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77
청풍표국 최강식객 077화
77화. 부활의 첫발을 내딛다(5)
쾅!
“뭐라고! 소주제일루가 어떻게 돼?”
이번 신성대연이 열리는 단목세가의 소주분가의 집무실이었다.
한참 연회의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단목룡이 갑자기 나타난 소주제일루의 총관, 금천수가 횡설수설 내뱉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무, 묵천이라고 해, 했습니다. 호상희 루주와 혈랑조가 모두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으으으….”
금천수가 두려운 눈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걸 보고 있던 단목세가 직계 호위대인 천망대의 대주 담호륜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이름과 조직이 나온 걸 보니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총관을 살려 보낸 것 같습니다.”
그의 생각대로였다. 임요성은 현재 청풍표국으로 집중된 소주 무림의 시선을 묵천으로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내부 분란을 잠재우고, 소주검문과 청풍표국을 동시에 멸문시키려는 의문의 세력으로부터 표국을 지켰고, 이어진 백련문의 습격까지 막아낸 무림일성이 있는 곳.
단번에 소주 무림의 태풍의 눈이 되었고, 현재 무주공산이 된 소주 무림을 접수하려는 이들의 가장 경계 대상 일호로 떠올랐다.
그런 시선을 묵천이라는 과거 정보조직의 부활로 희석시킬 의도였다.
오랜 연륜으로 담호륜은 그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다.
담호륜은 직계를 호위하는 특성상 그는 단목룡과 단목란이 어릴 적부터 둘을 호위해온 이였다.
하지만 단목룡은 그에게 딱히 정을 주지 않았다.
뭔가 늘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이었고, 자신의 사람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일 같은 경우는 너무 큰 건이었기에 그의 의견을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후우…. 일단 앉아라. 앉아서 정확하게 얘기해봐!”
단목룡도 분을 삭이며 의자에 앉았고, 뒤에는 어느새 화영이 시립해 있었다.
이어서 시작된 금천수의 설명을 들으며 단목룡이 얼굴을 구겼으나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떠듬거리는 그의 설명이 끝나자 단목룡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러니까… 묵천이라는 조직의 수장과 그 호위대로 보이는 이들이었단 말이지? 이름은 묵룡? 씨발 별 좆같은 것들이…!”
자신이 눈치 보지 않아도 될 이들과 있자 거친 말이 여과 없이 튀어나왔다.
그때 담호륜이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자님. 묵천이라면… 과거 선대 단목형 가주님과 일전을 벌였던 그 조직 같습니다만….”
그의 말에 단목룡의 얼굴이 굳어졌다가 다시 하얗게 질렸다.
들은 적이 있었다. 어릴 적 묵천이라는 조직에 대해 말하며 살기를 드러내던 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왜 퍼뜩 떠오르지 않았을까.
아마도 어린 나이에 분노와 두려움, 그리고 살기를 드러내던 아비의 무서움이 각인되어 묵천이라는 생각을 꽁꽁 묻어뒀었는지도 모른다.
“젠장…!”
왜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호상희가 죽은 데다가 난데없이 과거의 망령이 부활한단 말인가.
“어떻게 생긴 놈이지?”
금천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을 떠올리더니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대, 대략 삼십 대 중후반에 굉장히 남자답게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확실히 임요성의 얼굴을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으나 사실 임요성은 최면 금제를 시행하면서 금천수에게 묵룡의 생김새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금천수는 그의 의도대로 충실히 묵룡의 인상착의를 읊었다.
“흑사회에는 알렸나?”
“이, 이리로 바로 달려왔기에…!”
그런데 그때 말을 하던 금천수의 눈에 갑자기 핏발이 맺히더니,
“푸웁!”
푸아악!
목구멍에 선혈이 쏟아내고는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이, 이 씨발!”
막는다고 막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단목룡의 옷에 핏방울이 몇 개 튀었다.
쾅!
앞에 있던 책상이 그대로 쪼개졌다.
씩씩거리던 단목룡에게 담호륜이 말했다.
“좀 이상합니다. 생김새를 본 이를 살려서 보내는 것도 그렇고, 그 말을 하고 난 이후에 보란 듯이 저절로 심맥을 터트려 죽게 하다니…. 뭔가 의도성이 보입니다.”
“나도 눈이 있소!”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대하는 게 짜증이 난 단목룡이 퉁명스럽게 말했고, 그에 담호륜이 말없이 서 있었다.
“후우…. 일단 좀 더 알아보시오. 금총관이 말한 것들이 맞는지, 다른 정보는 더 없는지. 추가적인 내용이 있거든 바로 알려주시오.”
“알겠습니다.”
방을 나서는 담호륜을 보며 단목룡이 고개를 저었다.
“젠장! 이번 신성대연에 마가 끼었나! 무림일성이라는 놈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질 않나, 이번엔 왜 갑자기 묵룡이라는 놈이 설치느냔 말이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단목룡을 달래듯 옆에선 화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직접 나서실 생각이시라면 신중하셔야 합니다.”
단목룡이 화영의 말에 멈칫했다.
그녀의 말대로 단목룡은 천망대와 함께 그를 찾아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흑사회라면 금세 이 사실을 알고, 복수를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할 터.
그러면 그 흑사회를 앞세워 자신과 천망대가 같이 들이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천망대주는 초절정의 고수. 그리고 천망대의 조장급을 모두 절정의 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완전한 소가주의 자리를 얻지 못한 단목룡의 마음이 급한 걸 알고 던진 화영의 판단은 정확했다.
