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0
청풍표국 최강식객 080화
80화. 소주로 향하는 사람들(1)
무림맹(武林盟).
처음엔 중원 무림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강호인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무림 전체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고, 최강의 기관이었다.
무림맹은 하남성(河南城) 개봉(開封),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인 개봉현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개봉현 전체가 무림맹의 영향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무림맹의 식솔이나 관련인, 그리고 무림맹과 거래를 하는 곳 등, 많은 사람들이 개봉현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개봉은 과거 일곱 개 나라의 도읍이 되었던 곳으로, 칠조고도(七祖古都)라고 일컬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만큼 번창했던 도시였으나 현재는 남경과 북경에 그 도읍을 내주어 그 성세가 많이 줄었으나, 그래도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 대도시 중의 하나였다.
특히 여전히 무림맹과 개방의 총타 및 여러 무림 세력들의 본단이 이곳에 있어, 무림인들에게는 도읍인 북경보다도 더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무림맹을 둘러싼 개봉현에는 맹에 들어가는 여러 잡화나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들과 객잔, 반점부터 다루, 주루와 같은 무림맹을 찾는 이들을 위한 위락시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이는 무림맹에 방문하는 수많은 강호인들을 위한 배려였다
무림팔대세가의 무사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무림맹의 무사가 된다는 것이 강호 무사들의 가장 큰 꿈이었다.
들어가기만 하면 일단 안정적인 월봉과 처우로 총각이라면 중매쟁이들이 줄을 섰고, 가정이 있는 사내라면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무림맹성은 외성과 내성으로 구분되었는데, 외성벽은 끝없이 이어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대단한 규모였다.
멀리서 봤을 땐 외성 위로 솟은 전각이 살짝 보이지만 외성 정문에서는 높다란 외벽으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외성에는 경비대와 외성수비대원들의 숙소가 있었고, 일반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내성에는 주요 방문객들을 위한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전각과 무림맹 주요 인사들의 거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성의 가장 중심에 무림맹주가 거주하는 중앙 전각이 있었다.
중앙 전각에는 무림맹 회의를 위한 대전과 맹주 집무실, 그리고 맹주의 침실과 개인 연무장 등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개인 연무장을 바삐 걸어가는 한 중년인이 보였다.
연무장 문을 연 그가 안의 상황을 인지하고는 얼굴 하얗게 질렸다.
“맹주님! 괜찮으십니까!”
부드러운 인상에 학사풍의 옷을 입은 문사처럼 생긴 중년인.
훤칠한 이마에 흑백이 분명하고 눈빛이 청초한 학의 눈을 한 그가 바로 현 무림맹의 총군사인 제갈백규(諸葛白圭)였다.
강호 명문세가의 한 곳인 제갈세가의 태상가주이기도 한 그는 맹주의 절친한 친구이면서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이기도 했다.
제갈백규가 피를 토하고 있는 맹주를 보며 깜짝 놀라 다가갔다.
그가 바로 강호무림인들의 동경의 대상인 무림맹의 맹주이자 모용세가의 태상가주인 모용천(慕容天)이었다.
만검자(萬劍子)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으며, 변황대전 당시 상천십좌였던 조부인 모용곽의 활약으로 척박한 요녕의 땅을 버리고, 항주가 있는 비옥한 도시 절강으로 모용세가 전체가 이주를 하게 된다.
선비족의 후예이며, 오랫동안 요녕성에서 살던 그들은 당시 모용세가의 절반을 갈아넣으며 전쟁에서 활약했고, 그 공로로 무림세가의 동의를 얻어냈고, 비옥한 항주에 정착을 하게 된다.
무림맹주가 되면서 가주직을 아들 모용만에게 물려준 그는 세가 출신이면서도 팔대문파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현 강호가 분열되지 않도록 한 공도 인정되어 십년마다 있는 맹주의 임기를 연속으로 갱신, 현재 세 번째 임기를 치르는 중이었다.
선비족의 특성이 모용천에게 발현되어 그는 금발에 푸른 눈이었다.
과거에는 그런 모습이 놀림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중후함과 높은 무공의 경지와 맞물려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록 무공에 있어서는 천무삼신이라는 세 명의 걸출한 신인(神人)들에게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맹주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천무삼신들 간의 묘한 세력균형을 잘 이용하며 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는 실로 무림맹주의 본보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도를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의 몸이 나빠지더니 급기야 피를 토하기에 이르렀고, 모용천은 그제야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대 고수의 경지에 이른 그가 모를 정도로 은밀히, 그것도 미량의 독이 오랫동안 이뤄졌다는 뜻이었으며, 이 일로 맹주전을 관리하는 모든 이들이 일괄 물갈이가 되었다.
