로 쓰는 추종향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가시죠!”
팡!
일검이 방을 박차고 나갔고, 그 뒤를 임요성과 다른 묵풍조들이 차례로 뒤를 받쳤다.
일검과 함께 달려가는 임요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빛은 광폭한 야수의 그것처럼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