사실 현재 단목세가는 두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단목우와 세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단목경, 그리고 단목룡 사이에서 소가주를 둘러싼 세 사람의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단목인이 어릴 적 그다지 이름난 가문이 아닌 곳의 처자와 사랑을 통해 맺어졌던 정실부인에게서 난 자식이라면, 두 사람은 모두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유지의 딸들이었다.
보통 첩의 자식들이 열등감을 느껴야 하건만, 단목룡은 오히려 반대였다.
외가의 든든한 호위를 받고 있는 두 사람과는 달리 자신은 의지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가주가 된 단목인이 가문의 일에 집중하는 동안 독수공방 신세였던 고 부인은 마음의 병이 들어 일찍 병사하고 말았다.
든든한 외가도 없고, 그렇다고 어미도 없는 단목룡은 늘 외로움을 느꼈고, 그나마 같은 핏줄인 단목란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함께해 온 화영은 그가 힘들 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단목룡을 대하는 화영의 태도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미의 그것과 연인의 마음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건 화영을 바라보는 단목룡 역시 마찬가지였다.
머뭇거리는 단목룡을 보며 화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선대 가주께서도 그들을 쉽게 보다가 당하셨습니다. 당시 상천십좌에 계셨으면서도 말이죠.”
“흐음.”
맞는 말이었다.
의자에 다시 앉은 단목룡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허면 어떻게 하잔 말이냐.”
“일단 가주님께 보고를 드려야죠. 공을 세우시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차라리 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공을 세우신 거니깐요.”
“으음….”
단목룡은 그녀의 말이 사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잘 알고, 또 자신을 위해주는 이를 꼽으라면 화영일 것이다.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단목룡이 서찰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단목세가의 소주분가에서 전서응이 날았다.
지급의 경우에만 쓰는 전서용 매는 소주에서 양주까지 두 시진도 안 되어 도착할 것이다.
어차피 이제는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생각을 하니 차라리 홀가분해진 단목룡이 화영을 끌어안았다.
* * *
소주 무림은 신성대연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소주 하오문의 몰락 소식에 폭탄이 터진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강호인이라면 개방과 하오문을 모를 수가 없다.
백도 무인이라도 뭔가 뒤가 켕기는 내용이거나 은밀한 정보를 원할 때는 찾는 곳이 하오문이었고, 그들은 의뢰자의 정보 역시 허투루 취급하지 않았기에 흑도에 속해 있는 곳이라도 신뢰가 높았다.
그리고 흑사회라는 살수 조직을 끼고 있는 하오문의 저력은 백도 무림 최고의 정보조직이자 무림 방파인 개방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하오문의 지점을 난데없이 나타난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접수한다?
하지만 묵천회라는 곳은 현 젊은 세대는 알지 못했지만, 마흔 이상 되는 이들은 최소 한 번쯤 들어본 곳이었다.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가 너무 짧았기에 당시 정보세계에 몸담았던 이들인 개방이나 하오문 말고는 단목세가 정도만이 그 대단함을 알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은밀히 퍼진 또 하나의 소문.
소주검문과 청풍표국을 습격했던 이들이 독사갈 낭인대였다는 내용이다.
그 사실을 접한 무림일성이 직접 그들을 응징했다는 소문은 묵룡의 출현과 함께 소주 무림의 최대 화젯거리였다.
이는 단목룡의 목을 천천히 죄어 들어가려는 의도도 있었다.
그 의도는 적중하여 청부낭인단이 그들에게 청부를 내린 곳이 도대체 어디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고, 이러한 내용들로 오히려 신성대연이 묻힐 정도였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소주의 외곽 변두리 낡은 사당으로 한 사내가 급히 들어갔다.
그곳은 얼마 전 호상희가 들어갔던 바로 택화림의 은신처였다.
뚝.
잔잔한 호수 같은 미소를 유지하던 노인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
“지금… 뭐라고 했나?”
“호상희가 죽고 소주의 하오문이 마비되었습니다. 그마저도 곧 묵천이라는 곳에 흡수 통합될 것 같다는 전언입니다.”
손질하던 분재의 가지가 부러진 것을 내려다보던 조상연이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재밌군. 묵천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20여 년 전 단목세가와의 일전으로 일약 정보계의 3대 문파로 올라선 이후 갑자기 사라진 수장으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조직입니다.”
조상연이 일어서며 허리를 두들겼다.
“음. 기억이 나는군.”
대학사를 지낸 그의 머리엔 세상의 모든 지식과 동향이 들어있었다.
특히 황궁을 나온 이후 다시 한번 강호사를 섭렵했기에 부하의 설명에 바로 그에 대한 내용이 떠올랐다.
“갑자기 사라졌다라… 20여 년 전… 그런데 지금 그 전인이 나타나 묵천의 부활을 꾀한다라… 그런데 하필 그 첫 상대라 우리가 일을 맡기고 있던 호상희라고?”
조상연이 고개를 저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이 얽혀 있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이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게야. 그 시기 즈음해서 일어난 일과 요즘 이 소주 무림에 일어난 특이사항, 아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소상히 정리해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진행하던 건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대로 진행해. 호상희의 빈자리가 아쉽긴 하지만 그런 자리는 얼마든지 다른 이로 대체할 수 있으니. 묵천도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뭔가 찜찜하니 그쪽은 좀 더 지켜보는 걸로 하지.”
“존명!”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의 별호는 흑위(黑衛)였다. 조상연이 황실에 있을 때부터 그를 호위하던 이로 초절정의 고수.
그가 고개를 숙인 뒤 사라졌고, 조상연의 눈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