화경에 이른 고수인 만큼 하루에 두시진이상씩 운기조식을 통해 병증의 악화를 막고 있었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크음. 괜찮네. 사람 참, 호들갑은.”
살짝 웃어준 그가 일어서자 제갈백규가 발끈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피를 토하는데 담담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알았데두.”
모용천이 제갈백규가 건네주는 장포를 걸치며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후우… 신의의 행방은?”
“찾고는 있는데 아직입니다. 마지막 행선지가 항주였다고는 하는데….”
“항주? 거참. 모용가의 관할에서 행적을 놓쳤다는 말인가.”
“워낙 평범하다보니 그렇겠지요. 일단 유력한 후보지가 소주쪽이긴 한데….”
“소주?”
“예. 젊은 사내와 동행하는 노인의 모습을 봤다는 이들이 소주로 향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소주라면…. 이번에 신성대연이 열리는 곳인가?”
“예.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제가 소주로 내려가볼까 합니다.”
“굳이 자네가 직접? 신의의 행방이야 정보단을 활용하면 되지 않나?”
“그게 한가지 이유구요, 또 한가지는… 지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죠? 혈강마검의 출현 말입니다.”
“음. 그때는 그냥 뜬소문으로 취급하지 않았나.”
“예. 그런데 점점 그 소문이 구체성을 띠고 있습니다. 호남성의 영주에 천안신투의 비고가 있으며, 그 안에 혈강마검이 잘들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흠. 신기하군. 그렇게 구체적으로 정보가 돌고 있다니. 그럼 그 장보도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알려졌는가?”
모용천의 물음에 제갈백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까진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겁니다. 뭔가 무림을 혼란시키려는 이들의 계략같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 소문이라면 혈궁에서 가만있진 않겠군. 함정일까 의심하면서도 가만있을 수도 없겠군.”
“그렇습니다. 백년전 변황대전을 끝으로 중원에는 간간이 개별적인 분쟁은 있었으나 대대적인 전투는 없이 숨을 죽이고 있던 이들입니다. 이번 일로 그들 세력이 다시 발호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흐음… 혈강마검이라…. 대단했었다지?”
“어차피 그때의 상황을 겪은 이는 현재 없지요. 맹에 남아있는 문헌상으로도 그 정도라면 실제로는 훨씬 더했을 겁니다.”
대체로 승리자의 시각에서 쓰여지는 역사라는 게 대개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은거하고 있던 절세의 고수들이 은거를 깨고 나와 그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용천은 은거기인이라 할 만한 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봤지만 생각나는 이들이 없었다.
은거기인이라면 대체로 자신보다 한 배분 윗대의 선배일텐데,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은 죽음이 확인된 이들이다.
물론 선가나 불가에선 등선이니 열반이니 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는 없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만약 그들이 혈강마검을 얻어 그때와 같은 혈겁을 일으킨다면 이번에는 저희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은거기인 뿐만 아니라 정, 사를 막론한 중원의 모든 무인들이 힘을 합쳤는데도 그 정도였으니까요.”
그 일로 사파라 불리던 무인들 중 많은 이들이 쓸려나가고, 남은 이들마저도 둘로 나뉘어 반은 백도에 흡수되었고, 반은 흑도4적으로 흩어져 말그대로 범죄집단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문의 최초 출현지가 소주라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렇군….”
말을 나누는 사이 맹주 집무실에 도착한 그가 찻물을 올려두고는 태사의에 앉았다.
“그래서 자네가 직접 가보겠다?”
제갈백규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번 소주는 뭔가 다릅니다. 한곳에서 하나의 화제를 품는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여러 화제가 한곳에 모이는 경우는 드물기도 하거니와, 그냥 지나쳐선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럴 때는 직접 가서 그 공기를 느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요.”
“알겠네. 그럼 맹의 요인호법대 전체를 데리고 가게나.”
“무슨! 그냥 두 개조 정도면 충분합니다.”
제갈백규가 기겁을 했다. 그들은 맹의 주요 인사들을 위한 별동대. 그들 모두를 자신을 위해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용천은 단호했다.
“어허. 내 말 듣게. 그만큼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면 과도하게 준비해서 나쁠게 없네. 어차피 요인호법대라는게 이럴 때 만들어둔 별동대아닌가.”
현재 무림맹은 1전2원3각4단5대로 이뤄져 있었다.
1전은 맹주전이었고, 2원은 호법원과 비원으로 맹주 직속 조직이었다.
