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3
청풍표국 최강식객 083화
83화. 시작되는 연회(2)
북경과 항주를 잇는 경항대운하의 발달로 항주에서 직송으로 강남의 미곡을 운송할 수 있음에 따라 강남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였다.
특히 항주와 함께 그 수혜를 직통으로 누리고 있는 소주는 수려한 경관으로 돈 있는 이들이나 살만한 기와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정원과 누각, 객잔, 반점, 다루 등 다양한 위락시설들이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밤에는 돈많은 졸부들을 상대로 한 암적들이 운영하는 도박장, 유흥시설 등이 판을 쳤다.
그들은 여러 형태로 관이나 높은 사람들에게 상납을 했기에 이들을 단속해야 하는 이들은 먼 산 불구경하듯 손 놓고 있을 뿐이었다.
백도 무림 역시 굳이 자신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오지 않는 한 그들을 토벌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이들의 행패로부터 보호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보호세를 걷는 것이 백도 무림 세력의 주 수입원이었기에 방관하는 입장이었다.
어떨 때는 오히려 이들에게 돈을 찔어주어 패악을 종용하기도 했다.
그래야 자신들에게 의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성대연이 다가옴에 따라 거리에는 인파로 가득찼고, 주루나 반점 바깥에 마련된 평상에서 술상들이 차려졌다.
전날 갔던 기루에서 같이 놀았던 기생이 어떻더라는 얘기부터, 강호의 정세까지 이런저런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운하 위에는 갖가지 장식물로 치장된 작은 배들이 시와 문장을 읊는 선비부터, 기생과 노닥거리는 졸부들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태우고 물길을 가득 채웠다.
기생들의 웃음소리와 자신의 영웅담을 자랑하는 남정네들의 허풍이 운하와 휘황찬란한 누각 사이에 울려 퍼졌다.
금을 타는 예기들이 솜씨를 부릴 때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말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했고, 흥이 오른 이들이 배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사람들의 손에 앉혀지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저잣거리에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과 계절과일들, 그리고 비단과 장신구들이 가득했고, 진귀한 음식들과 기기묘묘한 물건들이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런 분위기 속의 소주에서 신성대연이 시작되는 당일 아침이 되자, 몰려든 지역 상인들과 여러 단체의 일행들 그리고 구경꾼들의 여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거리는 상인, 표국, 무관 등 먼발치에서나마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들을 구경하기 위한 이들과 그들을 따라온 호위무인들과 하인들로 가득했다.
연회장 인근에서는 이미 여러 노점상인들이 판을 벌여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자자, 맛있는 당과 팝니다!”
“둘이 먹다가 한 사람이 암습을 당해도 모를 만두팝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여인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각종 신기한 장신구들이 길가는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작된 장난감 칼과 같은 무기들 앞에서 생떼를 쓰는 자신들의 아이들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임요성 일행은 거리를 가득 채운 인파를 지나 신성대연의 연회장으로 향했다.
신성대연은 본연회와 비무제로 구성된다.
보통 신성회에 소속된 무가나 문파들 외에도 초청을 받은 상단이다 표국, 철방 등은 신성대연의 본연회 참석하기 위해 왔지만, 대개의 구경꾼들은 비무제를 위해서 모인다.
본연회는 한마디로 서로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더 많은 이득을 나누기 위한 자리라면, 비무제는 강호무림인의 축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비무는 그야말로 강호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해 가장 최강자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의 우승자는 무당의 의찬이었다.
현재까지 남궁헌과 승패를 나누어 가진 상태라 이번 우승자가 가져가는 명예가 상당할 것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구경꾼들이 많이 몰렸다.
연회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높이 제작된 대형 단상근처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보였다.
이번 연회의 주최자인 단목세가의 분가는 소주의 가장 큰 공터에 땅을 빌려 오래전부터 이 신성대연과 비무제를 준비했다.
물론 꽁으로 이런 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다.
신성대연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본연회에 초청을 받은 크고 작은 단체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고, 이미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쓴 돈은 회수가 되고도 남았다.
하다못해 연회장 근처에서 당과를 팔고 있는 행상 조차도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내야 장사가 가능했으니, 이 연회가 끝나고 들어올 돈 역시 쏠쏠했다.
비무제의 무대가 될 비무대와 대형 단상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막사가 늘어서 있었는데, 단상으로 가까워 질수록 고급스러움이 더했다.
비무대를 둘러싼 가장 안쪽에 있는 막사는 진천성들과 내빈을 위한 자리였고, 밖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급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미 막사 주변에는 그들이 데리고 온 무인들로 벽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들 사이엔 이미 은근한 알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툭.
“뭔가?”
“음?”
“흥. 남궁가의 졸개들이군.”
“미친! 감히 우리 남궁가를? 어디 단목가의 피라미들이!”
“허어! 한번 해보자는 말인가!”
“아아! 둘 다 그만하게. 우리끼리 시비가 붙었다가 나중에 곤욕을 치를 셈인가!”
막사 주변에는 서로 간의 신경전으로 이미 열기가 들끓었다.
이번 신성대연에는 어떤 이름난 무인들이 참석할지 또한 큰 관심사였다.
사실 그들 때문에 온 이들도 꽤 많았다.
운 좋으면 기연을 만나 제자로 들어가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기연과 행운을 잡는다는 건 저잣거리 군협지 속의 실로 뜬구름잡는 이야기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말이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길을 막는 이들 때문에 홍국헌은 연신 소리를 쳐야 했다.
“자, 잠깐 좀 지나갑시다!”
“어허, 거참 나도 여기 낮부터 기다리고 있었소! 어디서 새치기를!”
“그게 아니고, 우린 여기 초청받은 청풍표국 사람들이란 말이오!”
