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76
청풍표국 최강식객 076화
76화. 부활의 첫발을 내딛다(4)
“어찌 된 거냐? 왜 소식이 없어?”
납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도 벌써 한 시진이 지났다.
“좀… 멀리 간 것이 아닐까요?”
총관도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설마 무슨 일이 있겠냐 싶었다.
“그 새끼도 남자라고 혹시 뭐 다른 재미 보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호상희가 미간을 찌푸리자 총관, 금천수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저도 혹시 그것이 염려되어 몇 번이나 당부를 주었습니다. 속도가 생명이니 허튼 생각 하지 말고 바로 연락하라구요.”
“흐음.”
호상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때, 벽 쪽에 둘러앉은 열 명의 적의인 중에서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검상을 가진 사마귀 상의 남자가 물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요? 차라리 이 시간에 그 청풍표국인가 하는 곳에 바로 쳐들어갔으면 그 식객이란 놈도 잡고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겠군.”
그들은 흑사회에서도 악독하기로 유명한 혈랑조였다.
마침 소주에 다른 임무 차 와있다는 걸 알고 있던 호상희가 연락해 성사된 만남이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실 게 아닙니다. 진천구성의 한 명을 꺾고 무림일성이라는 별호를 얻은 떠오르는 별입니다. 게다가 단목세가의 호법 중 한 명인 초절정 고수를 꺾었다는 미확인 정보도 있으니까요.”
호상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사내가 동료들과 눈을 마주쳤고, 열 명은 모두 헛웃음을 지었다.
“그대야말로 우릴 무시하고 있소. 우리 혈랑조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요? 설마 저 백도 애송이들이 만든 천하백대고수니 뭐니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순위를 우리에게 들이미는 거요? 우리가 만약 무공을 뽐내고 싶었다면 우내십존도 우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요.”
혈랑조의 조장인 형충기는 백도가 만들어놓은 무공서열을 신뢰하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생사의 결전에서 부딪혀 봐야 진정한 실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겨우 비무 따위로는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게 평소 지론이었다.
하물며 후기지수 애송이들이라니. 아무리 진천성이니 뭐니 떠들어대도 자신의 벼려진 살기 앞에는 오줌을 지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형충기를 보며 호상희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얕보면 안 돼요. 말처럼 쉬웠을 거라면 당신들을 부르지 않고 제 선에서 끝냈겠죠.”
“흥. 어디 두고 봅시다.”
팔짱을 끼던 형충기가 갑자기 흠칫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뭔가 소란이 들리는 듯하더니 갑자기 쿵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는 문이 부서질 듯한 소리가 나며 열렸다.
쾅!
“헉헉! 루주님 피하셔야 합니다! 습격입니다!”
“뭐!?”
호상희가 벌떡 일어섰다.
* * *
호상희가 혈랑조에게 주의를 주고 있을 때, 소주제일루가 보이는 언덕의 수풀에는 임요성을 비롯한 묵풍조 전원이 기도를 숨기고 있었다.
그들의 은신술은 강호 최정상. 코앞을 지나는 취객은 물론 고수들조차 그들의 존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
자정이 지나자 인적이 점점 끊기기 시작했다.
불야성을 이루는 소주의 밤거리도 하룻밤 운우지락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나 그날의 회한을 풀지 못한 이들만 한 잔 더를 외치며 배회할 뿐이었다.
[주군. 곧 사경입니다.] [다른 이들은 문제없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소주 하오문의 두 명의 대주급들은 여 호위와 나 대주가 이끄는 이들이 맡을 텐데, 그들의 무위라면 문제없을 겁니다.]임요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회의 시간에 임요성과 묵풍조 십 인은 소주 하오문의 본단을, 그리고 여산홍과 나윤천은 각각 천도들과 함께 소주 하오문을 지탱하고 있는 두 대주급 인물에게 붙기로 이미 계획했었다.
그리고 나머지 천도들 역시 각각 중간 간부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감시 중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사경(四更:새벽 1시~3시)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사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다.
