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78
청풍표국 최강식객 078화
78화. 요녕 환희궁(1)
한편 양주의 단목세가의 본가에 단목룡의 전서가 도착한다.
“뭣이!”
쿠과과과!
단목인이 일으킨 기세로 전각의 창문이 박살 나고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 크으윽! 가, 가주님!”
앞에 부복한 호위대주 현운탁이 이를 악물며 가까스로 입 밖으로 꺼낸 말에 단목인의 기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지만 살기가 감도는 그의 눈빛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올올히 일어날 정도였다.
“지금 묵천이라고 했는가? 아버님을 돌아가시게 한 그 원흉!?”
가까스로 기운을 안정시킨 현운탁이 답했다.
“그, 그렇습니다. 소주 하오문을 치는 과정에서 그쪽 총관을 살려두었는데 그에게 그렇게 전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단목인이 웃는 것인지 화난 것인지 모를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미친 쥐새끼들이 그동안 어디 숨었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기어코 목을 자르라고 얼굴을 들이는구나! 하오문 소주지점장이 죽었다면 필시 그년의 애비인 호중량도 움직일 터. 아마 흑사회 최고 정예를 대동하고 직접 움직일 거다.”
현운탁도 동의했다.
“저 또한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호중량에게 전갈을 넣어라. 지금 당장 보자고.”
“존명!”
현운탁이 물러나자 단목인의 눈에서 다시 살기가 폭사되었다.
덜덜덜덜.
탁자와 의자가 떨리기 시작했고,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에서 오직 입술만이 호선을 그렸다.
“오냐. 이번에는 아예 씨를 말려주마.”
단목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단목인 역시 진천성으로 불리며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로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가주의 죽음에 온 집안이 긴급 태세로 전환되었다.
복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무려 상천십좌였던 가주를 죽인 놈들이다.
괜히 달려들었다가 그나마 남아있던 장로들마저 어찌 된다면 단목세가는 바로 멸문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장로들이 흔들리던 단목세가의 분위기를 다잡았고, 단목인 역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단목세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의지는 없었다.
오직 장로들의 의견과 단목세가를 위해 인형처럼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무공 역시 미친 듯이 노력해서 상천십좌에 오를 수 있었고, 그가 천하십대고수가 되어서야 단목세가는 비로소 외부로부터의 도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제는 그때의 장로들은 거의 죽었고, 자신과 함께 그 흔들리던 시기를 견뎌낸 이들이 장로로 있었다.
그런데 안정된 지 겨우 몇 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과거의 미망이 그들을 흔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절대 아버지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진 않는다!’
단목인은 철저하게 준비해서 그들을 개미 새끼 한 마리 남겨놓지 않고 도륙할 생각이었다.
* * *
“이제부터 호위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임요성이 탁자를 둘러앉아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묵풍조 장로 열 명와 구용식, 여산홍, 나윤천이 함께한 자리였다.
임요성과 현 측근들이 참석하는 회의는 표국 내에서는 이미 유명했다.
국주패를 가진 식객. 그는 식객이나 식객이 아니었다.
임요성은 표국의 식솔들 사이에서 식객이 아닌 표국의 직계나 진배없는 대우를 받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아예 임요성이 차기 국주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가 주최하는 이 회의를 표국의 식솔들은 청풍의 청(靑)과 임요성의 임(林)을 합하여 청림회의(靑林會議)라며 애정을 담아 불렀다.
이 회의에서 다뤄지는 모든 것들은 결국 청풍표국을 위하는 일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주인 두진호나 소국주인 두혜련 역시 오히려 간섭을 하거나 억지로 참석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 어느 정도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임요성이 표국을 위해 해준 것들과 그 마음에 대한 신뢰의 표시였다.
그 청림회의를 이끄는 임요성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묵천을 전면에 내세워 두 부인의 납치와의 연관성을 희석시키긴 했으나, 흑사회에서 깊게 파고들면 청풍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겁니다. 일단 묵풍조분들께서 표국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호위를 분담해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임요성은 이번 일로 느낀 점이 있었다. 자신만 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호위무사로 있을 때는 자신만 잘하면 되었다.
모든 일은 삼황자가 결정했고, 자신은 그런 삼황자의 신변만 잘 지키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반대였다. 오히려 자신이 호위의 대상이 된 셈이었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호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호위가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도 호위를 할 때 그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이란 걸 몸소 느꼈기 때문에 아예 개개인의 무공 실력 자체를 올리려는 것이다.
임요성의 의도를 읽은 일검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표국에 대한 전반적인 전력 상승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단 세 분 대주들과 홍국헌 표두, 그리고 국주님뿐 아니라 소국주까지도요. 장로들께서 그들의 무공을 좀 봐주시지요.”
“소국주님까지 말입니까?”
일검의 물음에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국주님과 소국주께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이제 표국의 전력이 상승하는 마당에 국주님께서 일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절정, 가능하다면 초절정까지도 노려봐야죠.”
“하지만 무공의 상승이 그렇게 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서….”
말끝을 흐리는 일검을 보며 임요성이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백 의원께서 도움을 주실 테니까요.”
“백 의원님께서요?”
일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다른 이들도 다 궁금한 표정이었다.
“예. 외공의 연성과 내공의 증진에 도움이 되는 여러 비법을 시행할 것입니다. 늦은 나이에 무공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일검이 더 이상 토 달지 않고 대답했다. 임요성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이번 일로 일검은 젊은 주군의 경험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고, 더 큰 믿음이 형성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엔 임요성의 시선이 오영찬을 향했다.