아직 인지도가 없는 그들로서는 본인 입으로 말해야 겨우 알아먹었기 때문에 홍국헌은 얼굴이 벌게질 정도였다.
하지만 얼굴은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화제성 만큼은 단연코 최고였다.
“헉! 그럼 저 여인이 청풍표국의 소국주?”
사내가 말 위에 앉은 두혜련을 보며 소리쳤다.
세 사람은 말 위에 타고 있었는데, 신성대연에 참가하는 이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마차 사용이 금지되었다.
구경꾼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신성대연은 후기지수들의 친목도모의 장도 되었지만, 그 지역의 축제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청풍표국이라는 말에 벌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것처럼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 정말 아름답군. 소주제일미라고 하더니 과연….”
사내가 입을 헤에 벌리며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반박했다.
“무슨소리! 소주제일미라면 응당 태호상단의 일공녀님이지.”
사실 청풍표국은 작은 규모에 비해 어느 정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는데, 그건 두혜련의 미모 때문이었다.
혹자들은 소주제일미라고 칭송했으나, 또 어떤 이들은 소주의 최대 상단인 태호상단의 일공녀를 소주제일미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맞닥뜨린 적은 없기에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아무튼 그런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캬아! 이번엔 볼거리가 넘쳐나는걸? 소주제일미가 누구인지를 가릴 기회가 아닌가? 지금까지는 이런 연회에 청풍표국의 공녀가 올 일이 없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얼굴을 구경하게 생겼군!”
“그러게 말일세. 소문만 무성하던 소주제일미를 보니 과연 명불허전일세.”
사내들의 말소리는 당연히 두혜련의 귓속을 파고 들었고, 이런 많은 군중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경험은 처음이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홍조가 생기를 주어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럼 혹시 저 옆에 있는 남자가 이번에 무림일성이라는 칭호를 받은 사람인가?”
“그런데 정말일까? 그 팽가일성을 꺾었다는 말이?”
“예끼 이 사람아! 극락관에서 팽 공자가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걸 들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휘유.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군. 사실 진천성중에서도 사대성들간의 무위 격차는 그리 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 않나? 소문에는 압도적으로 이겼다던데.”
“그러니 이번 신성대연이 더 재미가 있는 게지. 진천구성이 진천십성이 되느냐, 아니면 진천성과 척을 져서 외톨이가 되느냐 이거지!”
“이야, 식객으로 와서 소주제일미랑 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면 바로 표국의 사위가 되는건가?”
“예끼, 이 사람. 그런 말은 좀 삼가게.”
“뭐 어때? 유명인들의 삶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말일세.”
“거참. 하여간.”
“크으. 아무튼 나도 정말 초청장 받고 싶다….”
“나 참. 자네같은 작은 무관의 자제가 무슨 수로? 저 청풍표국도 무림일성 덕택에 겨우 초청장을 받았다는 걸 모두가 아는데.”
이번 신성대연은 무림일성이라는 젊은 무인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다.
사실 임요성이 있던 청풍표국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는 것이 요즘 수문위사들의 하루 일과였다.
두혜련은 임요성이 관심을 받으면 도리어 자신이 칭찬을 받는 것 같은 느낌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홍국헌은 신성대연에 초청받아 가는 것은 처음인 데다가, 자신의 행동에 따라 청풍표국의 표사들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 같아 최대한 몸가짐을 조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들 때문에 홍국헌은 연신 어깨가 으쓱거렸다.
어제 이런 대우를 받아봤겠는가. 소주의 작은 표국의 표사로 지낸 그에게 이런 엄청난 관심은 처음이었고 임요성에 대한 칭찬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임요성과 두혜련의 사이를 추측하는 말들이 군데군데 나오기 시작하자 어쩔줄 몰라하며 두혜련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소국주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크흠흠.’
내심 헛기침을 한 홍국헌이 슬쩍 임요성을 쳐다봤으나 그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대단하신분.’
처음 하북의 작은 객잔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혈루쌍괴를 해치울 때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팽원호를 비무에서 이겼을 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그리고 소주에 내려와서 그가 보여준 일련의 활약 속에서 요즘은 그를 보며 하늘이 내려준 수호신장(守護神將)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자신 역시 두 사람이 잘되길 간절히 비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두 사람이 느끼고 있는 설렘과는 달리 임요성은 오히려 흑사회라던지 단목룡의 암수를 걱정해서 감각이 극도로 벼려져 있었다.
혹시나 이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두혜련을 암습할 경우를 대비하느라 군중들의 흰소리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주군. 딱히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어디선가 여산홍의 전음이 들려왔다.
초청을 받아 안쪽 막사까지 들어갈 수 있는 이는 세 사람뿐이었지만, 이미 주위에는 여산홍, 매영옥을 비롯한 호위대 인원들과 더불어 백련상단의 단원들이 행상으로 위장해 군중들 틈에 숨어들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임요성이 없는 청풍표국의 호위는 묵풍조와 구용식, 나윤천에게 맡겨두었다.
그들이라면 상천십좌가 와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백운신의까지 가세한다면 상천십좌에 속한 무사대까지 끌고 오지 않는 다음에야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연회장을 둘러싼 이들은 이미 인산인해였고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데만 한 참이 걸렸다.
그들은 초청장이 없음에도 먼발치에서나마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들의 입장을 보기 위해서 이미 몇 시진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너무 먼 거리에선 그들의 형상 정도만이 겨우 보일 정도였지만, 그 정도라도 보기 위한 인파는 엄청났다.
그런 인파를 뚫고 세 사람이 막사 주위를 경비하는 무인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단단한 인상을 주는 무사가 앞으로 나왔다.
“초청장을 보여주십시오.”