둥…! 둥…!
그리고….
슈슈슉!
부드럽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게 임요성을 필두로 열 명의 묵풍조가 그 뒤를 받치며 소주제일루로 쇄도했다.
콰아아앙!
임요성이 휘두른 도위강에 소주제일루의 정문이 굉음과 함께 그대로 뜯겨 나갔다.
“꺄아아악!”
“뭐, 뭐야!”
시간이 시간인지라 일 층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이 층부터 이어지는 객실에서 기녀들의 비명소리와 사내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흑도들의 일이오! 관련이 없는 사람은 그냥 계시오. 그럼 아무 일 없을 것이오!”
일검이 내공을 담아 소리치자 개중 무인들은 무기를 들고 뛰어나오려다 멈칫했다.
이곳이 하오문의 소주지점이라는 사실은 무인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흑도 간의 세력 싸움인가.”
한 무인이 전라 차림으로 복도로 뛰쳐나왔다가 헛기침을 하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괜히 흑도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몸을 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들은 둘 다 나쁜 놈들이니까.
다들 사내의 생각과 비슷했는지 나서는 이는 없었다. 자신들에게 피해만 오지 않으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사이 임요성은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뛰어올라 위를 향했다.
벼락이 위로 내뻗는 듯한 속도의 경공에 기루를 지키는 무인들은 그가 지나가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었고, 무기를 빼 들기도 전에 달려드는 묵풍조에 의해 목이 날아가야 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기습.
임요성을 비롯한 초절정 십 인의 무위라면 어지간한 강호 정상급 세력도 한나절이면 몰락시킬 전력이다.
하물며 겨우 도시 하나를 책임지는 하오문의 지점 정도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위층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호상희는 급히 뛰어든 문도에게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말문이 턱 막혔다.
툭!
그이 목이 그대로 바닥에 굴러버렸기 때문이다.
촤악!
칼의 핏물을 떨치며 천천히 걸어오는 사내.
검은 야행의를 입고 복면을 해서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을 짓누르는 기도만큼은 살이 떨릴 정도로 섬뜩했고, 무저갱 같은 눈빛은 그대로 지옥에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누, 누구신지….”
가까스로 입을 연 호상희를 보며 천천히 복면을 벗는 그는 임요성이었다.
“내가 바로 너희가 찾던 임요성이다.”
호상희의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나 했더니 그놈들이 실패를 했을 줄이야.
그때 옆에 있던 형충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검을 뽑았다.
“믿기지 않는군. 그 나이에 초절정이라니. 그래봤자 모두 어릴 적부터 벌모세수니 뭐니 하며 고이 자란 덕분이겠지. 하지만 너의 그 운도 오늘로 끝이다.”
하지만 아래층에서부터 하오문도들을 정리하고 올라온 묵풍조의 출현에 하오문 측 인물들의 얼굴이 모두 딱딱하게 굳어졌다.
임요성의 수하들이 모두 올라왔다는 말은 현재 기루 내에 그들을 막을 문도들은 모두 죽었다는 뜻이었다.
옆에 있던 호상희는 너무 놀라 침을 삼키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건 건드려도 완전 잘못 건드렸다.
형충기 역시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 아니 강호에 이름이 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들 모두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혈랑조는 초절정인 자신을 필두로 아홉이 모두 절정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암살이 특기인 자신들의 암수를 벗어날 이는 강호에 많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이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거대세력의 수장과 장로급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이나 마찬가지의 전력이었다.
“하… 도대체 네놈들은 누구냐!”
형충기의 물음에 임요성이 담담히 답했다.
“나? 청풍표국의 식객인데?”
“식… 객…?”
청풍표국이 무슨 무림 팔대세가라도 된단 말인가!
초절정 고수를 도시의 작은 표국이 식객으로 둔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형충기는 옆에 있는 호상희의 목을 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앞서 임요성에게 운이 다했다고 한 말을 그대로 자신에게 돌려줘야 할 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소. 잠시 대화를….”