“하오문의 분위기는 어떤가?”
그는 현재 소주 하오문을 총괄하고 있었다.
“예. 잡음 없이 하급 문도들을 모두 통제 아래 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처럼 하면 되고, 바뀌는 건 보고선만 달라질 뿐이라고 하니, 그들도 딱히 거부감을 갖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적어도 소주 안에서 흐르는 정보는 그야말로 손바닥 꾀듯이 훤해진 오영찬이었다.
천도들의 활약에다가 그 아래로 하오문의 정보들까지 합쳐지자 그야말로 거미줄과 같은 정보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럼 호남성 영주와 혈강마검, 혈궁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혈강마검 말씀입니까?”
“그렇네. 이번에 혈강마검이 있는 천안신투의 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은 호남성 영주. 이곳은 오황자가 귀양을 가 있는 곳일세. 느낌이 좋질 않군.”
그렇게 말하면서 임요성이 이번에 호상희로부터 얻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허어…. 그런 일이! 그럼 역모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닙니까? 괜히 얽혀서….”
오영찬이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관무불가침이라고 해도 역모라면 말이 달라진다.
청풍표국, 아니 소주 전체가 화마에 휩쓸릴 수 있었다.
“그건 걱정 말고 정보만 수집하게.”
“알겠습니다.”
하긴. 주군이 누구신가. 현 황제를 옹립한 일등공신이 아닌가.
그때 문에서 시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님, 두 분 부인들께서 오셨습니다.”
시비의 말에 임요성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좌중을 향해 말했다.
“일단 회의는 여기까지 하….”
회의를 끝내려던 임요성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홍연에 의해 말을 멈춰야 했다.
“성아. 우리도 회의에 참석하고 싶구나. 할 말도 있고.”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홍연과 초련이 회의에 참석하다니.
그런데 이 청림회의에 두 부인이 올 일이 딱히 없었는데, 모습을 보이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홍연의 달라진 분위기에 너 나 할 것 없이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공을?
“지금까지는 아예 모른 척하고 살았지만, 이번 일로 더 이상 나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요?”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을 말하는 홍연을 보며 그녀의 달라진 분위기에 임요성 또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가 되물었다.
“난 사실… 환희궁의 소공녀였단다.”
“!!!”
집무실을 채우고 있던 모든 이들이 놀랐다. 임요성조차도.
* * *
새외는 현재 백도3궁과 흑도3궁으로 나뉘어 있다.
백도3궁은 북해 빙궁, 남만 야수궁, 서장 포달랍궁이며, 흑도3궁은 천산 수라궁, 곤륜 혈궁, 요녕 환희궁이다.
1차 변황대전을 일으킨 주역은, 천마신교라는 종교집단으로 새외 여러 종교를 통합시킨 천마(天魔)와 그의 동료들인 혈마(血魔)와 귀마(鬼魔)였다.
당시 정파라 칭하던 중원 무림에 비하자면 그 인원이 한 줌도 안 될 정도였으나, 중원 전체를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그 세 명이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파 무림의 저력은 강했다. 곳곳에 숨어있던 은거기인들이 출몰하여 그들의 중원 정복을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결국 패퇴하여 다시 신강에 위치한 척박한 땅인 천산(天山)에 은거를 하게 되는데, 당장 다시 쳐들어가자는 혈마와 이제 전쟁은 지긋지긋하다는 귀마, 큰 상처를 입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천마, 셋의 의견 차이로 세 파벌로 갈라진다.
그러자 혈마가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이미 변황대전 당시 멸문시켰던 곤륜파의 터로 가서 세운 것이 곤륜 혈교다.
중원에서는 수천 리 떨어진, 그것도 이미 멸문한 곳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들에게 난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데도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마 역시 따로 독립하여 중원의 최북동부인 요녕성에 터를 잡고 세운 것이 환희교다.
평소 방중술과 여색을 밝힌 그는 여인들을 통해 밤의 황제가 되고자 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자신이 배운 방중술과 주안술, 환락술을 발전시켜 그야말로 밤의 황제가 되었다.
오직 몸뚱어리 하나로 요녕성의 기녀들을 제패한 그는 환희궁이란 이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천성이 일을 벌이는 걸 싫어하는 한량이었던 그는 모든 걸 부하들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환락 속에서 살다가 그가 가장 원하던 복상사로 세상을 하직한다.
그에게 모든 걸 전수받았던 제자는 기루에서 만난 연인 중 한 명이었고, 그와는 달리 야망이 있었다.
그녀는 팔선녀(八仙女)라는 친위대를 구성, 요녕성에서 벗어나 중원의 밤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중원의 밤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결국 중원 기루의 절반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다.
적어도 기루업 하나만 놓고 보자면 하오문도 그들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만약 환희궁이 아니었다면, 하오문은 명실공히 중원 최고의 정보문이 되었을 것이다.
납치에서 살아 돌아온 홍연은 수심에 잠긴다.
앞으로 강호에서 살아간 두 아들에게 혹시 자신이 짐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전갈을 받은 홍연은 급히 표국을 나선다.
납치가 있었던 이후라 임요성은 말렸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칠검을 포함한 묵풍조 장로 네 명을 호위로 붙이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기루라는 등만 걸려 있을 뿐, 다 쓰러져 가는 오래되고 낡은 기루였다.
아래층에 네 명의 호위를 두고 올라온 최상층에는 태사의에 짙은 죽음의 그림자를 풍기고 있는 한 노파와 여덟 명의 여인들이 서 있었다.
“소공녀님을 뵙습니다.”
팔선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소공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