호법원이 맹주만을 호위하는 맹주의 방패라면, 비원(秘園)은 맹주만을 위한 정보조직이자 맹주의 검이었다.
당연히 두 원주의 무공은 맹주를 제외한 무림맹 최강이었고, 그들의 정확한 무공수위를 아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3각은 군사각과 감찰각, 그리고 의각이었다.
군사각의 수장은 당연히 총군사였고, 감찰각은 맹의 주요 인사들과 맹원들을 감찰하는 곳으로 직의 특성상 무공 역시 대단했다.
의각은 무림맹원들의 육체적 상처의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살펴주었다.
이 의각의 수장이 바로 중원3대 의원이라 불리는 능위평(凌衛平)이었다.
백운학과 동문으로 사제지간이었으며, 그가 낭중의 길을 택해 강호의 밑바닥으로 향했다면, 능위평은 입신양명의 길을 택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둘 사이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의라는 별호를 가진 백운학에 비해 능위평의 실력이 다소 쳐진다는 평이다.
그리고 4단은 맹의 철갑기마단인 맹호단, 주력 무사단인 청룡단, 그리고 정보단인 주작단, 맹에 소속된 단체들의 보급품이나 물품을 담당하는 현무단이었다.
그리고 5대는 맹주전수비대, 내성수비대, 외성수비대, 맹성경비대, 요인호법대로 이뤄있었다.
이들 각 조직의 수장인 14명과 맹주를 합한 15명이 무림맹 정기회의인 무림원탁회의의 구성원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별도조직으로 단체에서 파견한 장로들이 모여있는 장로회와 경륜과 학식을 갖춘 이들이 고문으로 있는 원로회가 있었다.
그들은 정기월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뭔가 강호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결정을 해야할 회의에만 참석했다.
맹주가 말한 요인호법대는 맹의 주요 인사들을 위한 호법대로 별동대 성격이 강했다.
“자네가 없는 동안은 맹의 인사들의 출입을 최대한 삼가토록 명을 내리겠네. 그럼 어차피 요인호법대는 별무소용이질 않나?”
“참… 알겠습니다.”
굳이 자신 때문에 맹의 출입을 삼가라는 명을 내리다니.
송구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리고 이번에 재밌는 아이가 나왔다면서?”
“흐흐. 그렇지요. 그게 또 제가 소주에 가려는 숨겨진 이유입니다.”
“왜? 딸래미 시집보내려고?”
“크흐흫므. 아, 아무리 맹주님이라도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접근은 사양하겠습니다.”
제갈백규는 당황해서 헛기침도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하하하. 자네가 보고 괜찮다 싶으면 한번 데리고 오게. 나도 어떤 아이인지 보고싶구만.”
진천구성, 특히 그 중 사대성은 초절정을 눈앞에 둔 기재들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에 그 팽원호를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한다.
그 말은 초절정의 벽을 넘었다는 말. 이번 맹보에는 그래서 그런 글이 실린 것이고.
이립이 안된 나이에 초절정이라니.
호기심을 넘어 호승심도 느껴졌다.
물론 지금의 자신에겐 안될테지만, 그래도 그맘때의 자신과의 호승심인 것이다.
현 상천십좌들은 이립을 전후해서 초절정에 오른 천재들이었다.
그 정도가 되지 못하면 평생 화경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초절정과 화경의 벽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서 최대한 젊은 시절에 초절정의 벽을 돌파해야 그나마 육십이 넘기 전에 화경을 바라볼 수 있을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화경이 되지 못한 상태로 이순을 넘기게 되면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후로는 화경의 벽을 돌파하긴 힘들었다.
“후후후. 맹주께서도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아마… 제 알기로 손녀께서….”
“크흠흠. 쓸데없는 소리말고 준비나 하게. 먼 길 가려면 꼼꼼히 준비해야지. 그리고 가면 백아에게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전해주고.”
그래도 아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온 제갈백규의 눈은 다시 감정을 알 수 없는 유리알처럼 투명해졌다.
서로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현재 맹주의 상태는 위독했다.
엄청난 내공이 있었기에 가까스로 그 독증을 억누르고 있으나, 언제 온 몸에 퍼질지 몰랐다.
고수의 몸은 독이 뚫기 어려웠지만, 일단 저렇게 피를 토하게 만들 정도로 뚫리고 나면 일반인보다 시간을 벌 수는 있으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다.
‘맹주님, 꼭 신의를 찾아오겠습니다.’
제갈백규가 주먹을 움켜쥐며 맹의 복도를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