호상희를 닦달하던 그 기세는 어디 가고 형충기가 대화를 시도했으나 임요성은 그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처리하시죠.”
그 한마디에 묵풍조 전원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혈랑조에게 쇄도했다.
“젠장! 산개해라!”
퍼버벙!
최상층 창문이 터져나가며 각자의 상대를 정한 묵풍조와 혈랑조가 밖으로 튀어 나갔다.
“자, 잠깐만요… 제 설명을 좀….”
“내 친구의 어머니를 납치해서 우릴 다 죽이려 한 주제에 더 할 말이 있나?”
“그, 그건….”
“됐다.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 오늘부로 소주 하오문은 우리가 접수한다.”
그 말과 함께 임요성이 호상희의 미간에 손을 덮었다.
그리고 어느새 날아간 임요성의 지풍이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호위무사의 미간을 뚫어버렸고, 몰래 도망가려던 금천수의 마혈을 짚었다.
“자,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불어봐.”
탈혼촌열이 시전되었고, 임요성은 이리저리 질문을 바꾸어가며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빼냈다.
하오문도들은 정신 금제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차단되었지만, 호상희는 강소지부장의 딸이었기에 쏠쏠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들을 통해 소주에 있는 하오문을 완벽하게 접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에 의망루주를 이용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 내용이 나왔다.
독사갈 대주 남웅식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설마 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벌이려 한 사실들을 알게 되자 이들에 대한 일말의 가책마저도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그러던 중 소주검문과 청풍표국의 내분을 이용해 두 가문을 무너뜨리려 한 배후에 단목룡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목룡과 호상희, 그리고 강소표국…. 호상희는 처리했으니 이제 단목룡과 강소표국이 남았다.
임요성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하지만 그 뒤에 이상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택화림….”
“오황자….”
“혈강마검….”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오황자가 언급된다는 말인가.
그리고 택화림은 또 뭐고.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라 뜨문뜨문 언급되는 단어들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영주에 귀향 가 있는 오황자를 빼돌려 다시 옹립하고자 하는 것인가?
“이것들이…!”
택화림이라는 단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과 스승인 묵천군, 그리고 107명의 불량인들이 목숨 바쳐 옹립한 황제를 끌어내린다?
임요성 또한 눈에서 살기가 폭사되었고, 바로 앞에서 가공할 살기를 받은 호상희의 근육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전대 하오문주가 갑자기 죽은 이후 춘추전국시대가 된 하오문을 통합하여 자신이 그 문주가 되겠다는 야심도, 택화림의 역모를 도와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와 강호제일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이젠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털썩.
그녀의 신형이 천천히 흐느적거리며 허물어졌다.
임요성이 시선을 돌려 금천수를 쳐다보자 금천수의 가랑이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입도 열지 못하고 덜덜 떠는 그를 보며 임요성이 입을 열었다.
“넌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그리고 탈혼촌열이 시전되었다.
“큭! 크어억….”
어차피 그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호상희를 통해 다 확인했기에, 이번에 금천수에게 시행하는 것은 탈혼촌열 중 최면 금제였다.
임요성이 조용히 읊조리며 금천수에게 금제를 걸었고, 어느새 혈랑조를 해치운 묵풍조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금천수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임요성은 자신이 들었던 내용을 묵풍조에게 얘기해 주었다.
일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흠. 주군. 이건 보통 내용이 아닙니다. 역모의 진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혈강마검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일검이 혈강마검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이야기를 하자 임요성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뭔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확실했다.
“지금부터 이 여자가 한 말을 핵심 단어로 해서 소주뿐만 아니라 강호 전체에 정보를 수집하라고 해주세요.”
광폭한 임요성의 기세에 다들 마른침을 삼켰고, 일검이 대표로 나섰다.
“명을 받듭니다!”
그렇게 소주제일루를 접수한 임요성은 여산홍과 나윤천 역시 하오문의 중간 관리자들을 모두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로써 임요성은 소주 하오문의 실질적 지배자가 됨과 동시에 묵천 부활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